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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2/26 23:29

베트남은 '꽤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고 느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집이다.

베트남은 집을 국가에서 임대받아 쓰는 데, 거의 집을 산다는 생각으로 임대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세금만 제대로 내면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집의 사이즈가 모두 정해져있는데(요즘은 조금 넓어졌다고...)

앞뒤로 길게 만든단다.

 

보통 집을 지을 때 집의 틀과 전기배선, 수도배선 등 기본적인 걸 해놓고

후분양을 한단다.

그렇게 하고나서 집이 팔리면 집주인이 자기가 원하는 색으로 칠하고, 벽지를 선택해서 꾸민다고...

보통 집 사이즈가 정해져있다하면 천편일률적 집을 생각하게 되는데,

베트남의 집들은 꽤 화려하고 주인들의 특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색이 화려하면 다소 촌스러울 것 같지만 적당한 자연과 어우러져 한층 아름답다.

 

베트남은 나무 베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대도시 도로 확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맘에 든다.

하지만 요즘 개방 물결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걸 보니 언제쯤 깨질 지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좁고 길게 만들어서 1층은 보통 장사할 가게를 차리고 1층 뒤쪽에 조그마한 뜰을 만들거나 오토바이를 세울 주차장을 만들거나...

2층 이상은 가정집을 꾸리는데, 베트남은 대가족제도라 보통 3대가 같이 산다고.


 


 


 

 

 

요즘은 돈 있는 부자들이 많아지면서 집을 꽤 크게 만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사람들의 아침 출근. 오~~ 무서울 정도로 빽빽한 오토바이 천국이다. 속도도 꽤 낸다~!

 

 

정말 맛있었던 과일들.


 

 


 

 


 

지나가다 대나무 다듬는 사람이 보여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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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6 23:29 2006/12/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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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2/26 23:13

밀린 숙제하는 기분.

아... 게으름 떨다보니 이제야 또다시 올리네...-_-;;;

 

앙코르 와트 사원은 사원들 중에서도 보존상태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고 단연 으뜸인 사원.

하지만 워낙 거대할 거라는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제 봤을 때는 그닥 감동이 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은 꽤 오랜 기간 황금 비율의 구조와 수많은 이야기들을 마음 속에 새기며 보았어야 할 것을

패키지로 잠깐 보고 만 탓에 아쉬움이 정말 크다. 언젠간 다시 한번!

그래도 확실히 사원의 가장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상계에 섰을 땐 왠지 익숙하면서도 기가 충만해지는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음... 공기가 좋아서 그랬나?

 



사원 자체가 아래부터 위까지 미물계 - 현상계 - 천상계로 구성이 되어 있댄다.

사원을 가기 위해선 겹겹이 거칠 곳이 많지만 사원 바로 앞 길은

'우유젖기'에 나오는 뱀신 나가의 몸통이 쫘~~악.

그런데 혹시 보이시는지? 우리가 앙코르와트사원에 들어가는 날, 하늘에선 무지개가 떴다 이 말씀! (사소한 것에 감동받는 ...ㅋㅋㅋ)


 

1층의 미물계엔 천상 - 현상 - 지옥계의 3단으로 된 벽 부조가 있다.

현상계엔 7명의 신이 있는데 49제를 의미한다고...

부조 끝엔 양쪽에 9개의 팔이 달린 야마신이 있다.

 

야마신에게 가기 전엔 판결 대리자가 사람들을 지옥이나 천국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우유젖기 모습.


 

우유젓기를 하면서 바다의 물고기들이 갈갈이 찢겨나가는 모습.

 

 

2층은 현상계를 뜻한다는 데, 승려들이 수도하던 곳이라 정신 산란해질까봐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불상들은 있었는데, 폴포트 시절에 목을 모두 잘랐다고...

 

3층은 천상계를 나타내는 동시에 왕과 제사장(만 치사하게) 목욕을 하던 목욕탕이 있다. 이 3층은 신이 기거하는 곳이므로 바로 허리를 세우고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계단을 가파르게 만들어 기어올라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왕도 저 계단으로 올라갔었냐고 물어봤더니 왕은 서쪽에 완만하게 올라오는 길이 있었다네. 그럴 줄 알았어)


 

천상계에 올라가면 아래 보이는 탑을 중심으로 정사각형 네모난 4곳의 판판한 곳이 있다. 4개의 목욕탕인 셈.

 


3층 천상계에 있던 여신상의 모습


 

 


 

재미있게 본 조각 중 하나.


 

뱀 신 나가는 목이 7개 달린 뱀의 형상.

캄보디아는 뱀이 건국설화에부터 나오고,

왕들 또한 뱀족의 여자와 결혼하여 뱀족의 모계 혈통을 가지고 있어야 왕권 취득 자격이 주어졌으므로 굉장히 중요한 동물이다.

정말 어디 가나 매우 신성하게 떠받들어지는 뱀 상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원숭이왕 가루다가 받치고 있는 모습


 

 


 

나갈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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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6 23:13 2006/12/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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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1/20 23:51

[인생의 절정기]

 

사암으로 만들어진 사원, 죽은 병사, 패잔병을 위로하기 위한 사원.

탑이 총 54개인데 힌두교에서 신의 숫자로 일컬어지는 9의 다양한 응용 속에서 나온 거라고.

 

이를 테면 54를 2로 나누면 27 인데, 27은 9의 배수이자 '2 + 7 = 9' 이도 하다.

54에 2를 곱하면 108이 되는데, '1 + 0 + 8 = 9' 이다.

 

사원은 탑모양을 무너지지 않고 유지시키기 위해

설계가 끝나면 쌓기 전 탑 모양과 그대로 지하를 파서 홍토석으로 채워넣는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화강암 다음으로 홍토석(라테라이트)이 많이 난다는 데,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돌이었나 보다.

 

가장 높이 솟은 중앙탑은 불가의 수미산을 뜻한단다.



탑의 위쪽은 온통 사면불인데, 대승불교와 신왕사상이 결합한 작품이다.

이 사원 역시 자야바르만 7세가 만든건데, 원래 자야바르만 7세는 신분이 낮은 터라 성행하고 있던 힌두교의 계급사상을 누르기 위해 일부러 평등 사상을 강조하는 대승불교를 도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왕까지 평등해지는 건 싫었는지, 원래 횡행하던 사상을 깨기 힘들었는지,

'왕은 신'이라고 여기는 신왕사상을 그대로 살려, 사면불의 얼굴은 모두 왕 자신의 실제 모습이다.


 

바깥 벽의 부조에는 왕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겨 있는데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아래단에 전장터로 나가는 무리들이 보이는데,

문관 -> 화교상 -> 무관 -> 일반인들의 모습이 차례로 보인다.

 

문관은 싸우러가는 건 아니고 무관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렬 참가


 

7세기 이후 중국에서 화교들이 들어와 차, 탕재, 실크, 마사지 등을 들여왔다는데, 부조의 옷차림만 봐도 중국인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건 무관의 모습. 캄보디아는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남자건 여자건 상의는 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의 행렬이 나올 무렵, 무관인 남편에게 자라를 챙겨주는 부인의 모습이 정말 현실감있다.ㅋㅋ


 

아래는 왼쪽 마지막 부분에 있던 학교의 모습이라는 데, 위의 1,2층은 학교이고, 3층은 술먹고 노는 사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3층의 술먹고 노는 사람은 화교라고... 나름 인종 차별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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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0 23:51 2006/11/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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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1/19 14:29

[인생의 절정기]

 

캄보디아에 가봤더니 사원이 한두개가 아니더라.

이 나라의 역사를 보니 사원이 단순히 사원이라 아니라 도시여서 한 왕이 즉위하면 대부분 사원을 짓는데 그 사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살다가 왕이 죽으면 사원 어딘가에 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 왕이 세워지면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또는 종교가 달라서 새로운 사원을 새로운 곳에 짓기도 하고,

있던 사원에 이것저것 증축하기도 하고...

캄보디아는 힌두교, 불교, 도교 등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했었는데 사원마다 종교들의 특성이 배어있다.

 

타프롬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라고 사원 엄청 많이 지은 왕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사원이었다.

일명 '나무사원'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나무 자체가 사원과 합체된 듯한 모습이 기이하다. 

무심하게 자라난 나무로 인해 사원이 파괴된 듯 싶지만, 반대로 오랜 기간 지나고 나니 오히려 나무가 사원을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느낌이다.

덕분에 복원 없이 - 사실은 나무 때문에 복원을 못해서 - 원래 건축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조만간 복원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사원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밀림의 모습이 간직되어 있다.

 

 

 

나무와 완전히 하나가 된 모습


 

특히 이 나무에서는 사람, 코끼리, 뱀, 악어의 모습이 각자 나무의 줄기를 따라 승천하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캄보디아인들은 자신들을 뱀족의 후예라고 생각하나보다. 모계사회에서 왕도 무조건 뱀족의 딸과 혼인을 해야 왕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머리가 7개 달린 나가상은 신화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도심 곳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원을 무너뜨리는 나무 옆에 있는 나가상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타프롬사원에는 '공명의 방'이라는 곳이 있다. 왕의 어머니의 사리를 모셔놓은 사리탑인데, 왕이 이곳에서 어머니 잃은 마음을 담아 가슴을 치면 반경 7km 사람들에게까지 울렸다고. 그러다가 손뼉을 치면 울리지 않게 된다.

그런데...

진짜 이 안에서 가슴을 쳤더니 울린다! 7km 까지는 몰라도 어떻든, 심장 박동이 점점 공명한다 (O.O)! 

지금은 구멍만 남았지만 보이는 구멍마다 보석들이 박혀있었다는데, 해가 진 저녁 달빛이 비추고 있을 때 이 방 가운데 서있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자야바르만 7세는 불교를 들여왔기 때문에 특히 사원 내 여신상은 관능미보다는 온화하고 절제된 미소로 상징되는 불교스러운 절제미가 돋보인다.

물론 왕 죽고나서는 힌두사원이 되었다고...



 

캄보디아 가이드가 아래의 두 여신상이 타프롬사원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주었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조각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확실히 캄보디아 사람과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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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9 14:29 2006/11/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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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1/18 15:33

[인생의 탄생기]

 

3000여개의 섬이 있다는 베트남의 하롱베이.

섬이 섬으로 가려져 수평선이 안보일 지경이다.

 

'용이 내려온 만'이라는 뜻의 하롱베이는

마치 용이 꼬리를 내려치며 만든 물보라 하나하나가 섬이 된 듯 하다.

그 웅장하면서도 압도하지 않는 고요함이 마음의 평온을 안겨준다.

 

태어나기 전 원래의 품으로 돌아간 듯,

내 안 문화와 자연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

문명의 더러운 때를 벗으려는 듯,

깎아지른 절벽도, 나무도, 풀도, 물도, 물고기도, 새도, 하늘도 무척이나 그리운 친구와 같이 함께 하고 싶다.

자연의 도리를 모르는, 또는 망각한 내가 답답했다.




스치는 섬들 사이로 수상가옥이 눈에 띈다. 이들은 평생 물위에서 기거를 한다고.


 

 


 

 


 

베트남엔 석회암이 많단다.

하롱베이의 섬들 중에도 석회동굴이 많은데, 그중 가장 크다는 sung sot 에 들렀다.

'용이 승천한다'는 의미로, 하늘의 뜻을 받들어 지상에 내려온 용이 기거하던 장소란다.

사냥꾼 때문에 다시 승천했다고 하던데, 그 용을 너무나 사랑해서 함께 하늘로 올라가려다 실패한 이무기 모양의 돌도 있고, 용의 승천하는 모습이나 거북이, 개구리 등 그야말로 돌과 물이 만들어낸 100% 자연산 조각품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동굴 사이즈를 보라!

정말 용이나 고대인이 살던 지하도시라 해도 믿을 판이다. 뭔가 스토리가 없기엔 너무 거대하다.

불현듯 '반지의제왕'에 필적할만한 초대형 판타지 스토리와 촬영세트일 것 같다는 생각에

동굴에 얽힌 전설이 점점 궁금해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석회동굴 천장과 좀 다르다고 느꼈을 텐데, 이 동굴이 이미 죽은 동굴이라 천장이 둥글둥글하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벽화로 새긴 듯한 느낌.


 

태앙 빛이 쏟아지는 듯한 저 곳으로 용이 날라갔다고...


 

 

이 모습은 용이 나갔다는 동굴 출구에서 동굴 안쪽을 바라본 모습.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지 식당과 침실까지 구비된 선박들이 많이 떠있다. 역시 프랑스 점령지의 역사가 있어서 유럽풍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베트남의 집이든 배든 색깔이 원색은 아닌데 꽤 강렬한 파스텔들이라 자칫 미관을 헤칠 듯 보이지만 워낙 자연이 풍성하게 함께 하고 있어 전혀 위화감이 없고 멋들어졌다는 느낌 뿐이다.


 

 

DAO TITOP(영어 아님)라는 해안이 있는데, 호치민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러시아 우주비행사의 이름이다. 그가 베트남에 왔을 때 호치민이 직접 가이드를 했다는데, 이 해변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며 극찬을 했다고..

모래사장이 30~40미터 정도 되는데 주변 풍경이 정말 훌륭(-.-)b

특히 424계단을 올라 높이 90미터 위의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을 두르고 있는 끝없는 섬들의 모습이 한눈에는 다 안 들어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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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8 15:33 2006/11/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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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_2006 - 2006/11/06 21:16

올해 내내 앙코르와트를 보겠다고 노래했었는데, 결국 뜻을 이루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적당한 패키지 상품에 만족했고,
휴가기간도 짧으면서 그 와중에 여러 나라 구경해보겠다고 베트남+캄보디아 4박 6일을 선택했다.

다녀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캄보디아 유적은 나중에 일주일정도 잡고 도보로 쭉 돌아다녀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복병인 베트남이 끼면서 뭔가 예상치 못한 줄거리가 있는 여행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여행에서 순서대로 감상하게 된 베트남의 하롱베이 -> 캄보디아의 사원들 ->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고요하면서도 거대한 태초의 자연미 -> 인간 고도의 창조력과 삶이 진하게 묻어나는 화려한 인공미 -> 수많은 죽음 앞에 목도되는 경건함과 인간 잔혹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고,

이는 인생의 탄생기 -> 절정기 -> 마감기를 한바퀴 돌아보고 온 것 같은 진한 감동을 주었다.

일단 이건 다음 기회에...

 

이 모든 곳을 돌기 전, 베트남에 도착하고나서 가장 먼저 관광가본 곳이 호치민 광장과 살던 곳이다.

 

처음 들어선 호치민 광장은 그저 탁 트인 공간만 전부인 것 같은 삭막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본인은 죽으면 재를 나무에 뿌려달라고 했던가?

하여간 그런 비스꾸므리한 말을 했다던데 후대에서 괜히 시체 가지고 썩지 않도록 하고 전시하는 모양새가 장난쳐놓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저 석기둥 잔뜩 세워진 곳이 호치민의 묘인데, 지금은 시신이 러시아에 가있다고...





그러나 그 황막한 광장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딱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 엄청난 크기로 나부끼는 베트남 깃발이다.

새빨간 바탕의 노란 별 모양은 뜨거운 열대 지역의 태양빛을 잔뜩 머금고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느낌으로 펄럭이고 있었다. 

빨강은 '혁명의 피와 조국의 정신', 별의 5개 모서리는 '노동자·농민·지식인·청년·군인의 단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광장에 대한 실망감을 품고 있던 찰나, 광장의 뒷편, 호치민의 살았다던 곳을 구경하러 꺾어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앞은 그렇게 아스팔트 빼곡히 발라놓아 삭막하더니만 뒷쪽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의 존재를 압도해왔을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다.

 

그 사이로 안어울릴 것 같은 샛노란 색의 궁전이 은근히 어울림을 뽐내며 서있다.

원래 호치민더러 저기 살라고 했는데, 너무 크고 화려하다며 '정원사의 집'을 주면 거기서 살겠다고 했단다. 그 다음부터는 외국의 국빈 숙소로 탈바꿈했다고.


 

중간중간 나무들이 꽤 장관인데, 이 나무는 2개의 나무가 서로 얼키고 설켜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노란 궁전의 더 뒷편으로 걸어가다보면 단층집이 몇개 나오는데, 호수 근처에 있는 저 집은 호치민의 집무실이었다고 한다.

베트남은 집 색깔이 원색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자연과 조화롭고 아름답다.

아니다.

나무가 많아서 그런건가?

자연이 그 울창함으로 제대로 감싸안아주고 있는 것일까?


 

호치민 집무실의 책상과 그 위에 붙어있는 마르크스, 레닌의 초상.

 

호수를 끼고 집무실 맞은 편에는 바로 호치민이 살았다던 그 집이 보인다.


 

아까 그 노란 궁전 대신 살았다는 집. 이 집도 왠지 정원사 대신 살 사람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할만큼 정취가 만만치 않은 걸.(편견인감? 그냥 이 동네 정원사는 이렇게? ) 계단을 올라가면 정확히 양분하여 침실과 서재가 있다. 정말 멋드러진 곳이다.


 

 

호수 주변에는 망고나무가 작은 밭에 심어놓듯 정갈하게 심어져있다.

호치민은 호수에서 고기 잡아먹고, 망고 가꾸고 따먹는 게 취미생활이었다고 한다.


 

베트남은 나무를 절대 함부로 베지 않는다고 한다. 그 덕에 도로 확장도 하지 않고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있다고. 이대로 개방정책이 가속화되면 과연 이 아름다운 정책이 잘 유지되려는 지 모르겠지만, 화장실 가운데 우뚝 솟은 나무가 멋지기만 하다.


 

 

기둥 하나 위에 세워진 절이라 하여 '일주사'. 둘러싸인 연못의 연꽃과 어우러져 운치가 장난이 아니다(O.O)b

 

일주사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붙어있는 이 녀석. 정체는 알수 없으나 정말 귀엽다.

 

 

이번 패키지에 함께 동행했던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호치민처럼 한 평생 목적과 사명에 충실한 활동가는 과연 무슨 재미로, 무슨 행복으로 살았을까 궁금했다고.

특히 호치민은 사생활이 무지 깔끔했나보다.

남녀 통틀어 나도는 연인 얘기도 없고 결혼도 안했고, 크게 알려진 놀이문화도 없고, 도박을 즐겼을 리도 없고... (사실 별로 자료 찾은 게 없어서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이대로의 사실만 보자면 그야말로 일 중독에 빠진 전형적인 활동가의 모습 아니겠느냐고?

 

그런데 살던 곳을 보며 깨달았다고...

 

'즐길 거 다 즐기며 제대로 살았구만!

활동가들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나도 적극 동감!

 

그곳에 가면

망고 나무 가꾸고 호수에 잉어 키우면서,

생선찜 요리와 과일을 즐기면서,

나무와 호수와 열매와 생선이라는 자연들을 벗 삼을 줄 알았던 여유로운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일은 그저 일 뿐인 것 같은데, 희한하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면 그 일 속에 사람이 묻어난다.

사람 마음이 조급하면 조급한 모양새로,

사람 마음 품이 넓직하면 일도 크게 품은 모양새로 나온다.

 

특히 사람 별로 없는 운동 진영에서 활동가들이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왕이면 좀 더 넉넉하고 여유롭고, 거칠 것 없는 소통의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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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6 21:16 2006/11/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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