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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게 없을지라도

지지난 주말 

또 다시 다녀온 산행길에서

보광사 내려오기 직전에 만난 수구암은

근처에 있는,  다 쓰러져가지만 독경소리가 들리는 도솔암과 달리

웅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당당한 절집이면서도도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수구암/ 암자치곤 당당한 절집이지만, 우리 일행 이외에는 인적이 전혀 없다.

 

 

우리는 물도 마시고, 다리도 쉴 겸 빈 암자로 들어섰다.

절 마당은 자동차 바퀴 자국이 있지만,

평소에도 인적이 별로 없는지 마당엔 풀이 가득 돋아나 있었고,

뽑지도 않고, 잔디처럼 짧게 깎아놓은 채로 있었다.

 

절마당/ 한여름 오후의 절마당은 텅 비어 고요하기만 하다.

 

 

암자의 샘물은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장마철이니 왠만한 샘물은 다 넘쳐나겠지만,

이곳 샘물은 아마도 장마철이  아니어도 사철 넘쳐날 것 같았다.

그만큼 절 위로 산이 높고 계곡이 깊기 때문이다.

 

 

샘물 아래에 있는 생태연못/ 물이 흐린 것 같아도, 돌틈마다 가재굴 흔적이 보이고, 물고기도 제법 있다.

 

생태연못 수련잎 위에 앉아있는 참개구리/ 어디로 튈까??? ㅎ

 

  

방학 4주차다.

 

그동안 몹시 아프기도 했고,

미친듯이 어울려 정신없이 떠들고, 취하도록 술을 마시기도 했고...

한 없이 행복해 하기도 했고,

쓸쓸해 하기도 했다...

 

물론 나를 만났던 사람들도 많은 이들이 그러했을 것이고,

그중 상당수는 좋든 싫든 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조를 그만두고, 공부가 일상이 되었고,

더욱이 방학이니 단조롭기 그지 없는 일상이련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한 게 아니고,

설령 세상이 요동친다고 해도 내가 예전보단 적게 영향을 받으니

내마음의 기복은 순전히 '나' 자신의 문제이리라...

 

 

수구암 앞길/ 누군가에게는 들어오는 길이고, 누군가에게는 나가는 길이다. 길은 그저 길일 뿐인데도 말이다.

 

 

옛 시인은 홀로지새우는 긴 겨울밤을 잘라

정인과 만나는 날 보태고자 했다지...

 

삶에 있어 그처럼 일편단심은 내 몫이 아니겠지만,

요동치는 흔들림은 없었으면 좋겠다.

 

넘치는 것을 덜어 모자란 것을 메워,

저 길처럼, 저 암자처럼, 있는 그대로 의연했으면 좋겠다.

 

아니. 그만큼은 아니어도 기복이라도 적었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서도, 주변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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