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먼 곳에서부터

1.

 

오늘은 문득 황매(黃梅)가 보고 싶었다.

정독도서관 정문에서 왼편으로 있는,

얼핏 보면 시멘트와 돌담벼락이 황량한 곳,

그곳이 황매가 늘 피어있는 곳이다.

 

담벼락에 핀 황매

 

 

맘이 편치 안아서인가.

아님 지하철 냉방이 너무 세서인가.

지하철을 벗어나니 비온 뒤끝이라 6월 햇볕이 쨍쨍 내려 쬐는데도

몸은 으실으실 춥다.

 

그래도 풍경이 좋은 북촌을 지나니 다행이었지만,

이곳에 다다르니 이제 몸이 쑤시면서 열이 난다.

 

 

2.

 

이곳의 길 이름은 「그대에게 가는길」이다.

 

「그대에게 가는길」 - 작가 김학량이 황매를 새겼다.

 

「그대에게 가는길」/ 황매가 새겨진 골목에는 시인들의 시들도 군데군데 걸려있다.

시인들 표시 오른쪽이 정독도서관이다.

 

 

예전에도 왔었는데,

그래서 시들을 예전에도 보았는데,

오늘은 여러 시인들의 시 가운데 김수영의 「먼 곳에서부터」가 눈에 뛴다.

 

김수영의 시 「먼 곳에서부터」

 

 

김수영.

난 그의 소시민적 감수성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시를 보니 아마도 시인은

1년이라는 세월에 그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그것은 4.19혁명을 뒤엎은 5.16쿠데타일 수도 있고,

순전히 개인적인 기억일 수도 있겠다...

 

열 나고, 욱씬거리는 몸으로 이 시를 보아서인가,

아님 혼란스러운 심사 때문인가.

어찌됐든 이 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3.

 

황매가 피어 있는 이 길은

물론 황매만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꼬들빼기가,

때로는 장미가,

때로는 수국이,

때로는 능소화가 함께 피어 있다.

 

화강암 축대 돌 위에 선명히 핀 황매 한송이

 

담벼락에 간신히 매달려 피어 있는 꼬들빼기

 

황매 맞은 편 담장 위에 피어 있는 능소화

 

져서 골목길에 떨어진 능소화

 

 

그러나

황매든,

꼬들빼기든,

장미든,

수국이든,

능소화든,

그것을 보는 사람이든,

 

... 이름 없이 홀로 피었다 지기도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