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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문국현이라는 고수의 출현(9)
    풀소리
  2. 2007/07/21
    보랏빛 꿈
    풀소리
  3. 2007/06/20
    이렇게 계속해도 되는 걸까?(1)
    풀소리

문국현이라는 고수의 출현

사람들이 문국현을 언급할 때 난 별로 관심조차 없었다.
범여권의 그렇고 그런 후보들 중 하나이겠지. 또는 기업을,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냈으니까 상품성이 조금은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25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문국현의 대담 기사를 보고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국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수의 숨결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대담기사를 보고 난 이 사람이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왜냐하면 여권의 다른 어떤 후보들도 제시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전혀 다른(다르게 느껴지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중이 갈망하는 패러다임을 그것도 아주 친숙한 언어와 사고체계로 말이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 출처 : 오마이뉴스

(▲ 문국현 후보는 "재벌이 일자리를 100만명 줄였다"며 "일자리를 줄인 지도자가 무슨 국가 지도자냐, GDP가 늘어나도 일자리가 줄었다면 소수만을 위한 경제이며 그것은 가짜 경제"라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국현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은 ‘불안하고 희망 없는 천민(賤民) 자본주의의 나라’가 아니라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입국(立國) 번영의 나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신자유주의’를 포기하고 ‘복지사회’로 가겠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100만명의 일자리를 줄인 대기업에 아부하는 사회, 그래서 5%만 행복한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나머지 95%가 불안한 삶을 사는 현실을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대학생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무섭다. 솔직히 무섭다. 그가 현재 대중들에게 절실한, 당선이 되기 위해 절실한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섭다. 그 감동이 5년 후 저주로 바뀔지라도 말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은 대중적으로 어떤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가? 우리가 제시하는 것이 대중적으로는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가?

내가 문국현이 무서운 건 문국현이 대중적으로 먹힐 것 같고, 문국현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한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다시 한 번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아서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문국현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이 매우 한계가 있으며,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문국현은 95%를 고통스럽게 하는, 우리 사회를 가장 크게 규정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이며,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바꾸겠다는 정도의 대안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55%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10%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무서운 것은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을 할, 그래서 95%의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민주노동당보다 대중적으로 잘 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달리, 그가 자본주의자인 만큼, 그는 우리 사회의 친숙한 언어로 최소한 다르게 보이는 패러다임을 주창하고 있고, 공감이 갈 문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좀 더 근본적임에도 우리의 정책이 우리가 제시하는 패러다임이 어쩜 누군가 말하는 대로 대중 속이 아니라 창고 속에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  ▷ 출처 : 중앙당


나는 우리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을 폄하하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경제적 민주주의의 지체에 대하여 누구도 제창하지 않았던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그 독점적인 시간을 가졌음에도 우리는 대중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에 문국현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중 속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그것도 그의 패러다임 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믿는 다수의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이 그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여권은 현재 대통령 권력을 가지고 ‘건곤일척’의 다툼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고 하고 있고, 거의 그들의 목표에 다다른 듯 보인다. 여권은 여권대로 이번에 또 한 번 잡으면 한나라당은 해체될 것이라며 온갖 종류의 흥행몰이를 구상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 흥행몰이의 정점에 문국현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는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하고 있다. 경선을 치루면서 우리 당은 4.15 총선 이후에 보인 당내 선거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정파의 패권을 선거를 통해서 관철시키려는, 당의 발전보다는 자파의 승리에 연연하는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 이른바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희망을 걸어야 할 곳은 민주노동당 뿐이라는 게 명백하다. 다수의 당원들도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당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당 강령에 충실하고, 95% 서민의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서민들에게 분명한 희망을 주는, 그래서 서민들이 승리했다고 믿게 할 그런 후보가 뽑힐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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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꿈

1.

오늘 서울역에서 있은 'KTX 새마을 투쟁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문화제'는 뉴코아 홈에버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병력에 의한 강제 연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겸했다.

 

모처럼 서울역을 들썩거리게 하는 스피커 용량이 시원했다.

 

뉴코아 홈에버 파업투쟁과 강제 연행은 독재정권 시절 분신투쟁처럼 눈물이 속으로 맺히어 아린, 가슴 아픈 분노를 안겨주었다.

 

  경찰이 투입되는 순간 눈물을 삼키는 이랜드 노동자  ▷ 출처 : 프레시안

 

파업에 참여한 아줌마들. 그들은 평생 파업이나 데모의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80만원짜리 일자리. 하루 10시간씩 서 있는 작업환경. 그들이 그런 일을 하게 된 배경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절박하지 않은 이 있으랴...

 

그런데, 이랜드 자본은 혹여나 이들이 정규직이 될까봐 사정없이 짤라버렸다. 참으로 잔인하단 말 이외 달리 할 말이 없다.

 

저들은 경찰 권력을 투입하고, 강제 연행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써비스 연맹 위원장은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강하게 항의하지만, 사실 법을 어기면 또 어떠랴. 법이란 게 정의는 아니지 않는가? 사람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반 인간적, 야수적 조항으로 가득한 법 좀 어기면 어디 대수랴. 그런 법을 어기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저들에게 야합하는 게 아닌가?

 

차라리 법의 본질을 폭로하고, 법과 정치와 우리 아줌마들 삶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다수가 되면 우리가 자본을 탄압하는 법을 만들어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랜드의 폭군 박성수를 체포하고, 경총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악법에 정면으로 맞서는 불복종 운동으로 나아가는 게 올바른 투쟁방향이 아닐까?

 

오늘 강제 연행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구속되겠지만, 내일 또 2진으로 점거투쟁에 나서고, 또 연행되면 또 나서고, 그러면 나처럼 어영부영하는 사람도 3진이나 4진 쯤으로 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후미를 이울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인데...

 

2.

오늘 집회는 원래 KTX 노동자 파업(해고)투쟁 500일을 기념한 것이었다.

휴~ 500일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물론 더 한 곳도 많이 있지만...

 

오늘 투쟁문화제는 여러모로 특색이 있었다. 공공노조 소속 예술인 조합원의 다양한 노래와 공연이 그러했고, 특히 내겐 걸개그림이 그랬다.

 

        문화제 걸개그림

 

우선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성이 놀라웠다.

 

정말 걸개그림처럼 보랏빛으로 가득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초롱한 꿈이 밤하늘의 뭇별처럼 반짝거릴 수 있다면... 인간으로 살 수 있다면...

 

그러나 돈의 권리 앞에 사람의 꿈도, 사람 자체도 사라져야 하는 현실이 가슴 저리게 아프고, 화가나고, 눈물이 난다.

 

부디 우리 노동자들이 꿈도 꾸고, 자아도 실현하여 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세상이 빨리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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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 6시에 집회에 참석해 서울역 쪽 계단에 앉아 있어 무대 걸개 그림을 온전히 보지 못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쉽다.

 

사족 2 : 그래도 neoscrum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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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해도 되는 걸까?

햄릿도 아닌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조직적으로, 집단적 이성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나선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물론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그러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민주노총 산하조직의 간부직을 맡고 있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을 맡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것은 조직이고, 집단적 이성이라고 믿고 있지만,

민주노총이 그러하듯, 민주노동당이 그러하듯 나 또한 무기력하기 그지 없다.

그 '조직'을 개혁할 힘도, 그 '집단적 이성'을 변화시킬 능력도 같고 있지 않기에 난 더더욱 무기력하다.

 

능력이 없으면 철저하긴 한가? 아니다. 나날이 나태해지고, 개인주의로 바뀌어 갈 뿐이다.

 

세상에 대하여, 특히 조직에 대하여 이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자격지심이 드니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계속 넘어가기만 한다. 그러니 어쩌다 하는 말들은 푸념에 불과하다.

 

그래도 푸념이라도 해야하겠지. 내가 뱉어 논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도 나태해지고, 개인화되는 걸 늦출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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