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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9/26
    밤코스모스(4)
    풀소리
  2. 2006/08/27
    칡꽃(2)
    풀소리
  3. 2006/08/15
    한해살이 꽃(1)
    풀소리

밤코스모스

지난 주 목요일이었던가. 선배로부터 모처럼 전화가 왔다. 시간 되면 일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모처럼 선배가 온다기에 최근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배와도 연락을 했다. 여러모로 가늠한 끝에 여의도에서 술자리를 잡았고, 선배와 후배 그리고 나, 또 다른 멤버 2명, 이렇게 모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밤길에서 본 코스모스

 

옛날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온순하고 사려깊은 성격들... 술자리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너무나 좋았다.

 

어디 1차에서 그칠 우리들인가! 2차는 인사동 천강으로!

천강 주인은 선배가 아는, 아주 친한 후배다. (친한 후배라는 게 독이 되었는지 나중에 내온 '백초술'의 가격이 5만원이다. ㅠㅠ)

 

연대앞 정류장 가로등 위에 걸린 꽃화분

 

술자리를 파하고 종로에서 우리는 헤어졌고, 난 광화문까지 걸어가기 싫어 연대앞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연대 앞에서는 집앞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버스를 갈아타고부터 술기가 점점 퍼지면서 잠이 스르르 들었다. 깜빡하고 눈을 뜨니 집에서 두어 정거장을 지난 허허벌판을 달린다.

 

얼른 내렸다. 걸어서 15-20분이면 갈 거리지만 캄캄한 밤이라 택시라도 타고 가려고 했지만, 빈 택시도 서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선 길이 호젓하고 참 좋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고, 바람은 한없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밤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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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꽃

3. 칡꽃


오전 10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다. 정시에 도착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우르르 몰려갔다. 별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실 전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성원’을 걱정했다. 보건의료노조 교섭이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조합원 총회 등으로 대의원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고, 공무원노조도 정부의 탄압으로 어려움이 있다.


난 자리를 잡은 뒤에 아예 밖으로 나왔다. 장내 정리를 하기 위해 끝없이 자리를 옮겨달라는 요청이 있을 것이고, 하여간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본 대회는 시간이 좀 지나서나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아침에 정윤광 위원장님과 함께 갔던 길로 산책을 떠났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말이다.


그것은 이성의 저항을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서서히 제압하는 몽롱한 유혹이다. 유혹에 저항하지만 점점 무장해제당하는 이성이 짙은 안개 속 같은 알 수 없는 혼미한 쾌락으로 빠져드는 몸뚱아리를 힘겹게 움켜잡아도 패배는 명백하게 예정돼있다. 패배한 이성은 마지막 탄식을 하며 소멸되어간다. 아~!


내가 칡꽃의 향을 느낄 때의 감성이다. 몽롱한 달콤함. 그 꽃의 향기를 언젠가 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표현을 매우 독특하다고 했고...


칡꽃의 향기를 제대로 맡으려면 한여름 햇볕이 왕성이 내리쬐는 오후 2시쯤이 제격이다. 이때쯤이면 작열하는 태양에 광합성은 최고로 왕성해진다. 광합성이 얼마나 왕성한지 뿌리와 줄기가 미쳐 땅속 물기를 충분히 대주지 못할 정도다. 헐떡이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잎새들은 축축 늘어지고, 그 숨 속에는 향기가 있어 이때에는 칡꽃뿐만 아니라 칡 잎새와 줄기 모두에서 칡꽃향이 나온다.


여름, 특히 지금쯤 차를 타고 산길을 간다면 에어콘을 끄고 차창을 열어 보자. 문득 문득 알 수없는 향기가 스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칡꽃 향기일 것이다.


난 길을 걷다가 칡꽃 향기에 취해 주변을 들러보니 칡덩굴이 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아스팔트길 위로까지 여기저기 뻗어있다. 꽃은 보이지 않지만 잎이나 줄기를 들춰보면 그 속에 보랏빛 꽃송이가 숨어 있겠지. 그러나 굳이 찾아보고 싶진 않다. 거기에 있음을 안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칡향에 빠져 사진도 못 찍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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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살이 꽃

꽃.

그 중에서도 한해살이 꽃은 참 서민적인 것 같다.

여러 한해살이 꽃들을 뭉뚱그려 ‘서민적’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달리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커다란 저택은 왠지 여러해살이 나무 꽃들이 연상된다. 목련, 장미, 모과, 배롱나무 등등...

반면 서민들의 집을 떠올리면 나팔꽃이며, 수세미, 봉숭아, 맨드라미 등 한해살이 꽃들이 연상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가다, 사는 이는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노인들뿐일 것 같은, 허름한 농가에도 여지없이 둘레둘레 피어 밭을 이룬 한해살이 꽃들을 보면 참으로 정겹다. 하지만 제법 가꾼 흔적을 보면서 안심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년에도 또 피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고, 막막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아마 하루하루 한해한해 위태롭게 이어가는 그 집주인의 힘겨운 삶이 한해살이 꽃들과 겹쳐져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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