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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20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6/21
    시네마 천국(1)
    풀소리
  2. 2005/06/03
    메밀, 메밀꽃
    풀소리
  3. 2005/05/30
    음악, 노래.(1)
    풀소리

시네마 천국

시네마 천국

 

가위를 들고 조금이라도 필름을 더 잘라내려 눈동자를 번득이는 신부의 검열도 없었다.
물론 안타까워 가슴 졸이던 영화기사 알프레도도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이들은 모여 앉아 영화에 몰입하고 환호했다.

 

      영화에 빠져든 아이들

 

 



동네에서 영화보기.
특히 더운 여름날 저녁, 동네공원에 모여 영화보기.
참으로 멋진 기획이다.

 

      준비한 홍보 현수막/ 그런데 안타깝게도 걸지 못했다. 이유는 ~ ?

 

지난 토요일(6월 18일)
우리 동네(고양시 원당) 소공원에서 영화 「슈렉 2」 상영이 있었다.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 원당분회에서 기획한 좋은 동네 만들기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영화가 상영된 조그마한 공원에는 아이들로 바글댔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였고, 엄마들과 드물게 아빠들도 보였다.
첫 번째 상영이고, 단 하루 홍보전단을 붙인 것에 비하면 대 성공이었다.

 

       대부분 이미 봤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좋아한다.

 

물론 몇몇 돌발사태도 있었다.
현수막집 사장님이 전달하는 걸 잊고 퇴근하여, 현수막을 걸지도 못했고,
뒷줄에 삼삼오오 몰려 선 엄마들 중 '선거가 가까이 왔나보지'라며 고까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11시에 시작하는 브라질과의 청소년 축구도 보여달라고 떼쓰는 아빠들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즐거운 「한여름 밤」이었다.

 



영화홍보 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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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메밀꽃

엇! 저게 뭐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앉아서 보니 누가 일부러 키운 것도 아니다.
빗물에 실려온 조그만 흙덩이에 용케 싹을 틔웠나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가는길,
팍팍한 시멘트 포장도로 옆에 기적처럼 피어난
메밀, 메밀꽃이다.

 

 

잎새가 조금 시들어 있다.
6월의 햇살을,
숨막히는 광합성을
조그만 흙덩이가 품은 물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가보다.

 

그래도 싱싱한 꽃을 피웠다.
머지 않아 열매도 맺겠지.
여린 순이 부러질까봐
빗물통에 살짝 동여놓은 손길이, 시선이 아름답다.

 

온통 시멘트 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자란 메밀, 메밀꽃

 



서울본부 앞길은 내 통학로였다.
옛날 다니던 중학교를 보고 한 컷 찍었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사간 동북중학교다.




멀리 보이는 흰 건물들이 내가 다니던 옛날 동북중학교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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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노래.

* 뻐꾸기님의 [음악 이어받기(젊은바다로부터)] 에 관련된 글.

음악. 노래.
난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설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의 나는 제일 못하는 게 책읽기와 노래부르기였다. 나도, 나도 할 분들이 있겠지만 부끄럼을 타는 정도가 특히 심했다.
국어나 영어시간에 돌아가며 책읽기를 할 때면 늘 긴장되고 진땀이 났다. 음악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보기 위해 마지못해 노래를 할라치면 하늘이 노래졌다. 우리 가족과 친척들은 한 때 내 노래를 듣는 게 소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적성검사에는 음악 점수가 제일 높았다. 놀라웠다.

 

마흔이 넘고, 언론 인터뷰에 방송까지 출연하면서 부끄러움은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노래는 영 낯설다. 물론 투쟁가는 무수히 불러왔지만 말이다. 혼자 음악듣기도 제대로 못하는 건 가난한 성장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난 나를 위한 뭔가 장비를 산 것은 10여년 전 회사 다니며 산 아이와 카세트와 지난해 말에 산 디카가 고작이었던 것 같다. 물론 전에도 있겠지만 기억나는 건 그렇단 말이다.

 

뻐꾸기님의 이어가기 바톤을 받고 순간 당황했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노래가 몇 곡이지만, 단편적인 가사 정도였을 뿐이다.
온전한 것은 지난 2월 초순 내가 진보 보로그를 막 개설하고 났을 때 누군가의 불로그에서 들은 정태춘, 박은옥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노래다.

 

그때의 느낌과 그 노래로 뻐꾸기님에게 보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이에게 바톤을 넘길 자신도 없다. 용서하시라.



문득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을 보고
서늘한 상념에 잠시 기억을 멈추었다 클릭한다.

 

정태춘, 박은옥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다
노래가 흐르고, 가슴 시린 기억과 상실감이
차갑게 아스팔트에 젖어드는 겨울비처럼 무겁게 내린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다려도 아직 오지 않은 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막차가 떠나고 남은 거리에
아직도 첫차를 기다리는 이 누구인가.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정태춘/박은옥)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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