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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7
    어른스럽다는 거...(3)
    풀소리
  2. 2006/09/26
    밤코스모스(4)
    풀소리
  3. 2006/09/16
    귓병(5)
    풀소리

어른스럽다는 거...

오늘은 성연이와 송추로 등산 갔다.

아니, 등산이라기보다는 소풍이 가까웠을 것이다.

아내는 의정부에 문병가고, 문병가는 일행의 차를 얻어 따고 송추에 갔다.

 

송추 등산로 입구에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중국집이 있다.

산 속에서 핸드폰이 안 돼면 2시에 문병가는 일행과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미 단풍은 시작되었지만 가뭄으로 단풍이 메말라버렸다. 물이 가득하던 계곡도 저렇듯 물 하나 없고..

 

산 속으로 들어가니 핸드폰이 불통이다.

오래 된 가을 가뭄으로 계곡물은 바싹 말라 바닥이 모두 드러나 있다.

막 시작된 단풍도 화려한 빛깔을 내기도 전에 말라버린 것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핸드폰이 불통이라 2시까지 맞추려고 송추폭포까지도 올라가지 못 하고, 가지고 온 과자와 과일 그리고 물을 꺼내놓고 소풍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하니 아이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쉬지 않는 재잘거림... 그리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퀴즈도 내고 또 풀고...

 

2시를 맞춰 내려오다가 전화를 하니 아직도 문병중이란다.

환자 상태가 이미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정도로 중태라고 했는데... 그래서 오래 문병하진 못 할 거라고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그래도 2시까지는 아내 일행이 중국집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하고 성연이와 난 팍팍한 아스팔트 길을 내려왔다.

 

"이모가 우리 차 태워주면 좋을 텐데. 그치, 아빠."

 

나도 성연이 못지 않게 아스팔트길을 걷는 게 힘들었다. 그것도 여름햇살 버금가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말이다.

 

중국집에 도착한 시간이 2시 5분.

 

"성연아, 우리 먼저 먹을까. 배도 고픈데."

"아니야. 배는 고프지만 같이 먹어야 의리지."

"그럼 중국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자."

"그래."

 

근데 왠걸. 중국집은 추석연휴로 휴무다.

아휴. 이 땡볕에 어디가서 기다린담.

 

우리는 길을 건너 하나로마트 옆 골목 그늘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뒷길을 헤메기도 하고,

쓰레기장이 곁에 있는 길가 그늘 옆에서 햋빛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변의 작은 돌들을 모아놓고 구슬치기도 하고...

 

하여간 시간은 2시 30분이 넘었고, 40분이 넘었다. 이렇게 시간 만 갔다.

 

그러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추 거의 다 와간다는 거였다.

 

성연이가 막 화를 냈다.

 

"뭐야. 아직도 안 오고!"

"정말, 양심도 없다. 그치?"

"응. 정말 양심도 없어! 정말 어른스럽다."

 

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왠지 막 공감스러웠다. 양심이 없음과 어른스러움이 같은 뜻이라는 말이...

 

"성연아, 양심도 없는 게 어른스러운 거야?"

"크크. 짱구가 한 말이야~. 사실, 어른스럽지 못 하다고 해야 하는 건데... 캬캬."

 

어른스럽다는 건...

양심과 책임, 뭐 이런 것 하고 관계가 있을 터인데...

어찌돼었든, 참 힘들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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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코스모스

지난 주 목요일이었던가. 선배로부터 모처럼 전화가 왔다. 시간 되면 일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모처럼 선배가 온다기에 최근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배와도 연락을 했다. 여러모로 가늠한 끝에 여의도에서 술자리를 잡았고, 선배와 후배 그리고 나, 또 다른 멤버 2명, 이렇게 모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밤길에서 본 코스모스

 

옛날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온순하고 사려깊은 성격들... 술자리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너무나 좋았다.

 

어디 1차에서 그칠 우리들인가! 2차는 인사동 천강으로!

천강 주인은 선배가 아는, 아주 친한 후배다. (친한 후배라는 게 독이 되었는지 나중에 내온 '백초술'의 가격이 5만원이다. ㅠㅠ)

 

연대앞 정류장 가로등 위에 걸린 꽃화분

 

술자리를 파하고 종로에서 우리는 헤어졌고, 난 광화문까지 걸어가기 싫어 연대앞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연대 앞에서는 집앞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버스를 갈아타고부터 술기가 점점 퍼지면서 잠이 스르르 들었다. 깜빡하고 눈을 뜨니 집에서 두어 정거장을 지난 허허벌판을 달린다.

 

얼른 내렸다. 걸어서 15-20분이면 갈 거리지만 캄캄한 밤이라 택시라도 타고 가려고 했지만, 빈 택시도 서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선 길이 호젓하고 참 좋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고, 바람은 한없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밤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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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병

한 열흘쯤 됐나보다. 귀에서 진물이 흐르기 시작한 지가 말이다. 어떨 때는 ‘줄줄’이라는 의태어가 어울릴 정도로 흐르기도 했다. 병원에 가지 않는 날 보고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하곤 했다.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왜 병을 키우냐고 말이다.


그 동안 사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설마 병원 갈 시간이 아주 없었겠냐만, 어쨌든 바빴던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병원가길 싫어하고, 자신의 몸(건강)에 대하여 무관심인 편인 성격이 맞물려 시간을 질질 끌었다.


오늘 지방 출장에서 돌아오는데, 귀가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오늘 병원에 가지 못하면 월요일까지 참아야 한다. 주 5일제 병원도 많은데 어떻한담.


일단 인터넷 검색을 했다. 다행이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화정에 좋은 이비인후과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추천하는 의사가 있었는데, 마침 그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막상 병원을 가기로 결심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큰 병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다. 돈과 시간도 문제지만 병원 가는 것, 병원 사람 만나는 게 나에겐 고역이기 때문이다.


병원 진료 의자에 쫄아서 앉아 있는데, 의사 하는 말이 고막에 구멍이 있단다. 언제 다쳤냐며, 일단 나아도 또 진물이 날 수 있단다. 고막에 구멍이 날 정도로 다쳤다면... 바로 생각나는 게 고등학교 2학년 수학시간이었다.


수학만큼은 곧잘 하는 난 그날은 웬일로 평소 잘 하지 않던 예습까지 해 갔다. 그러니 수업시간이 너무 심심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고 해서인지 새로 산 구두 뒷금치가 책상 밑 발을 올려놓는 2개의 가로막대 사이에 끼어 잘 빠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고개를 수그리고 발을 빼는데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엄습했다. 수학선생이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짜고짜 뺨을 때린 것이다. 그 순간 너무나 어이없고, 부끄럽고, 뒤 이어 화가 나고, 하여튼 기분이 무지 나빴는데, 문제는 고막이 너무 아프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생은 내가 맨 앞자리에서 앉아 있으면서도 잔 것으로 착각했는지 모르지만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뺨을 때린 건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하여간 그 때 고막이 잘 못된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가보지도 않았고...


지지난 주 성연이가 목욕탕에 가자고 졸라 미안한 마음에 함께 갔다. 성연이는 목욕보다 물  속에 노는 걸 좋아한다. 성연이는 수경에 스크롤을 가지고 신나라 하며 목욕탕에 갔고, 그곳에는 냉탕이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냉탕이 있어 더 좋아라 했다. 나도 성연이를 따라 냉탕에 들어간 김에 수영을 하고 놀았는데, 그때 중학교 아이들이 물장난을 너무 심하게 해 물 파도가 갑자기 귀를 때렸고,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 날인가부터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고등학교 수학선생이 저지른 만행(?)이 여전히 내 기억뿐만 아니라 몸에도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또 다시 화가 난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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