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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5
    11월
    손을 내밀어 우리
  2. 2013/11/05
    10월의 끝
    손을 내밀어 우리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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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운전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예년 같으면 벌써 은행잎들이 다 떨어졌을 때인데.... 그런 기억을 더듬으며 썼다.

 

<11월>

 

오늘도
반팔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도대체 언제까지 반팔로 나다닐 거냐고
누군가 놀려대기에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내 가을이 끝난다고 했다.

 

10월 하순이면
연구단지 가로수들은 일제히 옷을 벗고
샛노란 은행잎들이 떼지어 몰려다니곤 했는데
오늘 아침에 만난 은행나무들은
여지껏 녹색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까 반팔은 내 탓이 아니다.
봄 가을은 슬그머니 사라져 가고
올해 겨울은 기세가 더 꺾일 것이다.
사과나무 북방한계선이 휴전선 넘어가면
겨울에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11월의 내 반팔보다 그게 끔찍하다.

 

농반진반으로 너스레를 떨어 보지만
세월이 흘러도 풀기 어려운 문제는 쌓여만 간다.
고공, 천막, 노숙, 심지어 고압 송전탑까지
사시사철 그칠 줄 모르고
죽지 말자 함께 살자 외치는 목소리.
아우성쳐도 저들은 들은 척 하지도 않고
기세 꺾인 겨울일망정
자주 한계를 넘나드는 고통이다.

 

법치보다는 감시와 폭력,
공존보다는 증오와 배제,
불감증을 일상화하는 뉴스와 댓거리들,
그 사이 어딘가쯤에서
분노와 무력감 사이를
온탕과 냉탕처럼 오가다 보니
반팔은 사치이고 허영인 듯 자꾸 맘이 쓰인다.

 

솔직히 말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내 몸이 따스해지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드러낸 살갗에 와닿는 싸늘한 공기와 바람이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조용히 일깨워 주곤 한다.
(201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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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

<10월의 끝>

새끼 손가락 하나라도 삐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아프면 우리 몸의 균형이
일순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쓸개를 떼어내고 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평소 이름조차 모르던 장기 하나라도 병들면
몸이 아무리 튼튼한 사람도...
졸지에 시한부 생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 했던가,
자신의 일터에서 내쫓기고
대대손손 이어온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어
서릿발 내린 아침에 한뎃잠 자는 이들을 보라.

10월의 끝에 서서 다시 세상을 내다본다,
어쩌면 사소하거나 이름모를 존재들이
도탄에 빠져 절규하는 소리 가득하다.
이걸 모르는 체 하면서 이른바 대한민국은 영생을 꿈꾸는가.
(2013. 10. 31)

대동제라고 낮부터 종일 술만 마신 날,

초저녁부터 자다가 새벽 1시에 깨어나 주절주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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