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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4/01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1)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9/02/24
    특례를 집대성한 특별법안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9/02/11
    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9/02/03
    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손을 내밀어 우리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1)

[110401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_1.hwp (14.50 KB) 다운받기]

 

미디어충청에 보내려고 간략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그동안 상황을 되돌아보느라고 제법 시간이 걸렸다.

 

피시방에서 4시간을 낑낑거렸다.

과학벨트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고민이 있는데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1)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에 관한 논란이 끝이 없다. 정치권, 지자체, 시민사회까지 지역별로 나뉘어져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과학벨트가 무엇인지, 왜 과학벨트를 하려고 하는지,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어떤지, 그 계획은 과연 바람직하며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하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고 입지 선정을 둘러싼 대립은 첨예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과학벨트 논란을 차분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과학벨트의 기구한 운명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 이명박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특강에서 과학기술분야의 2대 핵심프로젝트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과 '신에너지기술개발로 에너지 자립국 실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충청남도편을 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라는 제목 아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여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대한 공약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된 이후 과학벨트 공약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그 해 10월부터 불과 석달 남짓 논의를 거쳐 2009년 1월 1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29차 본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채 한달도 안되는 2월 10일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학벨트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월 12일에 국회로 넘겨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추진되어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입지선정까지 끝내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과학벨트 특별법안은 입지선정을 충청권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충청권의 반발을 사는 한편 각 지자체간에 각축적이 시작되었다. 뒤이어 세종시의 역할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수정안이 대두되면서 과학벨트의 세종시 유치가 수정안의 핵심이 되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6월 29일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다시 오리무중이 되었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 부수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 과학벨트 특별법이 동시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초에 대덕특구를 방문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대선 공약의 당사자가 폭탄발언을 했다. 2011년 2월 1일 오전 방송 3사가 생방송으로 중계한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했던 것 뿐이며, 위원회가 발족해서 백지상태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명백한 거짓말을 내뱉었다.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공약 백지화 선언에 반발하여 충청권이 들고 일어났다. 범충청권 시도민 궐기대회가 열렸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했으며, 거리에는 과학벨트 사수 플랭카드가 나부끼기 시작했다. 충청권만 떠들썩한 것이 아니다. 영남권과 호남권도 각각 과학벨트 유치 당위성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의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대전, 대구, 광주 내륙 삼각벨트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해 12월 8일에 국회를 통과한 과학벨트 특별법은 2011년 1월 4일에 공포되었고, 4월 5일부터 시행된다. 과학벨트 특별법 시행을 앞둔 3월 29일에 그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과학벨트)에 관한 구체적인 것은 (법이 시행되는) 4월 5일 이후 총리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검토하여 상반기 중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벨트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과학벨트의 운명은 기구하게 흘러왔다.

 

과학벨트는 경제자유구역의 판박이

 

'과학벨트 특별법'부터 보자. 과학벨트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과학벨트 기본계획의 수립(제8조-제10조), 기초연구환경의 구축(제14조-제27조), 비즈니스환경의 구축(제28조-제35조), 국제적인 생활환경 조성(제36조-제47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대형 기초과학연구시설(중이온가속기) 설치 등을 포함하여 과학벨트의 개념에 관한 내용은 파악하기에 앞서, 입법 목적과 기업과 외국인에 대해서 특혜를 부여하는 내용을 우선 살펴본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2003년 8월 6일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 이후 부산/진해와 광양망권이 03년 10월에 지정되었고, 08년 5월에 대구/경북, 황해, 새만금/군산이 추가로 지정되어 현재 6개 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에 대해서는 갖은 특혜를 주는 반면에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주휴, 생리휴가 무급화, 파견제 확대 허용, 단체행동권 제약,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며, 심지어 조세징수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이 법 제정을 막기 위해서 2002년에 노동자들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끝내 막지는 못했다.

 

'과학벨트 특별법'은 입법 목적과 특혜의 내용이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흡사하다. 과학벨트 특별법의 목적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및 지원을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비즈니스가 융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과학벨트 특별법 제1조)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1조)이 목적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특별법은 그야말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과학벨트 기본계획은 다른 법률에 따른 계획에 우선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도 마찬가지로 다른 법률에 따른 개발계획에 우선한다(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3조). 물론 이 두개의 특별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국토기본법에 따른 국토종합계획,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등 관리기본계획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벨트에서 한가지 더 추가된 것은, 과학벨트 특별법에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특례를 정한 제29조부터 제31조까지의 조항과 제6장(제36조부터 제47조까지)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며, 만약에 다른 법률에서 과학벨트 특별법보다 더 규제를 완화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에 따른다는 것이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1항).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

 

과학벨트 특별법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에 따른 특혜의 내용을 일부 열거해 본다.

 

과학벨트에 입주하는 외국투자기관(외국인투자기업, 외국연구기관)에 대하여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며, 외국투자기관에 임대하는 부지의 조성, 토지 등의 임대료 감면, 의료시설/교육시설/주택 등 외국인 편의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를 감면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29조). 공공연히 조세징수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30조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정한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업종을 초과하여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장애인과 고령자의 고용은 기대할 수 없다.

 

국제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미명 아래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특혜는 즐비하다. 출입국관리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 거점지구에 근무하는 외국인에 대한 사증 발급 절차와 체류기간의 상한선에 특혜를 부여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36조). 외국투자기관과 외국인의 편의증진을 위하여 공문서를 외국어로 발간/접수/처리한다(제37조). 방송법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외국방송을 재송신하고(제38조), 주택을 특별히 공급하며(제39조), 외국인 자녀 전용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한다(제40조). 외국인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제41조), 국제고등학교 등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지원하고 외국인 교원을 임용한다(제42조).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 전용 약국도 개설하며(제43조, 제44조),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은 온천법에 따른 보양온천의 설치/운영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제45조). 문예회관/도서관/박물관 등을 포함한 문화시설, 관광/숙박/위락시설 및 체육시설이 우선 설치되거나 유치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제46조).

 

한 마리 토끼부터

 

기초과학과 기초연구역량의 획기적 진흥과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과학벨트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에만 매달리는 내용만을 나열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도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3조5천억원의 투자계획과 20년간 생산유발효과 235조9천억원, 고용유발 212만2천명이라는 과장된 선전에 장밋빛 환상을 갖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 상황은 무척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서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갖가지 특례로 화려하게 치장한 특별법을 내놓고 정작 과학기술은 정치적 공방의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 앞에서 과학기술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과학벨트의 개념, 과학벨트가 진정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담보할 만한 것인지,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에 이어가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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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를 집대성한 특별법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3): 특례를 집대성한 특별법안


과학으로 포장한 종합선물세트

정부가 발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벨트)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총 3,000명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ABSI)을 설립한다. 대형연구시설로서 중이온가속기 설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지속성장 도시 조성을 위한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한다. 과학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국제적 도시환경을 조성한다. 기초과학 거점을 조성하고 지역연구거점과 네트워크화한다. 이만하면 과학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 최대의 종합선물세트이다. 그런 까닭일까, 1월 30일에 열린 특별법 공청회에서는 ‘세계에 사례가 없다’, ‘모델이 없다’는 말들이 여러 번 나왔다. 공청회 발제자는 “1960년대에 박정희씨가 KIST와 KDI를 설립한 것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찬양했다.

문제는 내용이고 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00불도 되지 않던 시대에 정부가 했던 역할을 2만불 시대에 와서도 똑같이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선진국 중에서 어떤 나라가 불과 5년 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를 모두 만족하는 도시를 새로 건설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는가. 실리콘밸리, 보스턴클러스터 등 정부가 곧잘 인용하는 외국 사례들도 국가적 필요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동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다. ‘과학’과 ‘비즈니스’를 융합하겠다는 명분으로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던 대덕연구개발특구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대에 부응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특별법 중의 특별법

특별법안의 내용을 보자. ‘벨트’ 관련 계획은 다른 법률에 따른 보존 및 개발계획보다 우선하고, ‘벨트’에 대하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특례를 정하는 규정은 다른 법령에 우선하여 적용한다(제4조). 기초과학연구원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정출연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제11조). 기초과학연구원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확정된 5개년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연구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이 예산을 다음 해로 이월할 수도 있다(제15조). 그야말로 특별법 중의 특별법이다.

‘정출연법’과 ‘공운법’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근거가 되는 법으로 원성을 사왔다. 다년도 연구예산지원제도는 오랫동안 출연연구기관에서 요구했던 제도이다. 연구현장의 오랜 희망과 숙원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새로 설립하는 기초과학연구원에 대해서는 이렇게 특혜를 주겠다고 한다. 과도한 특혜는 기존 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사기를 위축시킬 뿐이다. 한편, 계획대로 한다면 2015년 이후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인력 3천명에 한해 예산이 6500억원에 이르러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같은 규모의 연구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인데, 그간 정부의 행태로 봐서는 이런 매머드급 연구기관에 무조건 지원만 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스럽다.

앞의 특례들은 그래도 약과이다. 특별법안 49개 조항 중에서 25개 조항이 외국인과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무한특례를 보장하는 내용들이다. 국세와 지방세 감면, 임대 부지 조성과 임대료 감면, 의료시설·교육시설·주택 등 각종 편의시설의 설치와 자금 지원,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우선고용 의무 면제, 유급휴일 대신에 무급휴일 부여, 근로자파견대상 업무 확대 또는 연장, 외국어 서비스 제공, 외국인에 대해 민영주택 우선 공급, 외국인 자녀 전용 보육시설 설치와 보육비 보조, 외국인학교 설립과 운영 지원,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 외국인 진료병원 지정과 운영, 외국의료기관 또는 외국인전용 약국 개설, 이 밖에도 이루 열거할 수도 없는 많은 특례와 특혜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의 기초과학 연구역량을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면서 외국인 투자에만 매달리는 법안을 나열하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과학기술 육성이 아니라 외국인투자유치법

결국 국제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한다는 취지는 퇴색되고 외국인 또는 외국인을 등에 업은 국내 부자들을 대거 유치하려던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제자유구역법)’의 판박이다. 공교롭게도 특별법 공청회가 열린 1월 30일은 경제자유구역법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 공포된 날이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의 특별법 전환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이 ‘규제 없는 경제특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외국인투자 유치활동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면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이후 6년간 정부의 갖가지 특혜 세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 유치가 미미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셈이다.

갖가지 특례로 화려하게 치장한 특별법을 보는 과학기술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태릉선수촌 짓고는 올림픽 메달 획득을 외치듯이 ‘벨트’를 내세워 모든 과학기술자들에게 노벨상을 향해 달려가라고 다그치는 격이니 말이다. ‘벨트’라는 낯선 이름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땅에서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과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진화, 구조조정, 경영효율화, 그 어떤 이름으로든, 제발 더 이상 과학기술자들을 흔들지 마라. (계속됨. 2009. 2. 17)

-미디어충청에 기고하고, 조금 줄여서 <공공연구24시>에 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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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2): 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 <미디어충청>에 기고하고 <공공연구24시>에 싣게 될 것...

‘과학’은 실종되고 ‘사업(비)’ 쟁탈전만

2월 1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법안은 2월 13일 이전에 국회로 넘겨질 전망이다. 마치 아무런 저항도 없는 듯, 아니 있더라도 무시하겠다는 속전속결의 의지를 갖고 정부는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벨트)를 공론화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고 ‘벨트’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2차례의 공청회를 비롯하여 형식적으로 진행한 의견수렴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우려와 반발은 작지 않았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 회의를 앞두고 작년 12월 29일에 있었던 운영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벨트라는 이질적 계획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사업화와 관계없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곳이므로 녹색기술개발 연구를 포함해서는 안되며 기술지주회사도 설립할 필요없다’, ‘과학사업화는 개념상 오해 소지가 있으므로 빼는 것이 좋다’ 등의 지적은 한 마디로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관심있는 일반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들과 서로 통한다. ‘사업화(비즈니스)’를 목표로 하는 연구가 무슨 ‘기초과학’이냐고 하는!

정치권은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경험적으로 보면 ‘과학’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정부의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한 적이 그다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입지 선정이나 예산 배정을 둘러싼 정치 현안으로만 접근할 뿐이다. 따라서 특별법안이 국회에 넘어가면 별다른 공방없이 수십 건의 법안 중의 하나로 처리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벨트’에 2015년까지 투입되는 3조 5487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충청권으로 명기하지 않는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가 내세운 ‘기초과학’이라는 뿌리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비’라는 열매만 갖고 쟁탈전이 벌어질 판이다.

기초과학은 속전속결로 되지 않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심의, 확정된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1/13)에서 통과된 안건 중에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진흥법 제5조에 따라 5년마다 정부가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인데, 2005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한 5년간의 계획(’06-’10)을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반영하여 이번에 전면 수정(’08-’12)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벨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에 관한 내용만 달랑 1쪽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이온가속기 설치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강조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과는 달리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초대형연구시설은 독자 건설보다 국제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의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성능향상을 지원하고 기초과학연구원에 틈새 또는 전략부문 대형연구시설 건설을 검토”한다는 단서는 붙어있다. 얼마나 졸속적으로 ‘벨트’를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부터 지며리(차분하고 꾸준하게) 챙겨라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노벨상 수상’과 ‘기초과학 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완성했다고 풍선을 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불과 1달 전에 정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다시피 하면서 ‘벨트’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들은 특별법안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에도 그저 짤막한 반응들만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물불 가리지 않는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무관심과 이해 당사자들의 다툼,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냉소 속에 ‘벨트’를 단기간에 맘대로 밀어붙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벨트’가 정녕 과학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과학기술계의 합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계속)  (2009.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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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만 갖고 벌써 세번째 글을 쓴다.

그 중에 미디어충청에 3-4번 연재하게 될 내용을 여기에도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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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1): 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정부

정부가 ‘대덕연구단지 조성 이래 35년 만에 과학기술계 최대의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지난 1월 13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확정되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작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보고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이 표류하는 듯하더니, 불과 석 달 남짓한 논의를 거쳐 2015년까지 총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월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과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확정되고 나서 불과 17일만의 일이다.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던지, 1월 23일에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서 2월 2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 공고일과 마감일, 설 연휴와 주말을 제외하고 나면 겨우 3일에 불과한데, 다른 법령의 입법예고기간과 견주어 보면 턱없이 짧다. 2월 초순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서 2월 13일이면 국회로 이송한다고 하니, 아무리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고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이것이 과학기술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서 국민적 관심과 성원 속에 추진되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단기적인 업적 부풀리기에 급급하여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낯선 이름

(거점지구) 기초과학, 녹색지식산업, 교육, 글로벌 정주환경 등을 확충하여 기초과학 거점으로 육성

 

(기능지구) 대학, 연구소, 산업단지, 응용개발, 생산기지, 물류기능과 연계하여 시너지 제고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벨트’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는데, 과연 무엇일까?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기업, 각종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탈과 컨설팅 등의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정보·지식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자 조성하는 것이라면 ‘클러스터(cluster)’라는 개념이 이미 있는데, 아마도 ‘클러스터’를 더 선정적으로 확장하고픈 욕구가 반영된 것이 ‘벨트’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란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연계한 구역으로 ‘세계적인 기초연구시설과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과학기능·비즈니스기능이 복합된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점지구는 기초연구분야의 거점을 구축하고자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기능지구는 거점지구와 연계하여 기초연구, 응용개발연구, 산업화 등 일련의 시너지효과를 제고하고자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결국 과학과 비즈니스(사업)를 융합하기 위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지역(신도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벨트’는 특정한 지역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거점지구에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의 이른바 Site-Lab을 통해서 전국 각지와 연결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15년부터 50개 연구단(Site-Lab)을 둘 계획으로, 그 중에서 25개 연구단은 교육·연구·산업기능을 갖춘 지역에 설치하여 국내의 다른 연구기관 또는 대학과 공동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입지 선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Site-Lab 운영에 투입되는 연간 6,500억원의 예산을 둘러싸고 각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를 놓고 벌였던 다툼보다 더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2009. 2. 3.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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