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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6/03
    비를 핑계로 쓴다(4)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8/08/18
    2008/08/18(4)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7/09/30
    아내의 전근(7)
    손을 내밀어 우리

비를 핑계로 쓴다

마알간 아침 하늘,

한 귀퉁이부터 캄캄하게 어둠이 밀려오더니

이내 비가 퍼붓고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칩니다.

 

천둥이 하늘의 심장인 듯

박동소리가 다부지고 야무진데

내 심장의 미세한 울림과 떨림은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가닿을 수 있을까요?

 

비가 올 때마다

본능처럼 몰아치는 가슴앓이,

우산 버리고

하늘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 아래 서서

온 세상 넘치는 그리움으로 무장하고 싶습니다.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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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8

연일 비가 온다

마른 장마가 달구었던 대지는 촉촉하고 쿨하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두커니 창 밖을 내다보다가

혼자서 다시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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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전근

1.
비가 온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주방의 창을 열어놓고 들으면서 돌솥에 밥을 지었다. 씹히는 질감이 살아나 밥맛이 좋다. 반찬없이 밥만 콕콕 씹어도 될 듯하다. 추석선물로 동생이 보내준 옥돔을 굽고 냉동한 성게알을 찾아서 미역국을 끓인다. 김치, 물김치, 어제 남은 김치찌개와 함께, 제법 풍성한 아침밥상을, 일요일 낮 12시에 차려낸다. 돌솥에서 아주 적당히 눌은 누룽지를 긁어내 아이들의 후식으로 곁들였다.

 

2.
홍차에 레몬조각을 두개 넣어 마시며 오늘 내가 할 일들을 생각한다. 일이 넘치게 밀려 있으면 괜히 딴 생각부터 난다. 컴퓨터 폴더에 비올 때 듣기 좋은 노래가 있다. 되풀이해서 흘러가도록 해두고, 책 한권 집어든다.

 

실직 한 달 만에 알았지 구름이 콜택시처럼 집 앞에 와 기다리고 있다는 걸

 

하고 시작되는 시를 읽는다. 김륭, 구름에 관한 몇 가지 오해. 구름이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소란스러울까...(동감)...아주 드문 일이지만 콜택시처럼 와 있는 구름의 트렁크를 열어보면/ 죽은 애인의 머리통이나 쩍, 금간 수박이 발견되기도 해/ 초보들은 그걸 태양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지//

 

기타 등등...

 

3.
진보넷에 들어갈 수가 없다. 오전에 메일을 읽으려니 점검중이라고 나오더니, 블로그에 접속하려고 해도 한참을 모래시계만 돌아가다가 알 수없는 메시지가 뜬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정통부가 엊그제까지 북한 게시물들을 삭제하라고 난리를 쳤는데 혹시 이 시간 그런 문제로 서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온라인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쓰려고 했다가, 그냥 메모장에다가 써내려 간다.

 

4.
아내가 서울로 발령이 났다. 실은, 9년 전에 처음 임용이 되었을 때 아내의 첫 발령지는 서울이었지만, 남편이 대전에 있다고 이래저래 애를 써서 대전으로 왔던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서울로 올라오라는 요구가 이어지긴 했었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승진이고 뭐고, 이렇게 살다가 죽게 좀 놔두라고 응수했고, 다행히도, 내가 서울로 오가던 2년 동안은 서울로 전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미리 소문은 돌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미리 알수가 없었다. 아내가 10월 중순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어떤 학회에서 아내가 했던 일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그 모든 준비와 행정절차의 마지막 날짜가 금요일이었다. 목요일 오후에 아내가 서울본청의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약에  인사발령이 예정되어 있다면 스위스 출장을 포기해야 하니까 언질이라도 달라고 했을 때, 상대방은 딱 잘라서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사문제를 미리 얘기해 줄수는 없노라고.

 

금요일 오전에, 아내는 바빴다. 예약한 비행기표에 대해서 결제를 하고, 발표할 내용을 학회에 보내고, 스위스에서 머물 호텔과 거쳐야 할 일정들을 모두 재확인하고, 그리고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공문을 만들어서 상급자에게 결재를 올렸다. 그리고 그 날 오후 5시 50분에, 아내는 서울로 발령이 났다. 다시 아내는 그 날 오전까지 했던 모든 일을 취소해야만 했고, 스위스의 학회측에 사정을 설명해야만 했고, 이제 월요일 아침이면 서울로 가야만 한다.

 

5.
처음에 아내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건데 무얼 그리 힘들어 하시나. 아이들한테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만 챙기는 시간으로 삼으면 되겠구만, 하고 말했다. 나처럼 출퇴근하는 일은 힘들테고, 방을 구하든지 기식할 곳을 찾든지 뭔가 수를 내야 할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전화도 해보더니, 아내는 좀 차분해졌다. 이왕 가는 거 죽어라고 일만 하다가 빨리 되돌아오도록 해야겠다는 전략을 얘기한다. 아예 1년쯤 외국간 셈 치자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는 간섭이나 참견이 줄어드는 것이니까, 아직은 별다른 걱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나로서는, 주말부부가 되든 월말 부부가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찬모 수준에 머물던 내 역할이 아이들의 교육문제, 이를테면 학교 시험이라든가 아이들의 과외 일정까지 챙기는 것까지 확대되는 것이 좀 걱정이기는 하다. 어쩌면 확실히 직장 가진 주부의 노릇으로 본격 진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6.
여기까지 쓰고, 다시 진보넷을 클릭했더니, 된다. 그리로 옮겨가야겠다.

 

7.

(블로그로 왔다) 내일 오전에 나는 전북의 어떤 대학의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과학기술자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기로 되어 있다. 어린 학생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지만, 내가 하는 얘기가 그들에게 어떤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을까. 나를 부른 교수는 그랬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인데,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이 약국을 개업하려고만 한다, 약국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얘기해 달라. 참, 어려운 주문이다.

 

지난 여러날 동안 틈틈이 읽은 한 권의 새책과 여러권의 오래된 책들을 교재삼아, 그리고 오래된 나의 강의록들을 다시 챙겨보면서, 모처럼 강의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오늘 중으로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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