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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버타리아트 3

@ 3장 말단의 고립 @

- 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노동과 여가의 원자화 -

 

 

“여성주의자들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사회적 성별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제시하곤 한다.” (65쪽)

 

 

* 가정의 정치경제학 *

 

 

“20세기 초에는 자기 집을 지닌 노동계급이 파업과 반란을 막는 최선의 도구라고 인식됐다. …… 집을 지닌다는 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강화시키고 고정 수입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키며 비축하는 습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와 개별 구성원의 이동을 줄어들게 만든다. 결혼증명서보다는 집 담보 대출이 사람을 서로 관계 짓고 특정한 장소에 묶어두는 데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67쪽)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은, 서비스 업종 노동자가 임금을 받고 하던 일을 소비자들의 무보수 노동으로 대체하고 이런 가정용 기기의 구입, 작동, 유지와 관련된 새로운 일거리들을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서비스업 합리화와 자동화의 다른 측면들은 소비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새로운 유형의 무보수 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68쪽)

 

“물론 많은 경우 전통적인 양식의 서비스들은 노동계급 대부분으로서는 그 전에도 접근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셀프서비스의 등장은 그래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 새로운 지위의 상징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69쪽)

 

“이런 과정 전체가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소비자의 위치에 급격한 변화를 유발했음을 알 수 있다. 배티어 와인바움과 에이미 브리지스 같은 평자들이 훨씬 정교하게 지적한 것을 빌려 표현하자면 소비자를 ‘소비 노동자’로 변화시킨 것이다.” (69쪽)

 

 

“소비 노동이 날로 개인의 문제가 되면서, 그리고 소비 노동자들이 힘을 쏟는 부분이 자신의 집과 소유물의 개선, 유지, 보호에 집중되는 일이 심해지면서, 공공 서비스 형태는 그만큼 약화되고 있다. 선술집, 극장, 축구장, 정치 집회 장소에 모이는 인원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두드러지게 줄었다. 카페, 골목길 식료품점, 번화가 공구점과 같은 수많은 소규모 사업이, 많은 걸 소비자가 손수 처리하는 방식의 도입을 통해 비용을 낮춘 거대 즉석식품 체인점, 슈퍼마켓, 그리고 소비자 직접 조립형 제품 상점 등에 밀려나고 있다.” (70쪽)

 

“1983년 영국 총선은 거의 전적으로 ‘미디어 선거’로 치러진 첫 번째 경우였는데, 이 선거에서 노동당이 크게 진 데는 공식, 비공식적 공고 집회의 퇴조가 한몫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적인 공간이 줄어들고 사적인 활동이 대신하면서, 대안 문화의 퇴조 현상이 나타난다.” (71쪽)

 

 

“소비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 몫이며, 그래서 이런 변화의 영향을 남성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

“사라지는 전통적인 가사 기술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기술이며, 새로운 살림용 기술(제품)을 설계하고 관련 제품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거의 남성들이 장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은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남성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도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남성들이 대부분 장악한 의료 기술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것과 유사하다. 가사노동이 늘어나고 가사노동에 새로운 형태의 소비 관련 일거리가 더해지는 것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도 주로 여성이다.” (71쪽)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적인 공간의 축소가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먼저,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보다 상당히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남성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훨씬 적은 임금으로 홀로 버틴다. 그래서 자동차, 전화, 비디오 녹화기처럼 부실한 공공 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게 해주는 도구들을 살 여력이 남성보다 훨씬 못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공공시설이 사라지면 훨씬 더 타격을 받게 된다.” (71쪽)

 

“둘째, 여성들은 이것저것 돌보는 일을 주로 맡는다. 어린 아이들, 노인들, 장애인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과 집 주변 일에 더 발이 묶이게 된다. 셋째, 여성과 어린이는 주면에 물리적 위험이 늘어날 때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다. 오늘날 많은 어린이들은 자동차 위험 때문에 집안에서 논다. 마치, 자신들의 엄마와 누나들이 강간의 위험 때문에 밤에는 집에서 한치도 나가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할 수 있는 공동 공간이 사라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자신의 집에 외로이 갇혀 있게 된다.” (72쪽)

 

 

* 가정생활에 대한 암시 *

 

 

“노동자들이 이제 떠맡아야 할 것으로 당연시되는 것들은 이렇다. 집 구매 및 유지 비용과 구매자금의 이자 부담, 서비스 산업을 대신해 새로운 가사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세탁기, 전기드릴, 비디오 녹화기 같은) 다양한 자본재 구입 비용, (슈퍼마켓 오가기, 가정용 냉동기 가동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 같은) 소비재 운송과 보관 비용 상당 부분, (직접 조립하는 가구와 장난감 같은) 많은 소비 내구재 조립 비용, (은행 출납원, 주유소 쥬유요원, 상점 보조원 등의) 서비스 노동 상당 부분의 비용, (산업용 재봉틀, 가정용 컴퓨터, 타자기 같은) 임금노동에 필수적인 몇몇 자본재 비용, 게다가 난방비, 각종 에너지 비용, 식당 유지비, 사무실 공간 비용처럼 고용주가 보통 제공하던 많은 간접 비용, 재택 노동자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유급 휴가, 모성보호 관련 혜택, 퇴직수당, 연금 같은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 (80~81쪽)

 

 

“이런 상황(…)은 통제력 상실과 속박의 강화와 함께 나타나며, 이로써 노동자들은 자본에 종속된다.” (81쪽)

 

“자본의 통제는 몇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먼저, 통제는 노동력의 개별화를 통해 강화된다. 각자의 집에 고립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날로 어려워진다. 이는 소비 노동자건 피고용인이건 (또는 다른 측면에서 여성이건, 장애인이건, 부모건, 특정 민족 소속이건) 상관없이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새로운 기술과 재택 노동자의 관계에서 통제는 기계와 시스템을 이용하는 식으로 작동하게 구성되어 있다. 요즘 데이터 입력용 소프트웨어에 표준적으로 포함되는 요소가 작업자의 성과를 아주 철저히 감시하는 기능이다. 1분당 키보드 입력 횟수, 오류 비율, 처리한 항목 개수, 휴식 시간과 휴식 빈도, 기타 고용주가 유용하다고 여기는 변수를 동원해 감시한다. 이런 방법은 전통적인 감독 방법보다 월등하게 효율적으로 노동자들을 단속할 수 있게 해 준다. 몇몇 기업은 이런 원격 통제 기술을 거의 예술 경지까지 높여서 노동자들의 고독감까지 생산성 향상에 이용해 먹는다.” (81쪽)

 

 

“(덜 직접적일지언정) 훨씬 더 사악한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 때문에 날로 더 손쉬워지는 세 번째 방식의 개인별 통제법이다. 이 방법은 감시를 통해 이뤄지는 통제다. 컴퓨터 단말기로 이뤄지는 업무 기능이 늘어감에 따라, 작업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는 것도 날로 쉬워진다. 이미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개인 정보가 각종 정부 기관과 기업들에 의해 확보되고 있다. 원격 근무, 원격 쇼핑, 원격 금융거래는 수집 정보를 급격하게 늘려줄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행동, 선호도에 대한 더욱 세밀한 파악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홈쇼핑 실험이, 광고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해 내기 위한 개별 이용자의 ‘소비자 특징’ 구성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자료는 잠재적 파괴분자나 저항 활동 관련자를 식별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손쉽게 이용될 수 있다. 빅 브라더는 예정대로 1984년에 딱 맞춰서 온 것 같다.” (82쪽)

 

 

* 교훈 얻기 *

 

 

“이런 경향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82쪽)

 

“첫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가정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용 자금과 그 가정을 기술(제품)로 채워야 하는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 임금에 훨씬 더 의존하는 처지로 내몰린다고 볼 수 있다.” (83쪽)

 

“둘째, 집단적 공간이 허물어지고 조직화와 의사소통의 수단이 사라지면서 노동계급의 개별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중앙집중식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한다.” (83쪽)

 

“셋째, 여성은 가정 내에서건 외부에서건 기술 덕분에 해방되기는커녕, 남성에 더욱 의존하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83쪽)

 

“넷째, 막대한 노동 비용이 서비스 산업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새로운 형태의 소비노동이 늘어감에도, 소비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한을 잃는 일이 생겨난다. 이는 자동화가 일터에서 촉발한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 권한 상실과 밀접한 연과 속에서 병렬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83쪽)

 

“다섯째, 여성이 임금 노동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겠지만 그들의 일은 점점 더 홀로 집에 고립된 채 수행하는 방식으로 되어갈 것이다.” (83쪽)

 

 

“이런 변화 양상이 사회주의자와 여성주의자들에게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의문은, 통제에 관한 것이 되리라고 본다.” (83쪽)

 

“자본과 국가 중앙조직의 손아귀에 점점 더 장악되어 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권한을 일정하게 되찾아오게 해 줄 조직 형태와 요구사항을 모색하는 작업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부 활동은 이런 방향을 향하고 있다.” (84쪽)

 

“런던 광역시 의회의 대중 계획 정책 입안, 비정규직 반대와 작업장 내 건강 및 안전 확보를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 가사를 집단적으로 처리하려는 실험, 공공 서비스 축소 반대 캠페인 등이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대응하는 사회주의적 기획은 손에 꼽기도 힘든 것 같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술, 사회, 경제적 변화가 국가, 지역, 마을 또는 특정 산업 단위뿐 아니라 개인 가정 단위에까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명히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84쪽)

 

“가정이야말로, 빅브라더의 힘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또 고립된 여성과 남성 개인이 체제와 맞부딪힐 때 느끼는 무력감이야말로 빅 브라더의 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 메커니즘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때라야 거기에 맞서 싸울 수 있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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