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MB이 대통령에 당선 됐을 때도 그랬겠지요만. 그래도 그땐 딱히 기대를 걸만한 이가 없어 충격은 덜했을 겁니다. 그저 뚜벅뚜벅 갈 길을 가면 되지 했었거든요. 하지만 올 대선은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누가 되도 결국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가다, 마음 다잡았지만. 5년간 이어졌던 절망이 또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또 박원순을 보고 있으려니 그래도 그네보단 낫겠지, 란 생각에. 마지막엔 유례없이 높은 투표율에 어쩜, 내심 기대를 했었던 건 아니었나.
 
선거 이후 뉴스도 인터넷도 모두 끊고, 글도 안 쓰고. 누가 보면 열렬 운동원이나 됐었던 것 마냥 며칠을 멍한 채로 지냈더랬습니다. 그리고는 고작 자조적으로 욕을 해대며 중얼거리는 짓이나 하고 있으니. 물론 그렇다고 어느 동네 수도, 가스, 전기 싹 다 민영화해달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뚝뚝 떨어져가는 아파트 값만치나 피눈물도 뚝뚝 떨어질 거라 저주를 퍼붓는 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총체적 부실이라는 4대강 사업 감사원 결과가 나와도. 탈법과 편법을 관례라고 항변하는 헌재소장 후보 얘기가 나와도. 결국 구느름만 하고 있어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아니 누가 뭐라 해도 깡그리 무시할 거라는 것. 지난 5년 동안 수도 없이 겪었지 않았더랬습니까.
 
그러니요. 이제 광장에서, 거리에서 촛불 들고 외치는 이들을 두고. 이제 그만하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손가락질 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다음 5년 후 투표소에서 보자라는 허황된 다짐이나 맹세 따윈 더 이상 하지 말잔 말입니다.   
 
구느름: 자조적으로 욕을 해대며 중얼거리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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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20:25 2013/01/24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