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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월) 흐림, 비
 
비가 오락가락한다. 그것도 일하려고 올라가면 내리고. 비 피해 일하려고 내려가면 안 오고. 결국 이매기평고대를 걸기 위해 부연 몇 개만 박고. 옥외실습실에서 박공 만들다 끝났다. 이번 주면 교육도 다 끝나는데 내일까지 비라니. 얼추 조립하는 거는 박공 달고, 목기연 걸면 다하기는 하지만. 수, 목, 금 이렇게 3일에 해체까진 어렵겠고. 마지막 하루는 실습실 정리하는 데 써야 하니. 음, 시간이 쪼매 부족하군.
 
5월 28일(화) 비 조금
 
많은 비가 온다고는 했는데 다행이 날만 잔뜩 찌푸리기만 하다. 그래도 언제 쏟아질지 몰라 서둘러 부연도 박고, 이매기도 걸고, 부연착고까지 끼우고 밥 먹고 오니. 그제야 장대비가 내린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쉬엄쉬엄 박공 만드니. 오늘도 금방 하루가 간다.
 
5월 29일(수) 흐림
 
오전에 마저 박공 달고 목기연 박고. 오후에 쉬엄쉬엄 남은 목기연 박고 개판 걸으니 송별회 갈 시간.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잔을 기울인다. 2차에, 3차, 4차, 5차까지 갔다고들 하던데. 다들 괜찮을까. 
 
*  박공이 서로 맞닿는 제일 윗부분에 걸리는 목기연 깊이는 맞닿은 곳에서부터 잰다.  
 
5월 30일(목) 맑음
 
어제 송별회 여파로 출석률이 저조할 줄 알았는데. 출석을 부르고 인방을 끼우는 데도 사람이 줄질 않는다. 더구나 점심 먹고 실습실을 정리하고 청소할 땐 아침보다도 더 많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서운하고 아쉬운가보다. 삼삼오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도 나누고. 자기 사는 곳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도 하고. 내일이 수료식이란 게 믿기지가 않는다. 참 빨리도 갔다. 3개월.
 
* 하인방 아래 끼우는 쐐기는 양쪽 모두 끼워야(사선으로 잘라 세워 끼운다) 나무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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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금) 맑음
 
사람이 매일 하는 행동 중 40% 정도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익숙한 것들을 버려야할 땐 망설이게 되고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긴다. 더구나 나이를 먹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아침 5시 50분이면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양치하고 볼일보고. 40분이되기 전에 집을 나서 302번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사람이 없으면 창구에서 많으면 자동발매기. 50여분을 달려 진부터미널에 도착하면 자전거로 갈아타고 학교로 향한다.출석체크 카드로 출결을 확인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 출석 부르는 샘 목소리가 들린다. “꽝이에요?”, “화장실은 출석 부르고 가면 안 되나요”.
 
지난 3개월간 아침 광경인데. 혹 다음 주 월요일, 나도 모르게 버스에 오르고 있을 지도. 그만큼 이마저도 너무나 익숙해져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구를 챙겨 실습실로 가고 뭐든 일이 있으면 대패며 끌로 이리저리 파내고 깎고. 잘 보이지 않던 사람도 오늘은 어딜 가셨나 서로 묻기도 하고. 늘 그 자리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보이질 않으면 찾게 되고. 
 
다들 수료라는 기쁨보단 이별이라는 아쉬움과 미련에 망설인다. 여기저기 사진들을 찍고 다음에 꼭 다시 보자는 말들을 나누고. 취업이 결정된 이들은 그들대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며,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꼭 부르라고 당부도 한다.
 
짠 한 마음에 강릉까지 짐을 옮겨주는 사람도 있고. 이별을 앞두고 며칠간 술로 지샜던 이들도 있고. 사람 사는 곳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있었어도 마지막엔 악수를 나누고. 샘들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며칠 더 머무르겠단 사람까지 있으니.
 
40%에 얼마나 차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처럼 돼버린 행동들, 생각들이 조금은 버겁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일.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고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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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12:05 2013/06/03 12:05
5월 20일(월) 바람 셈
 
드디어 조립이다. 가만 두면 세워둔 기둥이 넘어질 만큼 바람이 세지만. 더 이상 늦출 만큼 시간도 많지 않고. 더 깎을 부재도 없으니. 꼭 사개부리로 다림보기를 하진 않더라도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방법은 수평자를 이용하는 것. 처음 두어 개까진 샘이 옆에서 봐주며 방법과 요령을 알려주는데. 서너 개를 하고 나니 그때부턴 일이 척척 진행될 만큼 빨리 터득들을 한다.
 
아침 출석 부르고 오늘 할 일을 설명할 때. 오전에 기둥을 다 세우고 오후엔 비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했는데. 어째 기둥을 절반이나 세웠을라나, 다들 일찌감치 식사하러 가잔다. 시계를 보니 얼추 12시다. 하는 수 없다. 일단 먹고 해야지.
 
새로운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와도 꽤 사람이 많다. 덕분에 작업도 속도를 내고. 비계는 사방을 다 설치하진 않기로 한다. 어차피 남은 교육시간으로 보건데 서까래를 모두 다 걸기도 어렵고. 대보나 종보는 크레인을 쓰기로 했으니.
 
그래도 비계를 다 설치하진 못했다. 사람은 많으나 일손은 여전히 거기서 거기라. 아쉽지만 오늘은 기둥 세우고 보아지와 장혀까지 올린 것. 그리고 비계를 절반 넘게 해 놓은 것. 거기까지다. 
  
<기둥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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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단 기준이 될 기둥을 주초위에 올려놓고 주초 십반과 기둥 십반을 맞춰 세운다.
② 두 쪽 면 쐐기를 밖아 가며 수평자를 이용해 수평을 맞춘 후 레벨기로 기준선을 정한다.
③ 기준선이 정해지면 모든 기둥이 같은 높이를 갖도록 레벨기와 곡자로 나이를 매긴다.
④ ③에 매겨진 나이대로 기둥들에 그랭이를 뜨고, 그랭이 선대로 그레발을 잘라낸다.
⑤ 기둥들을 세우면서 버팀목을 대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5월 21일(화) 바람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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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여간 치목한 부재들이 다 올라갔다. 단 하루만에. 그것도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해 4시가 안 돼 끝났으니. 점심 먹은 시간까지 빼고 나면 불과 너덧 시간 만이다.
 
다들 얼추 집 모양이 되가니 뿌듯해들 하기도 하고. 오며가며 지나는 사람들도 좋은 구경이라고 보고 간다. 마지막 종도리를 결구시키고는 기념사진도 찍고.
 
내일부턴 서까래도 걸고, 박공이며 평고대, 부연, 개판까지 걸면. 새삼 다음 주면 끝이라는 게 실감난다. 하지만 한 주만 더 있었더라면 다른 한 쪽도 마저 끝낼 수도 있고. 해체까지도 해볼 수 있을 터인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게다가 부재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음 한편이 계속 허전해지는데. 분명 집을 다 못 지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조립 순서>
기둥 → 보아지 → 장혀 → 대들보 → 동자주 → 오량보아지 → 오량장혀 → 오량보 → 주심도리 → 오량도리 → 대공 → 종장혀 → 종도리
 
* 장혀와 도리는 양쪽에 암컷 장부가 있는 것부터 올린다.
* 대공은 수평자를 이용 수직으로 세우고 버팀목을 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5월 22일(수) 맑음
 
종도리까지 올리고 난 후 다시 다림보기를 해야 하는데. 장혀며 도리를 짜맞추는 과정에서 기둥이 틀어질 수도 있고. 길이(도리)방향 부재 치목 시 선을 죽이지 않아 전체 길이가 늘어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때서야 샘이 어느 땐 선을 살리고 어느 땐 선을 죽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무릎이 탁 쳐진다. 결국 집 뒤편은 길이가 조금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선 종종 이 작업을 빼먹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렇게 되면 집이 전체적으로 어긋나게 된단다. 그러고 보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순서다. 약식으로 네 귀퉁이 기둥만 다림보기를 하고 버팀목도 다시 보강해서 박으니. 얼추 길이도 맞고 틀어진 것도 잡혔다.
 
오후엔 오랜만에 대패질을 했다. 이제 대패질은 끝이라 생각했는데. 평고대를 치목해야 하는 일이 남았던 것. 먼저 면대패로 면을 잡은 후 홈대패로 개판이 걸릴 홈을 파내고. 이어서 부연이 올라갈 자리를 대패로 잡아 주면 되는데. 역시나 배가 약간 부르게 대패질이 됐다. 보기엔 제대로 된 것도 같았는데 일명 왔다갔다 자(이동 스퀘어)로 확인해보니. 음 역시 쉽게 되는 일이 없고, 뭐든 일단은 확인을 해봐야겠다. 쉬엄쉬엄 홈대패도 써보고 자동대패도 하고. 쌓인 톱밥도 정리하니 또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시간 참 빨리도 간다.
 
* 다림보기를 할 때에는 바깥쪽 기둥부터 본다.
* 길이(도리) 방향의 부재를 치목할 경우에는 선을 죽여야 한다(먹선을 반은 살리고 반은 없애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우니 약간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주먹장으로 결구한 곳에 꺽쇠를 박으면 튼튼하다.
* 평고대는 보통 2치 5푼 × 3치 각재를 사용한다.
 
5월 23일(목)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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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진부는 한겨울 추위였다. 대패질을 할 땐 그래도 좀 나았지만. 쉴 땐 어김없이 난로가로 사람들이 모였다.
 
4월 진부는 여전히 겨울 날씨였다. 강릉은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져도. 진부엔 여전히 찬바람이 쌩생. 비닐하우스에서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5월 진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초겨울 날씨였는데. 2주 전엔 완연한 봄 날씨. 이번 주는, 초여름 날씨다. 어제, 그제 이틀 쌓아놓은 비계 위에서 작업을 하는데. 자주 쉬지 않으면 힘들 정도.
 
오늘 진부 날씨는, 연무가 잔뜩 낀데다 아침부터 초여름 날씨. 어쩔 수 없다. 옥외실습실 그늘에서 평고대 치목을 위한 장부 만들기 연습과 서까래 옮기기부터 해놓고.
 
되레 해가 뜨니 바람도 선선히 불고 아침보단 덜 후텁지근한 느낌. 점심 먹고 본격적으로 서까래를 걸기 시작해 저녁 끝날 때가 되니. 얼추 장연을 절반 넘게 걸었다. 중간 중간 참 많이도 쉬면서 했는데도.
 
<장연 걸기>
① 받을장이 양쪽으로 있는 평고대를 걸기 위해 집 중앙으로부터 좌, 우로 적당한 간격으로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도리와 결구할 때 못(또는 피스 못)은 서까래와 직각이 되도록 해서 박는다.
* 도리를 올리기 전에 서까래가 걸릴 자리(보통 1자 간격)를 미리 정해두면 작업하기 편리하다.
* 서까래가 걸릴 위치는 집의 중심에서부터 좌, 우로 잡아 나간다. 
② 걸린 서까래 위에 평고대를 건다. 이때 평고대의 높이가 일정한지, 앞, 뒤로 나온 간격은 일정한지 확인한다.
③ 집 중앙 서까래를 건다.
④ 맨 끝 서까래(박공을 박을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거는 동안 평고대가 위, 아래로 앞, 뒤로 간격이 일정한지 계속 확인한다.
⑤ 처음 걸은 서까래와 중앙 서까래 사이, 처음 걸은 서까래와 맨 끝 서까래 사이 중간 서까래를 건다.
⑥ 이후 서까래 역시 양쪽 서까래 중간부터 걸어 나간다.   
 
5월 24일(금) 무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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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푹푹 찐다. 남은 장연을 마저 걸어야 하고. 단연은 전부 걸지는 않더라도 박공을 걸고 목기연도 박아보려면 몇 개는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일하기 쉽지 않다. 조금 일하고 그늘에 피하는 것도 한두 번. 개판을 박다가 옥외실습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한다. 치목해 놓은 단연 몇 개를 꺼내 길이를 맞춰 다시 치목하고. 평고대도 마저 만들고. 만들어 놓지 않았던, 박공과 붙는 부연도 만들고. 그렇게 쉬엄쉬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일하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도 조금 불 때쯤 남은 장연과 새로 다듬어온 단연을 거니 한결 집 모양이 나온다. 이제 부연, 박공과 목기연을 걸고 적심도리만 올리면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다. 모든 부재를 다 올리지는 못하지만 얼추 남은 시간 내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셈이다.
 
* 개판은 개판 양쪽 끝과 개판홈이 서로 맞닿도록 해서 못 머리를 조금 남긴 후 구부려서 박아 고정해야 한다(나무가 수축해도 쪼개지지 않음).
* 서까래 간격이 1자 이면 개판은 5푼 정도 적게 한다(서까래 휜 것에 맞춰 개판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 못을 박을 자리도 필요하기 때문).
* 단연과 만나는 장연 부분은 도리 중심선에 맞추고 장연이 수직이 되도록 해서(도리 중심선과 수직이 아님)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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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09:29 2013/05/26 09:29
5월 6일(월) 맑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3일 만에 나왔더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모처럼 푹 쉰 덕에 뭐라도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생기고. 여기저기 걱정해주는 동기들 얼굴에 힘도 또 나고. 아침 체조 끝나자마자 우마에 달라붙어 인방 장혀 하나 뚝딱(?) 치목하니 뿌듯하다.
 
기세를 몰아 딱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대공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일단 도면대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고. 원형톱에 체인톱을 써가며 따낼 자리를 이리저리 만들어 보지만. 음 역시 마음만 앞섰군.
 
톱 한 번 넣고 먼저 만들어 놓은 것 한 번 보고. 또 톱 한 번 넣고 다시 보고. 파낼 자리 하나 따내는 데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잠시 잠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갔다 왔더니 샘이 주먹장 따낼 자리를 거진 다 톱을 넣어 놨다.
 
하지만 그것도 작업 속도를 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물론 직접 했다면 샘이 한 작업량만으로도 일과가 다 끝났겠지만). 끌로 파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이 다 지났으니. 아무리 작업 중간에 먼저 학교를 수료했던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도 말이다.
 
암튼 아침부터 무슨 깡이 생겼는지, 달라붙어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제대로 다 마치지도 못했으니. 낼 오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깔끔하게 말이다. 
  
5월 7일(화) 맑음
 
요 며칠 사이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오전엔 체조도 안 하고 곧바로 끌을 집어 들고는. 어제 하다 만 대공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장혀도 하나 파내고, 잠깐 쉬었다 또 옆에서 인방 작업하는 것 함께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사무실 가다. 제재소로 갈 부연과 목기연 실어 놓으니 밥 때.
 
밥 먹고 돌아와 샘이랑 제재소 들러 부연, 목기연 켜내고는 다시 싣고 와.
 
서까래 후려 깎듯 부연과 목기연도 다시 치목하는데. 이건 서까래보다 힘이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물론 서까래처럼 손대패로 마무리도 해야 하니. 시간도 배는 드는 것 같고.
 
어찌어찌 부연과 목기연을 다 마무리하고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부연에 착고를 걸 홈을 파내야 한단다. 15자 거리에서 5푼 홈을 대각선으로 따내야 하는데, 양쪽 다 해야 한다. 일단 원형톱으로 끌 작업 할 자리를 만들어놓고는. 끌로 파내려는데, 이런 5푼짜리 끌이 없네. 그럼 일단 홈만 파내기로 하고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휴. 긴 하루가 끝났다. 작업에 사용했던 자동대패며 원형톱, 끌, 체인톱을 공구실에 가져다 놓으니 긴장도 풀리고 몸도 풀린다. 
 
5월 8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난로에 뜨거운 커피를 타 마셨는데. 어제부턴 줄곧 찬물을 찾아 실습실과 강의실을 오락가락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대패질이나 톱질이라도 할라치면. 금방 목덜미로 땀이 흐르고 목이 칼칼해진다. 그러니 금방 마셔도 곧 물을 찾을 수밖에. 낼부턴 주전자 가득 물을 떠 놓고 일을 해야겠다.
 
오전엔 어제 깎아놓은 목기연 치목을 마무리했다. 후려 깎기는 부연과 같은데 그건 어제 다 끝냈었고. 오늘은 박공에 밖을 홈을 파냈다. 원형톱으로 파낼 자리를 만들어놓고 끌로 마무리 하는 것도 역시 부연과 같은 방식인데. 배 부분은 파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후엔 동자주를 치목했다. 방식은 기둥 사개따기와 같으나. 그때는 겨우 직소기로 도리가 얹힐 자리만 따냈을 뿐. 한 번도 온전히 하지 못했던 관계로 실제 사개따기는 오늘이 처음. 오랜만에 원형톱을 들고, 오늘 못하면 언제 해보겠느냐, 며 호기롭게 덤벼들었으나.
 
결과는 처참. 톱을 넣어 자리를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찔러 넣어 파내는 도중, 윗부분만 따내질 못하고 아랫부분을 파먹어 버린 것. 딱 봐도 쓸 수 있을까, 싶을 만치 크게 파먹어 버렸으니. 음, 과욕이 부른 참사인가. 아직 멀었다는 걸 보여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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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목) 맑음
 
동자주는 대공과 마찬가지로 대보 치목이 끝난 후에 만드는 것인데. 대들보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작업을 늦출 수 없어 미리 했다. 물론 나중에 보들의 높이에 따라 동자주 역시 높이를 조정해줘야 하기에 여유 있게 치목을 했으니. 아침엔 여기저기 파먹은 동자주를 놓고 도리가 얹힐 자리 직소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를 짓고. 샘이 그려놓은 보아지를 따라 그리고, 원형톱으로 따내고, 끌로 파고. 오후에도 역시 보아지 치목하다가, 제재소에 가서 목기연과 부연 켜오니. 체조 후 사라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인다. 이제 곧 끝날 시간인가보다.
 
5월 10일(금)
 
부연이나 목기연 같은 부재는 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대보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거진 다 만들어 놓고 있다. 동자주도 마찬가지. 제재소엔 개판도 켜 있고.
 
수업 진행 상 다음 주부터는 주초도 놓고, 비계도 설치하고. 기둥세우고 가구 짜기, 지붕 및 수장 설치까지. 3주 정도 남은 시간에 이를 다 해야 하는데. 얼추 다음 주 초에 대보만 들어오면 될 것도 같고. 17일 석탄일도 수업을 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충분할 듯.
 
그리고 덧붙이지만. 치목이 아니라 집을 올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오늘처럼 대 여섯 명이 모여 톱질하고 끌질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나와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한 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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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2 20:33 2013/05/12 20:33

4월 29일(월) 바람 셈

 
아침나절엔 비가 내리더니 낮부턴 바람이 세다. 세도 그냥 센 정도가 아니라 날리는 톱밥에 눈을 못 뜰 정도다. 덕분에 기둥 12개 면을 면대패와 자동대패로 잡아내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언제부턴가 늘 보이던 얼굴만 보이는 것도 일을 더디게 만들기도 하지만. 날씨 탓도 은근 무시 못 할 만 변수다. 날짜를 따져보니 다음 주 정도까진 모든 부재를 다 깎고 다듬어내야 하는데. 나무 들어오는 속도도 느리고. 암튼 샘이 조급해 하는 게 이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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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화) 바람 셈
 
토요일, 일요일 쉬지도 않고 놀고. 어제는 바람을 종일 맞았더니 결국 몸이 탈났다. 콧물에 목이 칼칼. 다행히 끌로 기둥 인방자리만 파내면 되는 일이라 쉬엄쉬엄 했지만. 또 원형톱으로 파낼 자리를 만드는 일이라 크게 몸을 쓸 일이 없었지만. 빨리 집에가 쉬어야겠다. 이러다 큰 부재 들어오면 큰일이니.
 
5월 1일(수) 가끔 비, 맑음
 
오전엔 기둥 인방자리를 끌로 파내다, 홈대패로 문선자리 따다 망치면 이름 적는 실명제 얘기에 주눅 들어 한쪽을 뭉개놓고. 오후엔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수압대패와 자동대패로 면을 잡고 두께를 일정하게 깎아내는 작업으로 만회하려 했는데. 꽤 무거운 나무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둘이 들으면 가뿐히 들리는 것들이라 힘이 들지 않았지만.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기도 하고 갑자기 돌풍이 불기도 하는데다. 나무를 여러 번 들었다 놓았다 하는, 비교적 단순한 일이었는데도. 다 끝내고 나니 그새 일과 시간이 끝나버렸다. 일에 집중해서인가? 원래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어서인가? 만회가 됐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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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목) 가끔 비
 
결국 오후에 조퇴를 했다.
 
오전 내내 몸살 기운에 난롯가에 있다가 겨우 인방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눈 구경만 하고. 점심 먹으로 읍에 나갔다 병원 들러 주사한대 맞고. 먹히지 않는 밥, 약 먹어야 한다는 일념에 구역, 구역 밀어 넣고는. 끌 챙겨달란 전화 한통 남기고 강릉행 버스에 올랐으니.
 
그저께부터 괴롭히던 감기 몸살에 무릎을 꿇은 셈.
 
하지만 모쪼록 쉬기로 한 것, 주말에 식구들이 오긴 해서 쉴 수 있을 지 걱정이긴 하지만. 주말까지 푹 쉬기로 하고 대관령을 넘으니 그래도 아침보단 조금 나아지는 듯.
 
암튼 월요일부턴 다시 힘을 내야겠지.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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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21:23 2013/05/06 21:23
4월 22일(월) 맑음
 
모처럼 봄 날씨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눈이 오네, 영하로 떨어졌네, 달력 숫자만 4월 중순이었지 날씨는 11월쯤 이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벌써 공기가 다르더니 낮엔 푸근하다 못해 나른하게 만든다. 자칫 끌 손질하느라 꾸벅꾸벅 졸수도 있겠다 싶어 그동안 치우지 못했던 대패 청소에 나섰다. 처음 시작할 땐 저 많은 걸 언제 다 치우나 싶었는데. 여럿이 달라붙어 포대에 넣고 나르고 하니. 저녁 끝날 때 쯤 되니 얼추 깨끗한데. 그러고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쌓인 고민과 걱정도 얼추 정리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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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화) 흐리고 비
 
서까래를 치목할 때였던가. 나무를 깎을 땐 아무 생각 없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맞다. 생각이 많을 땐 되레 나무를 깎으면 된다.
 
주말, 어제까지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했더니 의욕이 생기질 않는데. 이럴 땐 그저 나무를 깎으면 정리가 되겠거니. 도리로 쓸 나무를 우마에 올려놓고 홈대패로, 전기대패로 깎으니. 그제야 조금씩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음이 정해진다.
 
그렇게 한눈 판(?) 사이 다른 조 하는 일들을 보니 도리 주먹장 맞춤을 위해 숫장부와 암장부를 파내고 있다. 또 숭어턱도 따내고 있다. 이런 한 발, 아니 두 발 늦었군. 서둘러 샘을 모셔놓고 숫장부를 만들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체인톱을 들이미는데.
 
음. 역시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선을 보고 톱을 넣으니 톱날이 비스듬히 들어가네. 다시 톱날을 제대로 넣어 보는데, 이런 벌써 어디는 배가 부르고 어디는 더 깎이고. 살리라는 선은 닿을 듯 말 듯. 간당간당 없애라는 선은 많이 남고.
 
안 되겠다. 내일부턴 바짝 정신 차리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이틀 어영부영했더니 금세 티가 나니.
 
4월 24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대패로 하는 작업이 많았다면 이번 주부터는 톱을 사용하는 일이 잦다. 어제 한 도리 숭어턱, 숫장부, 암장부 모두 체인톱으로 파내고 끌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종보-오량보 또는 마룻보-머리 부분과 도리, 장여와 맞물리는 곳을 따내기 위해 체인톱을 써야했다.
 
물론 샘이 시범을 보여주고 연습이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따로 반복하는 순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일단 딱 봐도 쉬워 보이진 않다. 아직까진 톱을 사선으로 넣는다던가, 수평선을 맞춰 잘라내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아서다. 이럴 땐 그저 부단히 연습하고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한데.
 
나무도 넉넉하지 않고 또 톱 쓰는 게 위험한 일이라 함부로 하기도 뭐하고. 암튼 수업시간에라도 기회가 되면 자꾸 톱을 써봐야겠다. 그래야 뭐든 잘라내도 잘라내고, 따내도 따낼 것이 아닌가.
 
4월 25일(목) 흐리고 비
 
처음 서까래를 깎고 도리를 치목할 때까진 대패가 중요하구나, 생각됐는데.
 
어제 체인톱에이어 오늘 원형톱. 물론 전동공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샘이니 그러하겠지만. 보 머리를 만들어 내거나 도리와 장여가 얹힐 곳을 따내는 것까지 톱으로 모든 걸 해내니.
 
이런, 대패도 대패지만 톱이 더 중요하군.
 
하지만 대패보다 일단 돌아가는 모양새가 무섭기가 이만저만 아니니. 샘은 한 손으로 작업을 할 정도로 힘이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몸은 경직되기 일쑤요. 톱은 맘대로 가질 않고 삐뚤빼뚤. 그나마 체인톱보단 원형톱이 쬐끔, 아주 쬐끔 쉬울 뿐 이도저도 쉽지가 않다.
 
4월 26일(금) 흐림
 
오전 내내 고역이다. 지난주까진 그래도 중간까진 따라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영. 게다가 날씨마저 꾸물꾸물. 심난한 마음에 몸까지 축 처진다. 게다가 오후엔 작업 속도가 느린 탓에 샘이 나머지 종보 2개 모두 보머리를 만들어 톱을 써볼 기회가 두어 번 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금요일이다.
 
* 체인톱 앞코를 사용할 때는 코 2/3 아래 부분이 먼저 닿도록 하면 톱이 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 체인톱을 수평으로 사용할 때는 톱에 부착된 수평계나 곡척 등을 이용해 수직을 맞추면 작업하기가 쉽다.
* 원형톱은 전진용이므로 가급적 후진은 하지 않도록 한다. 다만 후진해야할 때에는 톱을 들었다 놓아다 하면 조금씩 후진시킨다.
* 끌작업은 처음 파낼 곳을 정확히 수직 또는 수평으로 해놓으면 작업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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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21:11 2013/04/29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