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월) 바람 셈
 
드디어 조립이다. 가만 두면 세워둔 기둥이 넘어질 만큼 바람이 세지만. 더 이상 늦출 만큼 시간도 많지 않고. 더 깎을 부재도 없으니. 꼭 사개부리로 다림보기를 하진 않더라도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방법은 수평자를 이용하는 것. 처음 두어 개까진 샘이 옆에서 봐주며 방법과 요령을 알려주는데. 서너 개를 하고 나니 그때부턴 일이 척척 진행될 만큼 빨리 터득들을 한다.
 
아침 출석 부르고 오늘 할 일을 설명할 때. 오전에 기둥을 다 세우고 오후엔 비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했는데. 어째 기둥을 절반이나 세웠을라나, 다들 일찌감치 식사하러 가잔다. 시계를 보니 얼추 12시다. 하는 수 없다. 일단 먹고 해야지.
 
새로운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와도 꽤 사람이 많다. 덕분에 작업도 속도를 내고. 비계는 사방을 다 설치하진 않기로 한다. 어차피 남은 교육시간으로 보건데 서까래를 모두 다 걸기도 어렵고. 대보나 종보는 크레인을 쓰기로 했으니.
 
그래도 비계를 다 설치하진 못했다. 사람은 많으나 일손은 여전히 거기서 거기라. 아쉽지만 오늘은 기둥 세우고 보아지와 장혀까지 올린 것. 그리고 비계를 절반 넘게 해 놓은 것. 거기까지다. 
  
<기둥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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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단 기준이 될 기둥을 주초위에 올려놓고 주초 십반과 기둥 십반을 맞춰 세운다.
② 두 쪽 면 쐐기를 밖아 가며 수평자를 이용해 수평을 맞춘 후 레벨기로 기준선을 정한다.
③ 기준선이 정해지면 모든 기둥이 같은 높이를 갖도록 레벨기와 곡자로 나이를 매긴다.
④ ③에 매겨진 나이대로 기둥들에 그랭이를 뜨고, 그랭이 선대로 그레발을 잘라낸다.
⑤ 기둥들을 세우면서 버팀목을 대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5월 21일(화) 바람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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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여간 치목한 부재들이 다 올라갔다. 단 하루만에. 그것도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해 4시가 안 돼 끝났으니. 점심 먹은 시간까지 빼고 나면 불과 너덧 시간 만이다.
 
다들 얼추 집 모양이 되가니 뿌듯해들 하기도 하고. 오며가며 지나는 사람들도 좋은 구경이라고 보고 간다. 마지막 종도리를 결구시키고는 기념사진도 찍고.
 
내일부턴 서까래도 걸고, 박공이며 평고대, 부연, 개판까지 걸면. 새삼 다음 주면 끝이라는 게 실감난다. 하지만 한 주만 더 있었더라면 다른 한 쪽도 마저 끝낼 수도 있고. 해체까지도 해볼 수 있을 터인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게다가 부재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음 한편이 계속 허전해지는데. 분명 집을 다 못 지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조립 순서>
기둥 → 보아지 → 장혀 → 대들보 → 동자주 → 오량보아지 → 오량장혀 → 오량보 → 주심도리 → 오량도리 → 대공 → 종장혀 → 종도리
 
* 장혀와 도리는 양쪽에 암컷 장부가 있는 것부터 올린다.
* 대공은 수평자를 이용 수직으로 세우고 버팀목을 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5월 22일(수) 맑음
 
종도리까지 올리고 난 후 다시 다림보기를 해야 하는데. 장혀며 도리를 짜맞추는 과정에서 기둥이 틀어질 수도 있고. 길이(도리)방향 부재 치목 시 선을 죽이지 않아 전체 길이가 늘어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때서야 샘이 어느 땐 선을 살리고 어느 땐 선을 죽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무릎이 탁 쳐진다. 결국 집 뒤편은 길이가 조금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선 종종 이 작업을 빼먹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렇게 되면 집이 전체적으로 어긋나게 된단다. 그러고 보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순서다. 약식으로 네 귀퉁이 기둥만 다림보기를 하고 버팀목도 다시 보강해서 박으니. 얼추 길이도 맞고 틀어진 것도 잡혔다.
 
오후엔 오랜만에 대패질을 했다. 이제 대패질은 끝이라 생각했는데. 평고대를 치목해야 하는 일이 남았던 것. 먼저 면대패로 면을 잡은 후 홈대패로 개판이 걸릴 홈을 파내고. 이어서 부연이 올라갈 자리를 대패로 잡아 주면 되는데. 역시나 배가 약간 부르게 대패질이 됐다. 보기엔 제대로 된 것도 같았는데 일명 왔다갔다 자(이동 스퀘어)로 확인해보니. 음 역시 쉽게 되는 일이 없고, 뭐든 일단은 확인을 해봐야겠다. 쉬엄쉬엄 홈대패도 써보고 자동대패도 하고. 쌓인 톱밥도 정리하니 또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시간 참 빨리도 간다.
 
* 다림보기를 할 때에는 바깥쪽 기둥부터 본다.
* 길이(도리) 방향의 부재를 치목할 경우에는 선을 죽여야 한다(먹선을 반은 살리고 반은 없애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우니 약간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주먹장으로 결구한 곳에 꺽쇠를 박으면 튼튼하다.
* 평고대는 보통 2치 5푼 × 3치 각재를 사용한다.
 
5월 23일(목)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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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진부는 한겨울 추위였다. 대패질을 할 땐 그래도 좀 나았지만. 쉴 땐 어김없이 난로가로 사람들이 모였다.
 
4월 진부는 여전히 겨울 날씨였다. 강릉은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져도. 진부엔 여전히 찬바람이 쌩생. 비닐하우스에서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5월 진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초겨울 날씨였는데. 2주 전엔 완연한 봄 날씨. 이번 주는, 초여름 날씨다. 어제, 그제 이틀 쌓아놓은 비계 위에서 작업을 하는데. 자주 쉬지 않으면 힘들 정도.
 
오늘 진부 날씨는, 연무가 잔뜩 낀데다 아침부터 초여름 날씨. 어쩔 수 없다. 옥외실습실 그늘에서 평고대 치목을 위한 장부 만들기 연습과 서까래 옮기기부터 해놓고.
 
되레 해가 뜨니 바람도 선선히 불고 아침보단 덜 후텁지근한 느낌. 점심 먹고 본격적으로 서까래를 걸기 시작해 저녁 끝날 때가 되니. 얼추 장연을 절반 넘게 걸었다. 중간 중간 참 많이도 쉬면서 했는데도.
 
<장연 걸기>
① 받을장이 양쪽으로 있는 평고대를 걸기 위해 집 중앙으로부터 좌, 우로 적당한 간격으로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도리와 결구할 때 못(또는 피스 못)은 서까래와 직각이 되도록 해서 박는다.
* 도리를 올리기 전에 서까래가 걸릴 자리(보통 1자 간격)를 미리 정해두면 작업하기 편리하다.
* 서까래가 걸릴 위치는 집의 중심에서부터 좌, 우로 잡아 나간다. 
② 걸린 서까래 위에 평고대를 건다. 이때 평고대의 높이가 일정한지, 앞, 뒤로 나온 간격은 일정한지 확인한다.
③ 집 중앙 서까래를 건다.
④ 맨 끝 서까래(박공을 박을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거는 동안 평고대가 위, 아래로 앞, 뒤로 간격이 일정한지 계속 확인한다.
⑤ 처음 걸은 서까래와 중앙 서까래 사이, 처음 걸은 서까래와 맨 끝 서까래 사이 중간 서까래를 건다.
⑥ 이후 서까래 역시 양쪽 서까래 중간부터 걸어 나간다.   
 
5월 24일(금) 무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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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푹푹 찐다. 남은 장연을 마저 걸어야 하고. 단연은 전부 걸지는 않더라도 박공을 걸고 목기연도 박아보려면 몇 개는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일하기 쉽지 않다. 조금 일하고 그늘에 피하는 것도 한두 번. 개판을 박다가 옥외실습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한다. 치목해 놓은 단연 몇 개를 꺼내 길이를 맞춰 다시 치목하고. 평고대도 마저 만들고. 만들어 놓지 않았던, 박공과 붙는 부연도 만들고. 그렇게 쉬엄쉬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일하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도 조금 불 때쯤 남은 장연과 새로 다듬어온 단연을 거니 한결 집 모양이 나온다. 이제 부연, 박공과 목기연을 걸고 적심도리만 올리면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다. 모든 부재를 다 올리지는 못하지만 얼추 남은 시간 내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셈이다.
 
* 개판은 개판 양쪽 끝과 개판홈이 서로 맞닿도록 해서 못 머리를 조금 남긴 후 구부려서 박아 고정해야 한다(나무가 수축해도 쪼개지지 않음).
* 서까래 간격이 1자 이면 개판은 5푼 정도 적게 한다(서까래 휜 것에 맞춰 개판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 못을 박을 자리도 필요하기 때문).
* 단연과 만나는 장연 부분은 도리 중심선에 맞추고 장연이 수직이 되도록 해서(도리 중심선과 수직이 아님)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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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09:29 2013/05/26 09:29
4월 22일(월) 맑음
 
모처럼 봄 날씨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눈이 오네, 영하로 떨어졌네, 달력 숫자만 4월 중순이었지 날씨는 11월쯤 이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벌써 공기가 다르더니 낮엔 푸근하다 못해 나른하게 만든다. 자칫 끌 손질하느라 꾸벅꾸벅 졸수도 있겠다 싶어 그동안 치우지 못했던 대패 청소에 나섰다. 처음 시작할 땐 저 많은 걸 언제 다 치우나 싶었는데. 여럿이 달라붙어 포대에 넣고 나르고 하니. 저녁 끝날 때 쯤 되니 얼추 깨끗한데. 그러고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쌓인 고민과 걱정도 얼추 정리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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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화) 흐리고 비
 
서까래를 치목할 때였던가. 나무를 깎을 땐 아무 생각 없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맞다. 생각이 많을 땐 되레 나무를 깎으면 된다.
 
주말, 어제까지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했더니 의욕이 생기질 않는데. 이럴 땐 그저 나무를 깎으면 정리가 되겠거니. 도리로 쓸 나무를 우마에 올려놓고 홈대패로, 전기대패로 깎으니. 그제야 조금씩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음이 정해진다.
 
그렇게 한눈 판(?) 사이 다른 조 하는 일들을 보니 도리 주먹장 맞춤을 위해 숫장부와 암장부를 파내고 있다. 또 숭어턱도 따내고 있다. 이런 한 발, 아니 두 발 늦었군. 서둘러 샘을 모셔놓고 숫장부를 만들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체인톱을 들이미는데.
 
음. 역시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선을 보고 톱을 넣으니 톱날이 비스듬히 들어가네. 다시 톱날을 제대로 넣어 보는데, 이런 벌써 어디는 배가 부르고 어디는 더 깎이고. 살리라는 선은 닿을 듯 말 듯. 간당간당 없애라는 선은 많이 남고.
 
안 되겠다. 내일부턴 바짝 정신 차리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이틀 어영부영했더니 금세 티가 나니.
 
4월 24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대패로 하는 작업이 많았다면 이번 주부터는 톱을 사용하는 일이 잦다. 어제 한 도리 숭어턱, 숫장부, 암장부 모두 체인톱으로 파내고 끌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종보-오량보 또는 마룻보-머리 부분과 도리, 장여와 맞물리는 곳을 따내기 위해 체인톱을 써야했다.
 
물론 샘이 시범을 보여주고 연습이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따로 반복하는 순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일단 딱 봐도 쉬워 보이진 않다. 아직까진 톱을 사선으로 넣는다던가, 수평선을 맞춰 잘라내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아서다. 이럴 땐 그저 부단히 연습하고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한데.
 
나무도 넉넉하지 않고 또 톱 쓰는 게 위험한 일이라 함부로 하기도 뭐하고. 암튼 수업시간에라도 기회가 되면 자꾸 톱을 써봐야겠다. 그래야 뭐든 잘라내도 잘라내고, 따내도 따낼 것이 아닌가.
 
4월 25일(목) 흐리고 비
 
처음 서까래를 깎고 도리를 치목할 때까진 대패가 중요하구나, 생각됐는데.
 
어제 체인톱에이어 오늘 원형톱. 물론 전동공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샘이니 그러하겠지만. 보 머리를 만들어 내거나 도리와 장여가 얹힐 곳을 따내는 것까지 톱으로 모든 걸 해내니.
 
이런, 대패도 대패지만 톱이 더 중요하군.
 
하지만 대패보다 일단 돌아가는 모양새가 무섭기가 이만저만 아니니. 샘은 한 손으로 작업을 할 정도로 힘이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몸은 경직되기 일쑤요. 톱은 맘대로 가질 않고 삐뚤빼뚤. 그나마 체인톱보단 원형톱이 쬐끔, 아주 쬐끔 쉬울 뿐 이도저도 쉽지가 않다.
 
4월 26일(금) 흐림
 
오전 내내 고역이다. 지난주까진 그래도 중간까진 따라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영. 게다가 날씨마저 꾸물꾸물. 심난한 마음에 몸까지 축 처진다. 게다가 오후엔 작업 속도가 느린 탓에 샘이 나머지 종보 2개 모두 보머리를 만들어 톱을 써볼 기회가 두어 번 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금요일이다.
 
* 체인톱 앞코를 사용할 때는 코 2/3 아래 부분이 먼저 닿도록 하면 톱이 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 체인톱을 수평으로 사용할 때는 톱에 부착된 수평계나 곡척 등을 이용해 수직을 맞추면 작업하기가 쉽다.
* 원형톱은 전진용이므로 가급적 후진은 하지 않도록 한다. 다만 후진해야할 때에는 톱을 들었다 놓아다 하면 조금씩 후진시킨다.
* 끌작업은 처음 파낼 곳을 정확히 수직 또는 수평으로 해놓으면 작업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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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21:11 2013/04/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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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보 치목 과정> 

 
4월 15일(월) 맑음
 
샘과 저녁을 먹었다. 첫날부터 같이 점심 먹으며 챙겨주던 상가주택 숙소 사람들과 함께. 술을 안 드시는 샘을 위해(?) 푸짐한 안주-송어회, 닭볶음탕 등등-를 놓고 3시간 가까이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샘으로부터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나중엔 먼저 현장으로 나가게 된 동기 한 분과 강릉 사는 분이 함께 와 분위가 달아올랐는데.
 
아쉽게도 집에 갈 막차 시간 때문에 먼저 나서야했다.  
 
하지만 샘으로부터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아쉽지는 않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 샘 말을 되짚어보니. “집을 짓는 것은, 한옥을 짓는 것은 바로 나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은 꼭 되새겨야 함.
 
나무가 어떤 곳에서 자라 어떻게 해서 여기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를 생각하자. 또 짧게는 십 수 년에서 많게는 반세기 이상을 자란 나무를.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르고, 켜고, 다듬는 걸 생각한다면. 또 그러면서도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대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건.
 
잘못돼도 크게 잘 못된 일.
 
그러니 앞으로도 항상 나무를 옮길 때고, 깎을 때고 나무에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며. 나무를 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4월 16일(화) 맑음
 
모처럼 봄 날씨다. 지난 주 내내 찬바람에 눈이 오락가락. 이게 봄인지 도로 겨울로 가는지 모를 날씨가 계속됐는데. 오늘은 바람도 잠잠해지고 기온도 높아져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인지, 점심 먹고 나니 모두들 노곤노곤한 몸에 작업이 평소보다 조금 늦다. 하지만 것도 잠시.
 
새로 들어온 나무들을 하나씩 우마에 올려놓고는 척척 일을 해나간다. 어느 나무는 종보로 또 어느 나무는 도리 혹은 기둥으로 쓸 것인지를 샘이 말해주면. 먹줄을 놓고 홈대패로, 전동대패로 깎아나가니. 톱밥이 허리 높이까지 쌓인 곳도 생긴다. 정해진 시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잠시 쉬면서 다 같이 톱밥도 치우고 날도 갈고. 급할 것 없으니 틈날 때마다 정리도 해나가야 한다. 
 
4월 17일(수) 흐리고 비 
 
작업 시작 전, 체조 후 샘이 처마물매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 실습으로 짓는 맞배집이 4치 5푼 물매로. 이를 기준으로 해서 물매를 어떻게 잡는지 구했으나. 절반은 알아들었을까. 샘 말로는 워낙 어려운 거니 생각날 때마나 물어보고, 또 샘도 여러 번 설명하고 얘기를 할 터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라고 했으나. 처마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선 당체 모르겠다. 음. 이해 못하는 거는 이해 못하는 거고. 샘 설명 끝나고 다시 대패를 든다. 그래, 지금은 대패라도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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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새물매(처마물매) 잡기(1/10 축소)
- 물매는 4치~4치 5푼 사이이며, 4치 5푼 이상을 주지는 않음.
- 오량도리 거리가 6자이면, 6자에 대한 대각 거리인(곡척의 뒷면 이용) 8자 반 거리에서의 물매가 4치 5푼 물매임.
- 서까래 나온 거리가 3자 반이면 여기에 1자를 더한 거리가 추녀 길이. 즉, 4자 반.
- 서까래 굵기가 5치이면 추녀 굵기는 대략 7치 정도(약 2치~3치 굵게 함).
 
4월 18일(목) 비온 후 맑음
 
“빛이 있는 곳에 톱 길이 있다.”
“선이 있는 곳에 톱 길이 있다.”
 
오늘은 예정에도 없던 체인톱 사용 요령을 배우고 실습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깎아야 할 나무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여기 학교 아니면 4각, 8각, 16각으로 깎아가며 굴도리를 치목해볼 수 없듯이. 체인톱으로 판재를 켜거나, 구 또는 각 원목을 선에 맞춰 잘라내는 것 또한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다는 샘 생각에. 오늘 하루 종일 연습, 또 연습을 한 것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기둥으로 쓸 부재 길이가 꽤 여유가 있어 요령 피우지 않았던 사람들은 오후 내내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다.
 
4월 19일(금) 맑음
 
스케치업 시간이 끝나고 오후 시간 실습시간이 되니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어제 회식이 있다더니 후유증인가 싶었는데. 일부는 주말을 맞아 집으로 내려갔고 다른 이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한옥포럼에 갔기 때문이란다.
 
사실 금요일이라는 시간만 아니었다면. 또 스케치업 강의만 없었다면 가보고 싶은 포럼이긴 했지만. 아직은 몸으로 익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 학교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동기들이 갔다니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오붓하게 모여 톱 사용법도 다시 익히고. 손대패날도 손보고. 샘이 손수 남경대패 만들라 사다 주신 박달나무 손도 보고. 나름 짭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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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21:28 2013/04/22 21:28
4월 8일(월) 바람 셈
 
지난 주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도리 치목이다. 금요일에 4각 치목을 했다면, 오늘은 8각에 이어 16각 치목이다.
 
4각 치목시 정사각 선을 긋는 것, 먹줄을 놓고 깎아내는 게 보기보단 쉽지 않았는데. 8각에 16각으로 이어지는 선 긋기와 먹줄 놓기, 대패질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 게 깎아낼 면인지. 정팔각, 정십육각은 나오는지. 착각하고 틀리기 매우 쉽다. 해서 작업 속도가 더뎌도, 너무 더디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니면 언제 이런 방법으로 굴도리를 치목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맞는지 틀린지 확인, 또 확인. 완벽은 아니라도 최대한 완벽에 가깝도록 치목해야 한다.
 
* 8치 굴도리 치목 요령: 정4각 → 정8각 → 정16각 → 손대패 순으로 치목한다.
* 이하 그림에서 mm는 치로 환산함.
  ex) 40.0mm→4치 25.0mm→2치 5푼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4각>
① 좌, 우를 봐가며 들어가거나 나온 것을 감안해 중심점을 잡고 수평계를 이용해 수직선을 긋는다. 
② 반대편도 ①의 방법으로 수직선을 긋는다.
③ 다시 반대편에 곡척을 이용, 수직선을 기준으로 중심점을 통과하는 수평선을 긋는다.
④ 곡척을 이용해 십반으로부터 좌, 우, 상, 하 각각 4치 거리의 점들을 찾아 이들을 연결하는 수직, 수평선을 긋는다.    
⑤ 반대편도 같은 ②, ③, ④의 작업을 한다.
⑤ 깎아내야 할 면부터 나무를 90° 돌려놓고 수직으로 먹줄을 놓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8각>
① 곡척을 이용해 십반으로부터 좌, 우, 상, 하 각각 2치 5푼 거리의 점들을 찾는다. 
② 곡척을 이용해 십반 중심점과 2치 5푼 거리의 점들을 각각 대각으로 연결하되, 중심점으로부터 각각 4치 되는 거리의 점을 찾아 90° 직각선을 긋는다.   
③ 반대편도 ①, ②의 작업을 한다.
④ 깎아내야 할 면은 역시 수직으로 먹줄을 놓는다.
* 먹줄을 놓을 때 선이 모자라 교차되는 선을 잡기 어려울 때는 곡척을 이용해 연장선(이 연장선은 중심점으로부터 나와야 함)을 만들어 사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16각>
① 곡척을 이용해 8각 모서리 가운데 하나와 중심점이 통과하는 대각으로 연결되는 다른 모서리와 연결하는 선을 긋는다.
② 모서리와 모서리, 중심점을 연결한 ①의 선에 중심점으로부터 각 모서리 쪽으로 4치 거리의 점들을 찾아 그곳에서 90° 직각선들을 긋는다.
③ ①, ②의 방법으로 모든 모서리와 중심점, 대각으로 연결되는 다른 모서리들을 연결하는 선으로부터 4치 거리의 점으로부터 90° 직각선을 긋는다. 
④ 반대편도 ①, ②, ③의 작업을 한다.
⑤ 깎아내야 할 면은 역시 수직으로 먹줄을 놓는다.
  
 
<손대패>
16각으로 치목된 부재의 각이 있는 부분은 전동대패로 각을 어느 정도 죽인 후, 손대패의 날을 빼 죽인 각부터 먼저 깎아낸다. 각이 진 부분이 다듬어지면 손대패 날을 넣어 각이 지거나 둥글지 못한 부분을 마무리하면서 최대한 둥글게 대패질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4월 9일(화) 바람 셈, 눈
 
오전엔 실습할 맞배집에 대한 설계와 물목 산출을 했다. 먼저 평면도와 단면도를 그린 후 소요되는 모든 부재를 뽑아봤다. 그러고 나서 각 부재에 대한 치수와 수량을 가지고 물목을 산출해보는 순서로 진행됐는데. 모눈종이에 단면도를 그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부연이니 연암이니 대공, 목기연 같은 부재들은 언뜻 해선 잘 떠오르지도 않고. 그러니 당연 치수 산출하는 것도 빠뜨리기도 쉬울 듯하다. 다행히 오늘 실습으로 대략적인 감은 잡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 샘이 늘 하시던 말대로 “차차 하다보면 다 알게 돼요. 지금부터 너무 그런 거에 신경쓰다보면요, 이거 하는 게 잘 안 되걸랑요. 그러니까요. 일단은 여기에 집중”하다보면 감을 넘어서겠지요.
 
오후엔 어제 하다만 굴도리 치목, 정 4각에서 정 8각으로, 다시 정 16각으로 만들어 깎아냈다. 4각에서 8각, 16각으로 갈수록 먹줄을 놓기 위한 작업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되레 대패질이 쉽다고 느껴질 정도니.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선이 먹으면 그만큼 각도 나오지 않고 다음 작업이 어려워지니. 

 

* 물목 산출 방법
ex) 장혀 9尺 × 30 × 50 수량 10개일 경우
→ 9 × 3 × 5 ÷ 12 × 10 = 112.5(사이)
* 12: 사이를 알기 위한 숫자로 공식과도 같은 수치임
 
 
4월 10일(수) 바람 셈, 눈
 
며칠째 날씨가 요란하다. 찬바람이야 늘 이맘때면 부는 거니 그러려니 싶어도. 함박눈이 내리는 데엔 혀가 차진다. 다행이 기온이 좀 있어 다행이지, 자칫하다간 길에 눈이 쌓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오전엔 괜찮았건만. 점심 먹고 시작한 구들강의가 끝나고 평창구들마을로 향하는데. 첨엔 참 예쁘게도 온다, 싶다가. 다 둘러보고 다시 학교로 나서는데. 함박눈이다. 그것도 차 앞이 보이질 않을 만큼. 게다가 한 고개를 넘으면 눈이 오다가도. 또 한 고개를 넘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쨍. 이거야 원. 도통 적응이 되질 않는다. 나름 일 년을 태백에서 살았는데 말이다. 다행히 끝날 시간엔 눈이 그쳤기에 망정이지, 폭설 뚫고 집에 갈 뻔했다.
 
* 구들은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아궁이를 바람이 끝나는 곳에 굴뚝을 놓는다.
① 부넘기는 높을수록 좋다: 좁은 공간은 압력이 낮아지며 공기의 속도가 빨라진다.
② 개자리는 깊을수록 좋다: 공기가 뜨거워질수록 수분을 많이 함유하게 되는데 이 수분을 어느 곳에서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곳이 개자리다(차가워진 공기를 떨어뜨려야 함).
③ 굴뚝은 높을수록 좋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최소 처마 높이는 되어야 함).
※ 굴뚝개자리, 고래개자리는 함실바닥 또는 그 보다 깊어야 한다. 
 
 

4월 11일(목) 눈

 
대패날 가운데가 불렀다고 하셨다. 대패가 앞으로 갈 때 3인 깎이면 뒤로 갈 때 1정도가 깎여야 하는데. 앞으로 갈 때보다 뒤로 갈 때 더 많이 깎이는 것이 분명 가운데가 불렀다는 얘기다. 해서 날을 빼 확인해보니. 이런, 불러도 너무 불렀다. 어제, 오늘 열심히 숫돌에 갈아서 섰었는데. 날을 잘못 갈았던 건가? 우야 됐던 간에 다시 숫돌에 갈아 가운데만 죽이는 수밖에. 한 사람당 5분씩 잡고 돌아가며 갈자하고 한 순번 돌아갈 때쯤.
 
보다 못한 전 샘이 그라인더로 갈아준다고 달라신다. 냉큼 날을 드리니 금세 볼록하게 나온 가운데를 팍 죽여서 주신다. 오호, 이제 숫돌에 조금만 갈면 되겠거니. 다시 숫돌에 날을 얹고 싹싹, 쓱쓱 날을 가는데. 어째 날이 갈리는 건가? 샘 말로는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고 했는데 갈아도, 갈아도 처음 그 상태다. 날이 불룩하게 부른 체 말이다. 
 
다시, 보다 못한 샘이 나섰는데. 이런 이번엔 날을 잘못 갈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숫돌이 잘못됐다. 다들 대패날을 가는데 숫돌 가운데 부분만 사용해서 갈은 탓에 숫돌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암만 날을 갈아봐야 양 끝에만 갈릴 뿐이지. 하는 수 없다. 숫돌도 다시 갈아 평평하게 만들고, 대패날은 다른 숫돌에 갈아야지.
 
결국 오후 4시부터 끝날 때까지 날만 갈게 됐다. 어떻게 보면 도리 한 면은 더 깎을 시간이라 아깝기도 하지만. 또 달리 보면 모든 작업 시작과 끝에 대패날을 확인하고, 갈고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날을 가는 것 하나만 해도 신경을 쓰고 또 써야만 제대로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하나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서까래에서 도리 깎기로 넘어가면서 어느새 잊고 있었던 것 하나를 다시 되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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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금)
 
스케치업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다, 마음먹었어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한 순간 놓치고 나면 시간 반 가까이는 멍하니 샘 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니. 고역은 고역이다. 뭐, 스케치업 프로그램 자체가 어려운 거는 아니니. 시간 날 때마다 동영상을 들으면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지금은 몸도 피곤하고. 아직은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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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21:54 2013/04/14 21:54
4월 1일(월) 맑음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3주 만에 정체(?)가 탄로 나고 말았다. 끝까지 시치미를 땠다면,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있었겠건만. 또 워낙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과격한(너무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글이 많은 곳이라 선뜻 밝히기가 뭐했었건만.
 
재차 물어보는 데 깜빡 손을 들고 만 셈. 뭐 나중에 밝혀지는 게 더 창피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해서 그만 공개한 것도 있지만. 또 덕분에 자기검열에 일지가 덧칠되거나 윤색될 수 있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잔 생각에 먼저 나선 것.
 
물론 그렇다고 원래 색깔을 지울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고. 처음 하던 식으로 하는 건 당연지사. 다만 조금 신경은 쓰이고 꼼꼼히 정리를 하겠거니, 는 싶다. 혹 부담감 때문에 쓸 말도 없는데 괜히 일지가 늘어나거나 사진 정리를 더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좋게 생각하면 될 듯.
 
아무튼 이래저래 낯간지러운 하루가 됐다. 나중에 해도 될 손전화 수리를 위해 조퇴까지 했으니 말이다.  
 
4월 2일(화) 비
 
봄비가 제법 내렸다. 잠깐 내리고 말 듯 하더니 종일 내렸으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싱숭생숭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날만도 한데. 2주 동안 열심히 깎아놓은 서까래에 나이를 매기는 중요한 일을 진행했다.
 
샘 얘기로는 서까래를 깎기 전에 나이를 먹이는 사람은 2-3명뿐이라는데. 그럼 나머진, 서까래를 깎고 나서 나이를 먹인단다. 그만큼 차이가 없다는 얘기인 것 같고. 되레 나이를 먹이고 서까래를 깎는 다면 좌판에 들어갈 만큼 서까래를 깎고 나이를 먹이고 하니. 일이 더디게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번거롭기까지 하다는 의미. 
 
좌판을 만들고 원형톱 각도를 맞춰 서까래를 잘라내고, 다시 도랭이를 그려 치목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오호 서까래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샘이 보여주는 시범에서나 나오는 모양. 어디 한 번, 호기롭게 덤벼들어 보았으나 역시나.
 
대패를 살짝, 살짝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한다는 말도. 1자 정도 길이만 다듬는다는 말도. 곡척으로 확인해보니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음, 당연하겠지만. 쉽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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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까래 나이매김: 서까래의 자기 자리 찾기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를 측정 함
① 깎은 서까래 가운데 하나를 좌판에 놓고 중심으로부터 먹줄을 놓아 서까래와 먹줄이 어느 만큼이나 띄어져 있는지를 본다.
→ 굳이 곧바르게 깎인 서까래일 필요는 없다. 
② 이 서까래를 기준으로 삼아 임의의 숫자를 정하고 좌판에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매긴다.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가 클수록 숫자는 높아지게 된다.
③ 평고대가 올라갈 기준선을 긋는다.
④ 서까래 끝부분 깎아낼 기울기 선을 긋는다.
⑤ 서까래 끝부분을 절단한 후, 처음 치목했던 크기보다 작은 크기로 서까래 끝부분을 다시 치목한다.
→ 대략 서까래 끝부분에서 1자 길이 정도를 가늘게 후려 깎아낸다.
⑥ 깎아 놓은 서까래를 차례로 나이 매긴 후 다시 치목한다.     
 
4월 3일(수) 맑음
 
아차, 했을 땐 이미 늦었더랬습니다. 피가 나는 건 오히려 다행이지 싶은 게, 손톱 밑이 까맣게 멍이 들어 금방이라도 빠질 것만 같았거든요. 게다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듯 아파오는데. 이거 며칠 일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요. 멋들어지게 지은 한옥 구경 때문이었을까요. 점심 먹을 때까진 아파 죽겠는데 오후 내내 아프단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다시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전보다 더 심한 통증과 함께. 그래 안 되겠다 싶어 진부 읍내 의원에 찾아가 물었더니. 다행히 손톱이 빠질 만큼 뿌리가 다친 것 같진 않답니다.
 
처방해준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으니 아픈 게 한결 나아진 것도 같고. 첨엔 무서워 손가락도 굽히지 못했었는데 가만, 가만 움직이며 굽히니 괜찮은 것도 같고. 여튼 자나 깨나 조심, 또 조심해야겠단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 알추녀: 추녀곡(曲)을 만들기 위해 추녀 밑에 덧대어 낸 것
* 사래: 겹처마의 경우 부연 길이만큼 추녀와 같은 모양으로 추녀 위에 덧대어 낸 것
* 도량주: 자연 상태 그대로의 원목을 대략 다듬어 세운 기둥
* 막개판: 가로로 걸은 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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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목) 맑음
 
오전엔 어제 하다 남은 나이 먹인 서까래 마무리 작업과 맨 끝 박공이 붙을 서까래 4개를 치목하는 것으로 일을 끝마쳤다. 물론 깎아야 할 서까래가 깎은 서까래보다 더 많을 듯싶지만. 들어온 나무가 없으니 일단 오전 작업은 이걸로 끝.
 
오후엔 도리로 쓸 나무를 치목장(실습실)으로 옮기고 먹줄을 놓았다. 워낙 큰 나무들이라 4명이 달라붙어 목도로 옮기고, 8치 4각 먹줄 놓는 것도 쉽지 않아 이것 하느라 시간이 다 지났다. 그래도 나무 옮기는 데 자연스레 “어여차, 어여차” 흥에 겨운 소리도 내고, 서까래말고 다른 부재도 치목한다는 것에 기대도 새로 생기고. 
 
내일부턴 다시 새로운 시작. 
 
* 한옥을 지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
① 부재를 밟지 말 것.
② 젖지 않게 할 것
③ 못으로 고정하지 말 것
 
* 집부사: 박공이 붙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평평하게 깎은 서까래, 많이 깎게 되면 서까래가 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덜 깎아내는 것이 중요함.
 

 
4월 5일 (금)
 
오전엔 어제에 이어 굴도리 치목을 했다. 원체 큰 나무이기도 하지만 먹줄 놓는 게 쉽지 않아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물론 전동대패가 손에 익지 않아 깎는 것도 수월치 않고. 오후엔 스케치업 시간이니. 아무래도 다음 주 월요일에나 돼야 겨우 4각 깎기가 마무리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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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6 16:31 2013/04/06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