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월) 맑음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3주 만에 정체(?)가 탄로 나고 말았다. 끝까지 시치미를 땠다면,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있었겠건만. 또 워낙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과격한(너무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글이 많은 곳이라 선뜻 밝히기가 뭐했었건만.
 
재차 물어보는 데 깜빡 손을 들고 만 셈. 뭐 나중에 밝혀지는 게 더 창피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해서 그만 공개한 것도 있지만. 또 덕분에 자기검열에 일지가 덧칠되거나 윤색될 수 있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잔 생각에 먼저 나선 것.
 
물론 그렇다고 원래 색깔을 지울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고. 처음 하던 식으로 하는 건 당연지사. 다만 조금 신경은 쓰이고 꼼꼼히 정리를 하겠거니, 는 싶다. 혹 부담감 때문에 쓸 말도 없는데 괜히 일지가 늘어나거나 사진 정리를 더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좋게 생각하면 될 듯.
 
아무튼 이래저래 낯간지러운 하루가 됐다. 나중에 해도 될 손전화 수리를 위해 조퇴까지 했으니 말이다.  
 
4월 2일(화) 비
 
봄비가 제법 내렸다. 잠깐 내리고 말 듯 하더니 종일 내렸으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싱숭생숭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날만도 한데. 2주 동안 열심히 깎아놓은 서까래에 나이를 매기는 중요한 일을 진행했다.
 
샘 얘기로는 서까래를 깎기 전에 나이를 먹이는 사람은 2-3명뿐이라는데. 그럼 나머진, 서까래를 깎고 나서 나이를 먹인단다. 그만큼 차이가 없다는 얘기인 것 같고. 되레 나이를 먹이고 서까래를 깎는 다면 좌판에 들어갈 만큼 서까래를 깎고 나이를 먹이고 하니. 일이 더디게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번거롭기까지 하다는 의미. 
 
좌판을 만들고 원형톱 각도를 맞춰 서까래를 잘라내고, 다시 도랭이를 그려 치목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오호 서까래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샘이 보여주는 시범에서나 나오는 모양. 어디 한 번, 호기롭게 덤벼들어 보았으나 역시나.
 
대패를 살짝, 살짝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한다는 말도. 1자 정도 길이만 다듬는다는 말도. 곡척으로 확인해보니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음, 당연하겠지만. 쉽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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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까래 나이매김: 서까래의 자기 자리 찾기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를 측정 함
① 깎은 서까래 가운데 하나를 좌판에 놓고 중심으로부터 먹줄을 놓아 서까래와 먹줄이 어느 만큼이나 띄어져 있는지를 본다.
→ 굳이 곧바르게 깎인 서까래일 필요는 없다. 
② 이 서까래를 기준으로 삼아 임의의 숫자를 정하고 좌판에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매긴다.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가 클수록 숫자는 높아지게 된다.
③ 평고대가 올라갈 기준선을 긋는다.
④ 서까래 끝부분 깎아낼 기울기 선을 긋는다.
⑤ 서까래 끝부분을 절단한 후, 처음 치목했던 크기보다 작은 크기로 서까래 끝부분을 다시 치목한다.
→ 대략 서까래 끝부분에서 1자 길이 정도를 가늘게 후려 깎아낸다.
⑥ 깎아 놓은 서까래를 차례로 나이 매긴 후 다시 치목한다.     
 
4월 3일(수) 맑음
 
아차, 했을 땐 이미 늦었더랬습니다. 피가 나는 건 오히려 다행이지 싶은 게, 손톱 밑이 까맣게 멍이 들어 금방이라도 빠질 것만 같았거든요. 게다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듯 아파오는데. 이거 며칠 일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요. 멋들어지게 지은 한옥 구경 때문이었을까요. 점심 먹을 때까진 아파 죽겠는데 오후 내내 아프단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다시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전보다 더 심한 통증과 함께. 그래 안 되겠다 싶어 진부 읍내 의원에 찾아가 물었더니. 다행히 손톱이 빠질 만큼 뿌리가 다친 것 같진 않답니다.
 
처방해준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으니 아픈 게 한결 나아진 것도 같고. 첨엔 무서워 손가락도 굽히지 못했었는데 가만, 가만 움직이며 굽히니 괜찮은 것도 같고. 여튼 자나 깨나 조심, 또 조심해야겠단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 알추녀: 추녀곡(曲)을 만들기 위해 추녀 밑에 덧대어 낸 것
* 사래: 겹처마의 경우 부연 길이만큼 추녀와 같은 모양으로 추녀 위에 덧대어 낸 것
* 도량주: 자연 상태 그대로의 원목을 대략 다듬어 세운 기둥
* 막개판: 가로로 걸은 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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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목) 맑음
 
오전엔 어제 하다 남은 나이 먹인 서까래 마무리 작업과 맨 끝 박공이 붙을 서까래 4개를 치목하는 것으로 일을 끝마쳤다. 물론 깎아야 할 서까래가 깎은 서까래보다 더 많을 듯싶지만. 들어온 나무가 없으니 일단 오전 작업은 이걸로 끝.
 
오후엔 도리로 쓸 나무를 치목장(실습실)으로 옮기고 먹줄을 놓았다. 워낙 큰 나무들이라 4명이 달라붙어 목도로 옮기고, 8치 4각 먹줄 놓는 것도 쉽지 않아 이것 하느라 시간이 다 지났다. 그래도 나무 옮기는 데 자연스레 “어여차, 어여차” 흥에 겨운 소리도 내고, 서까래말고 다른 부재도 치목한다는 것에 기대도 새로 생기고. 
 
내일부턴 다시 새로운 시작. 
 
* 한옥을 지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
① 부재를 밟지 말 것.
② 젖지 않게 할 것
③ 못으로 고정하지 말 것
 
* 집부사: 박공이 붙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평평하게 깎은 서까래, 많이 깎게 되면 서까래가 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덜 깎아내는 것이 중요함.
 

 
4월 5일 (금)
 
오전엔 어제에 이어 굴도리 치목을 했다. 원체 큰 나무이기도 하지만 먹줄 놓는 게 쉽지 않아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물론 전동대패가 손에 익지 않아 깎는 것도 수월치 않고. 오후엔 스케치업 시간이니. 아무래도 다음 주 월요일에나 돼야 겨우 4각 깎기가 마무리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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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6 16:31 2013/04/06 16:31
3월 25일(월) 눈
 
4월이 코앞인데 함박눈이다. 바람도 불고 기온도 떨어졌으니 도로 겨울인 듯싶다. 덕분에 실습실로 쓰고 있는 하우스에 환기를 못해 먼지를 제대로 먹고 있다. 오늘부턴 본격적으로 서까래를 깎아내는데 도리가 없다. 자주 쉬면서 들락날락 하는 수밖에.
 
다행히 원래 4인 1조로 실습이 진행됐었는데 오늘은 2개조씩 더 나누어 오전, 오후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더 많이 연습이 된 것 같으니 이건 덤보다 크다. 다만 일을 하다 보니 이상스레 경쟁의식이 생기는 건지 서까래 깎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떤 조는 오전에만 2개, 오후에 3, 4개씩 깎아냈으니.
 
잘 깎은 건지 어떤 건지 통 모르는 수준이니, 잘하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도 없고. 나중에 짜 맞추고 나갈 때 아쉬워해도 지금은 어찌할 도리도 없고. 하는 수 없다. 남이야 어떻게 하던 배운 데로, 차분히, 조급해하지 말고, 늘 생각하며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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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까래 치목 요령:

- 평고대가 올라갈 자리는 평평하게 다듬는다.

- 4치 굵기 서까래의 경우 4자 정도 되는 부분은 4치 5푼이 되도록 한다(4치와 똑같이 깎다 보면 결국 서까래가 작아지게 되므로).

- 서까래의 등과 배는 조금 굵게 깎는다 해도 좌와 우는 평평하게 한다.

- 임의의 십반을 긋고 1/4씩 깎아나간다(처음 1/4은 배, 다음 1/4은 좌, 다음은 등, 마지막 우이므로 처음과 세 번째는 조금 굵게 한다는 느낌으로 깎고 두 번째와 마지막은 평평하게 깎는다.).     

 
3월 26일(화) 맑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까래 깎기다. 틈틈이 체인톱을 이용해서 원목을 다양하게 깎는 요령을 배우기는 해도 주로 하는 일은 서까래 깎기다. 하지만 홈대패도 그렇고 전동대패도 무게가 꽤 무거운데다 손대패로 마무리까지 하고 나면 손목이 시큰한 게.
 
학교장은 하루에 15개도 깎아낸다고 하던데 그건 먼 훗날에나 가능할 거고. 지금으로선 하루 3개도 벅차다. 그래도 다들 이틀 깎아보니 요령도 생긴데다. 어차피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하기도 힘드니. 원목을 깎고 다듬으면서 생기는 각재니 판재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것 같은데.
 
마지막 사용한 홈대패와 전동대패 날을 갈고 끼우는데 큰 실수를 한 걸 보면. 역시나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단 생각과 배운 데로 차분히 해야겠단 마음이 다시 다져진다.
 
* 동연(단연)은 장연과 달리 위, 아래를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3월 27일(수) 바람 셈, 맑음
 
원래 오후 반나절 체육대회 일정이었는데 오전부터 어긋났다. 그렇다고 수업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싱숭생숭한 마음에 실습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레벨기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기둥을 세우는 데 꼭 필요한 공구인데도 어영부영 원리만 파악하고 넘어간 것.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손으로 수평도 맞춰보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친목을 다지자고 한 족구대회가 수업을 방해한 셈. 게다가 여럿 병원까지 가는 무리들을 했으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건가, 집 짓는 거 배우러 왔다 몸만 다치는 건가. 당장 내일 수업이 걱정이다. 서까래 깎을 나무가 두 차나 들어왔으니.  
 
* 9자 기둥일 경우 가공석 주초의 경우에는 보통 9자보타 1치 정도 크게 하고, 자연석 주초의 경우에는 1치 반에서 2치 정도 크게 한다.
 
* 레벨기 사용법
① 레벨기가 최대한 수평이 되도록 삼각대(다리)를 고정한다.
② 레벨기 레버를 이용해 물수평을 잡는다(물방울이 최대한 가운데로 오게 하되 빨간 원 안에 있으면 된다. 이때 레벨기를 좌, 우 또는 360°를 돌리면서 어느 방향에서도 수평이 잡혔는지를 확인한다.).
③ 초점 레버를 이용해 초점을 맞춘다.  
 
3월 28일(목) 맑음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됐다. 운동회 전, 운동회 중 다친 사람도 다친 사람이지만. 뒷풀이 때 마신 술들로 출석률이 저조하다. 또 나온 사람들 가운데도 미처 술이 덜 깨 작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된다. 덕분에 서까래 깎는 연습을 더 할 수 있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닌 듯싶다. 점심 먹고 나니 그래도 좀 나아보이긴 해도 여전히 활기가 없으니 말이다.
 
* 서까래 나이매김: 서까래가 휘어진 정도를 표시해나가면서 치목하는 것으로 일정 간격 눈금이 매겨진 좌판을 이용해 앙곡에 따라 눈금을 맞춰 서까래를 치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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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부터 치목한 서까래를 차곡차곡 쌓아놨다>

 

3월 29일(금) 맑음
 
어제는 체육대회 후유증 탓이겠지만, 오늘은 금요일어서인가? 오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한 조당 거의 2명 꼴? 덕분에 오늘도 어제처럼 서까래 치목을 더 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설마 벌써 서까래 깎는 것에 치졌을까? 대체 무슨 일들이 있을까? 이래저래 걱정된다.
 
오후 스케치업 시간엔 다행히 잘 하는 사람 도움으로 지난 주 보단 많이 따라갈 수 있었다. 자칫 필요하면 나중에 동영상 보면서 해야지 하며 포기할 뻔 했는데. 교육하기 전 샘이 준 스케치업 책도 그렇고, 옆 자리에 앉아 차근차근 가르쳐 준 같은 조 막내도 그렇고. 스케치업도 지금보단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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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1 11:02 2013/03/31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