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여행 - 포장길 따라 타박타박, 임원항에서 호산항까지(2018년 4월 28일)
 
가을과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을 맞아서야 겨우 길을 나선다. 매서운 바람과 눈발이 흩날리더니 금세 황사가 뒤를 이은 날들을 다 보낸 셈인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만만치 않았더랬다. 막말까지 오가는 게 곧 무슨 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가을과 겨울. 하지만 개나리와 진달래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바람이 콧구멍을 간질간질. 경계를 사뿐히 넘나든 두 사람의 발걸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간단히 녹여버렸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왔던 것이다.
 
하지만 연일 미세먼지를 넘어 초미세먼지니 하는 것들로 봄이 왔건만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듯이. 전 세계가 박수치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해도. “두 번 속으면 바보, 세 번 속으면 공범”이라며 혼자 앵돌아져 있는 이가 있으니. 아니 기어이 선거에서 쓸 구호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며 생떼를 부리는 이가 있으니. 다가오는 초여름까지는 뭐든 조심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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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만큼은 이런저런 걱정 다 털어버리고 사뿐사뿐 길을 나서야겠는데. 지난번에는 해파랑길이 산으로 향하는 바람에 바닷가 쪽 길을 따라 쭉 걸어내려 왔는데. 오늘 시작하는 곳이 해파랑길과 다시 만난다. 오랜만에 걷는 거라 시간은 짧게 잡았고. 점심까지 다 챙겨 먹고 느지막이 나왔다. 비화항, 노곡항, 작진항을 다 둘러볼 거 아니라면 암만 찬찬히 걸어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니까.
 
임원항에는 신라 가요 ‘해가(海歌)’와 관련된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있으나 멀찍이서 힐긋 보기만 한다. 전망이 좋다고는 하지만 여까지 오는 동안 실컷 봤기도 했고. 굳이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올라가서 볼 만한 곳일까 싶어서다. 뭐 전망 말고도 조각이며 그림도 있다고는 하지만. 편견이라고 하기에는 또 여까지 오면서 봐왔던 그런저런 공원들. 오르막길 때문이라 핑계 대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비화항과 노곡항을 지나는 길이 오르막 내리막, 이리 저리 구불구불하다. 덕분에 땡볕에서만 걷는 게 아니라 좀 낫긴 한데. 곧게 새로 난 국도보다 뜸한 길이라 차들은 되레 과속에 중앙선 넘기를 밥 먹듯 한다. 거기다 내리막에선 자전거까지 무지막지한 속도들을 내고 있다. 자전거길과 해파랑길이 겹치는 구간은 늘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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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 조금 못 돼서 출발해 남부발전에 여섯시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쉬엄쉬엄 걸어도 되겠건만. 여기선 이리저리 내뻗어 있는 송전선이 머리 위를 따라다니니. 웅웅~~ 빨라 가라 내몬다. 여기저기 발전소에 기댄 마을들이 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사택과 원룸 건물들뿐인, ‘발전’이라고 하기엔 왠지 처량한 느낌 때문에 그렇다.
 
호산 입구 옥원교부터는 둑방길로 이어진다. 반짝반짝 호산천 물결이 옆에 있으니 잠시 쉬면서 눈 호강하고 싶지만, 아까부터 배꼽시계가 요란하다. 밥 먹을 시간이 됐기도 했지만, 한 시간 반이라도 걸었으니 이젠 먹어야 한다는 신호인가. 다행히 버스 놓치지 않게 딱 맞춰 밥도 먹고 술도 한잔. 동해 쪽 바다인데도 저만치 빨간 노을이 진다.
 
* 스물다섯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해파랑길 29구간이 임원항에서 만난다. 호산항까지 가는 길 동안 비화항, 노곡항, 작진항을 만나지만 들고나는 길이 한 곳뿐인데다 가파른 고갯길이라 선뜻 구경하기가 어렵다. 덕분에 재미없는 포장길을 2시간 정도 걸어야만 했다.
 
* 가고, 오고
임원항, 호산항은 장호항과 마찬가지로 시외버스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하다.
 
* 잠잘 곳, 먹을 곳
임원항과 장호항에는 꽤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있다. 숙박시설은 아직까진 당일치기로도 충분해 어떤지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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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3:34 2023/09/19 13:34

밤재를 넘으니 남도하고도 구례 땅이라 : <주천-산동> 구간 (2018년 5월 19일)

 

멀긴 멉니다. 어제 낮 3시에 출발했는데 남원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대전 언저리에서 조금 막히긴 했지만서도 7시간이라니요. 강릉에서 전라도. 심리적 거리만큼이나 오가는 시간도 참 머네요. 그러니 노는 날이 4일이라도 온전히 걸을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뿐입니다. 내일은 아침나절 여유 좀 부리며 놀더라도요. 점심 먹고부터는 또 부지런히 집으로 가야하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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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 옛길을 몰랐던 때 터널을 걸어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긴 터널 속에서 달려들 듯 내달리는 트럭들. 목줄도 없이 사납게 짖어대던 산만한 개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길 위로 뛰쳐나온 개구리와 지렁이들. 끝내 터널을 나오자마자 지나는 차를 세워 태워 달라했지요. 다시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입니다. 지금이야 왜 거길 지났을까 이유도 잘 떠오르진 않지만요.

 

주천에서 밤재를 넘어 구례 산동까지 이어지는 길은 꽤나 깁니다. 주천 쪽에서 넘어가는 길은 그래도 한 두 시간만 오르면 산동까지는 쭉 내리막이긴 한데. 산동 쪽에서는 반대로 긴 오르막을 네 시간 이상 걸어야 하니요. 이럴 땐 반대쪽으로 걷기로 한 게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도 중간에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배를 채우는 건 물론이고 간식도 넉넉히 챙겨야 합니다.

 

남원에서 출발한 버스가 주천면사무소를 두고 산 위쪽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더니 주천-운봉 구간 출발점에 사람들을 내려놓습니다. 탈 때 둘레길 간다고 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면사무소라는 방송에 벨을 눌렀는데, 다들 주천, 운봉 구간을 걷는 사람들이었던가 봐요. 기사님도 의례 그렇게 알고 있고. 왔던 길을 돌아 면사무소 앞으로 갈 때야 겨우 겨우 내립니다. 하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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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걸었던 길을 10여분 남짓 되짚어오니 다행히 밥 먹을 곳이 꽤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 조금 넘었네요.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든든히 먹어둡니다. 날씨야 어제까지 내렸던 비 때문에 미세먼지도 없는 화창하고. 햇볕이 조금 따갑고 자외선 지수가 높다고는 하지만,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고개를 너머 가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겠다, 생각됩니다.

 

외평마을을 지나 30여분 쯤 지났을까요. 목덜미에 땀이 조금 찹니다. 좀 전에 버스타고 지났던 산 중턱 마을, 장안제라는 저수지네요. 출발할 때 봤던 돌로 된 효열비가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봤었는데. 효자각 앞 배롱나무가 300년 됐다길래 그것도 구경하려는데. 왠 시커먼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걸까요. 아무리 목줄로 매어있다고 해도 무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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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따라 줄기차게 오르니 등이 흠뻑 젖습니다. 반소매 옷으로 갈아입고 숨도 고릅니다. 아까부터 꽃망울이 하나, 둘 떨어졌는데 그것도 세어보면서요. 산길이 계속 이어지고는 있지만 쉬고 나니 한결 낫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숨이 찰만하면 내려가기도 하고 완만하게 이어지기도 하네요. 유스호스텔을 두고 지하도를 두 번 왔다, 갔다 한 것만 빼면요.

 

올레길 6구간이라던가요. 모 재벌회장 부인이 길을 막아버렸던 곳이요. 때문에 올레길이 도로 쪽으로 우회하게 됐다던데요. 당연히 같은 이유는 아니겠습니다만. 얼핏 보면요. 유스호스텔을 통과하면 지하도를 한 번만 지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닌가요. 물론 매일 문을 열어야하니 쉽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좀은 아쉽습니다. 매점도 있다고 하니 그곳을 거쳐 가면 둘레꾼들에게 도움이 될텐데요.

 

길이 어느새 포장도로에서 임도로 바뀌었습니다. 계속 오르막이긴 하지만 경사가 크지 않아 숨은 가쁘지 않습니다. 좀 전에 지나왔던 거 아닌가 싶게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지만요. 그늘에 누워 잠깐 쉬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향도 흠뻑 맡아봅니다. 이제 3분의 1쯤 왔습니다. 1시가 조금 넘었으니 이만하면 늦지도 빠르지도 않고 좋습니다.

 

밤재를 코앞에 두고 여느 고갯마루와 같이 오르막이 가파릅니다. 마지막 힘을 내기 위해 숨을 고르고는 힘차게 출발. 2시. 드디어 밤재에 올랐습니다. 올라온 쪽에서 보면 남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반대편 내려가는 쪽을 보면 19번 국도가 꼬부랑꼬부랑. 정자에서 고기 구워 먹는 사람들만 아니었으면 한참이고 쉬었다 갔을텐데. 게다가 송전전까지 길을 가로지르고 있어 달음박질을 합니다.

 

산만한 개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어찌하나 난감합니다. 가만 보니 밭둑으로 돌아가면 될 듯합니다. 길을 내준 것만도 고마우니 길 가에 개 키운다고 뭐라 할 수 없지요. 무서우면 잠시 피해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비올 때 돌아가는 길로는 웬만해선 안 가는 게 좋겠습니다. 곧 펼쳐지는 대나무 숲을 볼 수 없으니까요. 또 쭉쭉 뻗은 편백나무가 이어진 시원한 숲도 지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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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억서억 대숲을 지나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뛰기도 합니다. 어제, 그제 비가 와 걱정했지만 물이 많이 빠져서인지 괜찮네요. 계곡물에 땀을 씻어냅니다. 바리바리 싸 온 간식도 챙겨먹고요. 커피향이 물씬 나는 편백나무 사이에서는 조금 가다 쉬고, 또 조금 가다 의자에 퍼질러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숲길을 다 빠져나오니 아까 개 때문에 돌아가려 했던 길과 만납니다.

 

밤재 정상에서, 아니 주천에서부터 국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송전선이 눈에 자꾸 거슬리네요. 게다가 둘레길 위로 여기저기 지납니다.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에서도 그렇고.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현천제를 지나 현천마을에서도 그렇고. 우연이겠지만요. 아까부터 머리가 그렇게 아픈데 혹시나 저 고압선 때문인 건가요. 점심 먹을 요량으로 점 찍어둔 식당이 문을 닫아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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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천교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니 원촌마을입니다. 산동면사무소가 있는 곳이구요. 주천-산동 구간 시작점이자 마침점입니다. 숙소를 탑동마을에 잡았으니 20여분은 더 가야겠는데, 아이쿠 뱃속이 요란합니다. 그도 그럴만합니다. 10시 반에 아침 겸 점심 먹고 11시부터 걷기 시작해서 지금이 다섯 시니. 꼬박 여섯 시간 동안 걸으며 밥 구경을 못했거든요.

 

마침 손수 기른, 채소는 물론 쌀농사까지 지었다고 합니다. 손맛 나는 밥집에서 맞바람에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술도 한 잔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럴 땐 해가 길어진 게 참 다행이지 싶습니다. 식당을 나와 잠깐 길을 헤매긴 했지만요. 서시천을 따라 효동교를 건너 민박집에 도착하니 아직도 날이 밝습니다. 이제 씻고 푹 자야겠습니다. 여기는 전라남도하고도 구례 땅입니다.

 

*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섯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주천에서 밤재를 넘어 산동까지 15.9km와 서시천 건너 탑동마을까지 1.4km를 더하면 17.3km를 걸었네요.

 

* 가고, 오고

강릉에서 전라도 쪽으로 오고가는 길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지도를 대각선으로 쭉 그어도 꽤 긴 거리인데다 고속도로나 기차마저 이리저리 돌고 돌아오니 그렇습니다. 승용차로도 5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고, 대중교통으로는 짧게 잡아도 7시간은 걸립니다.

 

* 잠잘 곳

주천에도 밥 먹고 숙박할 곳이 여럿 있는데 남원에서 숙박을 했습니다. 오후 일찍 출발했는데도 밤 늦게서야 겨우 남원까지밖에 못 왔으니까요. 주천을 지나 밤재, 산동까지 유스호스텔에 있는 듯한 매점을 빼고는 밥집은커녕 물 사마실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간식을 충분히 싸 가져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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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11:37 2021/09/15 11:37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물네 번째 여행 - 그냥, 다시 바닷길 따라 걷는 길(2017년 9월 30일)
 
올 여름 무던히도 내렸던 비 때문이었을까. 아니 부쩍 요상해진 날씨 탓에 늦더위가 아직까지 남아서일까. 지난주에 비해선 좀 덜한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많다. 낼 모래가 10월이고 곧 추석이니 그래도 오늘은 물속에서보다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배 밑이 투명하다해도 저렇게 많이 떠 있으면 물고기들이 다 도망갈 텐데. 다 틀렸다. 맛만 보고 얼른 떠야지. 맑디맑은 바다.
 
 
이웃한 갈남항에 예상치도 못한 마을박물관이 눈길을 잡아끈다. 안 그래도 호젓한 해변 모래밭이 발길을 붙들고 있지만서도. 자물쇠만 안 걸렸더라면 여서 걷기를 마쳐도 좋을 듯. 바다와 잠시 떨어진 해파랑길 대신 걷는 길이니. 어디서 멈춘들 돌아가기 버스타기 쉬우니 말이다. 괜히 길 없는 줄 뻔히 알면서 해변을 따라 마을 끝까지 가보기도 한다.
 
뭐 어촌민속전시관은 좀 관심이 가긴 했지만 아무리 풍습이고 문화라고 하지만. 그게 뭐 잘난 거라고 수십 개나 세워놓고 돈까지 받아 시큰둥했던 해신당은 표 파는 시간이 끝났단다. 지도를 보니 공원을 따라 가면 좀 덜 도는 것 같아 혹 했지만. 그래봐야 몇 분일 테고. 곧 해가 넘어갈 것 같아도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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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시간에 쫓기고 있는데 신남항에서 일이 생겼다. 그놈의 개. 묶여 있긴 하지만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던지. 근래 하도 개에 물려 다친 사람들이 많아 잔뜩 긴장하고 다녔건만.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소리. 또 가까운 길 놔두고 돌아간다. 그것도 왔던 길 되돌아서. 못해도 30분은 허비했으니. 뒤에 임원항 입구에서 마주친 늑대 같던 개도 다 이 때문이다.

 
해는 산 너머로 졌고, 멀리 임원항 불빛이 아른아른. 내려가는 길인데다 오가는 차가 없어 다행이지, 겨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다. 아니 뜀박질이다. 헌데 저 앞, 개인 건 분명한데 목줄이 보이질 않는다. 늑대처럼 어슬렁어슬렁. 여서 버스를 타야하나. 두 눈 부릅뜨고 다시 살펴보니 그제야 주인이 줄을 잡아끈다. 놀란 가슴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내처 달려 허겁지겁 버스에 오른다.
 
* 스물네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해파랑길은 장호항 못미처 용화에서 바다와 멀어진다. 장호항도 그렇지만 갈남항, 신남항. 마을박물관, 해신당,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둘러보려면 어쩔 수 없이 바다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장호항에서 임원항까지는 채 9km가 되지 않지만 구경할 게 많으니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한다. 4시에 출발해 7시에 도착했으니 3시간이 걸린 셈.
 
* 가고, 오고
강릉에서 장호항으로 가는 완행 시외버스는 간격이 넓다. 해서 삼척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거기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웬만하면 완행버스를 타는 게 낫다. 임원에서도 역시 완행 시간을 맞춰 타고 오는 게 빠르다.
 
* 잠잘 곳, 먹을 곳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번잡하다 싶을 만큼 뭐가 많다. 갈남이나 신남은 장호에 못 미치는 게 아닌데도 호젓하다 못해 썰렁하기도 하다. 뭐 어디든 먹고 잘 데는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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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09:23 2019/10/15 09:23

스물세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⑤ 달갑지 않은 기찻길과 함께 한 30구간(2017년 8월 26일)

 

느긋이 길을 나선다. 점심까지 먹고. 그도 그럴 것이 30구간은 7km. 시작점인 용화를 지나 장호항까지 조금 더 걸어도 채 8km가 안 된다. 그러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궁촌부터 원평, 문암, 용화 장호까지 고만고만한 모래톱을 찬찬히 걷겠다고 해도. 초곡항과 장호항을 두루두루 둘러보겠다고 해도 반나절이면 되니. 날이 선선해졌어도 아직 한 낮 해는 따가우니 것도 피할 겸. 궁촌에 도착하니 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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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가 아니었음 공양왕릉이 좀 더 알려졌을까? 바이크라도 있으니 공양왕릉이 알려지는 걸까? 바이크 매표소에는 북적북적한데 문화해설사의 집 앞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긴 지나면서 봤던 <이사부사자공원>만큼도 해놓지 않았으니 누가 눈길이나 줄까. 도처에 있는 능이란 능을 다 꾸며 놓자는 얘긴 아니지만, 변변한 표지 하나 찾기 힘들다. 공양왕이 대체 누굴까.

 

30구간은 문암해변에서 초곡을 지나 용화해변까지만 빼곤 바이크가 다니는 기찻길과 나란히 걷는다. 궁촌해변은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그나마 낫지만. 너머다만 봐도 꽤나 멋진 풍경을 보여줄 만한 곳인데 바이크 이용자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이크가 다 지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건널목도 있으니. 그게 그렇게 달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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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문암해변 지나 만난 초곡마을과 몬주익 언덕이 이만치는 했을라나, 아니 배는 더 높아 보이는 언덕길을 올라서면. 힘든 길도 다 끝나니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다. 그러니 꽤나 크게 만들어놨으나 영 관리가 시원치 않은 기념관이라도 둘러봐야 쉬어가기 좋을 듯. 한 여름에 걷는 사람이 없으니 길 찾기도 쉽지 않은 산길 대신 옛 국도를 걷는 게 그리 쉽진 않으니 그렇다.

 

자동자전용도로란 이름으로 7번 국도가 산 뚫고 다리 놓아 새로 생긴 후 옛 국도에는 자전거 종주길이 생겼다. 덕분에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도 넓어진 갓길에 길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해파랑길 자체가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많진 않지만 가끔 만나는 이런 큰 길도 걱정거리가 안 되니 말이다. 다만 오늘처럼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빼고는.

 

나폴리니 어쩌니 하는 얘기로 잔뜩 기대했던 장호항은 난장이다. 비좁은 마을길, 인도는커녕 양쪽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로 걷기조차 힘들다. 호젓한 곳에서 회에 소주나 할까 했는데 이래서야 뭘 먹을 수나 있을까. 강릉가는 시외버스도 서고 좌석버스도 자주 다니고. 맘 편히 먹으려면 아무래도 빨리 오는 차타고 여길 떠야 할 듯. 다행히 시내 들어가는 버스가 금방 정류장에 들어선다. 빨간 노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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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세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0구간은 난데없는 기찻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레일바이크 궁촌역에서 용화역까지. 해파랑길 홈페이지에는 7km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소개돼 있으나 해변에서 노닥거리고 황영조 기념공원도 둘러보고 하니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용화에서 장호항까진 1km가 채 안 되니 그걸 감안해도 꽤 걸린 셈.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레일바이크가 시작되는 곳인데도 궁촌에는 슈퍼하나 찾기 힘들다. 하지만 원평부터는 민박집도 많고 여름철에는 간이매점도 드문드문 보인다. 용화와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번잡스러워 많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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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18:06 2019/03/02 18:06

스물두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④ 심심하다 못해 지루했던 31구간(2016년 10월 8일)

 
가을이다. 맑고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코스모스. 언제부터였는지 한, 두 주 정도만 놓치면 봄, 가을을 느낄 수 없는데 다행이지 싶다. 고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해가 앞쪽에서 내려쬐는 것만 아니면 이보다 걷기에 좋은 날씨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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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교를 넘어 호젓한 마을길을 지나니 양 옆으로 어떤 곳은 벼 베기가 끝났고, 또 어떤 곳은 아직 물을 빼고 있는 논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겨우 경운기나 한 대 지나갈, 분명 논두렁길이었음이 분명한데 콘크리트로 발라진 길 사이로 말이다. 그 길로 땡볕에 메뚜기가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여기저기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넣은 퇴비 탓일까. 겉보기엔 우사인데, 케이지마다 개들이 들어차 있는 곳을 지나니 악취가 진동한다. 오리인지 닭인지 당체 알아보기도 힘든 캄캄한 하우스 안에서도 코를 찌르는 썩은 내가 풀풀 난다.

 

이젠 겨울만 됐다하면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쓴다. 대책 없이 파묻는 것도, 애꿎은 철새만 동네북 되는 것도 매년 되풀이된다. 언제부터 고기를 이리도 많이 먹었던가, 조금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봐도 알 터인데. 아무래도 날씨만 좋은가 보다.    

 
다리 건너 좌측으로 이어진 길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길들이 이름만 있을 뿐이라는 기사가 떠오른다. 겨우 사람이 지나간 흔적만 있을 뿐 이정표도 없다. 다행히 좀 지나 둔치가 나온다. 하지만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스팔트다. 아까 본 메뚜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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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동막초등학교 앞까지 와서야 겨우 버스정류장에서 해를 피한다. 주변엔 가게 하나 없다. 뭔 생각이었는지, 아니 뭐가 바빴는지 물도 안 가져 왔다. 그나마 자판기가 하나 있어 탄산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먹을 때뿐이고 되레 더 갈증 나게 하는 걸 알지만.  
     
 
표지판으로는 2.7km가 남았다. 느긋이 걸어도 1시간이면 되겠는데, 난데없는 도라지 공장에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터벅터벅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신나게 내달리니 금방 궁촌이다. 헌데 45분이 걸렸으니 빨리 걸은 건가? 늦은 건가?
 
 

* 스물두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1구간은 팔이구기념공원에서 시작해 공양왕릉이 있는 궁촌까지 9km가 채 안 된다. 해서 7km인 30구간과 연결해 걸으면 느긋이 걸어도 하루면 충분할 듯하다.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근덕면사무소 근처에는 식당이 여럿 있지만 궁촌까지는 슈퍼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간식이나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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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2:51 2018/06/10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