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스물네 번째 여행 - 그냥, 다시 바닷길 따라 걷는 길(2017년 9월 30일)
 
올 여름 무던히도 내렸던 비 때문이었을까. 아니 부쩍 요상해진 날씨 탓에 늦더위가 아직까지 남아서일까. 지난주에 비해선 좀 덜한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많다. 낼 모래가 10월이고 곧 추석이니 그래도 오늘은 물속에서보다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배 밑이 투명하다해도 저렇게 많이 떠 있으면 물고기들이 다 도망갈 텐데. 다 틀렸다. 맛만 보고 얼른 떠야지. 맑디맑은 바다.
 
 
이웃한 갈남항에 예상치도 못한 마을박물관이 눈길을 잡아끈다. 안 그래도 호젓한 해변 모래밭이 발길을 붙들고 있지만서도. 자물쇠만 안 걸렸더라면 여서 걷기를 마쳐도 좋을 듯. 바다와 잠시 떨어진 해파랑길 대신 걷는 길이니. 어디서 멈춘들 돌아가기 버스타기 쉬우니 말이다. 괜히 길 없는 줄 뻔히 알면서 해변을 따라 마을 끝까지 가보기도 한다.
 
뭐 어촌민속전시관은 좀 관심이 가긴 했지만 아무리 풍습이고 문화라고 하지만. 그게 뭐 잘난 거라고 수십 개나 세워놓고 돈까지 받아 시큰둥했던 해신당은 표 파는 시간이 끝났단다. 지도를 보니 공원을 따라 가면 좀 덜 도는 것 같아 혹 했지만. 그래봐야 몇 분일 테고. 곧 해가 넘어갈 것 같아도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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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시간에 쫓기고 있는데 신남항에서 일이 생겼다. 그놈의 개. 묶여 있긴 하지만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던지. 근래 하도 개에 물려 다친 사람들이 많아 잔뜩 긴장하고 다녔건만.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소리. 또 가까운 길 놔두고 돌아간다. 그것도 왔던 길 되돌아서. 못해도 30분은 허비했으니. 뒤에 임원항 입구에서 마주친 늑대 같던 개도 다 이 때문이다.

 
해는 산 너머로 졌고, 멀리 임원항 불빛이 아른아른. 내려가는 길인데다 오가는 차가 없어 다행이지, 겨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다. 아니 뜀박질이다. 헌데 저 앞, 개인 건 분명한데 목줄이 보이질 않는다. 늑대처럼 어슬렁어슬렁. 여서 버스를 타야하나. 두 눈 부릅뜨고 다시 살펴보니 그제야 주인이 줄을 잡아끈다. 놀란 가슴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내처 달려 허겁지겁 버스에 오른다.
 
* 스물네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해파랑길은 장호항 못미처 용화에서 바다와 멀어진다. 장호항도 그렇지만 갈남항, 신남항. 마을박물관, 해신당,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둘러보려면 어쩔 수 없이 바다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장호항에서 임원항까지는 채 9km가 되지 않지만 구경할 게 많으니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한다. 4시에 출발해 7시에 도착했으니 3시간이 걸린 셈.
 
* 가고, 오고
강릉에서 장호항으로 가는 완행 시외버스는 간격이 넓다. 해서 삼척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거기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웬만하면 완행버스를 타는 게 낫다. 임원에서도 역시 완행 시간을 맞춰 타고 오는 게 빠르다.
 
* 잠잘 곳, 먹을 곳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번잡하다 싶을 만큼 뭐가 많다. 갈남이나 신남은 장호에 못 미치는 게 아닌데도 호젓하다 못해 썰렁하기도 하다. 뭐 어디든 먹고 잘 데는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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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09:23 2019/10/15 09:23

스물세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⑤ 달갑지 않은 기찻길과 함께 한 30구간(2017년 8월 26일)

 

느긋이 길을 나선다. 점심까지 먹고. 그도 그럴 것이 30구간은 7km. 시작점인 용화를 지나 장호항까지 조금 더 걸어도 채 8km가 안 된다. 그러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궁촌부터 원평, 문암, 용화 장호까지 고만고만한 모래톱을 찬찬히 걷겠다고 해도. 초곡항과 장호항을 두루두루 둘러보겠다고 해도 반나절이면 되니. 날이 선선해졌어도 아직 한 낮 해는 따가우니 것도 피할 겸. 궁촌에 도착하니 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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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가 아니었음 공양왕릉이 좀 더 알려졌을까? 바이크라도 있으니 공양왕릉이 알려지는 걸까? 바이크 매표소에는 북적북적한데 문화해설사의 집 앞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긴 지나면서 봤던 <이사부사자공원>만큼도 해놓지 않았으니 누가 눈길이나 줄까. 도처에 있는 능이란 능을 다 꾸며 놓자는 얘긴 아니지만, 변변한 표지 하나 찾기 힘들다. 공양왕이 대체 누굴까.

 

30구간은 문암해변에서 초곡을 지나 용화해변까지만 빼곤 바이크가 다니는 기찻길과 나란히 걷는다. 궁촌해변은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그나마 낫지만. 너머다만 봐도 꽤나 멋진 풍경을 보여줄 만한 곳인데 바이크 이용자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이크가 다 지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건널목도 있으니. 그게 그렇게 달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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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문암해변 지나 만난 초곡마을과 몬주익 언덕이 이만치는 했을라나, 아니 배는 더 높아 보이는 언덕길을 올라서면. 힘든 길도 다 끝나니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다. 그러니 꽤나 크게 만들어놨으나 영 관리가 시원치 않은 기념관이라도 둘러봐야 쉬어가기 좋을 듯. 한 여름에 걷는 사람이 없으니 길 찾기도 쉽지 않은 산길 대신 옛 국도를 걷는 게 그리 쉽진 않으니 그렇다.

 

자동자전용도로란 이름으로 7번 국도가 산 뚫고 다리 놓아 새로 생긴 후 옛 국도에는 자전거 종주길이 생겼다. 덕분에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도 넓어진 갓길에 길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해파랑길 자체가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많진 않지만 가끔 만나는 이런 큰 길도 걱정거리가 안 되니 말이다. 다만 오늘처럼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빼고는.

 

나폴리니 어쩌니 하는 얘기로 잔뜩 기대했던 장호항은 난장이다. 비좁은 마을길, 인도는커녕 양쪽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로 걷기조차 힘들다. 호젓한 곳에서 회에 소주나 할까 했는데 이래서야 뭘 먹을 수나 있을까. 강릉가는 시외버스도 서고 좌석버스도 자주 다니고. 맘 편히 먹으려면 아무래도 빨리 오는 차타고 여길 떠야 할 듯. 다행히 시내 들어가는 버스가 금방 정류장에 들어선다. 빨간 노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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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세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0구간은 난데없는 기찻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레일바이크 궁촌역에서 용화역까지. 해파랑길 홈페이지에는 7km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소개돼 있으나 해변에서 노닥거리고 황영조 기념공원도 둘러보고 하니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용화에서 장호항까진 1km가 채 안 되니 그걸 감안해도 꽤 걸린 셈.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레일바이크가 시작되는 곳인데도 궁촌에는 슈퍼하나 찾기 힘들다. 하지만 원평부터는 민박집도 많고 여름철에는 간이매점도 드문드문 보인다. 용화와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번잡스러워 많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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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18:06 2019/03/02 18:06

스물두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④ 심심하다 못해 지루했던 31구간(2016년 10월 8일)

 
가을이다. 맑고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코스모스. 언제부터였는지 한, 두 주 정도만 놓치면 봄, 가을을 느낄 수 없는데 다행이지 싶다. 고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해가 앞쪽에서 내려쬐는 것만 아니면 이보다 걷기에 좋은 날씨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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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교를 넘어 호젓한 마을길을 지나니 양 옆으로 어떤 곳은 벼 베기가 끝났고, 또 어떤 곳은 아직 물을 빼고 있는 논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겨우 경운기나 한 대 지나갈, 분명 논두렁길이었음이 분명한데 콘크리트로 발라진 길 사이로 말이다. 그 길로 땡볕에 메뚜기가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여기저기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넣은 퇴비 탓일까. 겉보기엔 우사인데, 케이지마다 개들이 들어차 있는 곳을 지나니 악취가 진동한다. 오리인지 닭인지 당체 알아보기도 힘든 캄캄한 하우스 안에서도 코를 찌르는 썩은 내가 풀풀 난다.

 

이젠 겨울만 됐다하면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쓴다. 대책 없이 파묻는 것도, 애꿎은 철새만 동네북 되는 것도 매년 되풀이된다. 언제부터 고기를 이리도 많이 먹었던가, 조금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봐도 알 터인데. 아무래도 날씨만 좋은가 보다.    

 
다리 건너 좌측으로 이어진 길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길들이 이름만 있을 뿐이라는 기사가 떠오른다. 겨우 사람이 지나간 흔적만 있을 뿐 이정표도 없다. 다행히 좀 지나 둔치가 나온다. 하지만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스팔트다. 아까 본 메뚜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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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동막초등학교 앞까지 와서야 겨우 버스정류장에서 해를 피한다. 주변엔 가게 하나 없다. 뭔 생각이었는지, 아니 뭐가 바빴는지 물도 안 가져 왔다. 그나마 자판기가 하나 있어 탄산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먹을 때뿐이고 되레 더 갈증 나게 하는 걸 알지만.  
     
 
표지판으로는 2.7km가 남았다. 느긋이 걸어도 1시간이면 되겠는데, 난데없는 도라지 공장에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터벅터벅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신나게 내달리니 금방 궁촌이다. 헌데 45분이 걸렸으니 빨리 걸은 건가? 늦은 건가?
 
 

* 스물두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1구간은 팔이구기념공원에서 시작해 공양왕릉이 있는 궁촌까지 9km가 채 안 된다. 해서 7km인 30구간과 연결해 걸으면 느긋이 걸어도 하루면 충분할 듯하다.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근덕면사무소 근처에는 식당이 여럿 있지만 궁촌까지는 슈퍼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간식이나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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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12:51 2018/06/10 12:51
스물한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③ 건너뛰면서 추암에서 덕산까지 걷는 32구간
 
첫째 날, 삼척 시내를 앞두고 건너뛰기(2016년 7월 9일)
 
이번 구간은 꽤 길다. 게다가 삼척 시내를 앞두고는 산길이다. 시내를 거쳐 가는 길이야 장미공원도 둘러보고 둔치를 걸으니 좀 낫긴 하겠지만. 죽서루에서 오십천도 봐야겠고, 시립미술관도 구경해야 하니 하루에 걷긴 무리다. 해서 느긋이 집을 나선다. 터미널쯤에서 마치는 걸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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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은 지난번에 차 기다리면서 오래 있었던 곳인데도 또 한참을 있다 가게 한다. 그게 꼭 촛대바위 때문만은 아니고, 날씨가 좋아서인가. 바닷물에 비치는 모래가 어찌나 곱던지. 발까지 담그고 놀진 않았지만 ‘어이쿠 늦겠다’ 싶을 만큼 꽤 오래 머물렀다.
 
이름 때문일까? ‘후진’, 그것도 ‘작은 후진’이라는 이름말이다. 물론 바로 옆 추암보다야 덜 하긴 하지만. 한적한 곳에 자그마한 해변이라 호젓하게 놀긴 딱 좋은데, 뭣 때문인지 황량하기만 하다. 뭐 아직 피서철이 아니니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새천년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해안길을 따라 비치조각공원을 지나고 나면 산길로 올라서야 한다. 헌데 별 생각 없이 숨을 헐떡이며 언덕을 오르다 느닷없이 짖어대는 개소리에 쫓겨 내려오고 만다. 뭐 해가 살짝 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핑계로 산길을 건너뛰긴 했지만, 어찌나 놀랐던지.
 
이런 색도 다 있나 싶으리만치 다양한 장미가 있는 공원을 지나니 해가 저문다. 삼척 시내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까 가슴 철렁하게 한 덩치 큰 개가 아니었음 밤길을 걸을 뻔 했겠다. 또 덕분에 산길도 피하고 오롯이 해안을 따라 걸었으니 몸도 가뿐하다. 이제 어디 맛난 밥만 먹으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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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시내 천변길은 또 건너뛰고(2016년 9월 24일)

 
결국 죽서루엔 못 올라본다. 지난 번 걷기 후에 삼척 올 일이 있어 그때 시립박물관은 구경했고. 굳이 빙 돌아 올 필요가 없어 또 건너뛰어 오십천교부터 시작하니 그렇다. 날씨가 좋아 죽서루에서 보는 오십천이 볼 만하겠는데, 좀 아쉽다.
 
겉보기에도 흉물처럼 보이는데다 노동자 탄압으로 악명 높은 시멘트 공장은 먼지도 먼지거니와 어찌나 소음이 심하던지. 사진 찍는다고 가까이 가도 눈만 껌뻑이던 고양이 말고는 호젓하기 이를 데 없던 곳인데. 하는 수 없다, 서두르는 수밖에. 햇빛에 반짝이는 오십천이 눈에 밟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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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이라는 마을을 지나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지도를 보니 한재로 이어지는 옛 7번 국도인 듯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스팔트 고개니 마음을 다잡고 오른다. 9월도 보름이 지났건만 여전히 햇볕은 따가우니. 그나마 등 뒤로 있으니 다행이다. 바람도 선선히 불어오고. 
 
어디서고 탁 트인 곳에는 이름도 요상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한재공원 아래도 그렇다. 그 보기 좋은 풍경을 다 가로막고 서 있는 꼴이라니. 그것도 절벽에 콘크리트를 처발라 지어진 것들이다. 다행히  한재공원에는 이르니 한결 낫다. 산마루가 그늘도 만들고 눈에 거슬리는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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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쉬었다 내리막길을 내려서는데 저 밑에서 얼굴 까만 아저씨 한 분이 올라오고 있다. 얘길 들어보니 부산에서 출발해 20여일 째 걷고 있는 중이란다. 부인은 같이 못 걷고 중간에서 기다린단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인데 완주하는 이라니. 힘내시라!!
 
맹방은 꽤나 큰 곳이다. 맹방초에서 잠깐 볼 일 보고 줄곧 걸었는데 상맹방, 하맹방. 한 시간은 족히 걸었다. 사람 많을 때 라면이야 여기저기 상점도 열었을 거고 그러면 화장실도 있었을 테지만. 한 달 도 더 전에 해수욕 끝났다는 안내문이 내걸렸으니 말 다했다. 겨우 해변에서 잠깐 쉬었다 간다.
 
삼척은 오랜 시간 핵발전소 문제로 정부와 싸우고 있는 곳이다. 덕봉대교 건너 팔이구공원은 그 싸움에서 이긴 삼척 시민들이 세운 기념탑이 있는 곳이고. 80년대부터 시작된 싸움이 지난 지방 선거로 끝을 맺나 싶은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정부가 여전히 지정고시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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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벌써 산 너머로 넘어갔고 노을마저 어둠으로 바뀌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부안에서였던가. 집집마다 골목마다 새겨있던 원전반대 그림들도 떠오른다. 탑에는 그 고되고 지난했던 과정들을 그저 담담히 담고 있을 뿐이겠지만 그걸 어찌 모른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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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한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추암에서 덕산까지 이어지는 32구간은 22.5km로 꽤 긴 편이다. 아침 일찍부터 걸으면 해 지기 전에 마칠 수 있겠지만 오며가는 시간 때문에 두 번에 나눠 걸었다.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에는 구간별 교통편이 자세히 나와 있다.
 
* 잠잘 곳, 먹을 곳
삼척 시내를 벗어나 맹방으로 가는 길은 먹을 만한 곳이 없다.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도 없는데다 화장실은 여름 한철이 아니면 맹방초등학교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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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17:07 2018/03/10 17:07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무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② 기찻길 따라 걷는 길: 동해시 묵호역에서 추암까지 33구간
 
첫째 날, 기찻길 따라 묵호역에서 동해역까지(2015년 7월 4일)
 
이주 만에 또 나왔다. 여기저기 산허리에 구멍 뚫고 고속전철인가를 놓느라 폐쇄된 강릉역만 아니었다면 금방 왔을 텐데. 버스타고 시외버스타고 다시 또 버스타고. 1시간이면 올 거리를 2시간은 족히 걸린 듯하다. 그래도 집 나올 땐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맑게 개여서 그걸로 괜찮다. 
 
발한삼거리에서 늘 지나던 묵호역 앞 대신 뒤편 골목길로 해파랑길이 이어진다. 여길 얼마나 왔다 갔다 했는데 이런 길이 있나 싶다. 지도를 보니 묵호역이 아닌 묵호항역으로 향한다. 묵호역이 아니라 묵호항역이라, 이것도 처음이다. 호기심에 길 이쪽저쪽을 둘러보니 어렸을 적 뛰놀던 골목들과 고개 마루다. 배고프단 핑계 삼아 향로시장으로 들어선다.
 
묵호는 묵호항이 석탄을 실어 날랐던 곳이어서 종종 거기서 잘 못 연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깊고 맑은 바닷물이 검게 보이는 것처럼 거기서 따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곳은 물도 검고 바다도 검고 물새도 검으니 먹 묵(墨)자를 써서 묵호(墨湖)라고 하는 게 좋을 듯하구나."라는 유래는 곧 몸이 까만 새, 가마우지와도 연결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묵호항역은 화물을 실어 나르는 역이라 처음부터 광장이란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역 바로 앞 길 건너편으로 집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오래 전에 비워졌는지 깨진 창들이며 열려진 문들, 무너져 내린 벽까지 을씨년스럽다. 역 안쪽에 뜬금없이 서 있는 돌하르방만이  쇄락한 마을을 지키고 있다.
 
빈집 지키는 개들 소리만 요란한 묵호항역을 뒤로하고 철길 따라 바다 쪽으로 향하니 작지만 아기자기한 모래사장이 나온다. 하평해변이다. 정식으로 문을 연 건 아닌데 그래도 사람들이 많다. 열풍이 불고 있는 캠핑 족들이 풍기는 고기 냄새만 아니라면 딱 발 담그고 놀기 좋으련만. 쫓기듯 냄새 때문에 자리를 뜬다.
 
멀리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정자가 가까이 있다. 아까 쉬지 못한 보상일까. 발 뻗고 바닷바람 맞으면 한참을 쉰다. 헌데 가만 보니 누군가 벗어놓고 간 신발 한 짝과 밀짚모자가 보인다. 해변은 아까 왔던 데까지 가면 꽤나 멀고, 정자 앞은 낭떠러지로 아래가 철길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냐싶지만 괜히 등골이 서늘해진다.
 
정자에서 내려오니 땡볕이다. 한낮을 피해 걷는다고 4시 다돼서 걷기 시작했는데도 이렇다. 대로 건너편은 그나마 그늘이 지는데 이쪽으론 해가 바로 머리 위다. 아까까진 좋았는데 괜한 걱정에 서둘러 나섰나 보다. 해가 잦아들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며 한숨 자둘 것을. 어쩔 수 없다. 모자라도 푹 눌러쓰고 부채로 피해봐야지.
 
다행히 한섬해변에서부터 솔 숲 산책길이다. 강릉에서 한참을 걸었던 소나무 숲에 비하면 미니어처 같기도 하지만, 요리조리 소나무 사이를 피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감로수가 나온다는 감추사(甘秋寺)를 지나서부터는 야생화가 잔뜩 핀 곳, 조릿대가 늘어선 곳, 기찻길 따라 바다도 보였다 안 보였다. 산책길이 다 같은 산책길이 아니네.
 
아이들 급식할 돈은 없다면서도 골프 사랑만큼은 지극하신 어느 도지사를 떠올리게 하는 골프장에서부터 산책길이 끝이다. 산책길이 끝났다는 건 곧 땡볕이라는 뜻. 동해역이 코앞이지만 그늘 하나 없는 길이 계속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진가보다. 어차피 추암은 버스 편이 좋지 않아 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 어디서 멈출 생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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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기찻길 따라 동해역에서 추암을 지나 삼척 증산마을까지(2016년 5월 14일)
 
강릉이 생각보단 외진 곳이라 연휴가 아니면 전라도나 경상도, 아니 충청도 쪽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하는 연휴 때면 곧장 밖으로 쏘다닌다. 덕분에 바닷길 걷기 속도가 느리다. 물론 바우길을 이어 붙여 걷는다고 시간을 보냈다지만. 2010년 2월 7일에 고성에서 출발했는데 이제 동해니, 말 다했다.
 
해서 이주 전에 지리산을 다녀와 조금은 피곤한데도 날 좋다는 핑계로 길을 나섰다. 생각해보면 땅끝에서 고성까진 한 달에 두, 세 번 걸을 때도 있었지만 3년 만에 다 걸었는데. 바닷길 걷기는, 맞다. 아직 반도 채 안 됐는데 5년 넘게 걸었으니. 아무래도 이러다간 10년은 족히 걸리지 않을 듯싶다. 허나 언제까지다 정해놓은 것 없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더구나 오늘처럼 강릉 살면서도 손꼽을 만치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을 볼 수 있는 날엔 더 그렇다. 그러니 한 번에 오는 시외버스대신 버스타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다 마다한다. 하지만 배고픔 앞엔 장사 없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얼른 자장면이라도 한 그릇씩 후딱 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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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에 이런 길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실은 해파랑길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출력할 때만 긴가민가했다. 아무리 봐도 여기로 가는 게 맞나. 헌데 버젓이 리본도 달려 있고 표시도 명확하다. ‘해파랑길 33코스 해물금길’. 처음엔 그래도 차가 다닐 만치 길이 뚜렷한데, 밭인지 공원인지 불분명한 곳도 지나고. 고가도로 밑을 지나더니 하천을 건너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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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과선교 밑을 지나고 나니 거의 모든 도시가 앞 다퉈 만들어내고 있는 예의 그 하천 옆 산책길로 연결된다. 다른 게 있다면 바다가 가깝고 물이 맑아서일까.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전길과 산책길이 나누어져 있는 것부터 운동기구, 잔디밭, 의자, 운동장까지 강릉 남대천변과 엇비슷하다.  
 
산책길이 끝나니 바다다. 하지만 아까부터 눈에 거슬렸던 시멘트 공장이 바다 풍경을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군부대 철조망까지 더해지니 이건 영 아니지 싶다. 그래도 잠깐이지만 철책을 끼고 소나무 숲길을 걸을 땐 조금 낫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미세먼지 주범,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쉼 없이 질주하는 대로다. 그것도 땡볕에.
 
추암을 바로 코앞에 두고 리본이 이쪽저쪽이다. 조각공원 쪽에도 보이고 지금껏 걸어왔던 공단길에도 바람에 날린다. 공사를 하고 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는데, 암튼 길이 헛갈린다. 모로 가도 추암만 가면 되겠거니 싶은데 쉽지 않은 셈. 에라, 모르겠다. 일단 조각공원 쪽으로 올라선다. 그쪽이 바다도 가깝고 나무도 있으니 해는 피할 수 있겠지.
 
다행이 아까처럼 철조망을 바로 옆에 끼고 데크로 만든 길이 보이니 잘 찾아온 셈. 더구나 아찔한 절벽 옆에 있는 만큼 바다 풍경이 끝내준다. 또 촛대바위 하나 보겠다고 온 수 많은 사람들을 비켜서서 추암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도 훌륭하다. 북평해암정하고 추암촛대만 건너뛰면 발 담그고 논 추암해수욕장까지. 해물금길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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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지난번부터 해파랑길을 걷는다. 앞으로도 쭉 그 길을 걸을지 바다를 따라 갈지 딱히 정하지는 않았다. 이번도 해파랑길을 걸었는데 아기자기한 맛이 바우길 못지않다. 아무래도 차도를 다니는 것보다 낫기도 하니 부산까진 이 길을 걸을 듯하다. 추암에서 묵호역까지 어이지는 33구간은 13.3km로 바삐 걸으면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다.   
 
* 가고, 오고
묵호역은 강릉역이 폐쇄되기 전엔 참 쉽게 갔을 터인데. 정동진까지 버스타고 가서 기차를 타던가, 터미널 가서 시외버스타고 또 버스타고 가던가. 암튼 1시간 남짓이면 될 것을 2시간 걸려 가야한다. 2017년 말까진 하는 수 없다. 
 
* 잠잘 곳, 먹을 곳
동해역에서 추암까지를 제외하면 곳곳에 먹을 곳, 잠잘 곳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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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09:56 2017/03/17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