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⑤ 달갑지 않은 기찻길과 함께 한 30구간(2017년 8월 26일)

 

느긋이 길을 나선다. 점심까지 먹고. 그도 그럴 것이 30구간은 7km. 시작점인 용화를 지나 장호항까지 조금 더 걸어도 채 8km가 안 된다. 그러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궁촌부터 원평, 문암, 용화 장호까지 고만고만한 모래톱을 찬찬히 걷겠다고 해도. 초곡항과 장호항을 두루두루 둘러보겠다고 해도 반나절이면 되니. 날이 선선해졌어도 아직 한 낮 해는 따가우니 것도 피할 겸. 궁촌에 도착하니 4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이크가 아니었음 공양왕릉이 좀 더 알려졌을까? 바이크라도 있으니 공양왕릉이 알려지는 걸까? 바이크 매표소에는 북적북적한데 문화해설사의 집 앞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긴 지나면서 봤던 <이사부사자공원>만큼도 해놓지 않았으니 누가 눈길이나 줄까. 도처에 있는 능이란 능을 다 꾸며 놓자는 얘긴 아니지만, 변변한 표지 하나 찾기 힘들다. 공양왕이 대체 누굴까.

 

30구간은 문암해변에서 초곡을 지나 용화해변까지만 빼곤 바이크가 다니는 기찻길과 나란히 걷는다. 궁촌해변은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그나마 낫지만. 너머다만 봐도 꽤나 멋진 풍경을 보여줄 만한 곳인데 바이크 이용자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이크가 다 지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건널목도 있으니. 그게 그렇게 달갑지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문암해변 지나 만난 초곡마을과 몬주익 언덕이 이만치는 했을라나, 아니 배는 더 높아 보이는 언덕길을 올라서면. 힘든 길도 다 끝나니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다. 그러니 꽤나 크게 만들어놨으나 영 관리가 시원치 않은 기념관이라도 둘러봐야 쉬어가기 좋을 듯. 한 여름에 걷는 사람이 없으니 길 찾기도 쉽지 않은 산길 대신 옛 국도를 걷는 게 그리 쉽진 않으니 그렇다.

 

자동자전용도로란 이름으로 7번 국도가 산 뚫고 다리 놓아 새로 생긴 후 옛 국도에는 자전거 종주길이 생겼다. 덕분에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도 넓어진 갓길에 길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해파랑길 자체가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많진 않지만 가끔 만나는 이런 큰 길도 걱정거리가 안 되니 말이다. 다만 오늘처럼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빼고는.

 

나폴리니 어쩌니 하는 얘기로 잔뜩 기대했던 장호항은 난장이다. 비좁은 마을길, 인도는커녕 양쪽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로 걷기조차 힘들다. 호젓한 곳에서 회에 소주나 할까 했는데 이래서야 뭘 먹을 수나 있을까. 강릉가는 시외버스도 서고 좌석버스도 자주 다니고. 맘 편히 먹으려면 아무래도 빨리 오는 차타고 여길 떠야 할 듯. 다행히 시내 들어가는 버스가 금방 정류장에 들어선다. 빨간 노을과 함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스물세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0구간은 난데없는 기찻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레일바이크 궁촌역에서 용화역까지. 해파랑길 홈페이지에는 7km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소개돼 있으나 해변에서 노닥거리고 황영조 기념공원도 둘러보고 하니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용화에서 장호항까진 1km가 채 안 되니 그걸 감안해도 꽤 걸린 셈.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레일바이크가 시작되는 곳인데도 궁촌에는 슈퍼하나 찾기 힘들다. 하지만 원평부터는 민박집도 많고 여름철에는 간이매점도 드문드문 보인다. 용화와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번잡스러워 많이 놀랐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9/03/02 18:06 2019/03/02 18:06

스물두 번째 여행 - 해파랑길 ④ 심심하다 못해 지루했던 31구간(2016년 10월 8일)

 
가을이다. 맑고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코스모스. 언제부터였는지 한, 두 주 정도만 놓치면 봄, 가을을 느낄 수 없는데 다행이지 싶다. 고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해가 앞쪽에서 내려쬐는 것만 아니면 이보다 걷기에 좋은 날씨가 또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산교를 넘어 호젓한 마을길을 지나니 양 옆으로 어떤 곳은 벼 베기가 끝났고, 또 어떤 곳은 아직 물을 빼고 있는 논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겨우 경운기나 한 대 지나갈, 분명 논두렁길이었음이 분명한데 콘크리트로 발라진 길 사이로 말이다. 그 길로 땡볕에 메뚜기가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여기저기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 넣은 퇴비 탓일까. 겉보기엔 우사인데, 케이지마다 개들이 들어차 있는 곳을 지나니 악취가 진동한다. 오리인지 닭인지 당체 알아보기도 힘든 캄캄한 하우스 안에서도 코를 찌르는 썩은 내가 풀풀 난다.

 

이젠 겨울만 됐다하면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쓴다. 대책 없이 파묻는 것도, 애꿎은 철새만 동네북 되는 것도 매년 되풀이된다. 언제부터 고기를 이리도 많이 먹었던가, 조금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봐도 알 터인데. 아무래도 날씨만 좋은가 보다.    

 
다리 건너 좌측으로 이어진 길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길들이 이름만 있을 뿐이라는 기사가 떠오른다. 겨우 사람이 지나간 흔적만 있을 뿐 이정표도 없다. 다행히 좀 지나 둔치가 나온다. 하지만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스팔트다. 아까 본 메뚜기가 생각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우 동막초등학교 앞까지 와서야 겨우 버스정류장에서 해를 피한다. 주변엔 가게 하나 없다. 뭔 생각이었는지, 아니 뭐가 바빴는지 물도 안 가져 왔다. 그나마 자판기가 하나 있어 탄산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먹을 때뿐이고 되레 더 갈증 나게 하는 걸 알지만.  
     
 
표지판으로는 2.7km가 남았다. 느긋이 걸어도 1시간이면 되겠는데, 난데없는 도라지 공장에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터벅터벅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예고 없이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신나게 내달리니 금방 궁촌이다. 헌데 45분이 걸렸으니 빨리 걸은 건가? 늦은 건가?
 
 

* 스물두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31구간은 팔이구기념공원에서 시작해 공양왕릉이 있는 궁촌까지 9km가 채 안 된다. 해서 7km인 30구간과 연결해 걸으면 느긋이 걸어도 하루면 충분할 듯하다. 

 

* 가고, 오고
해파랑길 홈페이지(http://www.haeparanggil.org/?main)를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근덕면사무소 근처에는 식당이 여럿 있지만 궁촌까지는 슈퍼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간식이나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8/06/10 12:51 2018/06/10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