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여행 - 포장길 따라 타박타박, 임원항에서 호산항까지(2018년 4월 28일)
 
가을과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을 맞아서야 겨우 길을 나선다. 매서운 바람과 눈발이 흩날리더니 금세 황사가 뒤를 이은 날들을 다 보낸 셈인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만만치 않았더랬다. 막말까지 오가는 게 곧 무슨 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가을과 겨울. 하지만 개나리와 진달래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바람이 콧구멍을 간질간질. 경계를 사뿐히 넘나든 두 사람의 발걸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간단히 녹여버렸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왔던 것이다.
 
하지만 연일 미세먼지를 넘어 초미세먼지니 하는 것들로 봄이 왔건만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듯이. 전 세계가 박수치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해도. “두 번 속으면 바보, 세 번 속으면 공범”이라며 혼자 앵돌아져 있는 이가 있으니. 아니 기어이 선거에서 쓸 구호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며 생떼를 부리는 이가 있으니. 다가오는 초여름까지는 뭐든 조심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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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만큼은 이런저런 걱정 다 털어버리고 사뿐사뿐 길을 나서야겠는데. 지난번에는 해파랑길이 산으로 향하는 바람에 바닷가 쪽 길을 따라 쭉 걸어내려 왔는데. 오늘 시작하는 곳이 해파랑길과 다시 만난다. 오랜만에 걷는 거라 시간은 짧게 잡았고. 점심까지 다 챙겨 먹고 느지막이 나왔다. 비화항, 노곡항, 작진항을 다 둘러볼 거 아니라면 암만 찬찬히 걸어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니까.
 
임원항에는 신라 가요 ‘해가(海歌)’와 관련된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있으나 멀찍이서 힐긋 보기만 한다. 전망이 좋다고는 하지만 여까지 오는 동안 실컷 봤기도 했고. 굳이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올라가서 볼 만한 곳일까 싶어서다. 뭐 전망 말고도 조각이며 그림도 있다고는 하지만. 편견이라고 하기에는 또 여까지 오면서 봐왔던 그런저런 공원들. 오르막길 때문이라 핑계 대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비화항과 노곡항을 지나는 길이 오르막 내리막, 이리 저리 구불구불하다. 덕분에 땡볕에서만 걷는 게 아니라 좀 낫긴 한데. 곧게 새로 난 국도보다 뜸한 길이라 차들은 되레 과속에 중앙선 넘기를 밥 먹듯 한다. 거기다 내리막에선 자전거까지 무지막지한 속도들을 내고 있다. 자전거길과 해파랑길이 겹치는 구간은 늘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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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 조금 못 돼서 출발해 남부발전에 여섯시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쉬엄쉬엄 걸어도 되겠건만. 여기선 이리저리 내뻗어 있는 송전선이 머리 위를 따라다니니. 웅웅~~ 빨라 가라 내몬다. 여기저기 발전소에 기댄 마을들이 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사택과 원룸 건물들뿐인, ‘발전’이라고 하기엔 왠지 처량한 느낌 때문에 그렇다.
 
호산 입구 옥원교부터는 둑방길로 이어진다. 반짝반짝 호산천 물결이 옆에 있으니 잠시 쉬면서 눈 호강하고 싶지만, 아까부터 배꼽시계가 요란하다. 밥 먹을 시간이 됐기도 했지만, 한 시간 반이라도 걸었으니 이젠 먹어야 한다는 신호인가. 다행히 버스 놓치지 않게 딱 맞춰 밥도 먹고 술도 한잔. 동해 쪽 바다인데도 저만치 빨간 노을이 진다.
 
* 스물다섯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해파랑길 29구간이 임원항에서 만난다. 호산항까지 가는 길 동안 비화항, 노곡항, 작진항을 만나지만 들고나는 길이 한 곳뿐인데다 가파른 고갯길이라 선뜻 구경하기가 어렵다. 덕분에 재미없는 포장길을 2시간 정도 걸어야만 했다.
 
* 가고, 오고
임원항, 호산항은 장호항과 마찬가지로 시외버스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하다.
 
* 잠잘 곳, 먹을 곳
임원항과 장호항에는 꽤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있다. 숙박시설은 아직까진 당일치기로도 충분해 어떤지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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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3:34 2023/09/19 13:34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물네 번째 여행 - 그냥, 다시 바닷길 따라 걷는 길(2017년 9월 30일)
 
올 여름 무던히도 내렸던 비 때문이었을까. 아니 부쩍 요상해진 날씨 탓에 늦더위가 아직까지 남아서일까. 지난주에 비해선 좀 덜한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많다. 낼 모래가 10월이고 곧 추석이니 그래도 오늘은 물속에서보다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배 밑이 투명하다해도 저렇게 많이 떠 있으면 물고기들이 다 도망갈 텐데. 다 틀렸다. 맛만 보고 얼른 떠야지. 맑디맑은 바다.
 
 
이웃한 갈남항에 예상치도 못한 마을박물관이 눈길을 잡아끈다. 안 그래도 호젓한 해변 모래밭이 발길을 붙들고 있지만서도. 자물쇠만 안 걸렸더라면 여서 걷기를 마쳐도 좋을 듯. 바다와 잠시 떨어진 해파랑길 대신 걷는 길이니. 어디서 멈춘들 돌아가기 버스타기 쉬우니 말이다. 괜히 길 없는 줄 뻔히 알면서 해변을 따라 마을 끝까지 가보기도 한다.
 
뭐 어촌민속전시관은 좀 관심이 가긴 했지만 아무리 풍습이고 문화라고 하지만. 그게 뭐 잘난 거라고 수십 개나 세워놓고 돈까지 받아 시큰둥했던 해신당은 표 파는 시간이 끝났단다. 지도를 보니 공원을 따라 가면 좀 덜 도는 것 같아 혹 했지만. 그래봐야 몇 분일 테고. 곧 해가 넘어갈 것 같아도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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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시간에 쫓기고 있는데 신남항에서 일이 생겼다. 그놈의 개. 묶여 있긴 하지만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던지. 근래 하도 개에 물려 다친 사람들이 많아 잔뜩 긴장하고 다녔건만.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소리. 또 가까운 길 놔두고 돌아간다. 그것도 왔던 길 되돌아서. 못해도 30분은 허비했으니. 뒤에 임원항 입구에서 마주친 늑대 같던 개도 다 이 때문이다.

 
해는 산 너머로 졌고, 멀리 임원항 불빛이 아른아른. 내려가는 길인데다 오가는 차가 없어 다행이지, 겨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다. 아니 뜀박질이다. 헌데 저 앞, 개인 건 분명한데 목줄이 보이질 않는다. 늑대처럼 어슬렁어슬렁. 여서 버스를 타야하나. 두 눈 부릅뜨고 다시 살펴보니 그제야 주인이 줄을 잡아끈다. 놀란 가슴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내처 달려 허겁지겁 버스에 오른다.
 
* 스물네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해파랑길은 장호항 못미처 용화에서 바다와 멀어진다. 장호항도 그렇지만 갈남항, 신남항. 마을박물관, 해신당,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둘러보려면 어쩔 수 없이 바다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장호항에서 임원항까지는 채 9km가 되지 않지만 구경할 게 많으니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한다. 4시에 출발해 7시에 도착했으니 3시간이 걸린 셈.
 
* 가고, 오고
강릉에서 장호항으로 가는 완행 시외버스는 간격이 넓다. 해서 삼척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거기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웬만하면 완행버스를 타는 게 낫다. 임원에서도 역시 완행 시간을 맞춰 타고 오는 게 빠르다.
 
* 잠잘 곳, 먹을 곳
장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번잡하다 싶을 만큼 뭐가 많다. 갈남이나 신남은 장호에 못 미치는 게 아닌데도 호젓하다 못해 썰렁하기도 하다. 뭐 어디든 먹고 잘 데는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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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09:23 2019/10/15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