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27일(월) 흐림, 비
 
비가 오락가락한다. 그것도 일하려고 올라가면 내리고. 비 피해 일하려고 내려가면 안 오고. 결국 이매기평고대를 걸기 위해 부연 몇 개만 박고. 옥외실습실에서 박공 만들다 끝났다. 이번 주면 교육도 다 끝나는데 내일까지 비라니. 얼추 조립하는 거는 박공 달고, 목기연 걸면 다하기는 하지만. 수, 목, 금 이렇게 3일에 해체까진 어렵겠고. 마지막 하루는 실습실 정리하는 데 써야 하니. 음, 시간이 쪼매 부족하군.
 
5월 28일(화) 비 조금
 
많은 비가 온다고는 했는데 다행이 날만 잔뜩 찌푸리기만 하다. 그래도 언제 쏟아질지 몰라 서둘러 부연도 박고, 이매기도 걸고, 부연착고까지 끼우고 밥 먹고 오니. 그제야 장대비가 내린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쉬엄쉬엄 박공 만드니. 오늘도 금방 하루가 간다.
 
5월 29일(수) 흐림
 
오전에 마저 박공 달고 목기연 박고. 오후에 쉬엄쉬엄 남은 목기연 박고 개판 걸으니 송별회 갈 시간.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잔을 기울인다. 2차에, 3차, 4차, 5차까지 갔다고들 하던데. 다들 괜찮을까. 
 
*  박공이 서로 맞닿는 제일 윗부분에 걸리는 목기연 깊이는 맞닿은 곳에서부터 잰다.  
 
5월 30일(목) 맑음
 
어제 송별회 여파로 출석률이 저조할 줄 알았는데. 출석을 부르고 인방을 끼우는 데도 사람이 줄질 않는다. 더구나 점심 먹고 실습실을 정리하고 청소할 땐 아침보다도 더 많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서운하고 아쉬운가보다. 삼삼오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도 나누고. 자기 사는 곳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도 하고. 내일이 수료식이란 게 믿기지가 않는다. 참 빨리도 갔다. 3개월.
 
* 하인방 아래 끼우는 쐐기는 양쪽 모두 끼워야(사선으로 잘라 세워 끼운다) 나무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31일(금) 맑음
 
사람이 매일 하는 행동 중 40% 정도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익숙한 것들을 버려야할 땐 망설이게 되고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긴다. 더구나 나이를 먹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아침 5시 50분이면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양치하고 볼일보고. 40분이되기 전에 집을 나서 302번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사람이 없으면 창구에서 많으면 자동발매기. 50여분을 달려 진부터미널에 도착하면 자전거로 갈아타고 학교로 향한다.출석체크 카드로 출결을 확인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 출석 부르는 샘 목소리가 들린다. “꽝이에요?”, “화장실은 출석 부르고 가면 안 되나요”.
 
지난 3개월간 아침 광경인데. 혹 다음 주 월요일, 나도 모르게 버스에 오르고 있을 지도. 그만큼 이마저도 너무나 익숙해져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구를 챙겨 실습실로 가고 뭐든 일이 있으면 대패며 끌로 이리저리 파내고 깎고. 잘 보이지 않던 사람도 오늘은 어딜 가셨나 서로 묻기도 하고. 늘 그 자리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보이질 않으면 찾게 되고. 
 
다들 수료라는 기쁨보단 이별이라는 아쉬움과 미련에 망설인다. 여기저기 사진들을 찍고 다음에 꼭 다시 보자는 말들을 나누고. 취업이 결정된 이들은 그들대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며,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꼭 부르라고 당부도 한다.
 
짠 한 마음에 강릉까지 짐을 옮겨주는 사람도 있고. 이별을 앞두고 며칠간 술로 지샜던 이들도 있고. 사람 사는 곳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있었어도 마지막엔 악수를 나누고. 샘들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며칠 더 머무르겠단 사람까지 있으니.
 
40%에 얼마나 차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처럼 돼버린 행동들, 생각들이 조금은 버겁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일.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고 남겨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6/03 12:05 2013/06/03 12:05

5월 13일(월) 맑음

 
30여명이 함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애초 취업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을 터이고. 은퇴 후 집을 지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을 터. 또 2달이 지나면서 목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왔던 이들 가운데 얼마는 목하 고민하고 있고. 또 얼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 집짓기에 한옥 자체를 목하 고민하고 있으니.
 
대패면 대패, 끌이면 끌. 열심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치목도 해보고 가구도 짜보며, 집이 올라가는 전체 과정을 직접 해보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게다. 누군 꼼꼼히 치수까지 적거나 사진으로 과정 하나, 하나를 남기기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적당히 티 안 나게 빠지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니.
 
집을 의뢰한 사람이 자기 나무도 많다고 하는데, 어째 나무는 자꾸 늦게 들어오고. 교육시간표상으론 이번 주부터는 가구를 짜야 하는데, 오늘도 통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결국 기수 회장을 통해 학교장에게 건의를 했다고 한다. 벌써 일, 이주 전부터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리 썩 좋아보이질 않았는데.
 
다만 학교장님 얘기론 내일 오전에 나무들이 들어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고. 혹시나 우려했던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5월 14일(화)
 
어째 일이 잘 풀린 건가 어쩐 건가. 학교장이 보증까지 해가며 켜온 대보가 들어왔으니, 또 교육 일정이 틀어진 것에 대해 사과까지 했으니 잘 풀린 것 같기도 한데. 나무가 들어와도 여전히 겉도는 사람은 겉돌고 있으니, 뭐가 안 풀려도 잘 안 풀린 것도 같으니. 잘 모르겠다. 또 잘 모르겠어. 하지만 기다리던 대들보가 들어와 오후엔 치목도 다시 시작했고. 오전엔 규준틀을 박고 실도 띄우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직각을 잡은 십반줄 위에 주초도 세웠으니. 아무래도 어제 일은 잘 풀린 듯싶다.
 
<주초 놓기>
① 평면도를 보고 대략적인 집의 규모에 맞춰 사방 말뚝을 박는다.
② 말뚝 하나를 정해 레벨기를 이용 기준선을 정한다.
③ ②를 통해 정해진 기준선으로 나머지 말뚝들에도 실을 띄울 기준선(수평선)들을 잡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④ 각 말뚝에 정해진 기준선에 맞춰 적당한 판재를 이어 박는다.
⑤ 기준이 되는 한쪽 모서리부터 + 줄을 띄운다.
* 실 띄우기는 ‘청명 본다.’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직각을 위해 피타고라스 정리를 적용한다. 문헌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이 정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구고현법(句股弦法)이라 한다.
⑥ 기준이 되는 + 정해지면 여기서부터 기둥/주초가 놓일 자리를 정확히 잡는다.
⑦ 기둥/주초가 놓일 자리가 잡히면 사방으로 줄을 띄우는데 짧은 쪽부터 먼저 띄운다.
⑧ 줄이 다 띄어지면 + 가 되는 곳마다 줄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고 높게 띄어지거나 낮게 띄어진 곳을 조정한다.
⑨ 주초들에 십반먹을 놓은 후 이 십반먹과  + 줄이 일치되도록 주초를 놓는다.
* 이때 모든 주초의 높이와 수평이 일정하게 되도록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15일(수) 맑음
 
드디어 대보 치목이다. 방법이나 요령은 오량보와 마찬가지. 다만 오량보의 경우 보를 치목하고 난 후 보의 높이를 가지고 대공 길이를 정해 치목했으나. 이번엔 동자주가 먼저 치목됐으니. 동자주가 들어갈 자리를 정해 따낸 후 치목된 동자주의 높이와 대보의 높이를 가늠해 다시 동자주를 조정해야 한다. 이처럼 일이 다소 번잡스럽게 되더라도 방식은 마찬가지니. 대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손을 놓고 있느니, 이렇게라도 일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전엔 어제 오후에 그리다만 보 머리며 도리가 앉힐 자리를 그리고. 오후엔 저마다 체인톱으로 나무를 깎아냈다. 물론 오량보를 한 번씩은 해봤어도 여전히 톱 사용에 능숙치 않기에. 잘라낼 선은 남겨두고 연습할 선을 그어놓고 여러 번 연습을 해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연습하시게요? 그러게 평소에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았잖아요.” 하시는 샘 말씀을 뒤로하고 말이다. 덕분에 수평으로 톱을 집어넣고 따내는 방법도 손에 익힐 수 있었으니. 지금도 늦지 않았고. 남은 2주도 길다면 길으니, 기술을 더 익히기엔 충분하다.
 
5월 16일(목) 맑음
 
대보가 치목되니 보류해뒀던 동자주를 마무리해야 한다. 해서 한 팀은 대보를 또 한 팀은 동자주를 동시에 작업한다. 대보는 동자주가 들어갈 자리를 따내고 머리와 도리가 들어갈 자리를 톱으로, 끌로 파내고. 동자주는 대보 높이가 정해졌으니, 다시 동자주 높이를 조정한 후 대보와 맞물릴 장부를 만든다.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 내내 톱으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하고. 하루가 참말로 빠르다.      
 
5월 17일(금) 맑음
 
부처님 오신 날이다. 연휴에 좋은 날씨, 덕분에 아침부터 시외버스에 사람들이 가득이다. 월정사에 가시려는 할마시들부터 산에 가려는 중년의 아자씨들. 그리고 계곡으로 발 담그러 가려는지 바리바리 싸들고 타는 젊은 청춘들. 날이 날이니만큼 서서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톨게이트에서 별 말이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어제 저녁 때쯤 많이들 내려갔겠거니 싶었는데, 스무명 가까이가 출석을 했으니 말이다. 뭐 그래봐야 좀 있으면 하나, 둘 어디론가 사라지고 늘 남아 있는 사람들만 있겠지만. 언제부터 이리됐는지 모르겠지만 좀 안타깝기도 하고. 좀 아쉽기도 하다. 좀 더 많이 얘기들을 나눌 수도 있고, 또 좀 더 같이 일을 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 그런 마음이 더 생기는 것도 같다.
 
오늘로 치목해야 할 것들은 대부분 끝내야 한다. 대보도 그렇고 박공도 그렇고. 문선이며 창틀같은 수장재와 고주도 마무리를 해야 한다. 또 이래저래 신경을 써서 해야 할 일들이 꽤나 있다. 그래도 얼마 남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일이 척척 진행된다. 알아서 일손이 필요한 곳에 달라붙어 함께 하고. 샘 손짓 하나, 눈짓 하나에도 뭐가 필요한지 뭐를 해야 하는지 아니 그럴 수밖에.
 
오후엔 비계도 들어왔다. 대보도 마무리되고. 박공도 거의 다 만들어졌고. 고주는 아침에 손을 봤고, 남아 있던 수장재도 점심 먹고 끝냈으니. 다음 주 월요일부턴 기둥 세우고 본격적인 조립에 들어간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난다. 비록 일주일이나 늦어지긴 했지만 내심 기대가 크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려면 주말, 푹 잘 쉬어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5/18 21:35 2013/05/18 21:35
5월 6일(월) 맑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3일 만에 나왔더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모처럼 푹 쉰 덕에 뭐라도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생기고. 여기저기 걱정해주는 동기들 얼굴에 힘도 또 나고. 아침 체조 끝나자마자 우마에 달라붙어 인방 장혀 하나 뚝딱(?) 치목하니 뿌듯하다.
 
기세를 몰아 딱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대공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일단 도면대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고. 원형톱에 체인톱을 써가며 따낼 자리를 이리저리 만들어 보지만. 음 역시 마음만 앞섰군.
 
톱 한 번 넣고 먼저 만들어 놓은 것 한 번 보고. 또 톱 한 번 넣고 다시 보고. 파낼 자리 하나 따내는 데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잠시 잠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갔다 왔더니 샘이 주먹장 따낼 자리를 거진 다 톱을 넣어 놨다.
 
하지만 그것도 작업 속도를 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물론 직접 했다면 샘이 한 작업량만으로도 일과가 다 끝났겠지만). 끌로 파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이 다 지났으니. 아무리 작업 중간에 먼저 학교를 수료했던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도 말이다.
 
암튼 아침부터 무슨 깡이 생겼는지, 달라붙어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제대로 다 마치지도 못했으니. 낼 오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깔끔하게 말이다. 
  
5월 7일(화) 맑음
 
요 며칠 사이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오전엔 체조도 안 하고 곧바로 끌을 집어 들고는. 어제 하다 만 대공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장혀도 하나 파내고, 잠깐 쉬었다 또 옆에서 인방 작업하는 것 함께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사무실 가다. 제재소로 갈 부연과 목기연 실어 놓으니 밥 때.
 
밥 먹고 돌아와 샘이랑 제재소 들러 부연, 목기연 켜내고는 다시 싣고 와.
 
서까래 후려 깎듯 부연과 목기연도 다시 치목하는데. 이건 서까래보다 힘이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물론 서까래처럼 손대패로 마무리도 해야 하니. 시간도 배는 드는 것 같고.
 
어찌어찌 부연과 목기연을 다 마무리하고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부연에 착고를 걸 홈을 파내야 한단다. 15자 거리에서 5푼 홈을 대각선으로 따내야 하는데, 양쪽 다 해야 한다. 일단 원형톱으로 끌 작업 할 자리를 만들어놓고는. 끌로 파내려는데, 이런 5푼짜리 끌이 없네. 그럼 일단 홈만 파내기로 하고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휴. 긴 하루가 끝났다. 작업에 사용했던 자동대패며 원형톱, 끌, 체인톱을 공구실에 가져다 놓으니 긴장도 풀리고 몸도 풀린다. 
 
5월 8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난로에 뜨거운 커피를 타 마셨는데. 어제부턴 줄곧 찬물을 찾아 실습실과 강의실을 오락가락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대패질이나 톱질이라도 할라치면. 금방 목덜미로 땀이 흐르고 목이 칼칼해진다. 그러니 금방 마셔도 곧 물을 찾을 수밖에. 낼부턴 주전자 가득 물을 떠 놓고 일을 해야겠다.
 
오전엔 어제 깎아놓은 목기연 치목을 마무리했다. 후려 깎기는 부연과 같은데 그건 어제 다 끝냈었고. 오늘은 박공에 밖을 홈을 파냈다. 원형톱으로 파낼 자리를 만들어놓고 끌로 마무리 하는 것도 역시 부연과 같은 방식인데. 배 부분은 파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후엔 동자주를 치목했다. 방식은 기둥 사개따기와 같으나. 그때는 겨우 직소기로 도리가 얹힐 자리만 따냈을 뿐. 한 번도 온전히 하지 못했던 관계로 실제 사개따기는 오늘이 처음. 오랜만에 원형톱을 들고, 오늘 못하면 언제 해보겠느냐, 며 호기롭게 덤벼들었으나.
 
결과는 처참. 톱을 넣어 자리를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찔러 넣어 파내는 도중, 윗부분만 따내질 못하고 아랫부분을 파먹어 버린 것. 딱 봐도 쓸 수 있을까, 싶을 만치 크게 파먹어 버렸으니. 음, 과욕이 부른 참사인가. 아직 멀었다는 걸 보여준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9일(목) 맑음
 
동자주는 대공과 마찬가지로 대보 치목이 끝난 후에 만드는 것인데. 대들보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작업을 늦출 수 없어 미리 했다. 물론 나중에 보들의 높이에 따라 동자주 역시 높이를 조정해줘야 하기에 여유 있게 치목을 했으니. 아침엔 여기저기 파먹은 동자주를 놓고 도리가 얹힐 자리 직소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를 짓고. 샘이 그려놓은 보아지를 따라 그리고, 원형톱으로 따내고, 끌로 파고. 오후에도 역시 보아지 치목하다가, 제재소에 가서 목기연과 부연 켜오니. 체조 후 사라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인다. 이제 곧 끝날 시간인가보다.
 
5월 10일(금)
 
부연이나 목기연 같은 부재는 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대보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거진 다 만들어 놓고 있다. 동자주도 마찬가지. 제재소엔 개판도 켜 있고.
 
수업 진행 상 다음 주부터는 주초도 놓고, 비계도 설치하고. 기둥세우고 가구 짜기, 지붕 및 수장 설치까지. 3주 정도 남은 시간에 이를 다 해야 하는데. 얼추 다음 주 초에 대보만 들어오면 될 것도 같고. 17일 석탄일도 수업을 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충분할 듯.
 
그리고 덧붙이지만. 치목이 아니라 집을 올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오늘처럼 대 여섯 명이 모여 톱질하고 끌질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나와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한 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5/12 20:33 2013/05/12 20:33
4월 1일(월) 맑음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3주 만에 정체(?)가 탄로 나고 말았다. 끝까지 시치미를 땠다면,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있었겠건만. 또 워낙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과격한(너무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글이 많은 곳이라 선뜻 밝히기가 뭐했었건만.
 
재차 물어보는 데 깜빡 손을 들고 만 셈. 뭐 나중에 밝혀지는 게 더 창피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해서 그만 공개한 것도 있지만. 또 덕분에 자기검열에 일지가 덧칠되거나 윤색될 수 있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잔 생각에 먼저 나선 것.
 
물론 그렇다고 원래 색깔을 지울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고. 처음 하던 식으로 하는 건 당연지사. 다만 조금 신경은 쓰이고 꼼꼼히 정리를 하겠거니, 는 싶다. 혹 부담감 때문에 쓸 말도 없는데 괜히 일지가 늘어나거나 사진 정리를 더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좋게 생각하면 될 듯.
 
아무튼 이래저래 낯간지러운 하루가 됐다. 나중에 해도 될 손전화 수리를 위해 조퇴까지 했으니 말이다.  
 
4월 2일(화) 비
 
봄비가 제법 내렸다. 잠깐 내리고 말 듯 하더니 종일 내렸으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싱숭생숭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날만도 한데. 2주 동안 열심히 깎아놓은 서까래에 나이를 매기는 중요한 일을 진행했다.
 
샘 얘기로는 서까래를 깎기 전에 나이를 먹이는 사람은 2-3명뿐이라는데. 그럼 나머진, 서까래를 깎고 나서 나이를 먹인단다. 그만큼 차이가 없다는 얘기인 것 같고. 되레 나이를 먹이고 서까래를 깎는 다면 좌판에 들어갈 만큼 서까래를 깎고 나이를 먹이고 하니. 일이 더디게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번거롭기까지 하다는 의미. 
 
좌판을 만들고 원형톱 각도를 맞춰 서까래를 잘라내고, 다시 도랭이를 그려 치목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오호 서까래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샘이 보여주는 시범에서나 나오는 모양. 어디 한 번, 호기롭게 덤벼들어 보았으나 역시나.
 
대패를 살짝, 살짝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한다는 말도. 1자 정도 길이만 다듬는다는 말도. 곡척으로 확인해보니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음, 당연하겠지만. 쉽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서까래 나이매김: 서까래의 자기 자리 찾기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를 측정 함
① 깎은 서까래 가운데 하나를 좌판에 놓고 중심으로부터 먹줄을 놓아 서까래와 먹줄이 어느 만큼이나 띄어져 있는지를 본다.
→ 굳이 곧바르게 깎인 서까래일 필요는 없다. 
② 이 서까래를 기준으로 삼아 임의의 숫자를 정하고 좌판에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매긴다.
→ 서까래의 휘어진 정도가 클수록 숫자는 높아지게 된다.
③ 평고대가 올라갈 기준선을 긋는다.
④ 서까래 끝부분 깎아낼 기울기 선을 긋는다.
⑤ 서까래 끝부분을 절단한 후, 처음 치목했던 크기보다 작은 크기로 서까래 끝부분을 다시 치목한다.
→ 대략 서까래 끝부분에서 1자 길이 정도를 가늘게 후려 깎아낸다.
⑥ 깎아 놓은 서까래를 차례로 나이 매긴 후 다시 치목한다.     
 
4월 3일(수) 맑음
 
아차, 했을 땐 이미 늦었더랬습니다. 피가 나는 건 오히려 다행이지 싶은 게, 손톱 밑이 까맣게 멍이 들어 금방이라도 빠질 것만 같았거든요. 게다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듯 아파오는데. 이거 며칠 일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요. 멋들어지게 지은 한옥 구경 때문이었을까요. 점심 먹을 때까진 아파 죽겠는데 오후 내내 아프단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다시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전보다 더 심한 통증과 함께. 그래 안 되겠다 싶어 진부 읍내 의원에 찾아가 물었더니. 다행히 손톱이 빠질 만큼 뿌리가 다친 것 같진 않답니다.
 
처방해준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으니 아픈 게 한결 나아진 것도 같고. 첨엔 무서워 손가락도 굽히지 못했었는데 가만, 가만 움직이며 굽히니 괜찮은 것도 같고. 여튼 자나 깨나 조심, 또 조심해야겠단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 알추녀: 추녀곡(曲)을 만들기 위해 추녀 밑에 덧대어 낸 것
* 사래: 겹처마의 경우 부연 길이만큼 추녀와 같은 모양으로 추녀 위에 덧대어 낸 것
* 도량주: 자연 상태 그대로의 원목을 대략 다듬어 세운 기둥
* 막개판: 가로로 걸은 개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4월 4일(목) 맑음
 
오전엔 어제 하다 남은 나이 먹인 서까래 마무리 작업과 맨 끝 박공이 붙을 서까래 4개를 치목하는 것으로 일을 끝마쳤다. 물론 깎아야 할 서까래가 깎은 서까래보다 더 많을 듯싶지만. 들어온 나무가 없으니 일단 오전 작업은 이걸로 끝.
 
오후엔 도리로 쓸 나무를 치목장(실습실)으로 옮기고 먹줄을 놓았다. 워낙 큰 나무들이라 4명이 달라붙어 목도로 옮기고, 8치 4각 먹줄 놓는 것도 쉽지 않아 이것 하느라 시간이 다 지났다. 그래도 나무 옮기는 데 자연스레 “어여차, 어여차” 흥에 겨운 소리도 내고, 서까래말고 다른 부재도 치목한다는 것에 기대도 새로 생기고. 
 
내일부턴 다시 새로운 시작. 
 
* 한옥을 지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세 가지
① 부재를 밟지 말 것.
② 젖지 않게 할 것
③ 못으로 고정하지 말 것
 
* 집부사: 박공이 붙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평평하게 깎은 서까래, 많이 깎게 되면 서까래가 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덜 깎아내는 것이 중요함.
 

 
4월 5일 (금)
 
오전엔 어제에 이어 굴도리 치목을 했다. 원체 큰 나무이기도 하지만 먹줄 놓는 게 쉽지 않아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물론 전동대패가 손에 익지 않아 깎는 것도 수월치 않고. 오후엔 스케치업 시간이니. 아무래도 다음 주 월요일에나 돼야 겨우 4각 깎기가 마무리가 될 듯.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4/06 16:31 2013/04/06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