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월) 맑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3일 만에 나왔더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모처럼 푹 쉰 덕에 뭐라도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생기고. 여기저기 걱정해주는 동기들 얼굴에 힘도 또 나고. 아침 체조 끝나자마자 우마에 달라붙어 인방 장혀 하나 뚝딱(?) 치목하니 뿌듯하다.
 
기세를 몰아 딱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대공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일단 도면대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고. 원형톱에 체인톱을 써가며 따낼 자리를 이리저리 만들어 보지만. 음 역시 마음만 앞섰군.
 
톱 한 번 넣고 먼저 만들어 놓은 것 한 번 보고. 또 톱 한 번 넣고 다시 보고. 파낼 자리 하나 따내는 데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잠시 잠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갔다 왔더니 샘이 주먹장 따낼 자리를 거진 다 톱을 넣어 놨다.
 
하지만 그것도 작업 속도를 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물론 직접 했다면 샘이 한 작업량만으로도 일과가 다 끝났겠지만). 끌로 파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이 다 지났으니. 아무리 작업 중간에 먼저 학교를 수료했던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도 말이다.
 
암튼 아침부터 무슨 깡이 생겼는지, 달라붙어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제대로 다 마치지도 못했으니. 낼 오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깔끔하게 말이다. 
  
5월 7일(화) 맑음
 
요 며칠 사이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오전엔 체조도 안 하고 곧바로 끌을 집어 들고는. 어제 하다 만 대공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장혀도 하나 파내고, 잠깐 쉬었다 또 옆에서 인방 작업하는 것 함께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사무실 가다. 제재소로 갈 부연과 목기연 실어 놓으니 밥 때.
 
밥 먹고 돌아와 샘이랑 제재소 들러 부연, 목기연 켜내고는 다시 싣고 와.
 
서까래 후려 깎듯 부연과 목기연도 다시 치목하는데. 이건 서까래보다 힘이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물론 서까래처럼 손대패로 마무리도 해야 하니. 시간도 배는 드는 것 같고.
 
어찌어찌 부연과 목기연을 다 마무리하고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부연에 착고를 걸 홈을 파내야 한단다. 15자 거리에서 5푼 홈을 대각선으로 따내야 하는데, 양쪽 다 해야 한다. 일단 원형톱으로 끌 작업 할 자리를 만들어놓고는. 끌로 파내려는데, 이런 5푼짜리 끌이 없네. 그럼 일단 홈만 파내기로 하고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휴. 긴 하루가 끝났다. 작업에 사용했던 자동대패며 원형톱, 끌, 체인톱을 공구실에 가져다 놓으니 긴장도 풀리고 몸도 풀린다. 
 
5월 8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난로에 뜨거운 커피를 타 마셨는데. 어제부턴 줄곧 찬물을 찾아 실습실과 강의실을 오락가락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대패질이나 톱질이라도 할라치면. 금방 목덜미로 땀이 흐르고 목이 칼칼해진다. 그러니 금방 마셔도 곧 물을 찾을 수밖에. 낼부턴 주전자 가득 물을 떠 놓고 일을 해야겠다.
 
오전엔 어제 깎아놓은 목기연 치목을 마무리했다. 후려 깎기는 부연과 같은데 그건 어제 다 끝냈었고. 오늘은 박공에 밖을 홈을 파냈다. 원형톱으로 파낼 자리를 만들어놓고 끌로 마무리 하는 것도 역시 부연과 같은 방식인데. 배 부분은 파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후엔 동자주를 치목했다. 방식은 기둥 사개따기와 같으나. 그때는 겨우 직소기로 도리가 얹힐 자리만 따냈을 뿐. 한 번도 온전히 하지 못했던 관계로 실제 사개따기는 오늘이 처음. 오랜만에 원형톱을 들고, 오늘 못하면 언제 해보겠느냐, 며 호기롭게 덤벼들었으나.
 
결과는 처참. 톱을 넣어 자리를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찔러 넣어 파내는 도중, 윗부분만 따내질 못하고 아랫부분을 파먹어 버린 것. 딱 봐도 쓸 수 있을까, 싶을 만치 크게 파먹어 버렸으니. 음, 과욕이 부른 참사인가. 아직 멀었다는 걸 보여준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9일(목) 맑음
 
동자주는 대공과 마찬가지로 대보 치목이 끝난 후에 만드는 것인데. 대들보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작업을 늦출 수 없어 미리 했다. 물론 나중에 보들의 높이에 따라 동자주 역시 높이를 조정해줘야 하기에 여유 있게 치목을 했으니. 아침엔 여기저기 파먹은 동자주를 놓고 도리가 얹힐 자리 직소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를 짓고. 샘이 그려놓은 보아지를 따라 그리고, 원형톱으로 따내고, 끌로 파고. 오후에도 역시 보아지 치목하다가, 제재소에 가서 목기연과 부연 켜오니. 체조 후 사라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인다. 이제 곧 끝날 시간인가보다.
 
5월 10일(금)
 
부연이나 목기연 같은 부재는 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대보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거진 다 만들어 놓고 있다. 동자주도 마찬가지. 제재소엔 개판도 켜 있고.
 
수업 진행 상 다음 주부터는 주초도 놓고, 비계도 설치하고. 기둥세우고 가구 짜기, 지붕 및 수장 설치까지. 3주 정도 남은 시간에 이를 다 해야 하는데. 얼추 다음 주 초에 대보만 들어오면 될 것도 같고. 17일 석탄일도 수업을 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충분할 듯.
 
그리고 덧붙이지만. 치목이 아니라 집을 올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오늘처럼 대 여섯 명이 모여 톱질하고 끌질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나와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한 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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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2 20:33 2013/05/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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