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월) 바람 셈
 
드디어 조립이다. 가만 두면 세워둔 기둥이 넘어질 만큼 바람이 세지만. 더 이상 늦출 만큼 시간도 많지 않고. 더 깎을 부재도 없으니. 꼭 사개부리로 다림보기를 하진 않더라도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방법은 수평자를 이용하는 것. 처음 두어 개까진 샘이 옆에서 봐주며 방법과 요령을 알려주는데. 서너 개를 하고 나니 그때부턴 일이 척척 진행될 만큼 빨리 터득들을 한다.
 
아침 출석 부르고 오늘 할 일을 설명할 때. 오전에 기둥을 다 세우고 오후엔 비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했는데. 어째 기둥을 절반이나 세웠을라나, 다들 일찌감치 식사하러 가잔다. 시계를 보니 얼추 12시다. 하는 수 없다. 일단 먹고 해야지.
 
새로운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와도 꽤 사람이 많다. 덕분에 작업도 속도를 내고. 비계는 사방을 다 설치하진 않기로 한다. 어차피 남은 교육시간으로 보건데 서까래를 모두 다 걸기도 어렵고. 대보나 종보는 크레인을 쓰기로 했으니.
 
그래도 비계를 다 설치하진 못했다. 사람은 많으나 일손은 여전히 거기서 거기라. 아쉽지만 오늘은 기둥 세우고 보아지와 장혀까지 올린 것. 그리고 비계를 절반 넘게 해 놓은 것. 거기까지다. 
  
<기둥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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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단 기준이 될 기둥을 주초위에 올려놓고 주초 십반과 기둥 십반을 맞춰 세운다.
② 두 쪽 면 쐐기를 밖아 가며 수평자를 이용해 수평을 맞춘 후 레벨기로 기준선을 정한다.
③ 기준선이 정해지면 모든 기둥이 같은 높이를 갖도록 레벨기와 곡자로 나이를 매긴다.
④ ③에 매겨진 나이대로 기둥들에 그랭이를 뜨고, 그랭이 선대로 그레발을 잘라낸다.
⑤ 기둥들을 세우면서 버팀목을 대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5월 21일(화) 바람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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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여간 치목한 부재들이 다 올라갔다. 단 하루만에. 그것도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해 4시가 안 돼 끝났으니. 점심 먹은 시간까지 빼고 나면 불과 너덧 시간 만이다.
 
다들 얼추 집 모양이 되가니 뿌듯해들 하기도 하고. 오며가며 지나는 사람들도 좋은 구경이라고 보고 간다. 마지막 종도리를 결구시키고는 기념사진도 찍고.
 
내일부턴 서까래도 걸고, 박공이며 평고대, 부연, 개판까지 걸면. 새삼 다음 주면 끝이라는 게 실감난다. 하지만 한 주만 더 있었더라면 다른 한 쪽도 마저 끝낼 수도 있고. 해체까지도 해볼 수 있을 터인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게다가 부재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음 한편이 계속 허전해지는데. 분명 집을 다 못 지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조립 순서>
기둥 → 보아지 → 장혀 → 대들보 → 동자주 → 오량보아지 → 오량장혀 → 오량보 → 주심도리 → 오량도리 → 대공 → 종장혀 → 종도리
 
* 장혀와 도리는 양쪽에 암컷 장부가 있는 것부터 올린다.
* 대공은 수평자를 이용 수직으로 세우고 버팀목을 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5월 22일(수) 맑음
 
종도리까지 올리고 난 후 다시 다림보기를 해야 하는데. 장혀며 도리를 짜맞추는 과정에서 기둥이 틀어질 수도 있고. 길이(도리)방향 부재 치목 시 선을 죽이지 않아 전체 길이가 늘어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때서야 샘이 어느 땐 선을 살리고 어느 땐 선을 죽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무릎이 탁 쳐진다. 결국 집 뒤편은 길이가 조금 길어졌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선 종종 이 작업을 빼먹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렇게 되면 집이 전체적으로 어긋나게 된단다. 그러고 보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순서다. 약식으로 네 귀퉁이 기둥만 다림보기를 하고 버팀목도 다시 보강해서 박으니. 얼추 길이도 맞고 틀어진 것도 잡혔다.
 
오후엔 오랜만에 대패질을 했다. 이제 대패질은 끝이라 생각했는데. 평고대를 치목해야 하는 일이 남았던 것. 먼저 면대패로 면을 잡은 후 홈대패로 개판이 걸릴 홈을 파내고. 이어서 부연이 올라갈 자리를 대패로 잡아 주면 되는데. 역시나 배가 약간 부르게 대패질이 됐다. 보기엔 제대로 된 것도 같았는데 일명 왔다갔다 자(이동 스퀘어)로 확인해보니. 음 역시 쉽게 되는 일이 없고, 뭐든 일단은 확인을 해봐야겠다. 쉬엄쉬엄 홈대패도 써보고 자동대패도 하고. 쌓인 톱밥도 정리하니 또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시간 참 빨리도 간다.
 
* 다림보기를 할 때에는 바깥쪽 기둥부터 본다.
* 길이(도리) 방향의 부재를 치목할 경우에는 선을 죽여야 한다(먹선을 반은 살리고 반은 없애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우니 약간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주먹장으로 결구한 곳에 꺽쇠를 박으면 튼튼하다.
* 평고대는 보통 2치 5푼 × 3치 각재를 사용한다.
 
5월 23일(목)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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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진부는 한겨울 추위였다. 대패질을 할 땐 그래도 좀 나았지만. 쉴 땐 어김없이 난로가로 사람들이 모였다.
 
4월 진부는 여전히 겨울 날씨였다. 강릉은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져도. 진부엔 여전히 찬바람이 쌩생. 비닐하우스에서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5월 진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초겨울 날씨였는데. 2주 전엔 완연한 봄 날씨. 이번 주는, 초여름 날씨다. 어제, 그제 이틀 쌓아놓은 비계 위에서 작업을 하는데. 자주 쉬지 않으면 힘들 정도.
 
오늘 진부 날씨는, 연무가 잔뜩 낀데다 아침부터 초여름 날씨. 어쩔 수 없다. 옥외실습실 그늘에서 평고대 치목을 위한 장부 만들기 연습과 서까래 옮기기부터 해놓고.
 
되레 해가 뜨니 바람도 선선히 불고 아침보단 덜 후텁지근한 느낌. 점심 먹고 본격적으로 서까래를 걸기 시작해 저녁 끝날 때가 되니. 얼추 장연을 절반 넘게 걸었다. 중간 중간 참 많이도 쉬면서 했는데도.
 
<장연 걸기>
① 받을장이 양쪽으로 있는 평고대를 걸기 위해 집 중앙으로부터 좌, 우로 적당한 간격으로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도리와 결구할 때 못(또는 피스 못)은 서까래와 직각이 되도록 해서 박는다.
* 도리를 올리기 전에 서까래가 걸릴 자리(보통 1자 간격)를 미리 정해두면 작업하기 편리하다.
* 서까래가 걸릴 위치는 집의 중심에서부터 좌, 우로 잡아 나간다. 
② 걸린 서까래 위에 평고대를 건다. 이때 평고대의 높이가 일정한지, 앞, 뒤로 나온 간격은 일정한지 확인한다.
③ 집 중앙 서까래를 건다.
④ 맨 끝 서까래(박공을 박을 서까래)를 건다.
* 서까래를 거는 동안 평고대가 위, 아래로 앞, 뒤로 간격이 일정한지 계속 확인한다.
⑤ 처음 걸은 서까래와 중앙 서까래 사이, 처음 걸은 서까래와 맨 끝 서까래 사이 중간 서까래를 건다.
⑥ 이후 서까래 역시 양쪽 서까래 중간부터 걸어 나간다.   
 
5월 24일(금) 무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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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푹푹 찐다. 남은 장연을 마저 걸어야 하고. 단연은 전부 걸지는 않더라도 박공을 걸고 목기연도 박아보려면 몇 개는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일하기 쉽지 않다. 조금 일하고 그늘에 피하는 것도 한두 번. 개판을 박다가 옥외실습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한다. 치목해 놓은 단연 몇 개를 꺼내 길이를 맞춰 다시 치목하고. 평고대도 마저 만들고. 만들어 놓지 않았던, 박공과 붙는 부연도 만들고. 그렇게 쉬엄쉬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일하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도 조금 불 때쯤 남은 장연과 새로 다듬어온 단연을 거니 한결 집 모양이 나온다. 이제 부연, 박공과 목기연을 걸고 적심도리만 올리면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다. 모든 부재를 다 올리지는 못하지만 얼추 남은 시간 내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셈이다.
 
* 개판은 개판 양쪽 끝과 개판홈이 서로 맞닿도록 해서 못 머리를 조금 남긴 후 구부려서 박아 고정해야 한다(나무가 수축해도 쪼개지지 않음).
* 서까래 간격이 1자 이면 개판은 5푼 정도 적게 한다(서까래 휜 것에 맞춰 개판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 못을 박을 자리도 필요하기 때문).
* 단연과 만나는 장연 부분은 도리 중심선에 맞추고 장연이 수직이 되도록 해서(도리 중심선과 수직이 아님)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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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09:29 2013/05/26 09:29
5월 6일(월) 맑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3일 만에 나왔더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모처럼 푹 쉰 덕에 뭐라도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도 생기고. 여기저기 걱정해주는 동기들 얼굴에 힘도 또 나고. 아침 체조 끝나자마자 우마에 달라붙어 인방 장혀 하나 뚝딱(?) 치목하니 뿌듯하다.
 
기세를 몰아 딱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대공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일단 도면대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고. 원형톱에 체인톱을 써가며 따낼 자리를 이리저리 만들어 보지만. 음 역시 마음만 앞섰군.
 
톱 한 번 넣고 먼저 만들어 놓은 것 한 번 보고. 또 톱 한 번 넣고 다시 보고. 파낼 자리 하나 따내는 데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잠시 잠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갔다 왔더니 샘이 주먹장 따낼 자리를 거진 다 톱을 넣어 놨다.
 
하지만 그것도 작업 속도를 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물론 직접 했다면 샘이 한 작업량만으로도 일과가 다 끝났겠지만). 끌로 파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이 다 지났으니. 아무리 작업 중간에 먼저 학교를 수료했던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도 말이다.
 
암튼 아침부터 무슨 깡이 생겼는지, 달라붙어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제대로 다 마치지도 못했으니. 낼 오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깔끔하게 말이다. 
  
5월 7일(화) 맑음
 
요 며칠 사이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오전엔 체조도 안 하고 곧바로 끌을 집어 들고는. 어제 하다 만 대공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장혀도 하나 파내고, 잠깐 쉬었다 또 옆에서 인방 작업하는 것 함께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물 마시러 사무실 가다. 제재소로 갈 부연과 목기연 실어 놓으니 밥 때.
 
밥 먹고 돌아와 샘이랑 제재소 들러 부연, 목기연 켜내고는 다시 싣고 와.
 
서까래 후려 깎듯 부연과 목기연도 다시 치목하는데. 이건 서까래보다 힘이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물론 서까래처럼 손대패로 마무리도 해야 하니. 시간도 배는 드는 것 같고.
 
어찌어찌 부연과 목기연을 다 마무리하고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부연에 착고를 걸 홈을 파내야 한단다. 15자 거리에서 5푼 홈을 대각선으로 따내야 하는데, 양쪽 다 해야 한다. 일단 원형톱으로 끌 작업 할 자리를 만들어놓고는. 끌로 파내려는데, 이런 5푼짜리 끌이 없네. 그럼 일단 홈만 파내기로 하고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휴. 긴 하루가 끝났다. 작업에 사용했던 자동대패며 원형톱, 끌, 체인톱을 공구실에 가져다 놓으니 긴장도 풀리고 몸도 풀린다. 
 
5월 8일(수) 맑음
 
지난주까진 난로에 뜨거운 커피를 타 마셨는데. 어제부턴 줄곧 찬물을 찾아 실습실과 강의실을 오락가락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대패질이나 톱질이라도 할라치면. 금방 목덜미로 땀이 흐르고 목이 칼칼해진다. 그러니 금방 마셔도 곧 물을 찾을 수밖에. 낼부턴 주전자 가득 물을 떠 놓고 일을 해야겠다.
 
오전엔 어제 깎아놓은 목기연 치목을 마무리했다. 후려 깎기는 부연과 같은데 그건 어제 다 끝냈었고. 오늘은 박공에 밖을 홈을 파냈다. 원형톱으로 파낼 자리를 만들어놓고 끌로 마무리 하는 것도 역시 부연과 같은 방식인데. 배 부분은 파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오후엔 동자주를 치목했다. 방식은 기둥 사개따기와 같으나. 그때는 겨우 직소기로 도리가 얹힐 자리만 따냈을 뿐. 한 번도 온전히 하지 못했던 관계로 실제 사개따기는 오늘이 처음. 오랜만에 원형톱을 들고, 오늘 못하면 언제 해보겠느냐, 며 호기롭게 덤벼들었으나.
 
결과는 처참. 톱을 넣어 자리를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찔러 넣어 파내는 도중, 윗부분만 따내질 못하고 아랫부분을 파먹어 버린 것. 딱 봐도 쓸 수 있을까, 싶을 만치 크게 파먹어 버렸으니. 음, 과욕이 부른 참사인가. 아직 멀었다는 걸 보여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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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목) 맑음
 
동자주는 대공과 마찬가지로 대보 치목이 끝난 후에 만드는 것인데. 대들보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작업을 늦출 수 없어 미리 했다. 물론 나중에 보들의 높이에 따라 동자주 역시 높이를 조정해줘야 하기에 여유 있게 치목을 했으니. 아침엔 여기저기 파먹은 동자주를 놓고 도리가 얹힐 자리 직소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를 짓고. 샘이 그려놓은 보아지를 따라 그리고, 원형톱으로 따내고, 끌로 파고. 오후에도 역시 보아지 치목하다가, 제재소에 가서 목기연과 부연 켜오니. 체조 후 사라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인다. 이제 곧 끝날 시간인가보다.
 
5월 10일(금)
 
부연이나 목기연 같은 부재는 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대보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거진 다 만들어 놓고 있다. 동자주도 마찬가지. 제재소엔 개판도 켜 있고.
 
수업 진행 상 다음 주부터는 주초도 놓고, 비계도 설치하고. 기둥세우고 가구 짜기, 지붕 및 수장 설치까지. 3주 정도 남은 시간에 이를 다 해야 하는데. 얼추 다음 주 초에 대보만 들어오면 될 것도 같고. 17일 석탄일도 수업을 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충분할 듯.
 
그리고 덧붙이지만. 치목이 아니라 집을 올리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오늘처럼 대 여섯 명이 모여 톱질하고 끌질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물론 그렇게 나와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보고, 한 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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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2 20:33 2013/05/12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