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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보 치목 과정> 

 
4월 15일(월) 맑음
 
샘과 저녁을 먹었다. 첫날부터 같이 점심 먹으며 챙겨주던 상가주택 숙소 사람들과 함께. 술을 안 드시는 샘을 위해(?) 푸짐한 안주-송어회, 닭볶음탕 등등-를 놓고 3시간 가까이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샘으로부터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나중엔 먼저 현장으로 나가게 된 동기 한 분과 강릉 사는 분이 함께 와 분위가 달아올랐는데.
 
아쉽게도 집에 갈 막차 시간 때문에 먼저 나서야했다.  
 
하지만 샘으로부터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아쉽지는 않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 샘 말을 되짚어보니. “집을 짓는 것은, 한옥을 짓는 것은 바로 나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은 꼭 되새겨야 함.
 
나무가 어떤 곳에서 자라 어떻게 해서 여기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를 생각하자. 또 짧게는 십 수 년에서 많게는 반세기 이상을 자란 나무를.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르고, 켜고, 다듬는 걸 생각한다면. 또 그러면서도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대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건.
 
잘못돼도 크게 잘 못된 일.
 
그러니 앞으로도 항상 나무를 옮길 때고, 깎을 때고 나무에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며. 나무를 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4월 16일(화) 맑음
 
모처럼 봄 날씨다. 지난 주 내내 찬바람에 눈이 오락가락. 이게 봄인지 도로 겨울로 가는지 모를 날씨가 계속됐는데. 오늘은 바람도 잠잠해지고 기온도 높아져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인지, 점심 먹고 나니 모두들 노곤노곤한 몸에 작업이 평소보다 조금 늦다. 하지만 것도 잠시.
 
새로 들어온 나무들을 하나씩 우마에 올려놓고는 척척 일을 해나간다. 어느 나무는 종보로 또 어느 나무는 도리 혹은 기둥으로 쓸 것인지를 샘이 말해주면. 먹줄을 놓고 홈대패로, 전동대패로 깎아나가니. 톱밥이 허리 높이까지 쌓인 곳도 생긴다. 정해진 시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잠시 쉬면서 다 같이 톱밥도 치우고 날도 갈고. 급할 것 없으니 틈날 때마다 정리도 해나가야 한다. 
 
4월 17일(수) 흐리고 비 
 
작업 시작 전, 체조 후 샘이 처마물매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 실습으로 짓는 맞배집이 4치 5푼 물매로. 이를 기준으로 해서 물매를 어떻게 잡는지 구했으나. 절반은 알아들었을까. 샘 말로는 워낙 어려운 거니 생각날 때마나 물어보고, 또 샘도 여러 번 설명하고 얘기를 할 터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라고 했으나. 처마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선 당체 모르겠다. 음. 이해 못하는 거는 이해 못하는 거고. 샘 설명 끝나고 다시 대패를 든다. 그래, 지금은 대패라도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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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새물매(처마물매) 잡기(1/10 축소)
- 물매는 4치~4치 5푼 사이이며, 4치 5푼 이상을 주지는 않음.
- 오량도리 거리가 6자이면, 6자에 대한 대각 거리인(곡척의 뒷면 이용) 8자 반 거리에서의 물매가 4치 5푼 물매임.
- 서까래 나온 거리가 3자 반이면 여기에 1자를 더한 거리가 추녀 길이. 즉, 4자 반.
- 서까래 굵기가 5치이면 추녀 굵기는 대략 7치 정도(약 2치~3치 굵게 함).
 
4월 18일(목) 비온 후 맑음
 
“빛이 있는 곳에 톱 길이 있다.”
“선이 있는 곳에 톱 길이 있다.”
 
오늘은 예정에도 없던 체인톱 사용 요령을 배우고 실습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깎아야 할 나무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여기 학교 아니면 4각, 8각, 16각으로 깎아가며 굴도리를 치목해볼 수 없듯이. 체인톱으로 판재를 켜거나, 구 또는 각 원목을 선에 맞춰 잘라내는 것 또한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다는 샘 생각에. 오늘 하루 종일 연습, 또 연습을 한 것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기둥으로 쓸 부재 길이가 꽤 여유가 있어 요령 피우지 않았던 사람들은 오후 내내 충분히 연습할 수 있었다.
 
4월 19일(금) 맑음
 
스케치업 시간이 끝나고 오후 시간 실습시간이 되니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어제 회식이 있다더니 후유증인가 싶었는데. 일부는 주말을 맞아 집으로 내려갔고 다른 이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한옥포럼에 갔기 때문이란다.
 
사실 금요일이라는 시간만 아니었다면. 또 스케치업 강의만 없었다면 가보고 싶은 포럼이긴 했지만. 아직은 몸으로 익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 학교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동기들이 갔다니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오붓하게 모여 톱 사용법도 다시 익히고. 손대패날도 손보고. 샘이 손수 남경대패 만들라 사다 주신 박달나무 손도 보고. 나름 짭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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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21:28 2013/04/22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