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트는 산맥』은 충청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동학군 이야기입니다. 7권이나 되는 긴 책인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을 합니다. 그 중에는 한양에서 문둥이네 한약방을 하며 조정과 왜, 청의 움직임을 살피는 한문현이란 이도 있는데요. 어느 날 한문현 처사에게 신정엽이라는 단양 보부상대 행수가 찾아옵니다. 청풍 성두한 접주로부터 총 일백 정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상의하러 온 것인데요. 신행수는 몸에 병을 얻어 눌러 앉았던 터라 떠꺼머리의 등에 업혀 왔습니다. 일이 일인지라 한 밤중에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며 숨넘어가는 말로 계암선생이 왔다며 한문현을 찾는데. 한약방에서 일을 거드는 애녀석이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늑장입니다.
 
“의원님 계신가?”
“주무시니 잠시만 기다리시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어도 애녀석은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남의 속이 터지도록 느릿느릿 말을 받았다.
“지금, 병자의 숨이 넘어가네. 싸게 좀 기별해 주게!”
“아따 말하는 사람의 숨이 먼저 넘어가겠소. 좀 기다려 보시래두요. 진맥을 하실는지나 모르겠소.”
“그러면, 계암 선생이 왔다는 말 좀 전하게.”
“우리 나리께서는 선생이 아니라 정승이라도 진맥 못 할 사람은 못 하오.”
아이가 흥글방망이같이 대꾸하고 서 있으니 사내는 애녀석이 어깃장을 놓는 줄을 알아서 더 말하지 아니하였다.
- 『동트는 산맥 6』, 채길순 지음, p.155
 
흥글방망이놀다 : 남의 잘 되어가는 일에 심술을 부리고 훼방을 하다.
 
겉으론 못마땅한 듯했지만 내심 자기네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서 겉으론 속 시원하다, 했을 사람들로서는 아쉬웠을 겁니다. 턱 하니 앉아서 꾸벅 인사하고 제 할 말만 늘어놓기만 해도 받아쓰는 데 도가 트고 왜곡하고 짜깁기 하는데 선수인 보수언론들이 열심히 퍼 나르며 옹호하고 나섰고. 보훈처는 확인도 안 된 것을 가지고 보도 자료까지 내 놓으며 흥글방망이같이 나섰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덕분에 고노담화 재검증도 묻어 넘어가는 모양새고. 공항철도는 소리 소문 없이 팔리게 생겼고,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내몰렸고. 그렇게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던 외침들도 어느새 잠잠해졌으니. 이미 제 할 일을 다 하고도 남을 만큼을 한 사람에게 그네들은 아마도 박수를 쳐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러나면서까지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고,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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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7:01 2014/06/24 17:01

동곳 빼다 : 잘못을 인정하고 굴복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네요. 비록 집행정지 신청이고 본안 소송이 남아있긴 하지만 법원이 전교조의 손을 들어 준데다. 법률가 380여명도 정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ILO(국제노동기구)에 이어 EI(세계교원단체총연맹)까지 나서서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쓴 소리를 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어디에서고 지지나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없는 거지요. 헌데 이쯤 됐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굴복하는 게 맞는데. 어찌된 게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항고하고 나선 걸 보면.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해충’을 반드시 잡으라는 ‘윗선’ 지시가 있어서 그런 건가 싶고. 이제와 동곳 빼기 창피해 뒤로 물러나지 않는 건가도 싶고. 그야말로 해보자는 겁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만 봐도 명분도, 근거도 마땅치가 않으니. 모양새가 좀 없어 보이긴 해도. 지금이라도 법률을 개정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정권잡고 있을 때 손 놓고 있었던 민주당에도 그렇고. 외곬으로 ‘잃어버린 10년’만을 외치며 손 놓고 있는 새누리당에도 그렇고 말입니다. 퇴로는 양쪽이 다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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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2 12:11 2013/11/22 12:11

또 ‘빨갱이’ 타령입니다. 물론 이번엔 직접적으로 ‘빨갱이’라 하지 않았지요. 다만 ‘운동권’ 출신, 그것도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PD계열 인물’이라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곧이어 조.중.동을 위시해 앞 다퉈 옮기며 물 타기를 할 게 뻔하니까요. 아니, 이미 시작됐습니다. ‘주임검사’와 ‘운동권’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벌써 여기저기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으니요. 한쪽에선 ‘언쟁’이니 ‘감정싸움’이니 하며 국회 내 공방을 전달하는 척하면서. 또 한쪽에선 본격적으로 ‘운동권’ 검사에 대한 이력을 세세히 소개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새누리당이나 조.중.동.일베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들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게 한, 두 번도 아니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문제는 건건이 다 통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응할 만한 가치도 없다는 얘긴 하나마나한 소리고. 전형적인 ‘물 타기’라고 길길이 날뛰며 목소리만 높이는 것도 역시 하나마나한 대응입니다. 그래봐야 ‘좌파’, ‘운동권’, ‘진보’라는 말이 ‘빨갱이’와 자동 연상되는 걸 바꿀 수도 없고. ‘빨갱이’ 소리만 들어도 움츠러들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요. 또 엊그제 아침, 용어 혼란으로 생긴 문제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며 “교육현장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생각도 바뀌는 게 아니까요.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는 한국전쟁이 우리 사회에 남긴 유산(遺産)으로 ‘전쟁이 사회 운영원리로 내재화되고 냉전적 정치경제 질서가 가장 철저하게 착근된 사회’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전쟁’중이라는 건데요. 여기서 논의를 더 진전시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말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이 ‘전쟁’을 누구와의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또 바라보고 있는 지를 묻는다면. 맞습니다.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빨갱이’면 다 통하는 우리 현실을 온전히 드러내 줍니다. 아직도 ‘빨갱이’와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요. ‘적’으로 간주된 이는 ‘사살’되거나 ‘포로’로써 무장해제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힘없는 민중들은 정처 없이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북쪽이 대화를 제의하면서 남.북간 막혔던 통로가 열리는 가 싶었는데. ‘격’이 맞아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남쪽 주장으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6.15 행사는 반쪽행사로 끝났고, 북미 고위급회담도 ‘선(先)비핵화 조치’라는 압력에 막혀버렸습니다.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돌이켜보면 한, 두 번 접촉으로 화해무드가 조성될 리가 없을 겁니다. 또 5.18 당시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마당에. 북쪽을 대화 상대자로 인정하는 것 또한 쉽진 않을 겁니다. 더구나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상태인데다, 자국민마저 여차하면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판이니 말입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은 <작은책>에서 행한 강연에는 37이라는 숫자를 반복해서 얘기했습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 여론조사 결과 등등. 정 전 사장에 따르면 이 37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37은 우리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인 겁니다. 진보는 ‘빨갱이’인 셈이고, ‘빨갱이’는 곧 ‘종북세력’이며, ‘좌파’와도 한 몸, ‘운동권’, ‘전교조’, ‘민주노총’은 물론 ‘민주당’까지도 관련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인 겁니다. 다시 말해 한국전쟁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포로’로써 무장해제를 당한 사람들인 것이지요. 여기에 ‘피난’ 떠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맞습니다. 결코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핵’을 앞세운 카드를 만지작, 만지작하는 북쪽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핵’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무기로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결코 도움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반도 평화는 물론이고 급격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과 미국에 견줄만한 군사력을 갖추기 위해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는 중국 등 동북아지역을 놓고 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초등학교 학생에게 헤비급 권투선수가 나서 한판 붙자고 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몰 때도 도망갈 곳은 만들어놔야 한다는 말처럼. 마냥 몰아세워서는 일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빨갱이’에 ‘빨’만 나와도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입니다. 아니 너도나도 손가락질이라 해야 살아남는 요상한 나라입니다. 그러니 정부를 향해 이제 그만 이 ‘전쟁’을 끝내자고 말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가면서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행동도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라는 가치를 확고히 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당장 실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간 국교도 정상화해야 합니다. 한반도, 아니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성을 위한 논의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고,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핵’을 동북아에서 제거하는 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들이야말로 ‘빨갱이’ 콤플렉스에 빠진 우리 사회를, 여전히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들을 ‘민주주의’의 장으로, ‘평화’의 장으로 건져내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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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16:29 2013/06/18 16:29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법으로 묶으려니 나오는 말은 아닐 터이고. 맞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걸 빗대어 쓰는 말인데요. 법무부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위장전입이란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을 시인해도, 기소는커녕 기어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최고 수장이 되고.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이 집 지키겠다고 망루에 올라가면 이유불문에 실형은 기본, 아비까지 죽인 패륜아가 되는 현실이 딱 들어맞을 겝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웃긴 현실 하나를 더 들어보자면.

 
얼마 전, 전 세계 3천만 이상 교육자를 대표하는 EI(Education International, 세계교원단체총연맹)가 총회에서 긴급 결의안을 채택을 했습니다. 결의안에는 국제기준에 맞도록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뿐만 아니라,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즉각 중지하고 기소를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 정도면, 입만 열면 ‘어렌지’를 남발하며 세계화, 국제화를 외치는 우리 정부로선 그야말로 ‘가오’떨어지는 일일 터인데. 쪽팔려서는 아닐 거고. 아마 깔아뭉개는 데 이골이 나서 일겁니다. 되레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로 정당 후원과 관련, 교사 1,363명을 기소했네요.
 
하긴 교사들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이번만은 아니었으니. 애당초 들을 턱이 없었겠지요. 수십조 가 넘는 경제유발효과가 있다고 자랑질하던 G20에서도 EI 회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했고. 2009년에도 EI 사무총장이 직접 우리나라에 와 유감을 밝힌 적도 있었거든요. 심지어는 UN 인권이사회 총회에서도 보고서를 채택했었습니다. 항의 서한도 보내고, 결의문도 채택하고, 보고서도 만들고, 면담도 요청했는데. 이거 야 원. 하나도 소용없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말입니다. 교사들에게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해 문제가 된 교장이 재임용 돼 다시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교육청은 ‘경고’만 하는, ‘북 치고 장구 치는’ 사이. 보란 듯 교장에 재임용된 것이지요. 어디 이런 사례가 이것뿐이겠습니까. ‘정당 후원금은 불법, 국회의원 후원금은 합법’이란 해괴한 논리로 ‘무혐의’ 처분. 정당가입에 공천신청 혐의가 있음에도 민주노동당에서처럼 당원명부 제출 요구나 압수수색은 가당치도 않고. 교장이나 원장급 정도면 평교사와 달리 유야무야.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고 기소된 교사들 현황을 보니. 글쎄 강원도에도 92명이나 되더군요. 전국적으로는 모두 1,318명이던데. 총 수사 대상 인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난 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불구속이긴 하지만 모두 기소를 한 셈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문제는 앞으로 교과부가 이들 교사에 대해 징계를 하라 시.도 교육청에 통보할 것이 뻔하니. 가뜩이나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검찰, 법원과 싸우기도 힘든 판에. 교육청, 교과부와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니. 이거야 첩첩산중입니다.
 
EI가 이번에 낸 결의안 내용을 보면 말입니다. UN, ILO(국제노동기구),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G20의 회원국인 한국 정부가 시민적 권리로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결사의 권리 보호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ILO 협약’, ‘교사의 지위에 관한 ILO/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권고’, ‘고등교육 종사자의 지위에 관한 UNESCO 권고’ 등 국제 조약을 준수할 의무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건데. 이거 참. ‘남이 하면 불륜’으로 치는 건지. 자기들이 가입하고 비준한 조약들은 통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아니지요. 꼭 이럴 때만 권력과 자본에 기대어 선 이들에게 면죄부로 쓰니. 이건 ‘내가 하면 로맨스’입니다. 
 
교사가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려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이들이 ‘빨갱이’란 소릴 들으며 학교 밖으로 내쫓기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싸워 쟁취한 노동권조차 ‘행동권’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채이니. 자유로운 ‘정치활동’이란 지극히 정당한 또 다른 시민적 권리는 언제쯤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런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부디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길 빌며, 더 이상 기본권을 가지고 교사들이 경찰서에, 검찰에, 법원에 들락날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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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6 15:28 2011/08/16 15:28

1.

‘떼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득달같이 달려들며 ‘떼’를 쓰는데 이건 당체 말이 통하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인 셈이지요. 틈만 나면 철거민들에게, 조합원들에게, 농민들에게 “떼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통 볼 수가 없습니다. 아닙니다. 되레 상황을 즐기며 ‘떼법’을 부추기고 있고, 때는 이때다, 온갖 흠집 내기 기사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교조 가입 교사가 많은 학교가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유치한 주장에서부터 ‘전교조 소속이란 게 부끄럽다면 해체하던가 탈퇴하라’며 협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2.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보수언론들이나 또 명단공개에 동참한 학사모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지요. 바로 ‘알권리’. 쉽게 말해 어떤 선생님이 교총 소속인지, 전교조 조합원인지 알아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알권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또 선생님들의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알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하지만요. 우리가 정작 알고 싶은 게 전교조 선생님이냐, 교총 선생님이냐, 인가요. 글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내 아이가 학교에서 과연 선생님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아이의 발육과정에 대해 교사와 부모, 아이와 함께 얼마나 공감을 갖고 이해하고 함께 하려고 하는 지. 교육감에게 잘 보이려고 돈이나 찔러주고,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돈이나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가해놓고도 버젓이 다시 교단에 서는 교사들과 이를 묵인하는 이들.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선생님일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선생님은 아니지요. 다만, 정말 다만,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3.

우리 사회에서 법이란 게 얼마나 작위적이고 편의적이고 권력중심적인지. 법을 잘 지켜야하느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法治國家)라느니 따위의 말들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이 법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적 가치들을 확장시키거나 혹은 보수(補修)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 가두어 두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 통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라는 하위법률에 의해 제약당하고. 사상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억압당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누군가가 모 토론 방송에서 내뱉었던 “위법이냐 합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참 묘하게도 들립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이놈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참 넌덜머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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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18:45 2010/05/06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