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 가운데 10년 이상 운행한 차량이 29.8%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10년 이상 된 노후차의 비중이 30% 아래로 하락한 게 작년 12월 이후로 7개월 만에 처음이라는데. 발표 자료만 놓고 보면 아마도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노후차 교체시 취,등록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헌데 말입니다.

 

사실 정부가 노후차 교체시 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저탄소 녹생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기보다는 석유-자동차-건설로 이어지는 발전지상주의 삼각동맹의 한 고리인 자동차 산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는데요. 우선 함께 도입이 논이됐던 경유차량 환경부담금 면제 방안은 포함되지도 않았구요. 새 차로 바꿔 탈 경우에도 배기량이 크고 비싼 차 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주는 방향으로 지원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MB정부가 ‘저탄소 녹생성장’ 운운하며 4대강 삽질사업을 하는 것처럼 이번 세제지원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노후차량 세제지원은 어떤 면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어 마냥 반대만은 할 수는 없는데요. 일단 요즘 나오는 차량들의 경우에는 새로 기준이 강화된 방식으로 단순한 연비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까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구요. 또 2015년이라는 다소 긴 기간이지만은 단계적으로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강화하기로 해 좀 더 나은 자동차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발전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고 이에 발맞춰 세제지원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이를 무시할 수만도 없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유럽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차량 가격 가운데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도 보조금을 주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구요. 언론에서는 경기부양책으로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세제지원 제도와 비교하고 있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의 노후차 교체 지원 방안은 우리의 방식과는 확연히 달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랍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만보더라도 13년 이상 된 차량을 폐차하고 친환경차를 살 때 25만엔 혹은 12.5만엔(경차)의 보조금을 줍니다. 물론 폐차하지 않을 경우에도 보조금을 주는 데 이때에는 보조금이 조금 줄어 들어들어 10만엔 혹은 5만엔의 보조금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 나라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공통적인 내용은 일본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친환경차 혹은 소형차(경차)로 교체할 경우에 한해 일정금액을 할인해주거나 보조금을 주는 거지요. 어째,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나라의 세제지원 방안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대형차, 외제차로 교체할 경우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그런 세제지원과 말입니다.

 

오래된 차일 경우 연비가 낮거나 배출가스가 많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후차를 교체하는 데 따른 비용을 사회가 공동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환경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회적 비용이 되려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즉, 대형차를 선호하게끔 지출이 된다면 그거야 말로 불필요한 지출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MB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노후차 교체에 따른 세제지원은 방향은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을 담고 있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정부의 이런 정책 시행과는 달리 한쪽에선 맹목적인 신차 모델 위주의 차량 교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며 되려 10년 차타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곳도 있으니 자칫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후 된 차를 교체해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이 나은 것인지 계속 신차를 교체하는 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유지하는 게 나은 것인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매년 집중호우가 늘어나도, 연중 황사현상이 나타나도, 매년 최고 기온을 갱신해도, 위기의식은커녕 지금과 같은 발전이 끝없이 가능하리라는 알 수 없는 자만감에 혹 빠져든 건 아닌 가, 묻는다면 답은 의외로 쉬운 것 아닐까요. 말하자면 절반도 다 맞는 건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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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23:24 2009/08/20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