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치임개질' 2011/04/07

'치임개질'

from 글을 쓰다 2011/04/07 23:27

 

가을에 털어놓기만 하고 고르지 않았던 서리태며, 메주콩이 한 자루. 또 꼬투리만 따고 까지 않은 팥 한 자루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변명하자면 셋 다 같은 때 거둬들이느라 그랬다 하지만. 이, 삼천 평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맘만 먹음 하루면 콩 고르고, 또 하루면 꼬투리 다 깔 수 있을 터이니. 바쁜 건 핑계고 실은 놀고 싶어 그랬을 겁니다. 그래 오랜만에 걷기여행도 했고. 느닷없이 시작한 시험공부에 도서관도 다니고 또 그러면서 책도 읽고 하니. 이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농사 준비해야 할 시기. 이러다 주경야독(晝耕夜讀), 아니 아침엔 밭농사, 낮엔 시험공부, 밤엔 콩이며 팥 고르기를 해야 할 판이 될 것 같습니다. 해서 지난 주말, 이틀 내리 안방에 신문지 펴놓고 서리태를 골라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언제 다 치우나, 싶었던 갑갑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되더군요. 아, 농부님네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참 넉살좋은 소리 하는 군, 하겠지만요. 뭐, 어떻습니까. 방사능 땜시 창을 활짝 열어놓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봄 햇볕 받으며 남은 메주콩, 팥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요.  

 

치임개질: 벌여놓았던 물건들을 거두어 치우는 일

     

어느 나라 기상청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노천 정수시설에 덮개를 씌우라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고. 방사능 비가 우려돼 우산과 비옷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총리라는 사람은 맞아도 된다고만 하고 있으니. 하긴 의협이란 데서도 괜찮다고 하는 요상한 나라니 뭐, 어디 가겠습니까. 또 핵발전소 사고인데도 죄다 핵관련 공학자들만 모셔놓고는 영향은 어떨 것 같으니, 대책은 뭐니 하고 있는 언론을 보고 있으려니 이건 뭐, 당연한 거겠지요. 이러나저러나. 봄 햇볕이 좋을 때라 겨우내 닫아뒀던 창문도 활짝 열고 싶지만 그거야 마음뿐. 당분간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또 벚꽃이며 목련, 개나리가 노랗고, 하얗게 폈으니 어디 꽃구경이라고 가야겠지만. 그것도 당분간은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두요. 따뜻한 볕이 어느새 방 안쪽까지 들어오니. 시험 공부하는 틈틈이 베란다에 나가 자리 펴고 치임개질이라도 하며 이 우울한 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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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23:27 2011/04/07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