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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손님들 다녀가다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6/04/25 18:46
  • 수정일
    2006/04/25 18:46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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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봄, 수린턴이라는 태국 보건대학원의 젊은 여선생이 두달가량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있을 곳과 돌아다녀볼 곳, 놀러 다닐 곳들을 두루 알아보고 주선해주었더니

지난 1월 아주 오랫만에 보낸 메일에서 봄에 10여명의 동료들이 한국을 오려고 하는데

역시 돌아보고 배울 곳을 주선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했더랬다.

내심, 그동안 연락 제대로 한번 안 하다가 웬 무리한 부탁인가 싶어 쬐금 괘씸했으나

나도 다른 나라 한번 가서 배워보겠노라 여러 사람 고생시킨 바 없지 않았기에 그러마고 했다. 틈틈히 방문일정을 잡아두고 평소 인맥을 동원해 부탁을 해두었는데, 그 일정이 바로

지난 목요일부터 어제까지 였었다.

첫날 1시간 가량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을 해주고,금요일 오전에 동행하고 주말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했다가 어제는 하루종일 데리고 다니고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영어를 많이 했더니 잠자리에 누워서도 자꾸 영어문장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몇가지 소감을 적자면...



첫날 만날 이들의 모습이 다소 놀라웠다. 의례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친다는 여선생들이 보여줄만한 화려함은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명의 방문단이 모두 나와 비슷한 정도의 자그마한데다 마르기까지 했다. 얼굴은 까무잡잡... 절반 정도는 곤색 유니폼을 입었는데 , 그날따라 갑자기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인지 어깨를 움추린 모습에 정말 측은지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번째로 놀라웠던 것은  방문기관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자세였다. 질문이 끊이지 않고,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늘어지는 바람에 양떼 몰 듯 서둘러 끌고 나와야 했었다. 게다가 다들 영어를 불편함없이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어 한국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모 기관의 국제협력팀장보다 더 능숙하게 표현했다.

대부분의 관심사는 참 비슷했다.  그러나, 비록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좀 더 앞서 있고, 풍요롭다 하더라도 문제의식은 더 앞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보건을 파악하기 위해 경기고등학교를 갔는데, 졸업생중에 대통령이 한명, 고위관직이 여러 명 배출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교장선생님에게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있는가를 묻는다든지, 보건소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열심히 설명한 보건소장에게 주요 보건지표의 수준이 어떠한지를 묻는다든지, 2008년 세계산업보건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열심히 홍보하는 산안공단 직원에게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어떤 제도가 있는가를 물을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단 하나, 왜 그렇게 한국에 호감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 음식, 한국 배우, 한국 말.. 모두 좋아하고, 배우고 싶고, 알고 싶고, 먹고 싶단다.

 

일정을 마지막 자리인 어제 저녁 식사자리에서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정리 코멘트를 하는 그들의 진지함은 속으로 귀찮음과 오만함을 감추고 있었던 나를 반성케했다.

친밀감, 연대감 이런 것들로 다 표현되지 않는 그 무엇을 내게 전해주는 듯 했다. 앞서가는 나라들만 쳐다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라건대,

눈에 보이지 않고, 파악하지 못한 그 많은 장애물을 걷어내고

진정한 협력을 통해 "선"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한다. 그들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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