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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다.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8/03/24 10:54
  • 수정일
    2008/03/24 10:54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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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 정호승

꽃이 핀다.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도
길가에 버려진 도둑의 신발 한 짝 위에도
너를 향해 날아가다가
결국 너의 이마를 쓰러뜨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뒹구는 돌멩이 위에도
젊은 여자들이 가슴에 걸고 다니는
액세서리 십자가 위에도
라면박스와 신문지로 관 같은 집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 있는
노숙자들의 검은 지하도 벽 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 창가에 놓인
눈물 마른 화분 위에도
힘없이 올로 흔들거리는
독거노인의 지팡이 위에도
막 하관을 끝내고 한 삽 흙을 뒤집어 쓴
관 뚜껑 위에도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너를 미워하는
매일 용서하면서도 결국 용서하지 못하는
내 가슴 위에도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이 부활의 아침에 꽃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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