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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8/04/01 11:13
  • 수정일
    2008/04/01 11:13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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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습관적으로 새벽길을 나서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했더랬다.

성당 앞이 부산하더니, 뜻밖에도 장례미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앗, 너무 늦어지면 곤란한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6시40분까지는 집에 가야 하니까.

중간에 나갈 자유가 있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신부님이 앞장서고 그 뒤에 누군지도 모르지만 돌아가신 분의 관을 들고

가족들이 뒤따라 들어오며 미사가 시작되었다. 신자들이 함께 부르는 성가의 가사중 ... 이제 주님께 갑니다..... 라는 대목에 이르러 눈물이 쏟아졌다. 아주 오래 전 그렇게 가셨을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지난 주말 그렇게 마음 불편했던 큰언니도, 말하기 싫었던 학과 동료교수도, 언젠가는

다 그렇게 가는 것인데 하는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돌아가신 분이 53세 여자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애틋했다. 가족들을 두고 눈을 편히 감을 수 있었을까, 그 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신부님의 목소리가 가슴을 더 울렸다.

 

15년전, 박사학위를 받고 무기력증에 빠져 잠만 자던 시절 어느 날에도 평일 낮 장례미사에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알 수 없는 감격(?)에 눈물흘렸었지 하는 기억도 났다.

 

잠시 소풍을 왔다가는 것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지.. KTX에서 버스 한대를 개조하여 작업실겸 숙소겸 삼고 전국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한생곤이라는 화가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잠시 머물고 가는 것이 삶이구나 싶었다.

 

먼저 가신 그 분들은 다시 올 수 없지만 나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고, 갈 수 있다. 그러니 영영 못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곧 만날 것이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그 기다림이 짧아져 가고 있다. 어머니는 나를 초등학교 5학년짜리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기억하실까?

 

........

유난히, 오늘 아침엔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 운동선생님, 택시기사, 던킨도너츠 아가씨...

 

좋은 하루가 주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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