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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래를] 99년 7월

 

현장조직운동, 현황과 과제를 점검한다

【 현장조직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질문 내용 】

1. 지금 활동하고 있는 현장조직들을 보면 대부분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노조 민주화의 과제를 달성한 후에도 계속 조직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 금속 대공 장들의 경우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이후에는 조직의 분화와 통합, 그리고 또 다시 분화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장조직의 분화 과정이 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해서, 혹은 집행부와의 관계가 좋고 나쁨에 따라 이루어졌다며, 현장조직이 '권력 지향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이후 현장조직이 계속된 이유는 무엇이고 현장조직들이 왜, 무엇 때문에 어떤 식으로 분리되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건과 동력을 중심으로)

2 현장의 조직들은 노조 민주화 이후에도 자본의 노조 무력화 혹은 노조 흔들기에 맞서 지속적으로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조합원들을 묶어 세우는 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89년 이후 진행된 신경영전략이나 경제위기와 IMF관리체제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모두 노조를 흔들고 조합원을 자본의 관리, 통제하에 두기 위한 자본의 의지와 목적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은 이러한 자본의 공세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현장에 대한 자본의 통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계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1. IMF 이후 자본은 기초질서 지키기나 삼진제도 도입 등으로 조합원들을 직접적으로 구속하고 통제하는 장치들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을 빌미로 근무시간 및 근무형태, 노동강도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가해오고 있습니다.

각 사업장에서 자본의 현장 통제, 작업장 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2-2.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은 '현장 장악', '현장 권력 쟁취'를 주요한 자기 활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현장조직들은 이러한 자본의 공세에 맞서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장조직들이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활동과정에 느끼는 가장 큰 애로 사항이나 힘든 점이 있으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최근 들어)

2-3. 현장에서 자본의 통제에 맞서는 활동을 하다보면 집행부, 공장별 대의원 모임이나 각 라인 선거구별 대의원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그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현장조직들이 그러한 노조 체계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노조의 공식 체계(대의원에서부터 집행부까지)가 나서도록 요구하는 식으로 활동합니까?

3. 현장에서 조합원과 작업장에 대한 자본의 통제와 관리에 맞서려면, 현장조직이라 할지라도 노동조합의 활동과 방침, 구체적으로는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고 임단협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노동조합의 내용과 방향, 기조 및 방침이 현장조직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때문에 현장조직은 단순히 현장에 대한 문제만을 고민하는 조직이 아니라 당연하게도 민주노조의 노선과 방향, 활동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을 조직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3-1. 현장조직이 집행부에 대한 문제의식의 내용과 태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노동조합의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단위 노조의 선거에 각 현장조직들은 자기 조직력 전체를 가동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때 각 현장조직들은 후보 출마를 놓고 나름의 논의와 절차를 거치고, 나아가 연대와 연합이 모색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위원장을 당선시킨 현장조직의 경우 집행부와의 관계가 원만하거나 거의 일체화된 모습을 보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 현장조직의 지지를 통해 당선된 위원장 및 그 집행부와 그 위원장을 당선시킨 현장조직과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러한 차이가 드러날 때 현장조직의 입장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이러한 경험에 대한 평가와 이후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 때 어떠한 태도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정리해 주십시오.

3-2. 일부에서는 '정리해고 저지, 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노동자들의 전면적 투쟁에 동의하는 현장조직들이라면 지금까지의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철도의 경우 3조직이 통합이라는 성과를 낳은 반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선거 당시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과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연합이 제기되었지만 무시되었습니다.

현재의 조건과 상황에 이 같은 '대통합 혹은 대연합'이 과연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철도의 예와 현대자동차의 예에 대하여 어떤 견해가 있으시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4.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은 '정치세력화'를 자신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조직을 분석한 여러 글들도 대부분 현장조직이 '정치조직으로 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질문 드리겠습니다.

4-1. 얼마 전 한 토론회에 제출된 자료는 현재의 현장조직을 '정치적 대중조직'의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향후 현장조직은 '대중적 정치조직'으로 성장,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조직적 수준으로 현장조직을 이해하는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도 아직은 초보적이지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철도 노민추의 경우 3조직 통합 과정에서 노민추의 조직위상에 대해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장조직의 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현재 회원들의 의식 정도, 활동력의 수준 등을 놓고 판단할 때, 현장조직의 '조직 위상'은 어느 수준이라고 판단하십니까?

4-2. 현장조직의 현재 수준을 어떻게 보던, 현장조직의 일부가 정치조직으로 분화되어야 한다고 보던, 실제 그러한 주장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현장 활동으로부터 '정치의 필요성'이 확인되고 공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활동 속에서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지점과 내용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동지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 현장조직에서 '정치'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체적으로 그런 사업과 활동을 진행한 경험이나 사례가 있으시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4-3. 현장조직이 향후 정치조직으로 발전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하기 이전에 객관적인 현실이 현장조직으로 하여금 정치조직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6월 13일 제2차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진보정당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이러한 진보정당 추진위 흐름을 비판하고 그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조직의 필요성을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미 정당을 조직하여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진보당'도 있습니다.

동지께서는 이와 같은 정치조직 건설 움직임의 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현재 필요한 정치세력화의 상과 내용에 대해 가지고 계신 의견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현장조직 차원에서 정치세력화에 어떻게 참여하고 복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가지고 계신 소견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5. IMF 구제금융 이후 진행되고 있는 총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총노동의 전선 구축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단위사업장만의 투쟁으로는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맞서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에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들은 98년 이후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고, 98년 5월 투쟁과 99년 4월 투쟁을 실제로 조직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금속산업연맹이 2000년 10월까지 산별노조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하고, 공공의 3조직도 통합하여 단일연맹으로 출범하였습니다. 그리고 기타 연맹들은 통합과 단일노조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은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문제와 산별노조 건설의 문제를 현실의 실천과제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5-1. 그 동안 몇몇 사람들은 민주노조운동을 평가하면서 '대기업 중심주의'를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힘을 가지려면 대공장 노조가 앞장서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공장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에 어떻게 복무하고,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확대하는데 복무할 수 있는 내용과 지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현장조직 대부분이 대공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조직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답변을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공장 노조운동이 전체 운동 속에서 어떤 역할과 위상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가지고 계신 생각이 있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5-2. 산별노조 건설이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현장조직이 단사 차원에 국한된 실천을 확대하고 넓혀야 한다고 제기합니다. 현장조직이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을 때 단위 사업장을 뛰어넘는 또 다른 실천구조, 활동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지역차원의 현장조직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 금속 사업장의 일부 현장조직들이 '전국현장조직 대표자회의'를 만들었고, 또 다른 현장조직들이 모여서 '민주노동자회 전국조직'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전국회의를 갖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각 현장조직의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 체계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결정, 지금 가동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국조직으로서의 대표자 회의의 역할과 임무, 중앙연락사무소 설치의 의미와 활동 내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조직의 전국조직이 주요하게 해야 할 사업과 활동에 대해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종호/ 울산노동정책교육협회


1. 노조민주화투쟁으로 출발한 현장조직운동은 '노민추운동의 대중화' 단계, 민주집행부 장악과 총자본과의 전면전, 투쟁의 패배와 노조정상화 과정을 거쳐 대부분 와해되었다가 95년 신경영전략의 전면화에 맞선 현장투쟁의 복원과정에서 하나 둘 재건되었다. 재건된 현장조직은 선거용 조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민주노조를 강화하고 현장활동가를 발굴·훈련하며 노동조합 수준에 제약되지 않는 현장정치활동과 연대사업을 개척해 가는 일상활동조직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다. 현장조직은 이후 조직적 분화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 분화는 자연스럽고 발전적인 것이었다. 현장조직의 분화는 민주노조운동의 이념·노선과 활동방식의 차이를 갖고 이루어졌는데 이 분화는 지난 금속 선거 때의 3분립 구도로 나타났다.

지금 노동조합운동 안에서는 크게 이 세 가지 경향과 세력이 대립·경쟁하면서 통일되어 있다. 지금은 이 세 가지 경향이 현장조직운동 수준에서 표현되고 대립되고 있지만 진보정당 추진을 둘러싸고 조만간 정치적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현장조직의 분화과정을 노조 집행부 장악과 집행부와의 관계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생각이다.

2-1. 현대자동차의 경우 반마다 WIN21 현황판을 설치해놓고 개인별 근태나 작업불량율 따위를 기재하여 고과를 부활시키고 동료들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작업시간 내내 앉지도 못하고 커피도 못 마시고 책이나 신문 보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조기체조, 우수사원 선발제도, 조반장 임명제도, 품질실명제, 사무일반직 휴일 강제특근 및 연월차 강제사용, 예약월차제, 아산지부의 IC카드와 오토바이 통제, 전주지부 R/F카드 등 현장통제가 87년 이전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2-2.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이 '현장장악', '현장권력 쟁취'를 주요한 자기 활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과 현장조직이 곧바로 현장권력을 쟁취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말이다. 이 점을 혼동하게 되면 현장조직을 현장권력체로 오해하게 된다. 현장권력체의 맹아는 현장활동가조직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소위원회 조직이 가장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현장조직의 활동에서 대조합원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일상 시기에 자기 조직의 신문을 내거나 유인물, 대·소자보 등의 선전사업을 벌이고 현장조직 차원의 출·퇴근투쟁, 중식홍보투쟁, 철야농성투쟁이나 천막농성투쟁 등을 벌이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조합원들은 이제 이러한 현장조직의 활동을 노동조합 공식체계의 활동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장조직이 최근 활동과정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현대자동차 민투위를 예로 든다면 아마도 구조조정 과정과 투쟁 속에서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경우 생계의 고통과 현장공백을 조직적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 지금 현재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

2-3. 대공장 노동조합 대의원의 경우 현장조직 소속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노동조합 공식체계 내에서 이러한 현장조직 간의 경쟁과 협력은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이런 활동들은 노동조합 공식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현장조직의 대부분의 활동은 노동조합 공식체계를 통해 표현된다. 물론 현장조직은 앞에서 얘기했듯이 독자적인 활동영역을 가지고 있다. 현장조직이 직접 대중투쟁의 지도부가 되는 경우도 있다. 91년 5월 투쟁과 95년 양봉수 열사 분신투쟁 당시 현대자동차 민주세력은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를 제끼고 직접 대중파업투쟁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3-1. 공조직의 위원장은 사조직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조직적 규정력을 거부하고,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것과 조직적인 것을 분리하는 잘못된 태도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다.

현장조직과 노동조합 집행부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우선 가장 조직적일 때 가장 대중적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현장조직에서 파견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상집 인선은 당선된 위원장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현장조직의 선대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조합 집행부와 현장조직의 집행단위간에 정기적인 회의체계와 상호보고는 필수적이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현장조직들과의 간담회나 공동행동을 조직하더라도 자기 조직이 그렇게 타조직과 수평적으로 동일화되어서는 안된다. 현장조직과 노동조합 집행부와의 관계가 이렇게 정비되기 위해서는 현장조직의 역량이 그만큼 크고 풍부해져야 한다.

3-2. 먼저 조직통합과 선거연합을 구분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선거 당시 거론되었던 민투위와 현지사의 연합 논의는 굳이 나눠 본다면 '조직통합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론'(현지사와 민투위 6기 지도부)과 '조직통합이 전제되지 않는 제한적 선거연합 가능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조직통합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론' 내부에서 조직통합은 먼저 합의가 됐는데 후보 문제를 놓고 선거연합이 깨졌다. 따라서 질문처럼 연합이 '무시'된 것이 아니라 연합 논의 자체가 거꾸로 되었고 잘못된 것이다. 상식으로 따져도 조직통합을 하려면 근거가 분명해야 하고 선거연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노력과 절차가 요구된다. 그런데 그 어려운 조직통합은 쉽게 합의가 됐는데 상대적으로 쉬운 선거연합이 깨진 것이다. 노동조합 위원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가 현장조직의 통합보다도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철도의 경우 노조민주화투쟁 과정에서 3조직이 통합한 것과 현대자동차에서 현지사와 민투위간에 조직통합이다 연합이다 제기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현장조직의 대연합이든 대통합이든 그것이 현재 일반화되어 제기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지금도 현장조직은 보다 더 충분하고 명확한 정치적 분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4-1. 현장조직의 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각각의 현장조직들이 처한 조건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노조민주화 수준에서 노민추운동을 대중화하는 단계에 있는 조직이 있을 수 있고, 한참 앞서 현장조직의 정치적 전화·발전을 고민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갓 출범하는 현장조직이 비록 노조민주화를 목표로 활동하는 노민추라 하더라도 현장조직운동의 '일정한 보편성'으로부터 자신의 미래를 예견하고 압축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현장조직운동이 상당부분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장조직은 '노동조합과 구별되는 현장활동가조직이자 정치조직과 구별되는 선진노동자 대중조직'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사실 현장조직의 과도적인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보다 압축하여 현장조직을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현장조직은 현장활동가조직'이다. 해당 현장조직 현장활동가들의 상태와 수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대중적 성격을 강조할 수는 있어도 현장조직이 대중조직인 것은 결코 아니다. 노동조합 공식체계와 구별되는 현장대중조직은 현대자동차의 의장부총연합(의총련) 같은 경우다. 의총련은 노동조합 공식조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조직도 아니다.

현장활동가조직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강화시킬 것인가? 이 문제를 정치적 대중조직의 수준에서 대중적 정치조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현장조직, 즉 현장활동가조직이 대중적 정치조직의 수준으로 높아져서 서·인노련 식의 대중정치조직(MPO)로 자기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활동과 현장조직의 정치적 강화를 통해 노동자정치운동(PO)으로 전화·재편되는 것이다.

4-2. '정치'란 주어진 권력관계의 유지와 변화를 둘러싼 세력간의 투쟁과 실천이다. 현장에서의 정치란 현장 내부의 권력관계의 유지와 변화를 둘러싼 노자간의 투쟁과 실천활동을 의미한다. 현장 내부의 권력관계는 현장 안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 밖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므로 현장의 정치는 현장 밖의 정치까지를 필연적으로 포함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지금까지 현장조직 또는 현장조직운동은 현장 정치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치를 선거나 의회 활동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현장조직이 지금껏 수행해온 현장활동을 정치적으로 재해석하고 노동자정치운동의 방향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4-3. 노동자 정치조직이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다. 현장조직운동 수준에서 진보정당추진위를 볼 때 가장 큰 난점은 현장조직운동 수준에서 분리·정립된 세력들이 정치조직운동 수준에서 다시 크게 뭉쳐야 한다는 요구와 그렇게 추진되는 진보정당추진위의 조직화 방식일 것이다. 대중조직과 현장조직 수준에서 크게 3분립된다면 정치조직 수준에서도 3분립되는 것이 가장 명쾌할 것이다.

8∼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은 민주노조운동과 현장조직운동, 그리고 정치적 노동운동으로 나뉘어 발전해왔다. 정치적 분화의 가속화와 운동의 일반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장조직운동은 노동단체운동과 반공개 정치조직운동, 비공개 정파운동, 진보정당운동, 전선운동 등으로 표현되어온 정치적 노동운동과 '한 몸'이 됨으로써 노동자정치운동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와 구별되는 민주노동자회 전국조직이 만들어지고 있고, 진보정당추진위가 급속하게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조직 건설 흐름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장조직은 한편으로는 현장조직운동의 일반화와 조직적 강화를 추진해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정치운동으로의 전환과 재편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장조직운동은 이제 민주노총이나 산업별 연맹 수준의 선거공간에서 스스로를 구별·정립했던 단계를 뛰어넘어 정치적 수준에서 스스로를 표현해야 할 시점에 왔다. 어떤 정치조직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치조직을 누구와 더불어 만들어갈 것인가가 현시기 현장조직의 자기 고민이 되어야 한다.

5-1. 지금 시기에 대공장 노조운동을 따로 범주화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기업 중심주의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대공장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문제나 중소사업장 노조와의 연대사업,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5-2.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하여 우선 고민되는 점은 평조합원운동이다. 96년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공동소위원연합회와 현대정공 소위원회, 현대중공업 소위원회의 의장단이 한 곳에 모여 회의체를 꾸린 적이 있었다.

몇 차례의 회의와 소위원회 발대식에 서로 참가하는 정도로 활동이 진행되었지만 대단히 중요한 시도였다. 바로 이런 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공장 담벼락을 뛰어넘는 평조합원운동의 개척일 것이다.

다음으로 현장조직의 역할이다. 산별노조가 된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체계와 집행체계가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랬을 때 현장조직이 거대 산별노조의 관료화를 막아내는 비판세력으로 서기 위해서는 현장조직 또한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집중된 의사결정체계와 집행체계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현장조직이 이렇게 된다는 것은 곧 정치조직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별노조와 관련한 현장조직의 역할은 곧 노동자 정치조직의 건설과 그 역할로 바꾸어서 고민되어야 한다.

지역 차원의 현장조직은 중소사업장의 경우 지역적으로 묶는 형태인데 울산에서 남부지역노동자연합(남노련)이라는 시도가 이미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묶이면 예를 들어 어떤 노동단체가 있고 그 회원들이 조직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고, 또 실제로 단사를 뛰어넘는 조직화라는 것 자체가 일정한 경향성의 통일을 전제로 하므로 남노련이 마치 하나의 단체 역할을 했던 것처럼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묶이는 현장조직은 노동자 정치조직 건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정치적 전환이 보다 유리한 조직형태가 될 것이다.

6. 현시기 현장조직의 전국조직이 해야 할 역할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최근에 정리한 수준이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너무 과도하게 잡아도 문제이고 너무 소홀히 잡아도 문제가 된다. 현장조직운동이 금속산업 대공장에서 중소사업장과 지역 수준으로, 비제조업 대공장과 공공부문으로 확산되고 일반화되는 것을 전국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 월간으로 발행되는 기관지가 전국현장조직의 일반 조직원들의 정서와 고민을 충분히 담아내는 발로 뛰는 기관지로 되게 하는 것, 현장조직 내부의 갈등과 분파적 대립이 올바른 정치적 분화로 촉진되게끔 하는 것 등이 현 시기 전국조직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주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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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21 2005/02/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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