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연휴였다. 너무 너무 평화롭고 따뜻한.
함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이렇게 설레면서도 평화로울 수 있구나.
조금씩 일도 하고,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딩굴딩굴 책도 보고, 그러다 생각나면 수다도 떨고,
같이 밥 해 먹고, 같이 잠들고, 같이 일어나고. 일 걱정 미루고 잠들 수 있고, 그렇게 아침에 눈 뜨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고, 조분조분 마음도 나누고, 너무 좋은 시간들...
이런 시기에 이런 평화를 누릴 수 있다니, 너무 놀랍다. 너무 벅차다. 우리 너무 행복해... 그렇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 공간이 따뜻하고 풍요로와지는... 그런 경험.
이런 순간순간들, 함께 할 수 있는 게 우리여서 참 좋다.
설을 보내고 그가 다시, 청주에 왔다. 아... 이틀만에 보는 건데도 어찌나 새롭고 벅차던지.
연휴 끝자락은 공룡들과 복작거리면서 보내느라 둘 만의 시간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옆에 그가 있는 게, 그런 그와 공룡들이 함께 있는 게 난 마냥 좋기만 하더라는. 대단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은 마음의 크기와 무게만큼 불안도 생긴다.
언젠간... 마음이 옅어지겠지. 내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그가 마음을 놓아 버리면 어쩌나.
그래서 말했다. 혹시 마음이 다르게 되면, 그건 그럴 수 있는 거고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단지, 그럴 때 나에게 꼭 말해 달라고. 견디다 견디다 그렇게 말고 마음이 달라졌을 때 그 때 말해달라고.
그게 나에 대한 배려고 예의라고. 그런 거...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 변함도 인정할 수 있을 거라고.
흔들리는 눈빛, 해석되지 않는 표정들 때문에 힘들어 하기 싫으니까... 그게 더 힘들 거 같으니까...
그러겠노라고. 그렇게 토닥토닥 이야기 나누다 잠들었다.
다음 날, 그가 그러더라. 다시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좋아하는 마음의 결은 달라질 수 있는 거고, 우리가 늘 지금처럼 서로 예쁘기만하고
벅차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고. 혹은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마음이 갈 수도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럴 때 서로를 그냥 놓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얘기하고,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 관계에 대한 최선의 예의와 배려는 내 기운이 다할 때까지 그를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정인 것 같다. 울며 불며 매달리든, 정신차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패악을 떨든
그렇게 할 수 있는데까지 내 마음을 밀고 가는 것. 그런 거지. 그렇게 생각을 고쳐 먹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거짓말처럼 관계에 대한 자신감도, 뭔가 모를 힘도 생겼다.
나, 조금은 자란 거 같다.
나를 지키겠다고, 흔들리면 무너져버릴까봐 마음을 꽁꽁 붙잡고
거절 당할 게 무서워서 내어주는 마음도, 받아들이는 마음도, 기대거나 의지하는 마음도
그렇게도 인색하게 굴던 그게 강한 거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마음에 힘이 되는 사람이다.
나, 더 많이 자랄 거 같다.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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