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멘틱 Nekromantik

요르그 뷰터게라이트 Joerg Buttgereit /75 min / 독일 /1987

 

  


   이 영화를 보고 그야말로 한 방에 넘어가 버렸다. 영화를 보자마자 한 달음에 바따이유의 <에로티즘>을 샀고, 시뻘건 그 책을 들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펴고는 첫 줄에 다시 한 번 쓰러졌던 기억... 바따이유 왈 에로티즘을 정의 내리길...


"죽음에까지 파고드는 삶"

   너무 강렬했다. 죽음과 삶이라는 단어보다도 '파고드는'이라는 표현이... 조악한 싸구려 복제품 같던 '죽음'과 '삶'이란 단어가 그 때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땐 정말 그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두려움에 대한 매혹 그리고 집착... 

 

   이것에 대해 난 아직 <네크로멘틱>만큼 잘 표현한 영화가 없는 것 같다. 너무나도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썩어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끈적이는 시체를 쓰다듬으며 액스터시에 이르는 두 주인공... 그들이 얼마나 죽음에 대해 강박적으로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그 두려움에 중독되어서야 비로서 삶을 확인하는지... 그들은 살고 싶었던 거다... 살고 싶은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서 그 두려움을 품고, 확인하면서 그렇게 죽은 자를 끌어 안고,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확인받고... 나에게 이 영화는 참 슬펐다...

   슬픈 몸, 슬픈 섹스, 슬픈 사랑, 그리고 슬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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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6 12:32 2011/01/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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