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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9호선이 멈출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민영화 늪에 빠진 지옥철, ‘승객보다 돈’...안전이 위험하다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7-11-30 10:01:36
수정 2017-11-30 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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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메트로 9호선이 30일 오전 4시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9호선운영 노조는 파업의 이유로 기관사 인원 충원 등의 요구안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9호선 파업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끼쳐 환영받을 수 없는 파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승객보다 돈을 중시하는 민자사업의 운영체계가 곪은 것이 터진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시민의 안전과 대형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파업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중의소리는 9호선 노조가 열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던 5가지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다.

9호선
9호선ⓒ뉴시스

1. MB 민영화의 늪에 빠진 9호선

지하철 9호선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때 추진된 민영화 사업 일환 중 하나다. 9호선은 여의도와 강남을 관통하는 대규모 사업 단지 구역이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으로 평가받았다.

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총 사업비의 83.7%가량인 2조 8,949억을 투자해놓고, 사업비의 16.3%에 해당하는 5,631억만을 투자받은 민자회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주식회'에 30년간 운영을 맡겨버렸다. 이 회사는 또 지하철 운영을 다른 민간 기업인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에 수수료를 700여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승무, 역무 등의 운영을 맡겨 버린 후 10년 단위로 재계약하기로 했다. 또 메인트란스 주식회사에는 차량유지보수 및 정비부문을 10년간 위탁했다.

전문가는 대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한 주무관청인 서울시가 9호선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업시행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수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 위원은 "9호선을 다층적인 민간위탁이 경영하면서 보이고 보이지 않는 혈세들이 세고 있다"며 "서울시는 적자 보전을 위해 시행사인 서울9호선운영에 관리· 운영수수료 700억 정도 주고 있고, 시행사는 200여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겼다.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계 투자자들의 배 불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노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9호선 운영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과 정비 등을 분리 위탁한 서울9호선운영과 메인트란스는 매년 수십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매년 수십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어, 서울시가 재정보전을 통해 이를 메워주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9호선운영이 2009~2015년, 7년간 전체 당기순이익 중 배당액으로 234억여원이나 되는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민간기업들은 승객들의 운임으로 발생한 수익을 초기 투자비에 이자까지 쳐서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의 특성상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개통 후 첫 출근이 이뤄진 30일 오전 9호선 가양역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15.03.30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 개통 후 첫 출근이 이뤄진 30일 오전 9호선 가양역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15.03.30ⓒ뉴시스

2. '승객보다 돈', 지옥철의 민낯

민영화는 곧장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호선은 지난해 2월 출근시간대 혼잡도 1~5위를 싹쓸이했다. 열차 1량에 정원(158명)이 다 찼을 때를 혼잡도 100%라고 부르는데, 9호선 염창-당산 구간 급행열차의 오전 7시30분~8시30분 시간대 혼잡도는 234%로 조사됐다. 열차 한 칸에 정원에 2배를 넘는 360명이 탄 것이다. 김포 마곡의 개발지역과 강남의 업무 밀집 지역을 관통하면서 9호선의 승객들은 갈수록 늘어, 초기 예측보다 두 배나 더 많은 50만(2015년)여명을 초과했다. 지금은 60만명을 넘고 있다.

9호선 이용자는 해가 지날 수록 늘었지만, 인원을 수송하기 위한 차량 증편 등 설비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아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위원은 "우선 예측수요와 실제 수요 간의 차이가 너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민자사업은 기본적으로 비용 최소화를 염두에 두는데 차량이 증가하게 되면 그에 따르는 차량기지 확장이나 정비수요 확대 등으로 비용 증가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9호선은 사업재구조화가 되기 전까지는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민자 사업자는 수요확대보다는 비용 최소화에 중심을 두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호선은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은 매년 수백억의 배당금을 가져가는 상황이지만, 지옥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필요 인력 충원이나 증차를 위한 투자가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9호선 운영회사가 흑자가 나도 그 수익이 지하철 안전과 시민 편익, 필요 인력 충원에 쓰이는 것이 아닌, 대부분 외국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며 "그 결과 열차운행의 잦은 지연과 만원 열차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고, 이용객의 불만과 불신은 최고조에 달해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3. 죽어가는 기관사...다음은 승객?

지하철 9호선이 비용을 최소화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가 최소 인력으로 최대 이윤을 뽑아내는 것이다. 민자회사는 이를 '효율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관사들은 승객으로 가득 찬 전동차를 기관사 한 명이 운전하고, 1~8호선 기관사들보다 평균 3~4일을 더 운행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시설 안전을 책임지는 기술 직종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근무 시간 10시간 넘기는 것은 기본이라고도 꼬집었다. 또 60만명도 넘는 승객들이 이용하는 9호선의 25개 역의 안전을 한 두명의 역직원들이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측은 열차자동운전장치(ATO)의 도입으로 기관사 1명이 열차 문을 닫고 출발하는 버튼만 누르면 다음 역까지 자동으로 운행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업무의 효율화가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기관사들은 인력 부족과 강도 높은 노동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기관사는 "시차 적응을 할 새 없이, 운행을 하다보니 기관사들이 피로가 쌓여 졸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원충원이 돼야 한다. 이대로 가면 운전하는 사람도 죽고, 차를 타는 승객도 죽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차량 안과 역사 내에서 여러 가지 안전사고(압사)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연일 차량이 혼잡도 240% 수준으로 무리하게 달리면서 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비상 상황 시, 제동거리가 늘어나거나 제대로 정지하지 못하면서 큰 사고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지하철 창동기지 전동차 정비
서울지하철 창동기지 전동차 정비ⓒ민중의소리

4. 정비의 외주화, 승객 안전도 '빨간 불'

9호선의 경우, 서울메트로9호선주식회사가 차량유지보수 및 정비부문을 민자회사인 현대로템의 계열사인 메인트란스(주)에 분리 위탁시켜 외주화했다. 정비의 외주화역시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전 사고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유지·보수 등 차량 업무는 그 결과 정비 등의 업무 역시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들은 다른 지하철에 비해 신식이라서 아직은 시스템이 받쳐주고 있지만, 노후화 될 경우 제대로 된 정비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하철 9호선의 차량정비 부분은 초기부터 외주화 상태였다. 차량정비는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고, 이를 외주화할 경우 효율성이라는 이름 하에 비용을 줄이고 최소한의 정비만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비 업무의 외주화는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는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지하철 검수 등의 경정비 업무를 외주화시켰다.

지하철 차량 정비는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업무다. 그래서 지하철은 안전한 운행을 위해 주기적으로 경정비와 중정비를 받는다. 경정비는 3일에 한 번씩 하는 일상검사와 2개월, 3개월 주기로 하는 월상검사로 나뉜다. 각 부품을 뜯어서 검사·교체하는 중정비는 2년, 3년, 4년, 6년 주기로 한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올해 5월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일어나면서 정비 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위험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후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비롯해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모터카 등 특수차 운영, 역사운영 5개 분야를 직영화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전동차 정비와 궤도보수 분야를 직접 운영했다. 지하철과 철도의 차랑정비에 대해 외주화 대신 직영화 또는 정규직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비업무 외주화에 따른 문제로는 조직 분할에 따른 소통과 정보 전달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열차가 노후화될 경우 정비 수요가 높아진다. 운영과 정비와 정보 교환 안 되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업무는 정비 노동자들이 단일한 관리체계 아래에서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외주운영체계에서는 소통과 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 9호선운영노동조합 박기범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조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9호선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9호선 투자자들의 지급수수료를 축소, 차량 증편과 적정인력 충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촉구하며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파업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 9호선운영노동조합 박기범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조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지하철 9호선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9호선 투자자들의 지급수수료를 축소, 차량 증편과 적정인력 충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촉구하며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파업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김철수 기자

5. '민영화 괴물' 지옥철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이런 문제들을 종합했을때 노조는 9호선의 ‘민영화 질주’를 멈출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파업'이라고 말한다. 9호선의 문제들이 쌓이면서 올해 1월 25일 서울9호선운영 노조가 창립됐다. 노조는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오전 4시 기전으로 12월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2009년 7월에 9호선이 개통된 이후 약 9년 만의 일이다.

노조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100% 운행하고, 저녁 퇴근 시간인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85%로 운행한다. 그 밖의 다른 시간대에는 50% 수준으로 운행한다. 이에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파업 당일인 30일 오전 4시부터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다고 29일 밝혔다.

박기범 노조 위원장은 "노동강도 줄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승무, 역무원 등 48명 인원 충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위원은 "서울9호선운영은 프랑스계 회사로, 파리 내에서 노동법이나 노조가 강력한 곳에서는 공영지하철을 이렇게 운영하지 않지만, 노동법이나 노조가 약한 곳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감축, 장시간 노동, 1인 역사 등 이른바 효율성을 실험하는 것"이라며 "이번 9호선 파업은 초국적 자본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취재하면 만난 취재원들은 "지하철은 시민들의 대중교통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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