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호선1단계운영노조의 파업 첫날 아침 모습. 승객들이 계단 위까지 올라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영회사 노동자들이 30일부터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12월 5일까지 6일 동안 진행됩니다. 파업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9호선 파업, 지하철 운행은 문제없나?’
‘서울9호선운영노조’의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은 ‘필수유지 공익사업장’이라 운행에 필요한 일정 규모의 인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파업 첫날인 30일 오전에도 운행에 필요한 인력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그런데도 30일 오전에는 열차의 지연 출발이 이어졌습니다. 출입문 고장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7시 25분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출발하는 급행열차에서 출입문 고장이 발견돼 후속 차량으로 교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출퇴근 시간에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지옥철’이라 불릴 정도입니다.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급행열차를 한 번에 탑승하기 어렵습니다. 몇 대를 보내야만 겨우 탈 수 있습니다. 파업 때문이 아니라 고장과 출근 시간 혼잡이 겹쳤다고 봐야 합니다.
보통 지하철 파업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 다른 대체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9호선 급행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선택이 별로 없습니다. 콩나물시루 같아도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파업이 시작된 30일 오전 4시부터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했습니다. 25개 역사에 시청 소속 직원을 2명씩 배치했습니다. 9호선 노선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24개 노선에 예비차량 30대를 투입했습니다. 다람쥐 버스(혼잡한 지역에 투입돼 짧은 구간만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셔틀형 순환버스) 2개 노선도 오전 6시~9시로 연장 운행하고 있습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파업이 진행돼도 지하철은 정상 운행되며, 만약 가동률이 떨어지더라도 대체수송력을 최대한 활용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하철9호선 노동자들은 왜 파업하나?’
9호선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할까요? 노조가 내세운 파업 사유는 “승객이 안전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한 전면적인 차량 증편과 인력충원”입니다.
지하철 1~8호선 직원 1인당 수송 인원은 16만 명입니다. 그런데 9호선은 무려 26만 명입니다. 9호선 1킬로미터당 운영인력 25명은 서울교통공사 기준 인력의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9호선 25개 역 중 10개 역이 공익근무요원도 없이 상시 1인 근무 역사입니다. 나머지 역도 2명씩 배치됐지만, 휴가를 가면 증원 없이 혼자서 근무합니다.
1호선~4호선 노동자는 월평균 근무일이 17.3일이고 5호선~8호선은 16.3일입니다. 그러나 9호선 1단계 노동자들은 20.3일로 3~4일을 더 근무합니다. 운전 시간도 1호선~8호선은 4시간 30분이지만 9호선 1단계 기관사들은 5시간 34분으로 1시간 이상 더 운행합니다.
9호선 노동자들은 이대로 가면 열차와 승객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경고 파업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은 100%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예견된 민자철 9호선의 비극’
지하철 9호선이 다른 지하철과 달리 인력도 부족하고 근무여건이 열악한 이유는 복잡한 구조 때문입니다. 지하철9호선과 관련한 회사만 3개입니다.
1단계(개화~신논현)는 ‘서울9호선운영(주)’가, 2단계(신논현~종합운동장)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가 각각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9호선운영(주)의 모 회사인 프랑스계 기업 ‘RDTA(RATP Dev Transdev Asia)’가 있습니다.
지하철9호선 1단계 구간은 서울지하철 중 유일하게 민간자본이 운영하는 노선입니다. 서울9호선운영(주)는 민간 자본인 프랑스계 회사 ‘RDTA’가 80%, 나머지 20%를 현대로템이 투자해 만든 회사입니다.
문제는 MB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고작 16.3%를 투자한 민간에게 무려 30년간 운영권을 넘겼다는 점입니다. 2012년 9호선 요금 인상 파동도 ‘서울지하철 9호선 민간투자사업 실시 협약’에 명시된 자율요금 징수의 권한을 민간업자에게 일임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자본이 합작해 만든 1단계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주)는 자본금 8억을 출자해 지난 7년간 234억5천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습니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다 보니, 시민들의 안전은 뒤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039년이 돼야 지하철9호선을 운영할 수 있는 서울시’
지난해 발생한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9호선 요금인상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국내 최초로 1천억 원 규모의 채권형 ‘시민펀드’를 도입해 지하철 9호선 문제를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파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하철9호선 1단계 구간을 서울시가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는 1단계 구간의 운영사인 9호선운영(주)의 노사협상에 직접 관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9호선운영(주)의 운영권이 만료되는 2039년이 돼야 9호선 전 구간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 지하철9호선 파업을 단순히 불편하다고 끝내서는 안 됩니다. “고수익 구조 민자사업”이 얼마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지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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