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신애라,차인표씨 부부는 입양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양가족은 사회적 편견 등의 이유로 비공개 입양을 원한다. ⓒSBS 화면 캡처
‘너희 엄마가 너를 돈 주고 사왔지?’
한 국내 입양 아동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반 친구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입양부모는 아이가 ‘네 엄마가 너를 주워 온 거니?’, ‘너의 친엄마는 어디 있니?’ 라는 소릴 들을 때마다 괜히 입양을 공개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아이들이 입양 아동에게 저런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른들이 가진 의식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입양 아동을 ‘진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불쌍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입양부모에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막말까지 합니다. 속담이지 무슨 막말이냐고요? 입양부모는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그 외침은 ‘남의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편견에 또다시 가로막힙니다. ‘자식을 키우는 이유가 소용 있자고 키우느냐?’고 되묻지만 공허한 울림에 불과합니다.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입양절차’
입양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의외로 국내 입양수속은 굉장히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연봉 5천만 원이 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은 입양 시도조차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입양특례법 제 10조(양친이 될 자격 등)
① 이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1.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
2.양자에 대하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3.양친이 될 사람이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을 것
4.양친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
5.그 밖에 양자가 될 사람의 복지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요건을 갖출것
집의 평수부터 묻는 질문은 그나마 양호합니다. 교통 위반 경력이나 사소한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은 입양 부모를 마치 예비 범죄자로 취급합니다. 모욕적이거나 상상할 수 없는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입양을 준비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친다는 넋두리도 나옵니다.
입양 상담과 서류 제출, 심리 검사 등의 과정에서 입양을 포기하는 예비 부모들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고자 하는 희망으로 엄격한 절차와 과정을 모두 감수합니다.
‘아동학대 친부모 76%, 입양부모는 0.4%에 불과’
2016년 대구와 포천에서 입양 아동 두 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습니다. 입양가족들은 더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입양가족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언론 보도와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입양 부모들은 아이를 학대하거나 살해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전수조사라는 명목으로 담당 공무원의 전화와 가정방문을 받습니다. 불쑥 찾아와 냉장고를 엽니다. 입양 아동에게 밥을 잘 먹이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맞았는지 확인한다며 옷을 걷고 몸을 살핍니다.
혹시 모를 학대 아동을 찾아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입양 부모들은 모욕감과 비참함을 느낍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입양 아동은 15,845명입니다. 이 중에서 두 건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만 명이 넘는 아이들과 이만 명이 넘는 입양부모들은 아동학대 피해자나 가해자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실제 아동 학대의 75% 이상은 친부모가 저지릅니다. 친부모의 아동 학대 건수는 2004년이나 2014년이나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계부나 계모의 학대는 4%였고, 입양부모로부터 발생한 아동 학대 건수는 0.4%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대리 양육자(시설 종사자나 교직원)의 아동 학대가 9.9%까지 증가했습니다.
두 건의 비극적인 입양 아동의 사건으로 2만 명이 넘는 입양부모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언론과 사회적 편견 등은 분명 과도한 주홍글씨입니다.
입양부모들이 남인순 의원이 준비 중인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을 반대하는 큰 이유는 입양을 통해 아동이 가정에서 양육되고 보호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입양특례법은 해외 입양인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고, 그들이 주장하는 ‘반입양’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작 입양가족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입양가정을 무조건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취급하고 오로지 혈연 가정만이 정상이라는 혐오와 차별 속에 있습니다.
성폭행과 근친 관계 속에서 출생한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잘 자라다가 갑자기 친생 부모라고 찾아온다면 입양부모는 아이를 만나게 해줘야 하나요? 친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가족들이 장기 이식 등을 위해 입양 아이의 정보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입양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남의 자식을 키우다니 대단하다’는 소리입니다. 입양가족은 법이 인정한 ‘친가족’입니다. 입양부모에게 자식들은 다 똑같은 자녀입니다. 막장드라마와 같은 시선으로 추진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을 입양가족들이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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