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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승부수’ 대북특사, 꽉 막힌 북미 협상에 돌파구 마련하나

청와대 “당연히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도 협의”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9-02 17:41:49
수정 2018-09-02 2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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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앞줄 왼쪽)을 비롯한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이 지난 3월 5일 방북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대북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앞줄 왼쪽)을 비롯한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이 지난 3월 5일 방북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특사단)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강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핵신고 리스트 제출-종전선언' 둘러싸고 북미 대치 계속

현재 북한과 미국은 최대 쟁점인 '핵신고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계속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현재 미국이 종전선언 등 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이 핵무기 리스트 제출 등 일방적인 '우선 핵폐기' 주장만 펼치고 있는 데에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도 북미 간 이러한 이견을 좁힐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여파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북이 9월 중 열기로 합의했던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판문점선언'에도 들어간 3차 남북정상회담 이행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8월 안에 진행하려고 했던 남북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도 줄줄이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은 문 대통령이 오는 5일 평양에 특사를 보내 '중재' 역할에 다시 나서기로 한 배경이 됐다. 지난달 31일 남측의 특사 파견 제안에 북측이 수락한 것을 보면,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북특사 파견 준비도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북특사로 한 대표단 5명을 임명했다. 특사단은 5일 하루만에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계획이다.

이번 특사단은 지난 3월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특사단과 동일하게 구성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 실장 외에도 대표단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그대로 지명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방북 목적의 효과적 달성과 대북 협의의 연속성 등을 주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5일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모습. 자료사진.
지난 3월 5일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모습.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당연히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도 협의"

특사단에 미국・북한과 각각 '핫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모두 포함된 만큼, 단순히 남북 사이의 의제를 넘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긴밀한 협의도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사단은 지난 3월 방북했을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짓고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들고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네는 역할까지 수행한 바 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대변인은 이번 특사단의 방북 의제와 관련해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 센토사합의 내용 등을 기반으로 해서 포괄적으로 협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문제도 협의 내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번 특사단도 지난 3월처럼 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의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해 어떤 중재안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특사단의 방북이 성과를 거둔다면, 3차 남북정상회담 날짜도 이번에 구체적으로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번 특사단 방북을 통해) 당연히 남북정상회담 날짜는 확정될 것이라고 본다"며 "의제 문제도 (협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무산됐던 남북교류 일정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실장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이달 초 개소된다"고 말했다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미국 정부도 이번 특사단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을 발판 삼아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설득하고 대북 협상에 다시 적극 나설 수 있는 기회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특사단 방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외신 질의에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사단의 이번 방북과 이달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함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의 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특사단의 방북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를 해왔고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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