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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폭로전과 대정부 투쟁에 되레 폭탄 끌어안은 심재철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정부·청와대와 정면충돌...법적 공방까지 가시화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9-28 20:49:02
수정 2018-09-28 20: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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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에 접근해 확보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자료를 마구잡이로 공개하며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역공을 맞는 모양새다.

자료 확보 경위를 둘러싼 위법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심 의원의 잇따른 폭로전으로 인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으로 번졌다.

하지만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가 다소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만 더 악화된 꼴이다. 심 의원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던 자유한국당도 덩달아 머쓱해진 형국이다.

비인가 자료 유출 논란 속에서 막무가내 청와대 자료 공개한 심재철

당초 비인가 자료 유출 경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사태가 더 심각해진 건 심 의원이 내려 받은 자료를 언론에 잇따라 공개하면서다. 

심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재정정보원으로부터 고발 당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불법적으로 집행한 증거'라며 디브레인 접속을 통해 확보한 일부 자료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해당 자료 확보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했음에도, 심 의원은 21일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수행원들이 업무추진비 예산을 한방병원에서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고,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업무추진비를 심야시간이나 주말에도 쓰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검찰은 21일 심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후 추석연휴를 보낸 27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듯, 심 의원은 28일에는 급기야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청와대 내부 회의에 참석을 하면서도 회의 참석을 명목으로 부당한 수당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사자 실명까지 모두 공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심 의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심 의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인수위원회 없이 작년 대선 다음 날 곧바로 출범했던 정부 특성상 신정부 출범 초기에 한해 각 분야 전문가를 정식 임용에 앞서 정책자문위원 자격으로 월급 대신 최소수당을 지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심 의원은 "청와대 신원조회 기간인 약 한 달간은 봉급이나 수당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재반박에 나섰지만, 청와대 역시 "예산집행지침을 한 줄도 읽어보지 않은 주장"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참모진들이 내부 회의 참석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참모진들이 내부 회의 참석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짠돌이'라는 별명을 안고 있는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이날 작심한 듯 업무추진비가 미용 서비스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심 의원의 의혹 제기에 직접 반박에 나서면서 청와대에 힘을 실었다.  

심 의원이 마치 청와대가 '미용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의혹을 몰아갔으나, 청와대 확인 결과 카드사의 오류로 업종이 잘못 분류됐을 뿐 평창동계올림픽 관계자 격려금 등으로 사용된 것이었다는 해명이다.  

게다가 사용 규모도 '1인당 목욕비 5,500원', '치킨・피자 제공 6만원', '고깃집 오찬 6만원' 등으로 약소했고, 내역 역시 부당한 사용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심 의원의 거창해 보이던 의혹 제기가 다소 궁색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 밖에서는 심 의원이 국회 부의장을 지낼 때 받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부터 공개하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업무추진비로 따지자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이 합쳐서 연간 71억원 수준이고, 국회가 103억원으로 국회가 더 많다"라며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알 권리를 얘기하던데, 그렇다면 자기들이 국회에서 써 왔던 업무추진비부터 공개하는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고발" 으름장 
민주당 "가짜뉴스 생산 말라" 비판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대치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예고한대로 이날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검찰의 심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발의를 검토하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면밀히 검토해서 부정 사용이 발견되면 공금유용 및 횡령 혐의로 전원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국을 흔들 정도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내역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은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불법자료 유출도 모자라 기초적인 검증도 없이 자료를 공개한 것은 또 다른 범죄 행위"라며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심 의원은) 오히려 국가기밀을 무분별하게 유출하고, 심지어 탈취한 국가기밀로 '유흥주점에 결재했다', '꼼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등의 온갖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고 있다"라며 "전대미문의 국회의원 '국가기밀 불법탈취 사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을 내세운 물타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28일 국회 의안과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가기밀 탈취 관련 윤리위 징계 요청안을 제출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28일 국회 의안과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가기밀 탈취 관련 윤리위 징계 요청안을 제출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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