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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426일, 단식 33일만에 파인텍 합의했다

릴레이 협상 끝에 노사간 합의서 도출...차광호 "시작점이 되었으면"
2019.01.11 09:59:43
 

 

 

 

두 명의 노동자가 426일 동안 하늘에 매달려야 했던 파인텍 굴뚝농성이 끝났다. 파인텍 노사는 20시간 넘는 릴레이 협상 끝에 합의안에 도출했다. 불과 A4 한 장 반 분량의 합의안이었으나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한 시간을 거쳐야 했다. 지난 6일부터는 굴뚝 농성장과 지상을 이어주던 밧줄을 끊고 홍기탁, 박준호 파인텍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상에서는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이 33일 동안 단식을 했다. 
 
파인텍 노사는 11일 오전 7시 45분, 양천구 사회경제지원센터에서 협상을 타결하고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날 교섭은 전날인 9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파인텍 조합원 5명은 오는 7월1일자로 업무에 복귀한다. 고용은 1월1일부터 최소한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는 복귀하는 7월1일까지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 눈물을 흘리고 있는 차광호 지회장. ⓒ프레시안(최형락)

파인텍 노동자들, 7월 1일자로 업무복귀 
 
회사의 정상적 운영 및 책임경영을 위해 파인텍 대표이사는 모기업인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기로 했다. 의도적인 폐업 등을 우려한 결과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 소재지는 평택 이남 지역으로 하기로 했고, 원활한 생산 활동을 위해 적정 인원을 고용하기로 했다. 
 
노조활동도 계속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회사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 단체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본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오는 4월 30일까지 노사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고 연 500시간에 해당하는 타임오프를 부여하기로 했다. 
 
파인텍 노사는 이번 합의로 민형사상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는 일체의 집회나 농성을 중단하며 시설물과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은 "힘들었다. 굴뚝 위에서 426일을 견뎌냈고, 그것이 부족해서 단식을 해야했다"며 "합의안이 부족하지만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차 지회장은 그러면서도 "합의안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굴뚝 위의 동지, 굴뚝 밑에서 굶고 있는 동지들, 그리고 함께 연대하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합의가 향후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오체투지, 무기한 단식... 
 
그의 말처럼 이번 합의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12월 6일, 파인텍 굴뚝 농성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부터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가 있는 목동까지 4박 5일간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오체투지가 끝난 10일, 곧바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18일에는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래군 인권센터 사람 소장, 송경동 시인도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 결과, 12월 27일 김세권 스타케미컬대표가 노사 교섭장에 나왔다. 이후 여섯 차례 교섭이 진행됐고, 11일 6차 교섭을 진행한지 20시간 20분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교섭만큼이나 파인텍 노동자들의 역사도 길다. 2010년 스타플렉스는 2006년 가동이 중단돼 이듬해 파산한 한국합섬을 인수해 스타케미칼로 이름을 바꿔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 8개월만인 2013년 1월, 돌연 청산 절차를 밟았다.  
 

▲ 파인텍 노사 조인식 ⓒ프레시안(최형락)

지난했던 파인텍 노동자의 시간 
 
노조는 사측이 5년 이상의 경영을 약속했고 폐업 시 6개월 전에 노조에 알린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항의했으나 공장은 문을 닫았다. '먹튀' 논란이 불거졌고, 당시 차광호 씨가 경북 구미의 45미터 높이의 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자 사측은 2015년 '고용, 노조, 단협'을 보장한다는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2016년 충남 아산에 자회사 파인텍을 세워 공장 문을 닫아 해고자 신분이 된 노동자들을 고용한 뒤, 공장 운영 9개월 만에 돌연 폐업했다.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파인텍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100만 원 내외의 낮은 급여를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파인텍에는 일감을 거의 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허허벌판에 선 공장 기숙사에는 선풍기나 TV도 없었다. 식사는 한 끼만 주겠다고 했고, 단체협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급은 최저임금에 1000원을 더한 7030원. 수당과 상여금도 아예 없어서 10달을 일하는 동안 손에 쥔 임금은 1000만 원이 채 안 됐다. 사실상의 합의 불이행이라며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자 사측은 공장을 폐쇄한 셈이다. 
 
2017년 8월 공장이 완전히 철수되자,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11월 스타플렉스 본사가 보이는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 차광호 씨가 세운 408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경신하고 말았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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