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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태극기부대,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최창렬 칼럼]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 징크스에서 벗어나려면…

 

 

 

김태우 발(發) 민간인 사찰 의혹 파장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정치쟁점화 시키려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략적 의도로 여야의 대치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해년 정치는 내년 총선과 맞물려 최악의 적대적 정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치는 무엇이 바뀌었는가. 탕평 인사와 협치에 한계를 보인 집권세력의 책임이 가볍지 않으나 한국당의 수구적 태도에서 여야의 책임을 모두 묻는 양비론은 설 땅을 잃는다. 
 
한국정치의 작동 원리는 바뀌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권의 임기 초기는 지나갔으나 전광석화와 같은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초기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실시는 군부와 기득권이 반발할 틈 없이 이루어졌다. 6공화국은 민주적인 선거에 의한 정권이었으나 노태우는 군부 출신의 대통령이었다. 실제 1979년 12.12 쿠데타에 가담했다. 따라서 문민정부는 정치군인의 제거가 중대한 개혁과제였다. 이는 임기 초 높은 지지율로 가능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대표성과 책임성, 참여성이다. 이러한 원리는 사회구성원들의 정치적 수준과 의식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기제는 이들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다. 그래서 제도화 수준은 바로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다.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나 이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이었다. 구체제를 유지했던 기득권 연합이 온존한 채 이루어진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담보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민주적 열망으로 쟁취한 선거에 의한 노태우 정부의 출범 이후 국민들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다시 정치는 소수의 전문 정치인들의 몫으로 돌아갔고, 노태우 정권은 대선 공약이었던 중간평가를 생략한 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연기했다. 결국 민주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의 부분적 통합이었던 3당 합당은 거대여당에 의한 입법정치의 왜곡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군부 세력 등 기득권 세력에게 정치적 입지를 공고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의 참여를 강화하고 권력의 분권을 통해 정치개혁의 실험을 시도했으나 관료사회와 권력기관의 냉소적 비협조,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견인해 내지 못한 한계로 인하여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역설적이게도 진보정권을 자처한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노 정권의 실패는 관료와 언론, 경제계와 권력기구의 개혁에 대한 저항이 원인이었으나 본질적으로는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적대세력들의 연대에 의하여 탄핵을 당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1987년의 민중항쟁으로 쟁취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의 증가와 기득권 집단의 공고화, 계층 갈등 등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지체되고 있다. 정치적 퇴행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도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이끌 수 있는 좋은 정치적 환경에서 출발했다. 역대 정권 초기에 비해서도 높은 국정지지도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차의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성취가 민주주의의 공고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치적 퇴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관료와 기득권에 포획되어 있는 정치사회적 요인의 환경적 변수와 집권 엘리트들의 기득권화이다. 이는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게 되고, 개혁 동력의 후퇴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지지율 하락의 총체적 원인은 경제악화라는 공식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진보정권을 자처했던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국민들의 사회적 가치의 전부가 경제에 몰입하게 되는 악순환을 지금 정권도 되풀이한다면 촛불혁명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한다지만 구조적 요인이 본질인 경제성과가 가시화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촛불의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수구세력의 반동적 행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태극기 집회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심판의 대상이었던 정치집단은 제1야당이라는 우산 속에서 개발자본주의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의 부활을 노린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불평등과 격차의 일상화에서 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디자인은 국민의 광범한 지지와 동의에 입각할 때 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득권 동맹과 반대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정교한 탕평과 소통의 전략이 절실하다. 주권자의 민주역량을 잘 결집해내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대표성과 참여성, 책임성을 확립해 나갈 때 민주주의가 공고화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때 정권도 순항할 수 있다.

 

ccr21@hanmail.net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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