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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동물계 가수’인 비밀, 목 깊숙이 숨어 있다

조홍섭 2019. 04. 18
조회수 223 추천수 1
 
척추동물 유일하게 제2 후두 ‘울대’ 갖춰, 긴 기도를 공명통 활용
 
si1.jpg» 작은 새라도 우렁차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후두에 이은 울대라는 추가 기관 덕분이다. 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여름 철새인 휘파람새와 울새가 내는 아름답고도 커다란 노랫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공을 찾아낸다면,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놀랄 것이다.
 
다윈을 지지하며 진화론 보급에 앞장선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는 일찍이 1872년 그 답을 내놓았다. “새는 다른 동물처럼 후두가 같은 자리에 있지만 장치가 하나 더 있다. ‘아래 후두’ 또는 울대(syrinx)가 기관 끝에 달려있는데, 이것이 놀라운 발성 기관이다.”
 
‘울대’라는 말이 탄생한 지 150년이 다 돼가지만, 동물 가운데 새들에게만 있는 이 기관이 어떻게, 왜 진화하게 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울대가 적은 힘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여서, 이 기관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란스 골러 미국 유타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새가 놀라운 노래 실력을 자랑하게 된 비밀은 울대가 기도 깊숙한 위치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란 이론을 밝혔다. 연구자에 참여한 잉고 틸츠 유타대 국립 음성 및 언어 연구센터 소장은 “흔히 잘 들리는 소리를 내려면 입이나 부리 바로 옆에서 발성하면 좋을 것 같지만, 우리가 발견한 건 그게 아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i2.jpg» 조류와 가까운 친척인 악어(왼쪽)와 오리의 기도 형태 비교. 위는 겉모습, 아래는 단면이다. B와 D에서 기관지가 갈라지는 곳에 있는 울대(보라색)를 볼 수 있다. 에반 킹슬리 외 (2018) ‘PNAS’ 제공.
 
공기호흡을 하는 거의 모든 척추동물에는 후두가 있다. 공기 흐름을 조절해 소리를 내는 데 이용하기도 하지만, 음식이나 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밸브 기능을 한다. 기도 들머리에 있는 후두와 함께 새들은 기도 끝 양쪽 기관지로 갈라지는 부위에 울대가 있다. 새들은 울대를 소리를 내는 데만 쓴다. 울대를 마비시킨 새도 호흡에는 지장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굳이 후두를 두고 새로운 발성 기관이 왜 필요했나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기도에서 울대가 어느 곳에 자리 잡을 때 가장 소리가 잘 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소리가 잘 증폭돼 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있었다. 주 저자인 토비어스 리드 미국 미드웨스턴대 교수는 “울대가 자리 잡은 위치에서 발성 효율이 가장 높았다”며 “이는 울대와 부리 사이의 긴 기도가 소리를 증폭하는 공명통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i3.jpg» 새가 작은 몸집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는 데는 효과적인 발성 장치인 울대의 출현이 필요했다. 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새들은 공룡으로부터 분화해 진화하면서 소형화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새들은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목이 길다. 울대는 긴 목과 긴 기도를 소리 공명에 활용해 소형화의 길을 열어준 기막힌 발명품이었던 셈이다. 리드 교수는 “작은 새라면 크고 멀리 들리는 소리를 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없다”며 “단지 발성 기관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훨씬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새의 몸 형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울대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몸의 자세가 달라져야 했을 것이다. 또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고 짝짓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는 ‘지향성’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머리와 몸, 목의 형태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iede T, Thomson SL, Titze IR, Goller F (2019) The evolution of the syrinx: An acoustic theory. PLoS Biol 17(2): e2006507. https://doi.org/ 10.1371/journal.pbio.200650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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