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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 정신으로 모인 2천여 농민의 외침 “밥쌀 수입 중단하라”

[현장] 백남기 농민 정신계승! 농정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농민들, 현 정부 ‘농산물 가격 포기 농정’ 강하게 비판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09-25 19:42:33
수정 2019-09-25 1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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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공공수급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25.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공공수급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25.ⓒ뉴시스

2015년 11월 15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은 “농민도 사람이다, 밥쌀 수입 반대한다”를 외치며 경찰차벽 앞에 섰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캡사이신이었다. 백 농민은 경찰이 쏜 살인적인 물대포에 쓰러져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백 농민이 사망한 9월 25일, 전국의 농민 2천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농민들은 4년 전 백 농민이 외쳤던 그 구호를 다시 외쳤다. 

“밥쌀 수입, 국별 쿼터 배정, 사대외교 중단하라” 
“농산물 값 폭락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농민의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사)전국배추생산자협회, (사)전국마늘생산사협회,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은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백남기농민 정신계승! 농정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의 농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 등을 비판하기 위해 상여를 들고, 쌀·양파·배추·감자 문구가 적힌 영정(影幀)을 들고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

박행덕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촛불항쟁으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농민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권 3년 차, 농민들 가슴에 실망과 분노만 남았다”며 “밥쌀 수입국별 쿼터 적용,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산물 값 보장에 손을 완전히 떼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박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방향으로 행진 중인 농민들
국회 방향으로 행진 중인 농민들ⓒ민중의소리

“수입농산물 그대로 두면 어떤 정책도 실효성 없어”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 농정을 ‘농산물 가격 포기 농정’, ‘무책임 무능 농정’ 등으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쌀값 안정 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기는 직불제 개악이며, 쌀값에서 정부가 손을 떼겠다는 의도”라며 ‘농산물 가격 포기 농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채소가격 안정대책으로 농민들에게 면적자율감축을 요구하면서 그 예산은 하나도 세우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직불제는 산지 쌀 가격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일정 수준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소득안정 보험’ 성격의 제도다. 이 제도 덕분에 쌀 가격이 폭락할 때 농가소득을 보전해주어 농민의 소득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직불제 개편에 들어가면서 이 제도가 폐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직불제 하에서 직불금이 전체 농가 중 쌀 농가에 집중돼 쌀농사 편중이 심해지고, 농가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 때문에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는 소규모 농업인에게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주고자 경영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소농 직불금이 기본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정부가 내놓은 안이 현재 한국 농업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문재인 정부 농정 장례식 상여를 매고 국회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2019.09.25.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문재인 정부 농정 장례식 상여를 매고 국회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2019.09.25.ⓒ뉴시스

김창수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장은 “쌀(가격)이 흔들리니까 모든 농산물이 다 흔들린다”며 “쌀농사가 안 되니 마늘, 양파 등을 심는다. 보리와 밀농사가 안 되니 배추와 마늘, 양파를 심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모든 농산물이 폭락하니) 우리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지어먹을 농사가 없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양파, 마늘, 배추 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은 “올해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 30년 동안 이렇게 농산물 값이 연쇄 폭락한 경우는 없었다. 정부는 늑장대처로 농산물 값 폭락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늘, 배추, 양파 농민이 자살하고 있다. 제 손으로 지은 농사를 제 손으로 갈아엎는 참극이 되풀이 되고 있다. 농민은 도대체 어느 하늘에 대고 피눈물을 하소연해야 되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채소가격 안정제 예산을 고작 42억 확대했다. 수매비축 예산은 오히려 삭감했다”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임시처방으론 떨어지는 농산물 값을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면적조절을 한다면서 예산은 한 푼도 없이 농민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농산물 가격 안정 예산 없는 농산물 값 대책은 전부 무용지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농산물 가격을 시장에 맡겨서는 농산물 값 연쇄 폭락을 막을 수 없다”며 “농민에겐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국민에겐 안정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주요농산물공공수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격 결정에 농민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농협계약재배를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농협과 농민이 시장을 장악해야 농산물 가격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수입농산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자들은 “트럼프도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수입농산물을 그대로 두고 어떤 농산물 값 대책이 실효성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입농산물 비관세장벽 운영에 생산농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트럼프의 개도국 지위 포기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자주성 없는 통상정책으로 죽어가는 것은 농민뿐”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문재인 정부 농정 장례식 상여를 불태우고 있다. 2019.09.25.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서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 농정 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이 문재인 정부 농정 장례식 상여를 불태우고 있다. 2019.09.25.ⓒ뉴시스

(사) 전국쌀생산자협회 대표자들은 “2018년 9월부터 농민들은 밥 한공기 300원 보장과 직불제 개악 저지를 외치며 총 6차례 상경투쟁을 벌였다”며 “하지만 쌀소득보전직불제 목표가격은 2년이 지나도록 결정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폐기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쌀값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며, 떨어지는 소득 일부를 직불제로 메꾸겠다는 기만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자들은 “밥 한공기 300원은 농민의 자존심”이라며 “밥 한공기 300원 보장 대책 없는 직불제 개편은 허구이며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자들은 “수매제가 없어지고 난 뒤,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쌀값 하락으로 피눈물을 흘렸나. 이제 변동직불제 마저 폐기되면 쌀값은 어떻게 유지한단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농민들은 상여를 메고 국회 방향으로 행진을 하다 의사당대로 부근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농민들은 경찰과 충돌한 지점에서 메고 온 상여를 불태우며, 정부의 농정을 비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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