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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얘기는 '핵, 포기할 수 있지만 값이 비싸다'는 것"

정세현 "北, 美 대화제의 안 받으면 4차 핵실험할 수도"

[긴급 인터뷰] "북한 얘기는 '핵, 포기할 수 있지만 값이 비싸다'는 것"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6-16 오후 6:15:24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북한의 메시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토대 위해서 북미 회담을 하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목적' 자체가 아닌 협상의 카드로 제시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북한이 핵 폐기의 대가로 과거보다 더 높은 값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 요구하는 의제와 수준의 대화는 성사되지 않을지라도 "미국으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급의 대화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국면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격'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음은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북한 국방위 중대담화의 의도에 대해 '북핵 보유를 전제로 한 회담 제의'라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北 국방위, '북한 핵=협상용'으로 성격 규정"

프레시안 :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 대화를 전격 제의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정세현 : 우선 김정은이 제1위원장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이 '위임에 따라' 발표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이 중대담화가 김정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고위급 대화를 제의한 것이 난데없는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담화 내용을 보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토대 위해서 북미 회담을 하자'는 논리다. 이때까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절대 안 한다'는 분석과 '조건이 맞으면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담화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의 핵 보유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핵을 포기할 수는 있는데, 그 값이 비싸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면 곧 '북한의 비핵화'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이를 다른 의미로 쓴다. 주한미군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후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지만, 미 항공모함이나 각종 군함들이 서태평양 해역에서 싣고 다니는 핵무기는 있다. 북한이 얘기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자신들의 비핵화에 더해 '미국도 비핵화하라. 최소한 북한 근처에는 미국 핵무기를 갖고 오지 말라'는 뜻이다.

즉 자기들만 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서태평양 지역의 미 해군이 보유한 핵전력이 한반도 전구(戰區) 내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까지 포함하는 '조선반도 비핵화'가 확실히 이뤄진다면 자기들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이다.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표현도, 김정일이 핵무장력을 강화하라고 한 것은 전략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는 논리다. 미국이 핵을 내려놓도록 하기 위해서 자기들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협상의 '카드'로써 핵무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성격 규정이다.

"북한, 대화 요구 거부되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이 요구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세현 : 과연 미국이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요구까지 받아 주겠는가? 북한이 하는 얘기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제시한 3가지(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제지원)에 한술을 더 떠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대중, 대 러시아 군사전략까지 수정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 해군이 태평양에서 핵무기 싣고 다니는 건 북한 때문이 아니다. 또 북한도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싣고 다니는 그런 거라면 몰라도 하와이, 괌,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있는 것까지 시비를 거는 건 곤란하다. 북한에 핵이 몇 개나 있다고….

지금 북한이 한 핵실험 3번이 다 성공했다고 쳐도, 핵무기를 양산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면서 핵군축 회담을 열어줄 리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주장을 내놓은 마당에 계속 무시할 수만도 없으니 결국 북미 간 물밑접촉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북한이 세게 나가면 초동 단계의 대화 정도는 했다.

만약 미국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또 할 수도 있고, 사정거리가 더 향상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 풍계리 근처에서 계속 움직임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또 북한이 오늘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담보하는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대화를 하자고 했다. 미 본토의 안전을 거론했다는 것은 미사일 사거리가 상당히 늘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와 1대1로 만나서 미국의 안전을 보장받으라' 이런 얘기다.

이런 위협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귓등으로 듣지는 못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핵 없는 세상'을 걸고 들어가는 걸 봐도 '회담에 나오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북미대화 열린다면 시작은 2.29 합의가 될 것"

프레시안 : 클린턴 전 장관이 제시한 것은 사실 북한이 내심 바라던 것인데, 거기에 무리한 요구를 더 얹어서 내미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받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정세현 : 그게 핵심인데, 미국이 참 어렵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핵 없는 세계' 건설을 약속했고 이 덕분으로 노벨 평화상을 '외상'으로 받았다. 물론 러시아와의 핵군축 회담이 더 크지만, 우리로서는 한반도에서만큼이라도 비핵화가 실현되길 바랐었는데 아직 이뤄진 게 없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지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클린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3가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첫째가 북미 간 수교, 둘째가 평화협정, 셋째가 경제 지원이었다. 이 3가지는 사실 부시 행정부 시절 체결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9.19 성명은 발표 바로 다음날 터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인해 이행되지 못했다. 미국이 북한의 위폐 제작 및 돈세탁을 이유로 BDA 계좌를 동결하면서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와중이었던 만큼 '달러 위조나 하는 국가와 무슨 수교며 경제지원이냐' 하는 (미국 내)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6년에 1차 핵실험을 해 버린다. 결국 부시 행정부 마저도 '압박으로는 안 되겠다' 하고 바로 북미 양자 접촉을 통해 2007년 2.13 합의를 이룬다. 2.13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9.19 성명의 실천 합의서다. 하지만 그때 이미 부시 행정부는 임기 말이라 힘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공이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클린턴 장관은 2009년 2월13일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과 7월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연설, 11월1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평화협정'을 언급했다. 이는 9.19 공동성명에서는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만 돼 있는 것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며 발목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었지 않나. 결국 이명박 정부의 영향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바뀌고 만다.

결국 '핵 카드'를 동원해 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제지원 3가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던 북한은 오바마 2기 행정부, 그리고 한국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다.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이, 대화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고 결국 나아가서는 핵 문제도 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박근혜 정부와는 얘기를 해볼 만하다고 북한은 생각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은 오바마 2기 행정부,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국면을 더욱 엄중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정세현 : 북한은 상대방을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겁을 주거나 상대방의 처지를 다급하게 만드는 그런 공격적 행위를 많이 한다. 북한 나름의 협상 전술이다. 그렇게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아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해 미국을 협상장에 불러낸 성공사례가 몇 번 있다.

3차 핵실험도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한 '유인 전술'이었다고 본다. 물론 미국은 당시 국무장관이 제대로 취임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의 기조를 견지하는 식의 반응이 나왔지만, 그 이후에 케리 장관이 4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방문 후 '6자회담도, 4자·양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북한에 희망적 메시지를 줬다.

그 이후 5월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에 간 것도, 케리의 얘기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타진하러 갔을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4자·양자회담 틀을 좀 짜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룡해가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북한의 북미 간 '핵 군축' 회담 제의와 연결되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그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 대목에서 (오히려) 최룡해가 그런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었을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 6일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 역시 중국과 미국에 대해 '남북 간에 이렇게 대화를 할 테니, 북미대화도 어서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북미 간 대화를 하기는 부담이 되지 않겠나.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는 그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미대화나 4자 대화 같은 얘기를 심도 있게 못 했다. 사이버 해킹 등 미중 간 다른 의제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굳이 남북 회담을 지금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징검다리'로 삼으려던 남북대화를 건너뛰어 막바로 북미대화를 하자고 하고 있다. 북한은 그렇게 하려면 '세게' 나가야 한다고, 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당국회담을 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당장 북미 대화가 열리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미국은 지난 11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미 간 대화나 협상이 진전되려면 북한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었는데?

정세현 : 사키 대변인의 말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북미 간 대화가 되려면'이라는 언급이다. 이것은 케리 장관의 베이징 발언과 연결되는 면이 있다. 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북미 고위급대화를 통해 나온 2.29 합의 정도의 행동을 북한이 보이면 미국도 대화에 안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본다.

2.29 합의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행동으로 미사일 발사 및 영변 등의 핵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치를 하고, 미국은 북한에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이 이 정도를 한다면 북미 대화가 성사되지 않겠는가 한다.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움직일 기미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사키 대변인이 말한 '북미 대화가 되려면'이라는 말도 북한에는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렸지 않을까 한다. 케리 장관의 4월 베이징 발언에서 이어지는 것인데, 미-중 간, 북-미 간 오가는 신호를 잘 읽었다면 한국 정부가 '격' 문제로 남북회담을 자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북미대화, 어떤 급으로든 성사 가능성…한국 대책 세워야"

프레시안 : 이번 대화 제의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 눈에 띈다. 한중 간 대화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정세현 : 한중 정상회담 전이라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이 중국에 가서 '북핵 중국 역할론'을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을 빼고 미중 정상 간에 만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전제 하의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한 게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도 못 믿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바로 '핵보유국끼리 회담하자'고 치고나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만나서 '중국 역할론' 같은 얘기를 하는데 장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역할론'에 대해 얘기를 해 봐야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다. 중국도 (북한과 같이)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만 바라는 게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지고 출몰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고, 북한 핵을 이유로 한국이나 일본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설치하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절실히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문제를 북한만의 비핵화로 좁혀서 중국에 '영향력 좀 발휘해 달라'고 얘기하면 중국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중국이 '그래? 그러면 북한 비핵화는 우리가 시킬 테니, 너희 한국이 미 태평양사령부 비핵화를 시키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이냐?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세현 : 우리 정부로서는 일단 이것(북미회담)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남북 간 대화도 없는데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북미회담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제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결국 미국은 대화에 나갈 것이다. 물론 '핵 군축 회담'을 열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고 6자회담을 여는 국면으로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황을 그렇게라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말리기만 할 건가? 빨리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에 깨진 남북 당국 간 회담도 어떤 형식으로든 다시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 북미대화는 있는데 남북대화는 없는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야 할 필요 때문이다. (한국도)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에 핵 관련 자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여지를 자꾸 키워가야 한다.

우리 쪽에서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추가발사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되, 언제까지 뜯어말릴 수만은 없다. 케리 장관이 '(북미) 양자회담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그냥 재미로 했겠나? 다 계산이 있어서 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것만 믿고 미국, 중국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북한이 이렇게 치고 나오면 미국으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급의 대화라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실무접촉이라도 하게 되고 그게 알려지면 우리 정부로서는 모양새가 나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수준으로든 남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지난 12~13일 남북 당국회담이 진행됐더라면 모양새가 나쁘지 않았을 텐데, 회담 대표 격(格) 문제로 싸우는 게 아니었다. 북한은 케리 장관의 베이징 발언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대화를 제의했고, 미중 정상회담 결과 북미대화 가능성이 줄어들자 세게 치고나오면서 미국이 북미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정세가 긴박한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느니 이런 한가함을 보였으니…. 한국의 발언권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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