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 등 4명이 강남의 룸살롱에 갔던 사건도 불거졌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단에서도 쉬쉬하던 그 사건을 2002년에 스스로 공개하고 "중으로서의 계율은 지켰지만,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종회 부의장직 등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스스로 참회를 한 바 있다.
10여 년 만인 2010년에 이 사건은 한 월간지를 통해 재조명됐다. 그 뒤 명진 스님을 비판하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성명을 내고 "명진 스님 진실규명" 집회를 열었다. 국정원은 문건에서 보수단체에 명진 스님 비방 댓글을 달도록 하겠다고 기획했다. 이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인터넷 카페 등에는 명진 스님을 비방하는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명진 스님, 강남 룸싸롱 출입사건"(2010년 4월 25일 이종격투기카페)
"국민들의 혐오․거부 여론 확산 주력"
국정원은 2010년 4월 15일 작성한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행태 종합' 문건에서 명진 스님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불자들은 해방 이후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불교닷컴 08.6.26), "몰염치하고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3치'가 이명박 정권의 시대정신"(오마이뉴스 09.7.6),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서푼짜리 동전만도 못할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세태가 되었다"(평화방송 09.12.28) 등을 '대통령 폄훼 발언'으로 분류했다.
다음날인 4월 16일 작성한 '명진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비리 수사로 조기 퇴출' 문건에서는 명진 스님의 비리 의혹을 부풀리는 데 언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명진의 비위 행태를 보수언론·교계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부각 보도하는 등 부도덕성의 실체를 공론화하여 불교계 퇴출 당위성(을) 확산"한다고 적시했다.
이 때 국정원이 의혹을 갖고 있었던 사안 중의 하나는 "명진이 경북에 개인사찰(12억 원 상당)을 소유한 정황"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금명간 이 사건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적었다. 이런 사건을 조사하는 조계종 내의 기관은 호법부이다.
국정원은 2010년 6월 1일 작성한 '명진 봉은사 주지의 사설암 소유 의혹 확인결과 및 평가' 문건에서 "명진은 불교닷컴 등 교계 언론의 개인사찰 소유의혹 사실관계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불교닷컴은 4.16 명진의 '개인사찰 소유의혹'을 제보받고 기사화에 앞서 명진 측에 사실확인을 위해 내용 증명 5통을 발송"했다는 사실도 적었다.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기자는 "당시 호법부의 핵심 관계자가 <불교닷컴>에 이 사건을 흘렸고, 뒤늦게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후속기사도 내지 않았다"면서 "문건을 보니 우리가 기사화한 시점보다 일주일 앞서서 국정원은 이 문제를 먼저 알고 있었다, 우리가 내용증명을 보낸 것까지 국정원이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명진 퇴출'을 위해 보수언론과 인터넷 매체뿐만 아니라 주요 월간지와도 접촉하려 한 정황이 문건에 나와있다. 또 명진 스님을 비방하는 취재기사뿐만 아니라 사설과 칼럼 등도 활용하려 한 기획들도 있다. 2009년 11월 13일 작성한 '좌파인물들의 이중적 행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좌파 핵심 인물들의 비위 사실을 언론에 적극 전파하는 한편, 폭로기사 및 비난 사설·칼럼 게재 측면 지원
- 주요 월간지 등을 통한 좌파실상 관련 특집·종합기사 보도 방안도 모색
- 또한 관련 정보 전파수단으로서 보수 단체 웹사이트를 정비하고 건전 블로거를 집중 육성, 국민들의 혐오․거부 여론 확산에 주력
"국정원은 갑, 언론사는 을... 제2의 보도지침 아닌가"
이 문건과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흔히 말하는 '보도지침'이 1987년 이전에만 있다가 없어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문건을 보면 '제2의 보도지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체적으로 내용을 봤을 때는 이를 정상적인 언론 홍보나 언론 대응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말로는 '자제하도록 협조 강화'라고 하지만 이건 자제하라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정원(혹은 정부)이 갑이고 언론사가 을인 것처럼 보이는 언급"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에 민언련 차원에서 모니터링 했던 내용을 보면 명진 스님을 비판하는 광고가 보수 일간지에 게재됐다고 나오는데, 단순히 국정원이 명령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보자면 광고라는 경제적인 이익의 측면에서도 충분히 협조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정원 과거사를 조사해 피해 당사자들이 사과 받고, 국정원 관계자들을 징계하는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명진 스님 | |
ⓒ 이희훈 |
명진 스님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정권을 비판한 걸 빌미로 한 사람의 사생활을 사찰하고 음해하고 왜곡했지 않나. 봉은사 주지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봉은사 재산 공개나 1000일 기도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계속 인터뷰가 들어왔다.
불교를 포교하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봉은사가 직영 사찰로 전환되고 나서 인터뷰가 탁 끊겼다. 문건을 보니 국정원이 언론사에 인터뷰하지 말라고 지시했더라. 그 당시에 한 보수지 종교 전문 기자는 내게 와서 정부 비판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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