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가 알고 있기론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걸로 압니다. 만약 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겁니다. 대한민국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중위나 대위나 될 텐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을 한 이후 전씨는 재판 내내 의자에 허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종종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도 했다. 옆에 앉은 이순자씨가 종종 그를 깨웠으며, 정주교 변호사가 발언할 때는 스스로 잠에서 깨 두리번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전씨의 이러한 모습을 두고 방청석 일부에선 "잠자러 왔는 모양이네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 5.18 단체 관계자, 전씨 경호원, 방청권 당첨자 등 70여 명이 자리했다.
검찰에선 채수양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장검사를 비롯해 3명의 검사가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실제로 발생했고, 전씨가 고 조비오 신부의 말을 거짓말로 단정했으며, 회고록을 전국에 배포해 공연히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
ⓒ 이희훈 |
재판은 오후 5시 20분까지 약 3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한 이후 정주교 변호사의 변론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고, 이후 검찰이 증거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는 증거조사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후 재판장이 이전 재판에 나왔던 증인들의 진술을 요약해 설명한 뒤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 전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을 법정 구속하여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두환이 자신의 회고록으로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고 조비오 신부님의 명예와 5.18 유공자를 비롯한 광주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다"라며 "전두환의 행위가 5.18에 대한 악의적 왜곡과 폄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부 극우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재판을 마친 전씨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차에 올랐다.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관련기사 : 기자 손 밀치며 30초 만에 법원 들어간 전두환).
전씨의 다음 재판은 6월 1일과 22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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