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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세균전까지..대북 전단 살포의 위험성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06/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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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라는 탈북자 단체가 5월 31일 김포시에서 날린 대북전단이 한반도의 뇌관을 건드렸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격한 반응을 보였고 교착국면이던 남북관계는 악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의 반응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6월 4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해 “태묻은 조국을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추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당국은 군사분계선일대에서 삐라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또한 규탄했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선언 2조 1항에서 “당면하여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남과 북은 ‘전단 살포’를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찍어 합의문에 명시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가 판문점선언 위반이라고 한 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또한 “6.15 20돌을 맞게 되는 마당에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구체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파로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와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며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면서 “살포된 전단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6월 5일 담화를 발표해 “가을뻐꾸기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며 통일부 대변인 발언을 질타했다. “그 어디에도 조금이나마 미안한 속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다시는 긴장만을 격화시키는 쓸모없는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또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더욱 확고히 내리었다”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6월 8일만 해도 총 27개의 기사 중 7개의 기사를 할애해 정부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규탄하는 기사를 실었다.

 

노동신문에는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철도상, 중앙검찰소 소장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와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강철직장 노장, 황해남도농촌경리위원장,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성토문이 게재됐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각종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은 6월 6일 평양시 청년공원야회극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북한에서 전 사회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격노하는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6월 9일, 결국 북한은 자신의 경고를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이날 12시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과 군사통신, 청와대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직통통신을 차단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번 조치는 남조선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선언했다.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사이에 총격전을 유발하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14년에도 10월 10일에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 창건일로 북한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기념일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대북전단을 살포하려고 한 것은 노골적으로 반북적대행위를 하려는 시도이다. 앞서 북한은 2014년 2월에 열린 1차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하라고 요구한 바 있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남북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고대로 10월 10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전단을 날렸다. 박근혜 정권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탈북단체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대북전단이 날아오르자 대북전단을 향해 사격했다. 박근혜 정권은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대응사격을 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야기된 이 총격전으로 파주시 인근 연천군 주민들은 긴급 대피를 해야 했다. 마을 주민들은 논밭에서 일하다 대피방송을 듣고 급히 방공호로 대피했으며 밤늦게까지 방공호에서 불안에 떨었다.

 

반북단체들은 이후 2014년 10월 25일 재차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려 했다. 북한 고위급접촉 대표단 대변인은 엄중한 도발을 막기 위해 더 강도 높은 섬멸적인 물리적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다시금 경고했다.

 

이제 파주시민들은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나서지 않자 급기야 파주시민들이 직접 전단 살포를 막아 나섰다.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임진각에 트랙터 10여 대를 끌고 나와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 했다. 참가자 중 일부가 대북전단을 나르는 풍선을 칼로 찢거나 전단지를 빼앗아 전단 살포를 저지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반북단체들은 임진각에서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장소를 옮겨 살포하려 했다. 그러나 성난 파주시민들의 반대로 통일전망대에서도 저지당했다. 그러나 반북단체들은 끈질기게도 김포 월곶면 일대로 옮겨가 결국 전단을 살포했다.

 

정부와 시민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한 적도 있다. 2011년 3월 18일, 2013년 4월 13일과 6월 29일, 2015년 7월 27일, 2018년 5월 5일, 8일에는 대북전단 살포가 무산됐다. 일부는 시민들이 직접 반북단체와 맞서 저지했으며, 2015년에는 박근혜 정권이 살포 예정 지역 일대를 원천봉쇄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바 있다.

 

최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김포시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이에 김포 주민들은 6월 7일, “탈북민단체가 접경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하고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할 것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조처와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할 수 있는 법령 등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라며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포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포시장이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 건의문’을 통일부에 전달하는가 하면, 24시간 대응 체제를 구축해 대북전단을 날리는 주요 지점을 사전에 감시하기로 했다.

 

대북전단 살포 제지, 이미 법적 근거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속하므로 정부가 나서서 제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3월 29일 박근혜 정권이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한 데 대해 적법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 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모든 국민은 헌법 제21조 1항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적인 것이 아니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 국가가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이미 대법원이 대북전단 살포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이후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 대북전단 살포를 용인하고 있다는 뜻처럼 들리는 설명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이미 법적 근거가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미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도의 미비’를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금 남조선당국은 이제야 삐라살포를 막을 법안을 마련하고 검토 중이라고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진화된 수법으로 고단수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그런 법안도 없이 군사분계연선지역에서 서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분야의 합의서에 얼렁뚱땅 서명하였다는 소리가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하였다.

 

판문점선언 이행하려면 대북전단 살포 제지해야

 

판문점선언에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대북전단 살포는 판문점선언에서 콕 집어 명시한 적대행위이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기한다면 이는 자칫 판문점선언 자체가 파기될 수 있고 심지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대북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드론까지 이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살포 차 띄운 드론이 평양에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론은 크기나 성능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엄연히 전쟁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반북단체들은 단순한 전단 살포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실제로 북한 공격에까지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반북단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북한에 퍼트리려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원 민생당 전 의원도 6월 6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을 노리는 반인륜적 처사”라고 질타한 바 있다.

 

대북전단이 일종의 ‘생화학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엄연한 ‘세균전’ 행위이다. 반북단체가 비밀리에 세균전을 감행했을 때 그 파장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무엇보다 대북전단은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고지도자를 음해모략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 북한에서 전 사회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고지도자를 음해모략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도록 내버려 두면 북한으로선 문재인 정부가 이런 행위를 방관 또는 묵인하여 부추기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고사하고 당장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표현의 자유’나 ‘제도 미비’ 같은 핑계를 대기보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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