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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긴장 고조되는 한반도...문재인 정부, 미국 설득 작업 본격화 할까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6-18 10:33:30
수정 2020-06-18 1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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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자료사진ⓒ뉴시스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전후해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우리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우리 정부의 미국 설득 작업이 다시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김여정 담화’ 실행에 옮기면서 대남 압박 수위 높이는 북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7일 담화를 통해 거친 언사로 우리 정부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북측의 반발이 일단 대북전단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본질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은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 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혹평하면서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제1부부장은 구체적으로 ‘한미워킹그룹’도 거론했다. 우리 정부가 ‘한미워킹그룹’에 가로막혀 대북 제재 걸림돌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9.19 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고 미국산 무기를 수입한 사실 등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북측은 4.27 판문점선언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실제 폭파한 데 이어, 김 제1부부장 등이 주장한 대로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와 개성공단 지역 군부대 전개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의 상징물인 개성공단의 철거가 현실화된다면 남북관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이 9.19 군사합의에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데 따라 철거했던 GP를 복구하거나 서해 충돌, 대남전단 살포 등 우발적 충돌이 곳곳에서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긴장 고조되는 한반도...김여정의 의도는?

이에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더 악화일로로 가지 않도록 당장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회 박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만일 북이 오판해서 군사충돌을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북미관계가 진전되더라도 남북관계 복원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로우키’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북측의 개성공단 군부대 배치 예고에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북측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거나, 통일부가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선제 대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측이 강하게 문제 삼았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안 처리 등 실질적인 조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북측이 미국을 상대로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등 신중 모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간 갈등을 지렛대로 삼아 대미 협상을 견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렬 박사는 간담회에서 “(북측은) 남북관계를 파탄하고 상황을 고조시켜서 대미 협상을 하는 게 낫다고 보는 듯하다”며 “북미협상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가 개선될 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8일 CBS라디오에서 “(북측이) 미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며 “남북한의 문제이긴 하지만 결국 북미의 핵 문제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보고, 전체 판은 깨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다시 바빠지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면 미국에 대한 한국의 발언권이 세지고 그동안 대북 제재에 가로막혀 있던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인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더이상 미국에 얽매이지 말고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당장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한 대미특사 파견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에 의해 청와대가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특사는 선미후북”이라는 지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미국이 발목 잡는 것을 풀어주는 조치가 없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의 특사가 미국에 가서 최고 간부들을 만나서 하고 남북 합의사항을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워싱턴에서 만들어서 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미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국 정부의 특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도훈 본부장은 특사로 간 게 아니다”라며 “이미 오래 전 계획된 일정에 따라 미국을 방문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미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는 대화 채널이 항상 열려있지 않나”라며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 수시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과 미국 하와이에서 17일(현지시간) 고위급 비공개 회담을 갖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국 국무부 내 한반도 핵심 외교라인이 참석한 점도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전히 북한, 미국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17일 전직 통일부 장관 등 원로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 간에 비핵화에 대한 깊은 논의와 합의가 있었지만, 미국 실무진의 심한 반대로 구체적 조치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가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인내하며 북미와 대화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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