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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동산 선거” 20대 “젠더 선거”

박순봉·박광연·유희곤·박채영 기자 gabgu@kyunghyang.com

입력 : 2021.04.06 06:00 수정 : 2021.04.06 06:00

 

캐스팅보터가 본 서울시장 보선 

40대 “부동산 선거” 20대 “젠더 선거”
 

40대 야 지지자 “내로남불 심판”
‘그래도 오세훈은 안 돼’ 주장도
20대선 “이번 선거 왜 하게 됐나”
일부는 “여야 모두에 실망, 기권”
 

여야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 연령대를 각각 40대와 20대로 보고 있다. 40대는 더불어민주당에 ‘콘크리트’라고도 불리는 굳건한 지지층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이뤄진 조사들에서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앞선 가운데 40대에선 접전 양상이었다. 40대가 흔들리면 민주당의 근간도 흔들리게 된다.

20대는 국민의힘에 ‘다크호스’처럼 나타난 신흥 지지층이다. 통상 20~40대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국민의힘에 손을 내민 세대가 20대다. 여당으로선 40대 지지층을 얼마나 단단하게 지켜내느냐가, 야당은 20대 지지를 얼마나 더 끌어내느냐가 각각 주요 승부처 중 하나다.

경향신문은 선거를 이틀 앞둔 5일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7명, 40대 7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캐스팅보터’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40대, ‘부동산 실패’ 대 ‘반국민의힘’ 

40대 중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부동산 문제에 민감했다. 평소 투표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회사원 이승훈씨(42·남)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투표를 마쳤다고 했다. 이씨는 “분노 때문에 ‘정권을 꼭 심판해야겠다’ ‘내 권리를 버리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사전투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차 3법’ 전에 전셋값과 임대료를 각각 올렸던 일을 거론하며 “이번 정권의 내로남불과 위선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40·여)는 “재건축·재개발에 관심이 있는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향으론 어렵다”며 “부동산 정책을 잡아주고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업가 이모씨(40·남)는 “어느 정도 균형이 필요하다. 민주당을 뜨끔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견제론을 말했다.

반면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민주당 견제도 필요하지만 국민의힘을 뽑을 수 없다는 반감이 강했다. 프리랜서 장모씨(44·여)는 오 후보를 향해 “애들 급식 문제로 난리 쳐서 떨어진 사람이 뭘 또 한다고 나오느냐”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미투 문제’도 크긴 한데, 오 후보는 더 안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43·여)도 “오 후보는 이미 시장을 해봤지 않으냐. 그때도 무상급식 때문에 나갔는데 왜 그런 사람을 뽑느냐”고 했다. 박 후보를 뽑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이 잠깐 반짝한 걸로 저렇게 기고만장하고 있다. 여전히 너희들(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 20대 화두는 ‘젠더’ 

20대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를 ‘젠더 선거’로 인식했다.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발생한 선거인 만큼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과 ‘그래도 야당은 뽑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대학원생 송모씨(27·남)는 “이번 선거는 여당 시장의 잘못으로 발생했다. 여당은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도의인데도 당헌·당규를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야당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교사 서모씨(29·남)도 서울시장 보선에서 “젠더 문제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여권을 향해 “검찰개혁 운운하며 정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 건을 거론하면서 “정당 색깔도 불분명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청년과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제3의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정모씨(27·여)는 “오 후보는 인물과 정당 모두 싫고, 민주당은 선거에 책임이 있다”며 “청년 의제와 소수자 인권을 얘기하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군소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27·여)도 “민주당에 대한 믿음은 사라졌고, 오 후보는 인물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1번과 2번은 안 뽑겠다”며 “여성 이익을 제일 잘 대변해줄 제3의 여성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도 맞부딪쳤다. 교사 박모씨(25·여)는 “거기서 거기 같다는 생각이 크다”면서도 “굳이 표를 주자면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을 지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회사원 구모씨(26·남)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당을 그대로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 투표와 기권 사이 

항상 투표를 해왔던 이들도 이번만큼은 머뭇거리고 있다. 20대와 40대 모두에게서 기권하거나 마지막까지 투표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6·여)는 “명확하게 뽑고 싶은 후보가 없는 선거는 처음”이라며 “누구를 뽑아도 시원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야 후보 모두를 가리켜 “2011년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게 됐는지 근본적인 원인 고찰과 반성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이모씨(40·여)도 “투표를 할지 말지조차 결정을 못한 선거가 처음이다. 아직도 고민 중”이라며 “이러고 투표장에 가면 또 결국 여당 후보를 찍고 나올까봐 차라리 기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인인 이모씨(40·남)는 “이번에 투표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되어도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60600005&code=910110#csidxb3f707c66331d828eeb51bda91fec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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