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은 기자 | 기사입력 2021.11.24. 07:54:56 최종수정 2021.11.24. 11:32:52
14년 만에 "차별금지법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힌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동성애 찬반토론'을 개최해 논란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토론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은 23일 이종걸 공동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책토론회라면, 최소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책토론회를 기획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안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겠다"고 한 지 21만에 열리는 소위 '공론장'이다. 그러나 제정 반대 측 인사로 '동성애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개신교 목사 등이 포함돼 사실상 '동성애 찬반토론'이라는 게 차제연의 입장이다. 동성애의 존재 여부를 찬성과 반대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됐다"며 "한 인사를 '전환치료'를 명목으로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라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단체 인사로 분류돼 토론회에 참석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며 토론자 추천 및 참석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지난 15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로서 직접 토론회장에 서서 차별금지법이 차별과 혐오를 불식시키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환치료는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정신병'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행위로, 의학계에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립됐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19서 오래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퇴출됐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이를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차별로 명시하고 있다.73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1990년은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세계정신의학회는 2016년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라고 못박으며 혐오논쟁을 종식하고자 했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전환치료를 처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어 이같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민주당을 향해 "'사회적 합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자리잡게 한 정당으로서 우리사회의 평등을 지연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며 "토론회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반대의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차별과 혐오를 세력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그 주장들에 자리를 내준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를 통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의 역사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 있고, 그 책임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서 더이상 누군가를 배제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하 입장문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참석에 부쳐
저는 11월 25일(목)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함께 토론하자는 제안을 하였지만 답이 없었다면서, 여당 정책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찬반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를 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11월 18일 공문을 통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위 토론회의 토론자 추천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전체 구성과 토론자로 참석하는 구성원 등을 확인하면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한민국 여당 정책위가 주최하는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3개의 평등법안(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정당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책토론회라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소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책토론회를 기획하고 개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토론회 기획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습니다.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인사는 '전환치료'를 명목으로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명에 '인권단체'라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단체 인사로 분류되어 토론회에 참석합니다.
'객관적 위치'를 자임하며 특정한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주장과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 사이의 논쟁을 한 번 들어보겠다는 정치권의 태도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소리에 공적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민주사회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차별 선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는 결국 차별을 선동하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이전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선동하는 주장을 펼치는 토론회들이 일부 교계의 이름으로, 혹은 개별 국회의원의 공동주최 명의로 열린 바 있습니다. 2015년 소위 성소수자 '전환치료' 관련 행사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장소를 대관해 개최된 사례가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이를 분명하게 성소수자 차별, 자유권 규약 위반으로 짚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2018년에도 KBS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편에서 반대 패널을 통해 반동성애 세력 등의 혐오발언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된 바 있습니다.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KBS는 혐오와 편견이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후 토론프로그램에서 패널과 주제의 적절성에 대해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다른 사회구성원을 배제하라는 반헌법적인 주장에는 공적인 자리를 내어주지 말자는, 우리 사회가 수 년 간 쌓아온 사회적인 합의와 깨달음을 더불어민주당만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4년 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당입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온 핑계로 '사회적 합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자리잡게 한 정당으로서 우리 사회의 평등을 지연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입니다. 개혁을 이야기하는 집권 여당의 차별금지법 제정 정책토론회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반대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14년 동안이나 반헌법적인 주장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 입장조차 내지 못한 채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그 주장들에 자리를 만들어준 결과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후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너무나도 모욕적인 현실입니다.
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며 토론자 추천 및 참석 여부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고 문제점을 알릴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저는 지난 14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로서 왜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지를 더불어민주당 토론회 현장에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현실이라면, 우리 사회의 평등을 진전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인 성소수자가 직접 토론회장에 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과 혐오를 불식시키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임을 똑바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논의의 시작이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결국 누군가의 권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반헌법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장이 된다면,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토론회장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계속 호출되었고 성소수자의 인권이 찬반의 대상, 다수결의 영역, 논쟁적인 의제처럼 다뤄져야 하는 수모를 14년 동안 겪어왔습니다. 이 모욕적인 현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성소수자가 직접 책임을 묻고자 토론회에 참석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에서는 11월 25일 토론회 진행 과정과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가짜 뉴스, 차별이나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예방 조치를 세울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에 대한 감수성과 평등에 대한 감각을 세울 수 있는 시작이 될지는 사실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토론회를 통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의 역사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 있고, 그 책임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서 더 이상 누군가를 배제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25일 우리가 사회임을, 차별금지법 제정이 먼저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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