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하나라도 이행을 하고 앞으로 나갈 것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의미도 없고 이행할 수도 없다.”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박한식(82세)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종전선언’이나 ‘종전협정’ 보다는 4.27판문점선언 등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이 더 중요하고 ‘평화조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94년 카터 전 대통령 방북과 2009년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주선하는 등 큰 족적을 남긴 박한식 명예교수는 인터뷰 내내 북한을 ‘악마화’ 하거나 ‘이중기준’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볼 것을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종전선언과 비슷한, 종전선언에 대치될 수 있는 그런 선언도 있었고 합의도 있었다. 남북 정상 간에 대여섯 번 이상 있었다”며 “지금 대여섯 번 있은 협정에 서명 다하고 했는데 거기에다 하나 더 보태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 등의 내용에 모두 종전선언에 해당하는 ‘더이상 전쟁은 없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이를 지키면 종전선언은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것. 대신 “평화조약과 국교정상화 이 두 가지를 위해서 각 나라나 유엔에서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남쪽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조약이 있어야 되고 국교정상화가 있어야 되고, 모든 분야에서 조선이 보통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이러면 핵을 다 포기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절대 포기 안하고, 포기했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더라도 미국이 약속을 뒤집으면 다시 핵무기보유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에 대해 “가역성은 외부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이미 핵 과학이 있지, 과학자가 있지, 원료가 있지, 만들어 봤지, 그래서 돌아서서 한 3개월만 하면 또 다른 핵국가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나는 완전한, 입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더구나 북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미국 등 서방세계가 강요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향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은 “남한과 미국이 하는데 비례해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내가 미국에서 55년 동안 살면서, 50년을 교편을 잡아 미국 정부도 가르치고 하면서 미국을 알 만큼 어느 정도 많이 안다”며 미국의 본색을 ‘인종주의와 군사주의’로 요약하고 “군산복합체에서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고,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놓아줄 수가 없다. 계속 악마화 시키고, 계속 주적으로 삼고 그래야 군산복합체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비관적 결론을 내놓았다. 특히 ‘우리가 하면 안보고 북이 하면 도발’이라는 이중기준을 경계하고 “제일 중요한 문제는 북한을 무시하는 거다”라고 짚었다.
이외에도 미중 패권경쟁을 ‘신냉전’ 보다는 주변국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는 ‘경쟁관계’로 파악하고 기독교식 이분법에 근거해 ‘악마’를 처단하는 미국보다는 유교에 근거한 중국의 대외정책이 더 평화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그 두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그걸 컨트롤할 수 없지 않느냐?”며 “남북은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남북이 교류를 한다든가 여러 면에서 거래를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제시하고 “지금 대한민국에 통일설계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운데 대해서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냐’ 그걸 봐야 한다”며 남쪽이 아닌 세계를 겨냥했기 때문에 민족 보다는 국가를 강조했다고 해석하고 “남과 북은 민족국가 아니냐? 민족이기 때문에 남남이 아니다. 남남처럼 살 수가 없는 이유가 남남이 아닌데 어떻게 남남처럼 사느냐?”고 민족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최근 박 교수가 주창하고 있는 ‘개성 통일평화대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45년간 미국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축적해온 통일에 대한 구상들을 하나하나 풀어헤쳐야 하지만 한 차례의 인터뷰로서는 너무 벅차 먼저 현안 중심의 질문을 통해 이를 알아보고는 1부 ‘통일을 묻다’와 연방제와 통일평화대학에 대한 구상을 들어보는 2부 ‘통일평화대학을 묻다’로 나누어 화상인터뷰와 추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박한식 명예교수와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와 추후 전화인터뷰 내용 중 1부 ‘통일을 묻다’에 오간 문답 내용이다.
미국의 두 가지 원색, “하나는 군사주의고 하나는 인종주의다”
□ 통일뉴스 김치관 : 먼 곳에 계신데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뵙게 돼 반갑다.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인터뷰를 박한식 교수 모시고 시작한다. 통일뉴스 창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 박한식 교수 : 기쁘다. 감사하다.
□ 최근 유튜브 온라인 강좌를 많이 하시는 걸로 안다. 근황을 소개해 달라.
■ 내가 미국 와서 공부하고 나서 1970년부터 2015년까지 45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미국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한 45년 가르치고 은퇴하고 나니까, 더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났다.
또 45년 동안 한국 학생들도 더러 있었지만 미국, 외국 학생들만 주로 가르쳤다. 이제는 내 조국 후배, 동지들을 위해서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기회를 내가 원했다.
그러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박한식 사랑방’이라고 하는 줌(zoom) 강의를 한 달에 한 번씩 할 수 있도록 한 지가 벌써 15달이 넘었다. 지금도 하고 있다. 또 한국 <주권TV>에서 자그마하게 매주 나가고 있는 것이 지금 1년이 넘었다. 그러한 기회를 지금 즐기고 있다.
□ 최근에 서울에서도 출판기념회를 가진 『평화에 미치다』 책을 출간했는데, 반향이나 반응은 어땠나?
■ 출판기념회를 후원하는 단체 중의 하나로서 통일뉴스가 참여해줘서 감사하다. 이 책은 조금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사람들, 교육 정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많이 읽혀지고 호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반공사상이 투철한 사람들은 나를 원래부터 “친북이다, 종북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하하)
얼마나 책이 보급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통일 사랑방’에 매달 들어오는 사람들은 죄다 이 책을 탐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로서는 읽은 수 있는 자격과 준비가 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기쁘게 생각한다.
□ 지금 가장 큰 현안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나서 북미관계가 완전히 멈춰서 있는 것이다. 과연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북미 대화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진행될 수 없는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
■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그 모양만 성사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미국 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의욕과 계획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미국에서 55년 동안 살면서, 50년을 교편을 잡아 미국 정부도 가르치고 하면서 미국을 알 만큼 어느 정도 많이 안다. 그런데 미국을 보면 볼수록 미국은 본연적인 색깔, 두 가지 원색에 의해서 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군사주의고 하나는 인종주의다.
내가 여기에서 백인 아닌 사람으로서 대학 교편을 잡고 있는 것도 다행이지만 백인 아닌 사람들이 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곳이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요새 판을 치는 것이 군산복합체다. 군산복합체에서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고,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
그것을 생각하면, 미국으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놓아줄 수가 없다. 계속 악마화 시키고, 계속 주적으로 삼고 그래야 군산복합체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일본, 또 다른 나라들에도 무기를 팔아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주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제일 중요하다. 계속 그렇게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원천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하노이 이후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온 것이다. 제재와 제재를 거듭했는데, 이 제재들은 특별한 이유도 별로 없다. 북한이 공산주의기 때문에, 북한이 말을 안 듣기 때문에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이 지구에서 존속시켜서는 안 되겠다’ 이런 미국의 저의가 있다.
그래서 그게 있는 한 북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기가 어렵다. 평화라는 것은 분쟁이 없는 것만이 평화가 아니고, 평화라는 것은 이질과 이질이 서로 조화돼서 동질성을 찾는 그 과정이 평화다. 이렇게 보면 지난 70여년 동안 평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지를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경향, 미국의 생각, 미국의 정책노선 이것 때문에 한반도에 혹은 북미관계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 북미관계 전망이 어둡다면, 앞으로 북미관계를 헤쳐나갈 방법이 없나?
■ 책임의 대부분은 미국에게 있다. 한 70%는 미국 책임이다. 미국이 전부 안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세력을 국제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지금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북한을 악마화 해서 북한을 미끼로 해서 남한과 일본, 우방을 군사화시키는 게 그 작전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들까지 넣어서, 오스트랄리아, 인디아 전부다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중국을 겨냥해서 압박을 주려고 하는 것인데 거기에 대한민국은 말려들어 가면 안 된다.
□ 향후 북미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인가?
■ 좋은 전망을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미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을 그냥 “비핵화, 비핵화” 그러지 말고 평화조약과 국교정상화 이 두 가지를 위해서 각 나라나 유엔에서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남쪽에서 노력해야 한다.
북한도 요즘 정상화 되기 위해 국내에서 여러 가지 법도 바꾸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북을 잘 아는 같은 민족이니까 우리가 앞장서서 북을 좀더 확장시키고 현대화시켜야 한다. 경제적 물질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의식적으로도 북한이 굉장히 지금 위축돼 있다. 워낙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북핵, CVID는 불가능...보통국가 인정받아야 핵무기 포기
□ 아무래도 북한 문제라면 서방세계에서는 핵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지도 꽤 지났다. 과거에 북미협상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되 ‘가역성’을 부여하자”는 논지를 편 것으로 안다.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문제, 더 넓게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애를 썼지만 풀어가는 첫 단추도 끼워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북에서 핵을 왜 추구를 했느냐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핵국가가 되는 그 자체가 목적이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목적을 버릴 리가 없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사실 그대로 보면, 북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외교의 수단이자 국가의 안보 수단이다. 수단은 바꿀 수가 있다. 그 목적을 같이하는 다른 수단으로 대체시키면 된다.
핵무기를 원하고 추구했고 또 실험까지 다 해서 완성한 유일한 이유는 국가를,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핵무기 아니고도 국가와 체제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국제적인 여건이 보장되면 핵을 포기하게 돼 있다.
왜? 포기한다고 그랬고, 그것은 거기서 우상같이 섬기는 김일성 주석이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모든 조건이 형성되면 핵을 포기하는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핵을 추구한 목적과 같아야 한다.
그 목적은 체제 유지고 안보니까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다국가가 포함된 평화조약이 있어야 한다. 불가침조약이나 종전선언이나 이 정도 가지고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화조약이 있어야 되고 국교정상화가 있어야 되고, 모든 분야에서 조선이 보통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이러면 핵을 다 포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절대 포기 안하고, 포기했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가역성이 있지 않느냐?” 이런 걸 사람들이 많이 묻는데, 가역성은 외부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이미 핵 과학이 있지, 과학자가 있지, 원료가 있지, 만들어 봤지, 그래서 돌아서서 한 3개월만 하면 또 다른 핵국가가 된다. 그러니까 가역성이라는 것은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남이나 미국에서 부여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걸 인정해주고 “핵을 포기할만한 준비가 되도록 협력하겠으니까 포기하자.” 이렇게 해야지 포기가 되지, 그냥 강압적으로 일방적으로 해가지고는 절대 포기가 되지 않는다.
□ 북한이 코로나도 있고 미국이 조건에 합당한 대화제의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어차피 흐를 바에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응고’시키는 시간으로 가지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나?
■ 북한이 핵무기를 응고시키기 위한 시간벌기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고, 그렇게 봄으로써 북한을 더 화나게 만드는 결과 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북은 이미 핵국가다. 핵을 만들어서 여섯 번이나 실험을 했지, 핵을 나를 수 있는 여러 종류 유도탄도 개발해서 성공적으로 실험을 다 했지, 어느 핵국가도 이 정도 하고 나면 객관적으로 핵국가가 된다. 지금도 컴퓨터에서 ‘핵국가가 누구누구냐?’ 찾아보면 대부분 북한을 넣는다. 현실적으로 이미 핵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핵국가가 되려고 시간벌기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상황착오적인 진단이라고 본다.
그리고 핵을 포기한다는 것도 어떻게 하면 포기되느냐? 어떤 상황에서 미국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그러면 됐다. 그 정도면 됐다.”고 놔주겠나? 절대 놔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대서.
또 완전하게 증명이 돼야 하는데 그것을 할 방법도 없다. 더구나 불가역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다. 그래서 나는 완전한, 입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더구나 북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북한이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보았는데, 북한이 향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인공위성 발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 북한이 하는 것은 남한과 미국이 하는데 비례해서 할 것이다. 자기 혼자 막 하는 것이 아니고, 남한에서도 하게 되면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갖고 마음쓰고 있는 것은 “이중 척도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면 안보고 북이 하면 도발’이고 그렇게 하지 말자.
제일 중요한 문제는 북한을 무시하는 거다. 속된 말로 깔보는 거다. 우리가 북한을 깔보는 걸 북한 사람들이 너무 잘 안다. 내가 북을 다니며 피부로 느끼는데 “우리가 왜 깔봄을 당해야 되는가?” 우리가 북한을 깔볼 만큼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자랑할 점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북한을 긍정적으로 봐주고 깔보지 않고 하면 남북관계는 금방 호전되고 북미관계도 호전된다. 의식구조가 안 돼 있어서 그런다. 반공교육 등등으로 인해서 그렇다.
종전선언은 무의미, “평화조약 체결해야”
□ 최근 남북관계도 어려워졌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에서는 ‘종전선언’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으로 보인다. 즉 대화의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는 북측의 반응이 뚜렷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비판적인 것 같다. 종전선언이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나?
■ 지금까지 종전선언과 비슷한, 종전선언에 대치될 수 있는 그런 선언도 있었고 합의도 있었다. 남북 정상 간에 대여섯 번 이상 있었다. 그 중에 절반만 이행해도, 6.15공동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 하나만 이행해도 전쟁 안 한다.
나는 옳지 않다고 보지만 전쟁 안 하는 것을 보통 평화라고 보지 않느냐. 그런 의미에서 보면, 평화조약이 필요하지 종전협정이나 그런 기구를 만드는 것은 필요 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여섯 번 있은 협정에 서명 다하고 했는데 거기에다 하나 더 보태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하나라도 이행을 하고 앞으로 나갈 것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의미도 없고 이행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이행 안 된 것처럼 그게 이행될 까닭도 없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 종전선언에 대해 북측도 반응을 안 내리라고 보나?
■ 그렇다. 북측도 내 이야기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약속한 것만 이행하면 종전이 이미 됐는데 왜 또 서명을 해야 되느냐? 그것도 종잇조각으로 없어지는 그런 상황이 눈에 보이는데 우리는 그걸 할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설명을 설득력있게 해줘야 되는데, 내가 설득력있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 지금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고 특히 ‘이중기준’, ‘적대시 정책’을 문제삼고 있는데, 북한이 이런 기조라면 남북, 북미대화 전망이 어두워 보인다.
■ 이중기준이라는 것은 북을 악마화 시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명인도 아니고 약속한 것도 안 지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만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중기준이라는 것은 북에서 군사훈련 하면 도발이고 남에서 하면 안보를 위해서 정당한 것이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식이면 항상 북이 하는 것은 전부 다 나쁜 거다. 그리고 꼭 같이 해도 미국이나 한국에서 하면 그건 정당성을 두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응할 수 없다고 하고, 응해 본들 아무 결과가 안 보인다고 한다. 보통 나라와 보통 나라 사이에는 기준이 꼭 같아야 한다. 이중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북에서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남과 미국이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남북연합, “국민을 기만하는 것”
□ 최근 남쪽에서 논란 내지는 파장을 일으킨 발언 중의 하나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당장 실현 불가능한 통일보다는 ‘남북연합’을 당면목표로 해야 하고,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로 바꾸자는 것이다. 어떻게 보나?
■ 그건 단적으로 얘기해서 상식에도 안 맞고 또 역사적인 진실에도 맞지 않는다. 여섯 번 정도 남북의 정상급에서 합의한 것이 뭔가? 통일하자고 합의하지 않았나? 통일을 떠나서는 남과 북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를 정당화시키기 어려울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이 통일이다.
통일의 방법으로는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했듯이 북에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고, 남쪽에서는 ‘연합제’다. 내가 볼 때는 연합제는 세계적인 문헌을 다 봐도 다음에 한 국가가 된다고 하는 전제나 현실은 전혀 없다.
완전한 독립된 주권국가들이 모여서 특정한 목적을 서로 협력을 해서 달성하기 위해서 경제적, 정치적, 이념적으로 모인 것이 연합이다. 유엔이 연합이고 EU가 연합이다.
EU가 한 국가로 보이나? 그걸 목적으로 하나? 유엔도 세계국가 하나를 목적으로 하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편의에 의해서 국가와 국가가 모여서 서로 연맹을 맺던가 그렇게 연합을 해서 하는 것일 뿐이다.
연합제가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절대 그런 결과가 안 나온다.
통일을 하려고 하면 어떤 종류의 연방이라야 한다. 그게 ‘낮은 단계의 연방’이라고 북에서 이야기해서 그렇게 하기 싫으면 다른 말로 ‘창조적인 연방’이라고 그러든가 ‘창조적인 연합’이라고 그러든가 어떻게 하든지 간에, 통일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은 그대로 두고, 제3의 잠정적인 기관이, 정부나 체제가 있어야 한다. 정 장관이 말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들어 남쪽에서는 두 개의 국가론, 친구론 이런 것들이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일부도 남북관계부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있는 거고, 이런 경향이나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그러면 아예 “통일을 포기하자. 우리는 외세에 의해 분단됐지만 우리 힘으로 통일 할 수 없으니까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받아들이자.” 그렇게 하든가. 선량한 국민들을 그렇게 기만하면 안 된다. 통일되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 장관 말 대로 간다면, 연합을 당면목표로 통일부까지 없애고 남북관계부서로 만들면 통일 하지 말자는 것이다. 통일부가 어감이 안 좋으면 자주통일부로 바꾸면 된다. 자주화하자고 대여섯 번 합의를 했으니까. 자주통일부로 만들든가 아니면 통일부를 없애버리고 통일 안 하든가.
국민들이 7,80% 그걸 원하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통일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 과반수 이상, 한 70%가 통일은 해야 된다고 당위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북에서는 100%다. 국민과 인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민주주의건 사회주의건 옳은 정치이념이다.
“냉전은 역사에서 끝났다”...미중은 ‘경쟁관계’
□ 최근 통일 여건에 있어서 가장 큰 구조적인 변화는 미중 패권경쟁의 본격화로 보인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반도에서의 신냉전도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북이 통일할 수 있는 방향,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거기에 대해서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국제 신냉전 질서가 온다고 그러는데, 냉전은 역사에서 끝났다. 이념이 대결되고 군사경쟁을 하고, 뜨거운 전쟁은 없지만 냉전은 있는 그러한 것은 역사에서 수십년 동안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미중관계는 경쟁관계다. 경쟁이라도 땅을 더 해먹고 이런 경쟁이라기 보다 국제여론을 자기들에게 돌리게 하는 그러한 체제경쟁이랄까 그렇다. 국제적인 여론을 내가 더 유리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겠다는 그런 경쟁이다.
중국과 미국이 무력경쟁으로써 군사무기를 축적하는 그런 냉전시대의 방향으로 발전되지 않을 것이다. 각각 다른 나라에 가서 자기 체제가 더 정당성이 있고 더 설득력이 있다고 세계 여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요즘 군사적인 힘을 앞장세우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문화적인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운다.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유교식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그래서 유교를 국내에서도 굉장히 활성화시키고 국제적으로도 유교를 연구할 수 있도록 중국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왔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과거처럼 두 체제가 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체제가 다양하게 살 수 있도록 가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세계질서 변화의 설계도다.
미국처럼 기독교가 지배하는 데는 항상 양극화가 돼 있다. 선택된 민족과 선택되지 못한 민족, 옳은 것과 나쁜 것, 적을 사랑하라고 그랬지 악마를 사랑하라고 그런 것은 기독교가 아니다. 악마는 죽여야 된다. 그러니까 기독교라고 하는 것은 악마를 앞장세워서, 그 악마가 빨갱이든 뭐든 그걸 죽이게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같이 살자고 하는 유교적인 원칙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두 나라가 군사적으로 마찰이 돼서 군사대결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두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그걸 컨트롤할 수 없지 않느냐?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나? 남북은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남북이 교류를 한다든가 여러 면에서 거래를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분단되었다. 언젠가는 통일해야 된다. 통일은 이런 식으로 해야 된다”는 설계도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통일설계도가 없다.
지금 왜 통일을 할 수 없나? 북에서 말하는 연방제는 바로 지금 할 수 있다. 연방국가를 하나 만들면 연방제가 된다. 그 국가에 권한을 극소로 주면 낮은 단계의 연방이 되지 않느냐? 그러면 그 이튿날로부터 연방국가가 되는 거다.
왜 당장 되지 않느냐? 연합을 하려고 하니까 안 된다. 연합은 통일하는 하나의 길이 절대 아니라는 걸 상식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되고, 그걸 다르게 얘기를 해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현재 세계질서를 신냉전 보다는 미중 경쟁관계라는 평가가 신선하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의 대국주의도 미국 못지않게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었던 것 아닌가? 미국은 기독교적인 이분법으로 악마화를 추구하고 중국은 유교적 원칙에서 공존을 추구한다는 것이 맞을까?
■ 유교는 패권주의라고 볼 수 없다. 기독교는 패권주의다. 항상 역사적으로 기독교 깃대를 세워서 종교전쟁도 세계적으로 계속 있었지 않나? 유교는 그런 의미에서 군사대결을 권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우리는 유교도 알고 기독교도 알고 다 안다. 북도 마찬가지다. 종교를 보면 불교, 기독교, 유교 이런 게 다 섞여 가지고 한 사람이 세 종교를 다 가지고 있다. 나도 어릴 때 제사지낼 때 엎드려서 기도하고 그랬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종교성은 있지만 배타적인 종교를 안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좀더 조화로운 통일국가를, 체제를 만드는데 종교적인 역할을 잘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8차 당대회, “계획적으로 민족을 격하시켰다”
□ 질문지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묻는다. 북한은 지금 국제적인 제재,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봉쇄조치, 작년만 하더라도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감소, 여러 가지 문제들로 내부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정면돌파전을 주창하면서 자력갱생, 자력부강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지 많이 궁금해 한다. 교수님은 여러 차례 북을 방문했고 내부의 흐름을 우리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 북한이 처한 현실과 정면돌파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나?
■ 우선 최저한 북한은 절대 붕괴하지 않는다. 그걸 우리가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자기 나름대로의 체제를 유지하고 정통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지금 있다.
8차 당대회를 보라. 그 여러 가지 나타난 정책들 표현들을 보라. 그 체제가 더 공고하게 되면 됐지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어느 나라든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써, 국민들이 배가 고픔으로써 정치체제가 붕괴된 예는 없다.
체제의 정통성을 잃어야지 붕괴되지 정통성이 있으면 붕괴되지 않는다. 북한의 정통성은 경제의 윤택에서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념에서 찾는다. 북한을 정당화시키는 이념은 민족주의, 인민주의, 주체사상 이런 것들이다. 이런 이념들이 인민들을 뭉치게 하는 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한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북이 붕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붕괴되면 통일되고 그게 독일식 통일이다. 흡수통일이다. 그건 전부 다 아이들 만화에 불과하지 현실적인 정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정부나 지성인이나 언론이나 어떻게 하든지 현실 그대로 북한의 상황을 포착해서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는 그러한 통일정책,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되는데 지금은 아직 점점 다르게 가고 있다.
□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을 개정하고 ‘우리 민족제일주의’ 보다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개정된 당규약을 첫 보도한 <한겨레>라든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같은 경우는 “북한이 통일을 포기한 것 아니냐. 민족주의 보다는 국가주의로 돌아선 것 아니냐.” 이런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이 민족주의를 조금도 훼손시키거나 포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8차 당대회에 그런 분위기가 좀 있었지 않느냐? 항상 봐야 되는 것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냐’ 그걸 봐야 한다. 8차 당대회는 남쪽을 겨냥해서 한 것은 아니다. 세계를 겨냥해서 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런 나라를 끌고 나갈 거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중요하게 강조됐다. 민족이 중요하다고 하면 국제적인 협력이 잘 안 된다. 미국은 더구나 그렇다. 미국한테 우리는 민족을 추구한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민족국가가 절대 아니다. 민족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앵글로색슨이 20%가 있는가 모르겠지만 민족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남과 북은 민족국가 아니냐? 민족이기 때문에 남남이 아니다. 남남처럼 살 수가 없는 이유가 남남이 아닌데 어떻게 남남처럼 사느냐?
내가 평양에 50여 번 다녔는데, 갈 때마다 ‘아, 여기는 우리 민족이구나’ 느낀다. 말하는 걸 그냥 100% 다 알아 듣고, 같이 뭐 먹자고 하면 김치 같이 먹고, 된장 같이 먹는다.
그리고 자기를 겸양하는 게 있다. 미국에서는 자기 겸양하면 살 길이 없다. 북도 그렇고 남도 그렇고, “제가 뭐 아는 게 있습니까?” 이래야 되는데, 미국에는 내가 제일 잘났다고 그러지 않으면 선거에서 당선 절대 안 된다. 한국에서는 그걸 배워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장점이랄까 겸양하는 것, 다른 사람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경향, 이것이 우리 민족의 아주 좋은 특성이다. 우리가 이런 걸 다 포기하고 이기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통일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을 앞장세워서 해야 된다. 그러나 세계를 대상으로는 민족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8차 당대회에 계획적으로 민족이라는 것을 격하시켰다.
우리가 그렇게 읽어야지 거기서 다 바꾸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전문가들은 귀에 들리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을 수 있어야 된다. 말한 것만 읽어가면 수박 겉핥기로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의 시정연설이나 이런 것을 보면 민족은 그대로 살아있다. 민족주의가 없으면 북한은 존재할 수 없다.
□ 통일에 대해서도도 마찬가지로 보면 되겠다.
■ ‘통일라는 걸 포기를 한다.’ 그러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6.15공동선언에 김정일 위원장이 절대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6.15에는 통일의 방법이 연합이고 연방이라고 생각했고 근소한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물론, 그 차이가 완전히 다르지만, 통일에 대한 설계도를 우리한테 맞도록 다시 만들어야 된다. 통일 문제를 얘기할 때, 토론할 때는 항상 북을 포함시켜야 한다. 북을 포함시키지 않은 통일과 평화에 대한 토론이나 거기에 대한 구상은 하지 않은 게 좋다.
□ 통일뉴스가 창간 21주년을 맞이했다. 남북관계에서 통일언론의 역할을 어떻게 봐야 하나?
■ 미국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언론이 자꾸 변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다. 이게 50% 50%로 갈라질 수도 있고, 90% 10%로 갈라질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가 뭐냐. 사실을 보도하는 거다. 왜곡하지 말고 사실을 보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둘째, 바람직한 여론을 창조하는 것이다. 절대 그것이 필요하다.
그냥 사실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이라고 서구에서는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만 보도하는 언론은 사실 없다. 여기도 보면 <CNN>이나 <MSNBC>나 굉장히 진보적이다. 그런데 <FOX News> 같은 것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렇게 모든 언론들이 자기가 가는 길이 보인다. 안 나타내도 보인다.
통일뉴스는 내가 볼 때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이고 민족적이고, 통일뉴스니까 통일지향적이다. 그게 중요하다. 그게 언론 역할의 한 가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 거짓말 하면 안 된다. 지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도둑당해 가지고 민주당이 가져갔다.’ 그거 100%, 1000%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이 미국 인구의 한 20% 될 거다. 그만큼 미국의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못하도록 국민들의 여론이 바뀌었다. 언론의 위기가 언론한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자들, 언론을 사용하는 국민들한테 그 책임이 있다. 언론의 위기가 왔다.
그런데 우리는 북을 바로 알기 위해서, 통일문제를 바로 잡아가기 위해서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50%, 50%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통일문화, 바람직한 평화문화를 조성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교육기관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전개되는 세계와 우리 조국에서는 언론이 차지하는 역할이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역할을 항상 명심하고 또 앞으로 그런 식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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