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논평 안 낸 국민의힘에 경향신문 “공당 맞나”… 조선·동아 사설 통해 윤석열 선대위 혹평

 

25일 아침신문은 24일과 마찬가지로 전두환씨 사망 관련 소식을 전한 보도가 많았다. 이 가운데 한겨레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전두환씨의 대통령 재임 당시 피해자들을 적극 조명했다. 

한겨레 지면 채운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

이날 한겨레는 전두환에게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을 조명한 기사를 1~4면에 채웠고 이어지는 5면에서는 5·18 부상자 이광영씨의 극단적 선택과 전두환 회고록 분석 논문을 쓴 심영의씨 인터뷰를 담았다. 1~5면을 할애해 전씨 문제를 조명한 것이다.

▲ 25일 한겨레 1면
▲ 25일 한겨레 1면

1면에는 ‘사과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원풍모방 노조 탄압 피해자 박순희, 5·18 실종자 어머니 김진덕, 구미 유학생 간첩단 누명을 쓴 김성만,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 조종주, 삼청교육대 최장기수 이적, 80년 해직 언론인 고승우, 그리고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피해생존자 한종선의 이름과 사진을 띄웠다. 이어지는 2~4면에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겨레는 “독재자이자 대량학살 주범의 죽음은 대중들의 환호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2021년 대한민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독재자 전두환의 죽음은 허망한 탄식과 울분만 낳았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가해자. 그가 참회하지 않고 떠난 것 자체가 또 다른 가해라고 피해자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 25일 한겨레 2~5면
▲ 25일 한겨레 2~5면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국의 검열이 까다로워지자 기자들은 분노와 함께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다”며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이들이 갑질로 고통받는 사회 풍토가 굳어지는 데 그가 일조했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굶고 맞으며 생존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는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인정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구나, 누군가 저걸 보고 배우겠구나 했죠”라고 지적했다.

발길 뜸한 빈소 주목한 언론

이날 여러 언론은 전두환씨 빈소의 발길이 뜸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현직 의원 조문 3명뿐... 보수 유튜버·시민 간 몸싸움 소동’ 기사를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와 달리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의 조문은 극히 드물었다”며 “조문한 이들도 대부분 고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유튜버나 극우단체 관계자들이 드나들면서 빈소 주변은 가끔 소란스러워졌다”고 보도했다.

▲ 25일 한국일보 기사
▲ 25일 한국일보 기사

한겨레 역시 ‘발길 뜸한 전두환 빈소...눈치 보는 국민의힘’기사를 내고 “전두환씨가 사망한지 이틀째인 24일 정치권에선 냉랭한 분위기만 감돌았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정치인과 시민 조문이 거의 없고 주로 5공화국 신군부 인사나 관료, 군인들만 빈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라동철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한마당’ 칼럼을 통해 발길이 뜸한 빈소 분위기를 전한 뒤 “망자에게는 관대해지는 게 우리 문화인데도 애도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류가 형성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아주 잘못 살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할 최소한의 명분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세상을 뜬 그가 자초한 현실”이라고 했다.

반기문 발언 다른 대목 부각한 동아와 조선·세계

동아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빈소 현장을 전하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발언을 제목에 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지만 부각한 대목은 각기 달랐다.

동아일보는 ‘반기문 “전, 노태우처럼 용서 구했어야”’ 제목의 기사를 내며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발언 가운데 “공과는 역사가 평가, 사과 안 해 안타깝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썼다. 세계일보는 ‘보수 원로들 조문 행렬...반기문 “공과 역사가 평가할 것”’ 제목을 내고 ‘공과’를 언급한 발언을 전하면서도 ‘사과해야’한다는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이날 조선일보는 부제목에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 발길’이라고 다뤄 ‘발길이 뜸했다’는 점을 강조한 신문들과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고인을 보좌했던 5공 출신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회고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언급한 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 박철언 전 의원의 조문과 일본 정부의 애도 메시지 등을 전했다. 전날 조선일보는 빈소가 한산하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의 침묵에 경향신문 “공당 맞나”

국민의힘은 전두환씨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대표의  조문은 없었고, 의원 개인 판단에 맡겼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전두환 사망 공식 논평 못 내는 국민의힘, 공당 맞나’ 사설을 통해 “외딴 섬처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정당이 있다”며 “국민의힘의 출발선은 1990년 보수3당이 합당한 민주자유당이다. 전씨가 창당한 민주정의당도 여기에 합쳐졌다”며 “민주주의 흑역사를 만든 전씨의 죽음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것은 그 지지층을 의식한 것인가. 공당의 자세는 아님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을 언급하며 “일부 의원들이 조문을 갔지만 전씨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당 차원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한편 보수층의 전씨 추모 분위기도 고려한 ‘신중 기조’로 풀이된다”고 했다. 서울신문 역시 “국민의힘이 기존 영남 보수층 지지자와 중도층 사이에 낀 딜레마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동아 사설 통해 윤석열 선대위 혹평

이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나란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 인선 문제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72세 선대위’로 국민에게 무얼 보여주겠다는 건가’ 사설을 통해 김병준, 김한길, 김종인 삼인방 인선에 혹평했다. 조선일보는 “세 사람은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원로급 인사들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 몸 담았던 공통점도 있다”며 “세 사람 모두 미래보다는 과거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세 사람의 평균 연령은 72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줄다리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선 후보와 선거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사람이 언제까지 이런 식의 힘겨루기를 이어가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가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그에 걸맞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 발굴 모습도 보이질 못했다”며 “김 전 위원장이 보여온 태도도 실망스럽다”고 했다.